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스톤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피해망상에는 진실이 담겨있다.” 뼛속까지 축구팬인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가 한 말이 어떤 뜻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매우 미심쩍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아왔다.
물론 내가 모든 것을 의심하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음모론’이 어떤 ‘기관’들과 관련 된 사항이라면 그에 대해서는 믿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정부, 경찰, 미디어, 축구 관련 단체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망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의 이런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하고 있다. (리버풀 팬들에게 있어 힐스보로 참사의 진실이 보도 된 것과 달랐다는 점이 밝혀 진 것이 놀랄 일이 아니듯이.)
축구계에 있어, 나의 이런 의심은 더 이상 개인의 ‘의심’에 머물지 않는다. 거의 ‘상식’화 되어있다.
최근 몇년동안 유럽 전역에서 수 많은 승부조작 스캔들이 일어났다. 이탈리아의 여러 클럽을 비롯하여 독일에서 있었던 호이저 사건 (로베르토 호이저, 크로아티아 마피아와 결탁하여 승부조작, 스포츠 토토로 돈을 벌었음.)이나 리그 우승 트로피를 박탈당하는 소동으로 번진 페네르바흐체의 승부조작사건, 스페인 2부리그의 스캔들, 마르세유의 승부조작, 포르투의 승부조작설 등등등…
물론 적어도 현재까지 잉글랜드 축구에서 이런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없다. 소위 말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리그’는 흠 하나 없이 깨끗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는 차치하고, 이런 단순한 질문을 한 번 해 보자. 전 유럽에서 저런 스캔들들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고 ‘가장 큰 상금이 걸려있’고,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 구단주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미디어 재벌들이 구단의 주주로 있’는 특정 리그가 그런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큰 이권이 걸린 시장이 그토록 오랫동안 아무런 추문 없이 ‘깨끗’하게 유지 될 수 있을까?
EPL이라는 리그는 그런 스캔들을 묵살하기위하여 이중잣대를 적용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관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우월하다는 ‘철저한 자기 중심적인 신념’이 그 배경에 숨어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해외에서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잉글랜드에서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명제가 의심할 여지 없이 참인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빙은 외국 선수들의 고질병’이라던가 ‘우루과이가 바로 인종차별의 근원지’라던가. 반면 잉글랜드는 바로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관용의 중심지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잣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잉글랜드에 살면서 수많은 부정들을 (하원 의원의 뇌물수수, 금융분야의 부정, 이라크 전쟁 참전,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휴대폰 해킹사건, 힐스보로참사, 게리 콘론 사건, 버밍험 6사건 등) 보아왔기에, 잉글랜드 축구계 역시도 다른 유럽 축구계와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것이 잘못 된 것인가?
나는 1986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축구를 보고있다.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심판의 판정으로 득을 보는 모습을 보아왔다. 이런 현상은 거의 매주 일어나기에 사람들은 그런 부정에 면역이 되어, 웃어넘기게 되기에 이르렀다.
나는 알렉스 퍼거슨이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경기에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도 보아왔다. 그의 아들인 대런 퍼거슨이 프레스턴 노스엔드 감독에서 잘렸을 때, 알렉스 퍼거슨이 딥데일 (프레스턴 노스엔드 홈구장)으로 임대를 보냈던 선수를 즉시 불러들이는 모습을 보고 멍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당시 스토크시티 역시도 즉시 임대선수를 불러들였는데, 그런 결론을 내린 스토크의 감독, 토니 풀리스는 퍼거슨의 친구이다.
자 그럼 이런 일련의 사건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알렉스 퍼거슨과 그의 아이들을 건드리면 처벌 받는다는 것이다.
아니, 퍼거슨 가(家)만이 성역이 아니다. 정확히는 퍼거슨과 그의 친구들이라고 해야 하겠다.
은퇴한 심판인 제프 윈터가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가 심판을 본 경기에서 로이 킨을 퇴장 시키자, 알렉스 퍼거슨이 날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그 결과 2년이나 맨유경기에는 심판을 볼 수 없었다”, “FA는 퍼거슨에게 비난 받은 심판을 맨유 경기 주심으로 뛰게 하는 데에 매우 소극적” 이라고말이다.
자, 저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자. 퍼거슨은 자신의 클럽에 불이익을 준 심판을 비난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것은 그의 팀이 졌을 때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비난이 나오면 FA는 해당 심판을 맨유경기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다시 말해, 맨유경기에서 주심을 보는 심판들은 맨유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리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다.
맨유에 대해 ‘퍼거슨이 부당하다고 여기는’ 판정을 내린 심판은 맨유 경기 주심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공평한 처사가 아닌다. 그것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고, 정의에 위배되며, ‘잉글랜드 리그의 방침’에 위배된다. 그리고 이런 ‘심판 선택’은 2006년에 있었던 유벤투스의 칼치오폴리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양상이다.
나는 윈터의 그런 말을 듣고, 지난 10여년동안 맨유가 가장 크게 반응한 패배에서 어떤 심판들이 주심을 보았는지를 확인 해 보기로 했다.
첫번째로, 2009년에 있었던 4-1패배 (리버풀 승)를 보자. 이 경기에서 주심 앨런 와일리는 양 팀에게 모두 PK를 주었고, 네마냐 비디치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상기 3번의 큰 판정은 모두 정확했으며, 스카이 TV의 해설자인 앤디 그레이는 와일리의 정확한 판정을 칭찬하기까지했다. 알렉스 퍼거슨 마저도 그 판정에 의의를 제기하지는 못했다.
