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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게임관련] 노 맨즈 스카이 NEXT, 디테일이 살려낸 스케일 [오래된 글] (0) 2021/12/28 AM 11:48

[발매전 기사로 기억]


순간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 게임을 왜 하고 있는걸까?”  

   

  

이 생각이 처음 든 순간은 행성 교역소 꼭대기에 올라가 계속해서 착륙과 이륙을 반복하는 함선들을 구경할 때였습니다. 사실 그러고 있던 건 지난 다섯시간 동안 죽어라 코발트만 캐다 팔아서 드디어 점찍어뒀던 함선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았기 때문이었고, 그러니 나름 소기의 목표를 이루기 직전의 순간이었죠. 단지 제가 가장 사고 싶어하던 디자인의 함선이 코빼기도 안보이는걸 제외하면.  

 

일단 옛 기억을 더듬어 봅시다. 때는 대학교 4학년을 맞이할 시절, 개강을 일주일 앞둔 날 필자는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개강 전날 필자는 새벽 네시에 직접 캔 돌과 레드 스톤으로 열심히 지하철을 짓고 있었죠. 그리고 ‘마인크래프트’ 인생은 몇 개의 새로운 월드를 거쳐 약 2년 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노 맨즈 스카이’를 하며 며칠 밤을 새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그때와 지금 느끼는 것이 참으로 비슷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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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해괴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플레이어로 하여금 사서 고생을 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게 샌드박스의 핵심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샌드박스 게임은 창의적인 발상을 반복 노동을 통해 구현하는게 핵심이니까요. 그러니까, 결국은 ‘노 맨즈 스카이’ 도 하다보니 사서 고생을 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참 알 듯 모를 듯 했습니다.   

 

신기한 건, 재작년 ‘노 맨즈 스카이’ 출시 직후에는 할만한 게임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는 겁니다. 필자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그러했죠. 그런데 파운데이션, 패스파인더, 아틀라스 라이징에 NEXT까지 다양한 패치가 쌓이고 Xbox One 컨버팅까지 끝난 지금의 결과물에서는 저는 알아서 광물을 캐고, 기지를 짓고, 탈 것을 만들어서 다녔습니다. 대체 이 패치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그래서 저는 ‘노 맨즈 스카이’ 의 NEXT 패치 버전을 맞아, 이 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무엇이 제가 이 게임을 이토록 재미있게 하게 만들었는지 찾아가기로요.  

 

’노 맨즈 스카이’가 가져야 했지만 없었던 것  

 

일단 첫번째로, 저는 ‘노 맨즈 스카이’  미지의 영역을 밝히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탐험 게임이 아니라 그 위에서 살아남고 건축하고 만들며 가꾸는 샌드박스 게임으로 인식했습니다. 아무리 창의적인 조건을 달더라도 현존하는 기술이나 구현 환경에서 절차적 생성으로 만들어내는 다양성이란 당연히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이 게임의 스포일러인 아틀라스와 연결된 스토리를 통해 결국 완전히 새롭고 창의적인 우주세계를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광고하던 자칭 초공식 난수 이론이 애초에 말이 안되는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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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플레이 방향도, 기대하던 내용도 애초에 이 우주 안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단순히 보고 구경하는 것 외에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가 무척 중요했습니다. 사실 오픈월드 샌드박스는 겉보기엔 단순해 보입니다. 땅 위에 놓인 모든게 부수거나 채집할 수 있고 또 새로운걸 쌓아올릴 수도 있고, 부수고 채집하고 만든다, 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상호작용을 가진 게임들보다 간단해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오픈월드 샌드박스는 두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는 넓을 것, 하나는 적당히 깊을 것입니다.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샌드박스는 결국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당장 게임의 근간이 되는 행위(부수고, 광물을 캐고, 식물을 채집하고 등등)가 매우 근본적이고 간단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따로 놀아서는 의미가 없고, 그런 단순 노동을 반복하고 또 이어해야 하는 각 행위의 연결에서 게임의 복잡함이 나오기 때문이죠.  

   

  

게임은, 적당히 어렵고 적당히 복잡해야 재미있습니다. 이게 바로 흔히 말하는 게임의 ‘깊이’ 인 셈인데요. 샌드박스는 그 어려움과 복잡성을 행위의 어려움이 아니라 목적과 과정에서 넣은 장르이고, 플레이어가 고민하는 부분은 ‘내가 어떻게 이걸 더 잘할까’ 가 아니라 ‘내가 왜 이걸 하고 무엇을 해야할까’ 하는 것이고, 이게 샌드박스의 난관이자 깊이입니다.  

