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시루미
길이 : 중편
수위 : 뽀뽀 (전체연령가라는 소리다)
출판사 : 레진코믹스
완결여부 : 완 (39회)
개인적 평점 : ★★★★☆
알렉&로지
토마스(의사)&오스카&알렉
줄리아&로지
※ 주의 : 본 리뷰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리뷰는 유료부분 컷을 10컷 이하로 제한했습니다.
최근 내가 보는 bl웹툰들이 무슨 베르테르효과마냥 연달아 후두두둑 끝나고 있다.
뭐 가는게 있어야 오는 것도 있는거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즐겨보던 작품이 차례차례 완결되는걸 보고 있으면 상실감을 느낀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끝나면 더욱.
또 보면서 느끼는건 장기연재의 어려움. 한국이든 일본이든 bl은 장편연재작이 극히 적은데, 그 비율이 bl의 장편연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이 딱 그리고 싶은 한 장면을 위해 단편을 맛깔나게 잘 그리는 작가는 많지만, 장기연재는 치밀한 구성과 작가의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기사 웹툰에서 장기 bl이 쉽지는 않겠다. 나는 조건을 모르지만 애초에 사측에 예상연재기간을 말하고 시작한다고 하니 더 연재하고 싶어도 적당히 반년에서 1년 정도 후에는 완결내는게 아닐까?
은퇴한 히어로는 레진에서도 내가 아주 즐겨보는 작품 중 하나인데, 사실 bl에 익숙한 나도 이 작품을 보기 시작하는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썸네일을 보고 "미친ㅋㅋㅋㅋㅋㅋ bl에 수인이라니 이건 진짜 빼박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에게 들키면 이건 진짜 변명도 못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랬던 것이다ㅋㅋ
취향도 아닌 수인물에 형식은 4컷 만화...
실제 bl이라는걸 알면서도 보지 않았고, 그 후에도 이걸 봐야하나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지만...막상 보기 시작하니 재미있다! 그것도 상당히!
사람을 수인으로 표현한 것도 특유의 그림체와 분위기상 익숙해지면 오히려 어울린다.
스토리는 큰 부상을 입어 은퇴한 히어로 알렉산더가 사회에 나오며 겪게되는 좌충우돌 복합로맨스. 히어로 시절부터 사귀는 연인 로지가 있지만 하여튼 엄청난 미남이라 남자들이 막 꼬인다(...)
퇴원 후 로지의 집에서 동거를 하지만 그녀에게 손을 벌려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알렉산더는 디저트샵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연예기획사의 유능하고 젊은 스카우터 오스카는 그런 알렉산더에게 접근해 어떻게든 모델로 스카웃하려 하지만 매번 거절당하는게 일상.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업무로만 생각했지만, 점점 알렉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그를 대하는 감정이 어느덧 사랑으로 변해있다는걸 느낀다.
그러던 중 로지는 중성적인 매력의 여성작가 줄리아에게 호감을 가장한 대쉬를 받으며 그녀에게 점차 끌리게되는데...
묘하게 현실적인 웹툰. 군인 등 특수전문직인이 은퇴를 했을 때, 재취업은 험난하다는 것과 결론은 자영업(...)이라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ㅠㅠㅋㅋㅋ 웃을수가 없다..
아무튼 여기까지해서 알렉이 로지와 이별하고 오스카(나 토마스)와 연결되었다면 다소 뻔하다해도 bl에 어울리는 결과였겠지만..
엔딩을 보고 난 느낌은 "이게 뭐야아아아아--!!!! 빼애애ㅐ애애애ㅐ애애앸!!"
작중에서 알렉과 로지 모두 각자 오스카와 줄리아에게 끌리는 자신을 느낀다. 당연히 나를 포함 bl에 어울리는 전개를 원했던 독자들은 이별! 이별! 을 외쳤을 것이나...
둘 모두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알렉은 게이들의 갖은 음모와 방해(?)를 물리치고 엔딩에서 로지와 결혼하여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졸지에 오스카와 토마스와 남몰래 알렉을 좋아하던 히어로친구 에릭까지 모두 한 순간에 실연...
이럴거면 썸네일을 알렉과 오스카로 하지 말던가!
(나도 그럴거라 생각했다)
사실 엔딩을 보고 조기완결된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허나 이건 내가 bl다운 전개와 반전을 기대해서 그런거고, 작품을 bl로 보지 않았다면 급작스럽다고 느끼지도 않았을터다.
그렇다. 엄밀히 이 작품은 bl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냥 게이가 많이 나오고 게이드립이 성할뿐인(...) 밝은 분위기의 일상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장르를 bl로 규정한다면 새드엔딩 되시겠다. 결국 알렉은 오스카와 이어지지 않았으니까. 작품을 다 보고나면 새드엔딩 특유의 가슴 저릿한 여운이 남는다.
bl은 어딜가나 해피엔딩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으니, 다시 보면 이런 엔딩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의사양반을 좋아했다. 알렉을 좋아하고 추파도 많이 던지면서, 대기업의 후계자인 자신이 알렉과 맺어지질 못할거라는걸 알고 포기하는 현실적인 캐릭터.
생각해보면 난 bl에서 언제나 이런 포지션의 캐릭터를 좋아했던것 같다. 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주인공과 결국 맺어지지 못하는 조연을.
뇌내망상으로는 불가피한 일로 로지와 헤어지고 실연당한 알렉을 의사선생이 몸과 마음으로 위로해주는 전개를 원했는데 히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피 슥)
...다시 생각해보니 전체연령가임. 그런 일은 우리한테 있을수가 없었다.
아무튼 즐겁게 본 작품이었다. 별 반개는 의사양반과 이어지지 못한 엔딩 때문에 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