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9시부터 1차에 돼지 갈비집 소주 4병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2차 소주방에서 과일 안주 하나를 두고 소주병이 하나둘씩 넘어지면서 4병이나 쌓여 있지만,
도무지 자리가 끝날 기미를 안 보였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얼마나 알고 지냈다고 그렇게 할 말이 많았으련지.
어쩌면 그녀는 누군가에게 힐링이 필요한... 상황 이였을련지 모르고.
나 역시 이제 어느덧 결혼 적령기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보다는 어두운 쓸쓸함... 적막감이 서로에게
그동안 누군가에게 쉽게 말하지 못한 문제를 서로가 얘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가집니다.
달달하면서도 촉촉한... 그녀의 혀는 내게 있어서 갈증을 잊게 해주는 시원한 물과도 같으면서도
취기를 잊게끔... 속이 더부룩 한 것을 이겨내게끔 서로의 입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서로를 원하고 나중에는 얘기보다 '쪽쪽' 거리는시간이 더 많아진듯 싶었습니다.
아마도 다음날이 주말이였다면...
우리의 만남은 계속 되거나 아침에 모닝 커피를 마시며...
20대 못지 않은 아름다운 밤을 보냈을지는 몰라도.
내일은 평일 목요일이라서 더이상 자리가 길어지면,
내가 출근 하는데 지장이 생길 것 같아 새벽 2시에 자리를 슬슬 정리를 합니다.
(참고로 저는 새벽 6시에서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 합니다.)
남녀가 5시간 동안 소주를 8병이나 마셨으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였을텐데.
쪽쪽 때문인지 저는 하나도 안 취했더군요.
개인적으로 드링크네 안주 좋은 것 보다도... 쪽쪽으로 숙취나 주량 늘리는게 더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제 주량을 넘겼음에도 불과하고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이미 주량을 오버한 상황.
그녀가 하이힐 때문에 저보다 더 키가 큰 상황이니.
내가 생각해도... 남들이 생각해도 참 모양새 안나옵니다.
그녀를 부축하고 계산하면서 소주방을 나오는데,
취한줄 알았던 그녀가 팔짱을 끼며, 미소 지으며 제 어깨에 기대어 나옵니다.
저보다 키도 크고, 제가 남자 치고는 체격도 큰 편이 아니라 부축하기도 힘든데.
기대고 있다보니 그녀의 가슴이 제 팔꿈치에 닿느데...
가슴 속으로 애국가를 얼마나 많이 불렀던지.
학창 시절에도 그렇게 안 부르던 애국가를 4절 까지 부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부축하며 나옵니다.
'택시 타고 집 근처까지 데려다 줄까?'
'그냥 택시만 태우서 보낼까?'
첫 만남에 너무 오버하고 싶지 않아서, 어느 정도 절제된 선에서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내기로 생각을 합니다.
마침 소주방이 먹자골목이라 빈택시가 많이 보여서 택시 잡는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남들 눈에 남자놈이 여자 부축하고 택시 잡는건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제 친구 XX동 까지 데려다 주세요. 잔돈은 안 드려도 되니까 안전하게 잘 부탁 드립니다."
요금은 선불로 미리 드리고, 태워 주고 자동차 문에 다치지 않게 조심히 닫아 줍니다.
요즘 같이 뒤숭숭한 세상이 혹시라도 몰라서 택시 번호도 핸드폰에 적어 두며
적어도 오늘 술자리에 있어서 퍼펙트 게임이 되려고 합니다.
같이 있던 시간은 5시간인데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갔는지.
내일이 주말이라 서로 편하게 보고 싶었다 하는 생각을 가지며 택시가 출발 합니다.
자동차 바퀴가 한바퀴 한바퀴 굴러 갈때마다... 아쉽네 하는 생각을 가지며
돌아서서 귀가를 하려던 찰나에.
한 5초나 지났을까요?
택시가 스더니 그녀가 내립니다.
저는 황급히 그녀에게 뛰어가며 생각을 해봅니다.
'무슨 일이지? 소주방에 뭘 두고 왔나?'
'혹시 택시 기사분이 짖궂게 음흉하게 해서 기분이 나빴나?'
하는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가면서...
그녀를 향해 갑니다.
알: "무슨 일이에요? 술집에 뭐 두고 왔어요?"
녀: "술집은 아니구, 알버트씨 한테 뭘 두고 온게 있어서..."
알: "???"
순간 나한테 뭘 맡겼나?...
그런 기억이 없는데, 내가 많이 취해서 기억을 못하나 하는 생각을 골돌히 하던 와중에.
그녀가 키스를 합니다.
역시 방심을 해서 순종적으로 얌전히 있지만, 그래도 처음하고 다르게 달달하게 합니다.
'첫 키스와 마지막 키스를 만드는 이 감각적인 여자란...'
겨울 심야의 시간에 정적만이 흐르채 택시의 엔진 소리와 우리 두사람의 심장만 울릴뿐.
겨울밤은 계속 시간이 흘러 갑니다.
"우리 친구 하는거지?"
제가 고개를 갸우뚱 하자...
그녀는 말을 계속 잇습니다.
"방금 전에 택시 아저씨 한테 친구라고 했잖아.
우리 친구 하는거야? 나 갈께."
대답을 듣기도 전에 택시 기사는 기다렸다는듯 그녀가 타자마자 고속으로 내 시야에서 없어집니다.
밤새 잠도 못 잔채 새벽 6시 30분에 지친 몸을 일으켜 출근을 합니다.
근데 밤새 그렇게 마시고, 잠을 못 잤음에도 불과하고
숙취 라던지 속이 아프거나 그러지 않네요.
역시 코드가 맞는 사람과 함께 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녀의 입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잘 들어갔는지 궁금해서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서 문자를 보냅니다.
'잘 들어 갔어요?
밤새 즐거웠어요.'
답장이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습니다.
아침이니까 정신 없겠지.
하는 생각에 신경을 안 쓰려고 하지만,
30분이 지나도 1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어 초조해 집니다.
그녀가 여자로 느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1분 1초가 초조해지며
'내가 싫어진건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첫 만남에 실수를 했구나...
여자가 먼저 키스 했다고... 나도 하고 그러고,
더군다나 연애관이나 스킨쉽에 항상 수동적이라고 말한 사람이
정작 말과 행동이 다르니까...
혹시 그녀가 대화 도중에 갑자기 키스를 한게 그걸 확인 해볼려고 그러건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평소하고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보니
사내 동료들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직장 상사가 유심히 보더니 저를 부릅니다.
초조해 하는 사람 처럼 무슨일 있냐고...
한 여자 때문에 고민중이다 라고는 차마 말은 못하겠고,
친구 부모 장례식장 다녀와서 잠을 못 자서 그렇다 라고 하는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제 자리로 돌아 옵니다.
핸드폰은 여전히 답장도 없고..
회사 생활 오래 하면서 내가 이런 실수를 하긴 처음이네 하는 생각과 함께.
초조한 마음좀 바로 잡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바람좀 쐬러 자리를 일어 나려는 순간에
아침 9시 10분과 함께 핸드폰에 낯선 이름의 문자가 옵니다.
'메시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