 

그런데 그 깊이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넓이가 받쳐줘야만 합니다. 왜냐면 오픈월드 샌드박스에서의 목적의식은 넓이에서 오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무작정 넓어서도 안되는데 막막함에 압도당해버리면 아예 게임을 포기하게 되니까요. 플레이어가 차근차근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새로운 요소들을 자기 패턴의 일부로 만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모든 게임이 그렇긴 하지만, 오픈월드 샌드박스에서 깊이와 넓이가 밸런스 있게 훌륭한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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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게임으로 돌아와서, 과연 이전의 ‘노 맨즈 스카이’ 가 왜 재미가 없었는가 하면 바로 그 깊이와 넓이 모두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깊이 면에서 플레이어가 세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지극히 제한적이고 크게 의미가 없었어요. 넓이 면에서는 의미없이 반복 생성되는 행성들만 가득했습니다. 때문에 예를 들어 전초기지를 짓는다 치면, 일단 어디에 지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뒤로 하더라도 내가 왜, 무엇을 위해서, 어떤 필요 때문에 전초기지를 짓고 이쁘게 꾸미고 확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그냥’ 외에는 답이 없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요. ‘노 맨즈 스카이’ 는 이전까지 관상용 게임이었습니다. 예쁜 사진 찍으려고 기지 짓고, 우주에 나가서 사진 찍고, 사진 찍기 예쁜 생물체 찾으라 우주를 돌아다니고… 제대로 된 목적의식이란게 없었고, 그걸 발휘할 도구도 계기도 없었습니다.   

   

그럼 이 총체적 노답 게임이 어떻게 이런 멀쩡한 게임이 되었을까요? 결국 이 질문은 ‘어떻게 이 게임에 깊이와 넓이가 생겼는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오픈월드 샌드박스라는 거대한 그릇 안에 채워넣은 디테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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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월드 샌드박스로서의 완성, 디테일이 완성하는 스케일  

 

오픈월드에서, 의미있는 필드란 무엇일까요? 이 부분은 아마 몇 년이 지나도 명확하게 답을 외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픈월드라는 요소가 점점 더 게임에서 대세가 되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이 부분에 모르는게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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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소프트의 방식처럼 수많은 마커로 맵을 채워버리는게 오픈월드의 해답일까요? 아니면 락스타 게임즈처럼 랜덤 이벤트나 상호작용하는 NPC 들로 채우는게 답일까요? 아니면 마인크래프트처럼 말그대로 뭐든지 가능한, 하지만 사람도 마커도 없는 모래사장을 내놓는게 답일까요?   

 

예전 ‘노 맨즈 스카이’ 의 오픈월드는 무의미했습니다. 비록 정말 광활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게임보다도 넓어질 수 있었지만, 그 위에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죠. 러시아땅만한 종이 한장과 있는 그대로의 바티칸 시티 중에 어디가 더 흥미롭냐고 하면 당연히 후자일 것 입니다. 그저 몇가지 조합 속에서 섞이는 식생과 환경이 바뀌는 것 자체로 의미를 가지는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이 홍보 포인트 중 하나였던 광대한 월드는 오히려 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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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을 득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 맨즈 스카이’ 는 그 오픈월드에 수많은 디테일들을 새로이 채워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해법을 적당히 모두 섞는 것입니다.  

 

다양한 새로운 광물과 재료, NPC 와의 상호 작용, 행성 곳곳에 존재하는 방문 장소와 터미널,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화물선 추가, 새로운 기지 시설과 엑소크래프트 등의 탈 것까지. ‘노 맨즈 스카이’ 의 세계는 지난 2년 간 터무니 없이 넓은 공간에 새로운 무엇을 계속 채워넣는데 집중했습니다. 이제 확실히, 그릇 안에 들어있는 것은 많아졌습니다. 그렇담 이제 중요한 것은 그 들어찬 많은 것들이 과연 의미있게 작동하고 이어지느냐 하는 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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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재미는 본질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는’ 충족의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담 이 부분에서 게임이 잘해야 하는 것은 크게 세가지가 되겠습니다. 먼저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의 보상이 적절해야 하고, 또 원하는 것을 이루는데 그 과정이 합리적이고 흥미로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도록, 목표를 잘 쥐어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런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에서 수백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누가 뭘 하라고 목표를 콕콕 찝어놓고 따라오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하다보니 이게 하고 싶어지고, 그러다보니 이게 필요해지고, 그러자니  다른게 필요하고, 그런 구조의 무한한 순환입니다. 이게 이 장르의 기본이죠. 근데 정말로 그 기본이 가장 어렵습니다. 상대방이 모르게 은근슬쩍 네가 원하는걸 준비했어, 라고 하는 건 화난 여자친구 달래 줄 방법을 고민하는 것 만큼이나 어렵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게임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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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맨즈 스카이’ 에서는 모든 행동에 자원이 듭니다. 모든 것이 순간마다 자원을 소비합니다. 그렇게 모든 행동에 자원이 드는데 그 자원을 보충하는데에는 다른 행동이 필요합니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삶의 굴레에 빠진 것 같은데요. 신용카드 값을 내려면 일을 해야 하고 그래서 월급이 들어오면 신용카드가 바로 퍼가서 또 카드를 긁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무한의 굴레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 순환 구조가 바로 ‘노 맨즈 스카이’, 나아가 오픈월드 샌드박스류 생존 게임(참 길기도하네요)이 끊임없이 플레이어의 리텐션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바란다고 했을 때 그게 생각만으로 바로 이루어진다면 재미없겠죠. 모든 목표는 적절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얻어내야 가치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콘텐츠 사이의 순환 구조는 동기 부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목표이기도 하고 동시에 난관이기도 한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인 것이죠.  

