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될까요.
오늘 있었던 일 간략 요약
1.퇴근 길에 포메라니안 강아지 주움(정확히 말하면 퇴근 중에 강아지가 절 계속 집까지 쫓아옴)
2.강아지의 청결 상태를 보아하니 주인이 잃어버린지 얼마 안된 강아지인거 같음. 분실한 주인이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이고 발견자도 적극적으로 주인찾기에 나선다면 주인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키울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일단 주인 찾고 못 찾으면 보호소에 넘길 생각으로 데리고 옴.
3.집에 와서 유기견 관련 커뮤니티를 검색하니 좀 떨어진 지역에(지하철역 3~4개 정도), 좀 지난 시기에(10월 20일),
동일 종(포메라니안) 분실 글이 있음.
4.해당 글에 나와있는 사진과 개의 특징 모두 똑같음
4-1. 외모 유사
4-2. 크기 동일
4-3. 성격 유사 -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목줄이나 간식을 보면 아주 오두방정을 떠나 자지러짐.
4-4. 수술 경력 일치 - 성대수술을 시켜서 못 짖는다고 써있었음. 데리고 온 개도 처음엔 몰랐는데 다시 한번 보니까 짖지 못함(바람빠지는 소리만 냄)
5. 4-2와 4-4항목에서 확신을 느끼고 주인에게 전화를 검.
6.왠 어린 여학생이 전화를 받음(중학생으로 추정). 강아지에 대한 특징 등을 설명. 글에 올라온 특징과 여학생이 말한 특징 모두 일치. 그런데 보통 이 쯤되면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먼저 강아지 보겠다고 난리 피울텐데 전혀 반응이 없음. 그래서 내가 먼저 한번 와서 보라고 말함.
7.그런데 이 여학생이 부모님 허락 드립을 치면서 곤란하다고 함.(여기서 자기네 강아지라 해도 데리고 갈 생각이 없다는걸 미묘하게 느꼈습니다.)
8.그런게 어딨냐고 가족과 같은 강아지를 잃어버렸고, 찾고 있다면 당연히 의심되는 강아지를 시간과 날짜, 조건등을 생각치 않고 즉시 와서 봐야하는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여전히 부모님 허락 드립으로 맞대응. 일단 차분히 재확인 차 또 다른 특징들을 대조해봄.
9.여기서 실수를 저지름. 중성화 수술을 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하는데 내가 덜컥 중성화 수술이 안되어있다고 말함.
10.정말 사실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그 쪽에선 중성화 수술 된 개라고 답신.
11.여기서 완전히 화가 나기 시작함. 주인이 맞을 거라는 확신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중성화 수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가 막바지에 마치 타이밍 맞춰 거짓말 하듯이 했다고 하니까 주인에게 분노를 느낌.(사실 정말 제대로 된 주인이라면 이미 전전단계에서 한번 보자면서 적극적으로 나설텐데 이러한 모습이 전혀 없었단 겁니다.)
12.보통 직거래 때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오는 것처럼 분실 견주가 분실견 보호자 쪽으로 와서 확인하는게 순리이거늘,
열받아서 지금 전화 끝나자마자 그 쪽 동네로 내가 직접 간다고 함. 처음에 당황해하더니("아...뭐.... 지금 오실 수 있으시면 오셔도 별로 문제될건 없는 거 같아요...."라니)오라고 함.
13.데리고 가서 보여줌. 맞는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함. "일단 데리고 가서 부모님과 확인을 해봄."이라며 또 부모님 드립. 저는 짜증나서 "지금 잘 보라고. 지금까지 바로 곁에서 같이 생활한 강아지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느냐. 그 것도 몇달도 아닌 몇주에 불과한 기간인데. 난 어차피 이 강아지 키울 생각 없었고 주인 못 찾으면 보호소 넘길 생각으로 데리고 온거라고. 만일 학생이 지금 데리고 가면 난 학생과 학생 부모가 다시 데리고 가라고 난리쳐도 안데리고 갈거라고. 만일 학생이 이 강아지의 진짜 주인인데 이러는거면 정말 강아지한테 몹쓸 짓하고 있는거라고." 말함.
14.여학생이 알았다면서 데리고 감.
중요 포인트는
분실 날짜(10월 20일)와 발견날짜(11월 8일). 약 18일의 공백.
그리고 유기기간 비례 강아지의 청결 상태. 18일동안 유기되어있었는데 강아지의 청결상태는 너무 깨끗했음.
강아지 특징들 1가지 제외하고 모두 일치.
견주로 추정되는 여학생의 견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모님 드립.
특징의 마지막 피스라 할 수 있는 중성화 수술 여부의 언급 타이밍.
참 싱숭생숭합니다.
저도 강아지를 지금 키우고 있는 입장인데. 지금 제 행동이 잘한건지 못한건지.
제가 너무 억측을 해 여학생을 다그친건지. 만일 저 여학생이 진짜 주인이고 안데리고 가려고 한다해도
실질적으로 그러한 지시를 내리는 건 저 여학생 부모일텐데 너무 여학생한테 강하게 말한게 아닌지.
아니면 아닌거고 맞으면 맞는거지 -_-;
부모님 몰래 자기가 버린건가?
여튼 생명을 좆같이 여기는 사람은 자기도 좆같이 당해봐야할텐데
참 아쉬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