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도 주제가 다양합니다. 크게 작품이 나타난 시대 상황과 맞아 떨어져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묘사하는 시도가 우선시되었죠. 공산진영과 자유진영의 갈등이 첨예할 때 나타난 매카시즘 아래 정부에 의한 감시를 주제로한, 미러셰이딩을 시작으로 이후엔 버블붕괴기의 일본에서 나타난 아키라, 석유파동 때 일본기업의 굴기를 본 미국에서 나타난 뉴로맨서, 섀도우런, 사이버펑크2020, 갑자기 등장한 굴기의 기업에 의해 위기에 놓인 개인의 자유, 등 시기에 따라 주제가 변해왔습니다. 보통 미국에서 사이버 펑크가 나올 땐 양극화 보단 80년대 일본에 대한 두려움이 곧잘 주제로 자리매김하곤 했었죠. 그러다 21세기에 도달해선 더이상 구식의 음모가 도사리는 미러셰이딩 장르에서 점차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앞에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갖춰야 할 요건이 무엇인가 대한 관심이 주가 되었습니다. 즉, 인간과 한없이 가까운 안드로이드, 인간의 지능을 지닌 동물 따위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 인류는 기존의 모습을 고집하다 어떻게 도퇴될 것인가를 주요 관심사로 다룬 트렌스 휴머니즘이 요즘은 주류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같은 것도 그런 큰 트랜드를 따르는 시도죠. 아 물론, 딱 잘라서 구분 지으면 안됩니다. 블레이드 러너만 봐도, 기존의 분위기 속에 로봇의 인간성에 대한 주제를 내포하고 있으니깐요... 개인적인 의견으론 물질적인 양극화는 부수적으로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눈부시게 이룩한 현대인들이 보기엔 초과학적 문물속에 놓여 단순하게 일반적으로 주어진 물건을 소비만 하는 인간이 정작 의식은 퇴보하여 과거의 세련함은 어디 흔적도 없고, 상식조차 따져볼 겨를이 없는 혼란스런 사회를 묘사하는게 더 큰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어디까지나 읽는 사람들이 어디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