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평이 자자하지만, 어찌됐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일하다가 다치지만 않으면 죽을 일도 없다.(문제는 다칠 수가 있다.)
2. 체력 저질, 근력 저질이더라도 버틸 수는 있다. 어디까지나 '버틸 수만' 있다는 것. 옆과 뒤에서 튀어나오는 불호령과 40kg을 육박하는 쌀포대나 쇳덩이가 나오면 그냥 들 수 있기를 빌자.(다행히 저는 쌀포대 트럭이 걸린 적이 없습니다. 진짜 다행. 요런 포대류 수하물은 지상에서 거의 수십센치 밖에 낑낑대면서 못 올리는 수준의 저질 근력이라서 걱정했는데....)
3. 난이도는 하차>>>>>>>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상차>>>>>분류>스캔.
터미널인지 큰 지역인지로 빠지는 상차는 물량이 원체 많아서 어렵다고 하는데, 이 쪽 지역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그 외 지역은 상차가 훨씬 쉽다. 테트리스 쌓듯이 무거운거부터 차곡차곡 선과 모양이 맞게 쌓으면 된다. 하차는 허리를 피고, 잠시 쉴 시간이 스캔 쪽에서 레일을 멈추거나, 트럭 한대 비운 후 곧바로 다른 트럭이 들어오는 수십초의 시간 밖에 없지만 그래도 상차는 이러한 시간이 훨씬 많다.(하차처럼 무거운거 위에서 꺼내거나 아래에서 들어 레일로 놓을 필요없이 그냥 무거운거 바닥에 내다던지면 끝.) 어찌됐든 상차나 분류 쪽으로 빼준다는 말이 있다면(그런 말이 거의 없지만) 얼릉 그 쪽으로 가라. 스캔은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특수한 경우 아니면 초짜들이 못한다. 주로 경력이 오래 쌓인 만근자들이 하게 됨.
4.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악평들. 인격 파탄자들의 집합소라는 등, 21세기 노예현장이라는 등 여러가지 말이 있지만, 진짜 조폭같이 성격 더러운 인간들도 있고, 진짜 이상한 사람들도 많긴 한데, 여러모로 편의를 봐주는 좋은 분들도 있다. 또, 업무 할당 시스템 자체가 의외로 조선시대 사회제도를 보는 것마냥 합리적인 면도 있다.(물론 택배 물류 업무 조건 자체가 열악한건 사실) 한 예로 젊은 남성 초짜들은 일단 하차 쪽으로 돌리지만,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이나 여자들같은 경우 상차. 분류, 스캔 쪽으로 우선 할당 시켜준다.
5.물통과 마스크 꼭 준비할 것. 정수기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물 마시러 갈 시간이 거의 없다. 해당 물류 센터 안에 자판기가 있다면 거기 도착해서 뽑으면 되지만, 만일 없다면 미리 물을 사가지고 가라. 또한, 기관지가 약하거나 민감한 사람은 꼭 마스크 챙길 것. 안 그러면 다음날 아침 가래뱉고 코풀 때 새까만 타액들을 볼 수 있다.
6.전반전과 후반전이 나뉘는데 초짜들은 후반전 시작 전에 상차로 돌리거나, 상차로 갈 지원자를 뽑을 수 있는데 무조건 상차로 가라.
7.처음 2번~3번까지는 진짜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알 배기고, 피로하고 고통스럽다. 그런데 그 순간만 넘어서면 인간이 적응의 동물이란 말이 체감될 정도로 조금씩 나아진다는 개뿔. 그래도 힘들다.(확실히 출근일자가 누적될수록 다음날 피로도가 경감되는건 사실이긴 함.)
8.사실 아무리 일이 고되고, 자신의 체력과 근력이 저질이더라도 같이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면 진짜 일할 맛이 난다. 잘 못해도 쿠사리 멕이지 않고 격려해주고, 지쳐보인다 싶을 때에는 내 페이스에 맞춰 주면 진짜 너무너무 감사하고, 남은 트럭이 수십대라 할지라도 힘내서 할 수 있을거 같다. 그런데 이상한 사람이나 다혈질인 사람 만나면 ㅠㅠ 그냥 같이 있는 거 자체가 고역.
9.만일 당신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돈내면서 헬스장 다니지 말고, 그냥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해라. 그러면 돈도 벌면서 살도 뺄 수 있다. 진짜 직빵임 ^오^ (이틀 출근하고나서 혹시나 해서 몸무게 재봤는데 69kg에서 66kg 됨) 물론 퇴근하고나서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과 소주한잔에 국밥 한그릇 해치우고, 곧장 잠자리 들면 말짱 도루묵.
결과적으로 한 번 쯤은 해 볼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두 번은 못하겠습니다 ㅠㅠ
애초에 기초체력과 요령이 없으면(일안하면서 뺀질거리는 요령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기술) 말 그대로 몸을 갉아먹는 일이라서.... (저 같은 경우 크게 다친 곳은 없는데, 한동안 괜찮았던 비염이 다시 심해지고, 손가락 마디들이 살짝 맛이 간거 같네요. 엄청 아픔 ㅠㅠ)
만일 하신다면 기초체력을 기르고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