   

   

결국 이 장르에서 목적은 동시에 수단이면서 동시에 과정이고 동시에 결론입니다. 그래서, 이런 디테일이 증가하는 것만으로도 목적도 수단도 과정도 결론도 하나씩 늘어나게 되는거죠. 물론 그 디테일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때문에 이런 디테일이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시너지가 폭발하게 되는 겁니다.   

 

이제 ‘노 맨즈 스카이’의 각각은 일정한 순환 구조 안에 놓여있고, 콘텐츠의 흐름이 생기면서, 우리는 더 긴 시간 이 게임에 몰두합니다. 앞서 말했듯 ‘노 맨즈 스카이’ 에는 NPC도 있고, 퀘스트도 있고, 각종 생산과 창조도 있으며, 전투까지 있습니다. 물론 이 중 몇가지는 정말 형식적으로 최저선만 갖춰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를테면 전투라던가. 하지만 그렇다 쳐도 일단 이 게임은 할 수 있는 것의 구색은 대부분 갖추고 있고 각 콘텐츠는 서로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어줍니다.  

  

 

메인 퀘스트는, 비록 그게 게임의 주 목적이 되어주지는 못할 정도지만 게임에 아주 흥미로운 테이스트를 더해줍니다. 엑소크래프트 전문가로 고용한 바이킨과 그 가족에 얽힌 이야기나 아틀라스에 대한 이야기, 아르테미스 추적 등 여러가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야?’ 라는 의문을 품기에는 충분한 이야기들이죠. 물론 그게 게임 전체를 끌고갈 만큼 큰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게임을 하면서 이 세계가 뭔가 움직이고 있고,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도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는, 보다 복합적인 세계로 보이게 해주죠. 결국 디테일이 스케일을 살리게 된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노 맨즈 스카이’ 는 자기들 게임에 무엇이 부족한지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고요. 얼핏 보면 단순히 콘텐츠 업데이트만 한 것 같지만, 그간의 업데이트는 으레 있어야할 것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멀티플레이까지 포함해서요.  

  

SV Aichiz 황자 // 기록 손상 // 부분적 기록만 열람 가능 //

 

아직 부족하다, 더 고쳐라 핫산!  

 

하지만 제가 전설의 명작 정도까지 이 게임을 평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너무나 부족한게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대표적으로 그저 불친절한 수준을 넘어서 아예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수준인 비합리적인 편의성이 있겠습니다. 아니, 우주선타고 마음껏 이착륙을 하는 세상에 지도 한장 없고, 이미 가본 장소 하나 저장되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나요? 그때그때 얻는 자원이 어디에 쓰이는지, 이 물건에 쓰이는 자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려줄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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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많은 설계도의 획득 방식이 랜덤이거나 스토리 획득임에도 그걸 어떻게 얻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도 플레이어를 무척이나 괴롭힙니다. 비록 이 게임은 절차적 생성이나 랜덤성에 의존하는 부분을 많이 덜어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몇몇 부분에 남아서 그 비합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죠. 인벤토리 또한, 게임의 특성상 여러가지 유지보수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에 비하면 정말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임 상에 있는 여러 제작품이나 업그레이드도 그 설명이 부실한 경우가 많고요.  