그 해 하반기, 앨런 와일리는 맨유와 선덜랜드가 2대 2로 비긴 경기에서 주심을 맡았다. 이 경기에서 그는 선덜랜드의 리차드슨에게 레드카드를 꺼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에게 ‘뚱뚱하고 경기에 뛸 자격이 없는 심판’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그리고, 와일리의 심판 경력은 거기서 끝나게 되었다. 앨런 와일리 본인의 위키피디아에도 나와 있지만, 그는 그 시즌이 끝나고 나서 마지못해 ‘은퇴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누구’와 합의를 보았는지는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지난 시즌, 맨유는 홈구장인 OT에서 맨 시티에게 6-1의 역사적인 대패를 당하였다. 그들의 가장 큰 라이벌에게 당한 패배였기에 고통은 더 컸고, 퍼거슨 역시도 크게 당황했다. 이 날 주심을 담당한 사람은 마크 클라텐버그였고, 그는 후반전에 조니 에반스를 퇴장시켰다.
그리고 그 날로부터 리그 경기로만 34경기가 지났다. 그리고 그 (클라텐버그)는 이후로 맨유경기를 몇 경기나 담당했을까? 0경기다. 단 한 경기도 맡지 않았던 것이다.
FA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클라텐버그가 맨유 경기 주심을 맡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해망상’이 있는 부류라면 그 FA 뒤에 누가 있는 지 궁금 해 할 터이고. 반면 FA는 맨유경기 주심으로 하워드 웹을 선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꺼리낌이 없다. 오히려 웹의 경우에는 맨유의 6-1대패 이후로 맨유 경기에서 가장 자주 주심을 맡기까지 했다.
하워드 웹의 맨유전 주심 경력에 대해서는 잘 알려 져 있다. 음모론을 이야기 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워드 웹이 EPL의 심판이 된 뒤, 전 경력(물론 EPL)을 통틀어 그가 선언한 PK 판정 중 18%가 맨유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9년간 18%가 특정 팀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지금껏 우리가 발견 해 낸 것들을 종합 해 보고자한다. 우리는 은퇴한 EPL 심판이 ‘공개적으로’ 진술한 내용 (맨유 선수를 퇴장시킨 뒤, 2년간 맨유 경기에 심판을 맡지 못함)을 들었고, FA가 맨유의 감독이 비난한 심판들에게 맨유 경기를 맡기지 않는 경향성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맨유가 대패한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심판이, 다른 맨유전 판정으로 인하여 퍼거슨에게 비난을 받은 1년 뒤, 누군가와 ‘은퇴하기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는 점 역시 알게 되었다. 그 뿐 아니다. 마찬가지로 맨유가 대패한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다른 심판은 34경기동안 맨유 경기를 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 뿐인가. 맨유 경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주심을 맡는 심판이 가장 자주 (본인의 EPL 경력 전체를 봐서 18%나 되는 빈도로) 맨유에게 PK를 주는 심판이라는 점 역시 알게 되었다.
우리가 언급하지 않는 중요한 팩트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맨유의 CEO가 잉글랜드 FA의 수뇌부에 있다는 점이다. 또한, 알렉스 퍼거슨은 축구계 뿐 아니라 정치계와도 매우 깊은 교제를 하고 있으며 (만약 이 말이 음모론으로 보인다면 앨리스터 캠벨의 수기를 읽어보라), 이런 막강한 커넥션의 힘은 바로 대런 퍼거슨이 경질되었을 때 그가 그의 친구들을 이용하여 프레스턴 노스엔드를 괴롭힌 방식을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나는 점점 판정들이 맨유에게 유리 해 지는 방향으로 변질되어간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핸드폰 도청을 통하여 칼치오폴리를 밝혀 낸 바 있다. 그러나 “세상 어디보다도 깨끗한” 잉글랜드에서는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을 ‘피해망상 환자’라고 비난한다.
왜일까?
이 나라에서 스포츠를 운영하는 주체들을 곰곰히 따져보면 이해가 쉬울 지도 모르겠다. 루퍼트 머독이 운영하는 스카이 그룹은 EPL에 의존하고 있다. 그가 소유한 또 다른 매체가 바로 ‘더 선’ 등이다. 잉글랜드의 ‘미디어’들은 자신들의 가장 큰 캐쉬카우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만약 EPL에서 승부조작 등의 스캔들이 일어난다면 미디어와 클럽들에게 어떤 영향이 갈 지 상상을 해 보자. EPL은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리그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그런 EPL에게 큰 타격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은 그들의 가장 큰 캐쉬카우인 맨유가 될 가능성이 높고, 맨유의 타격은 미디어에게 있어 괴멸적인 충격을 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것들은 표면화 되지 않고, 심판의 편파판정은 대수롭지 않게 취급되는 것이다.
맨유가 뒤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신만이 알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조사를 하는 순간 전 잉글랜드의 축구계가 당신에게서 등을 돌릴 것임은 확실 해 보인다. 프레스턴이 당했듯이 말이다.
원문 : http://diminbeirut.typepad.com/my-blog/2012/09/the-truth-is-out-there.html
출처 : 프리미어 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