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나이가 한판을 넘기고 나니 왕래가 뜸했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별로 달갑지 않네요.
결국 핑계 밖에 안되겠지만 그 중엔 서로가 바빠서 보지 못한 경우도 있겠고.....정말도 보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끊은 사람도 있는데 얼마전 학교 선배란 양반한테 'ㄱㅎ 맞냐? 프로필보니까 맞는 거 같긴 한데^^ ....중략....' 이라고 카톡 미리보기가 뜨더라고요.
서로 연락 않고 지낸지 수년이 지났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소설을 쓰자면 이런 거겠죠.......
1. ㄱㅎ야....나 결혼한다 (축의금이나 내라고! 그게 니가 할일이야!)
2. 혹시 집에 정수기 있니? (빨리 정수기 한대 놓으라고!)
3. 보험은 좀 들어놨냐? (보험이나 하나 들어줘.....)
4. 나 임신했어 (어??? 너님 남자임)
뭐.....제 스타일상 좀 아니다 싶은 사람은 확 끊어내는지라 걍 내용 확인도 안하고 놔두고 있는데......
대학 재학 시절 그 양반에 관한 기억이 떠오르네요 =_=;
군 전역 후 대학 기숙사 들어가면서 이 양반하고 같이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 사람 정말 무기력하고 의욕도 없어 보이고, 뭔가 목표를 세웠구나 하면 작심삼일이고 =_=;;;;
그래도 저보다 선배이기 이전에 연장자라 지킬 건 지키고, 저한테 부탁을 하면 웬만해서는 들어주는 편이었는데, 가끔 제가 필요해서 부탁을 하면.......'거절'을 합디다??
뭐,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양반이라 그런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는데 이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일본어 교양수업을 신청했는데 마침 타학과 친구가 그 수업을 들었던지라 교재를 넘겨 받고 큰 무리 없이 한학기 수업 잘 들었죠.
그러다 저랑 그 양반이랑 2명이 쓰던 방에 그 양반네 학과 후배가 복학을 하면서 3명이 쓰게 됩니다.(참고로 저와 그 양반하고 학과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후배가 일본어 교양수업을 신청 했습니다. 마침 제가 교재를 갖고 있었으니 흔쾌히 빌려주었습니다. 다만, 제가 필기도 열심히 해놨었고 가끔씩 떠들러 보니 되돌려달라고 했죠.
학기가 끝나갈 무렵 되돌려받았어야 했던 그 교재를 깜빡하고 방학이 되어 저는 집으로 내려옵니다. 선배, 후배 2명은 방학때도 학교에 남았구요.....
그렇게 제가 받았어야 할 일본어 교재가 후배 책장에 꽂혀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선배란 양반이 떠들러 본 모양입니다.
근데 웃긴 게 그 교재의 최초 주인이........바로 그 선배였다는 겁니다 =_=;
룸메 선배 -> 제 친구 -> 저 -> 룸메 후배.......이렇게 돌다가 그 선배가 갑자기 소유권을 주장합니다????????
?????????????
이거 원래 자기꺼니까 자기네 학과 여자 후배한테 주겠대요 =_=;;;;;;;;;
얘길 했죠. '형...그건 좀 아닌 거 같다. 이거 내가 필기하고 공부했던 거라 필요하다.' 라고요.
그런 얘기를 듣고도 결국 갖다 주더군요 =_=;;;; (이 양반이 여자 후배한테 뭘 해보려던 건 아닌 것이 당시 그 양반 여자친구와 동기인 후배한테 주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뭐.....남들이 보기엔 참 뭣도 아닌 일이긴 한데.....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더군요.
이때부터 점점 더 맘에 안들기 시작하다가 이 양반이 졸업할 무렵에 일이 벌어집니다.
학점이 좋은 것도 아니고, 번번한 자격증도 없고.....단지 학번이 높다는 거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양반이라 취업이 걱정된 모양입니다. 대학원은 생각도 없는 거 같고, 전공 살려서 회사라도 취직을 해야할텐데 그런 게 없으니 자기네 학과 조교라도 해야겠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당시 그 양반네 학과 조교가 그 양반 동기였는데, 교체될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교수한테 가서 상의 해봐야겠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시간은 흘러가는데 방에서 게임이나 쳐하고 앉았고.....그래도 룸메라고 걱정이 된 제가 '형....조교할 생각이 있으면 미리미리 찾아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했는데 별 반응이 없을 뿐이고 =_=;;;
그러다 언젠가 혼자 방에서 시무룩해 있는 그 선배한테 '형 교수님은 뵙고 왔어요?' 하고 물었더니 까마득한 여자 후배가 조교 하기로 결정 되었다고 그러더라고요.
'헛........형, 제가 그러게 뭐랬어요? 빨리 가보랬더니...' 라고 제가 말하니 '신경 써주는 척 비웃지 말아라. 짜증나니까.....' 랍니다???????????
순간 어처구니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저는 말 섞기도 짜증나서 아닥하고 그 뒤로 얘기도 안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솔로로 지내고 있어요.....ㅠㅠ
진짜 과거가 기억나서 오랜만에 보고싶어 연락했다면 기분좋은데
갑자기
"돈좀있어?"
"나 결혼해"
"좋은 일자리 알려줄까?" 씹-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