 

결국 대부분의 경우 ‘직접 부딪혀 봐야만’ 아는 식인 콘텐츠가 너무나 많은데, 그 직접 부딪혀 보는 과정이 너무 길고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큽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서 결과물은 정말 별거 아닌 경우가 많죠. 예를 들자면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자동 자원 채취로봇이나 함선에 설치하는 차원이동기 등이 있겠습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포기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이 게임의 비합리적, 불합리적인 것에 농락당할 때인데 솔직히 이 게임은 그런 순간이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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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플레이어가 성장한다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고, 또 게임 플레이가 발전하는 단계도 뚜렷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플레이어가 생각하는 ‘나는 이정도면 이건 충분히 했어’ 와 게임이 제시하는 단순 반복 노동의 끝이 같지가 않다는거에요. 이게 모든 행동에 유지 자원이 필요하고 그 자원이 매우 초반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저는 이 게임의 마지막까지 퍼라이트 가루를 캐고, 탄소를 캐고 있어야 합니다. 보통 다른 게임에서는 점점 채취하는 자원도 고급스러워지고 쓰임새도 하이테크를 향해야 하는데 그런게 없고 지금의 내 상황을 유지하기에 전전긍긍합니다. 이건 뭔가 내가 성장하고 게임을 깨나간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끔 줘요.  

 

반면에 기지를 짓거나 하면 순수 페라이트만 수백개를 요구하는 등 게임의 허들은 높아져가는데, 플레이어의 채취능력은 여전히 거의 그대로이고 각종 업그레이드도 그렇게 획기적인 변화를 주지 못합니다. 결국 게임의 플레이 양상은 한 단계를 모두 클리어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 새로운걸 하는게 아니라, 생존과 유지보수라는 업무를 하기도 벅찬데 건설과 함선 구입 같은 새로운 업무를 떠맡는, 이런 겹겹이 일이 몰리는 느낌을 받아요. 새로운걸 해야되는데 이전 단계에 묶여서 전전긍긍합니다. 이게 누적되면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을 포기하게 되죠.  

   

  

이 두가지 문제점은 게임의 핵심에 대한 것이고, 디테일한 문제들도 꽤 많이 있습니다. 사실, 이전엔 거의 모든게 문제였던 게임이 이제 환골탈태를 거듭해 완성된 게임으로 거듭난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죠. 하지만 최소한 자기만의 색깔, 자기만의 재미, 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명백해진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게임이나 단점은 있죠. 문제는 그걸 어떻게 고쳐나가느냐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고치는데에 있어서는 꽤 칭찬을 해줄만한 게임이고, 앞으로 또 어떻게 고쳐나갈지 기대할만한 게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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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이후의 넥스트를 기대하며  

 

탐험이란 무엇일까요? 확실한건, 단순히 보는 것만이 탐험은 아니라는 겁니다. ‘노 맨즈 스카이’ 넥스트는 그들이 탐험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던 사실들을 바로 잡았습니다. 결국 탐험의 결과로 플레이어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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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슈바이처도 아니고 제인 구달도 아닙니다. 어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 세상에 떨어지지 않았고, 우리는 그저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탐험이란 우리가 미미칠 듯이 빠져들어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는 것에 가깝죠. 헬로 게임즈는 이 점에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탐험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무한히 무작위를 반복하여 도출되는 변수가 매우 특별할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잘 조율되지 못한 무작위의 결론은 그저 무의미할 뿐입니다. 이건 사실 게임 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요. 그저 비슷한 과정을 마구 반복하고 중첩하다 보면 뭔가 특별한 것이 나올거라는 다소 안일한 기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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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필요한 무작위성이란 정말로 근본없이 모든 것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가지 플레이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때 그때 플레이어가 다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더 위쳐 3’ 의 전투 시스템이 될거에요. ‘더 위쳐 3’ 에서는 만나는 적에 따라서 쓰는 무기도 은검, 강철검으로 달라지고 검에 바르는 약물이나 써야 하는 마법도 달라집니다. 그런데 그게 몇가지 퀘스트를 제외하면 언제 어떤 적이 나올지 모르죠. 때문에 플레이어는 각각의 상황에 모두 준비를 하고 있되, 상황이 벌어지면 거기에 자신이 적절한 무기와 도구를 가지고 대처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결국, 게임 내에서는 무작위성도 결국 일정한 기획과 큐레이팅 안에서 발휘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기본 중에 기본이죠.  

   

  

‘노 맨즈 스카이’는 때문에 이제 수많은 종류의 행성이 등장할 수 있다는 그 숫자와 무작위성에서 나오는 변수보다는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하는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주 바람직한 변화였고, 비로소 ‘게임다운 게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험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말이죠.  

 

그래서, 서두에서 찾던 ‘내가 왜 이 게임을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얻었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하고 있어요. 이제 엑소크래프트를 다 만들었고, 호위함도 많이 늘어났고, 항성계 개척도 순조롭습니다. 우리는 종종 일상의 소소한 행위들에서 행복을 느끼곤 하죠. 소확행이라 하던가요? 어쩌면 이 게임은 우주 스케일의 소확행 시뮬레이터인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저는 이만 다음 성계로 또 떠나보겠습니다. 좋은 여행들 하시길!  

   

 
 

   

작성: 이명규 기자 / 편집: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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