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유명 웹툰작가와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몇 가지를 좀 알아냈습니다. 그 작가의 말을 듣고 여러 작가의 트윗을 보면서 문제가 되는 작가들은 생각이 비슷한 점이 있더군요.
1. 작가들이 '나는 예술인'이라는 자부심에 젖어있다.
청강대 등 대학 학과에서 뭘 가르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예능계열이라 어린 나이에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선민의식 등 자부심만 있고 겸손을 잘 모릅니다.
사회생활 오래 해본 사람은 다 알겁니다. 사람은 나이 먹을수록, 내가 잘난 사람일수록 더더욱 겸손, 또 겸손해야한다는걸.
2. 막상 뭐가 문제인지, 왜 이렇게 일이 커졌는지 자초지종을 잘 모른다.
그러니까 얘기가 엇나갑니다. 사람들은 '메갈'에 분노하는건데, 막상 본인들은 메갈 생각 안해봤으며 그냥 넥슨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식으로만 생각한더군요. 그러니까 일이 왜 이지경이 됐는지 제대로 알아본 사람이 없었다는 소립니다. 왜 사람들이 이렇게 화가 났는지 잘 몰라요.
그 티셔츠를 메갈에서 만든건데, 문구는 순수 페미니즘 자체니까 그 티셔츠 입었다고 김자연 성우를 자른 넥슨 무조건 보이콧! 우리 욕하는 독자는 뭐가 문젠지 몰라! 이 생각 가진 사람이 많았어요. 막상 메갈 얘기하면 '관심 없어서 잘 모릅니다' 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다수입니다.
3. 친목질이 인생 망치는걸 모른다.
답답합니다 진짜. 원래 예능쪽이 한다리 건너 다 아는 사람들이고 선후배로 연결된 사이라, 어느정도는 이해하는데...
근데 이건 진짜 한숨만 나오는게, 친구 작가가 욕 먹었다고 격분해서 내가 더 험하게 썼다가 살생부에 적히고, 또 다른 작가는 그거보고 편들었다 독자와 싸우고 그런 식이에요.
사회생활 해본 사람은 다 알겁니다. 인생에서 이런 친목질은 진~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거. 웹툰 작가들 끼어들 생각 없다가도 자기랑 친한 작가가 욕먹었다고 자꾸 참전하고, 독자들이랑 싸우니까 뒷얘기가 늘어나고, 그러다보니 사태가 이렇게 커진거덥니다.
4. 보기 싫으면 보지 마라는 말을 아주 함부로 한다.
젊어서 작가가 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회사측에서 받는 돈이나 외주가 많아서 그런가 이런 말이 참 쉽게 나옵니다.
작가는 서비스업이고 엔터테이먼트업인데, 어떻게 보기 싫으면 내 작품 보지 말라는 소리가 나옵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작가는 독자에게 그런 소리 하면 안되는겁니다.
5. 웹툰작가들에게 한마디하자면, 독자에게는 무조건 진다고 생각하라.
작가 입장에서 굉장히 억울하고 화날수도 있겠고, 그래서 굽히지 않으면서 속으로는 이쯤에서 적당히 진정됐으면 좋겠고 할텐데. 작가님들은 끝까지 자존심 지키겠다고 독자랑 싸움하고 있는겁니다.
방법이요. 독자에게 무조건 지면 됩니다. 옛날 내가 어머니와 가끔 싸울 때, 어머니의 틀린 점을 지적하면 어머니는 나에게 "집 나가"란 표현으로 응수하셨어요. 그럼 나는 깨갱하곤 했죠.
결론은 작가님들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인겁니다. 설령 진짜 분하고 억울해도, 그 때만 참고 사과하면 독자들은 돌아옵니다.
자존심과 밥그릇을 바꿀래요? 독자와 싸워서 이길 생각하지마세요. 진심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