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쯤~
광화문 교보문고에 있던 일이에요.
주말 취미가 교보문고에 가서 베스트셀러들을 읽는거라
그날도 어김없이 집안일을 끝내고 교보문고로 갔죠
마음에드는 책을 잡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데 바로 앞에
왠 커플이 앉아있는겁니다.
스쿨룩패션이 정말 어울리는 이쁘장한 여자학생과
왼쪽 팔뚝에 태극기가 박혀있고 왼쪽 가슴엔 뚜렷하게 헤븐이라고 수놓여진 청자켓을 입고있는 남자학생이었는데 둘다 많아봐야 고등학생? 아니면 대학교 새내기처럼 보였어요~
남자학생은 책을 읽고, 여자학생은 애인 팔뚝을 꼬옥 끌어안고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자고 있더라구요.
불편할만도 할탠데 남자는 아무런 내색도 않고 독서하는데, 여자친구가 치마를 입어서 그런지, 붉은색 점퍼로 다리를 덮어주기까지 하더라구요. 그 둘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그렇게 한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고 5시30분쯤 됬을 때, 여자가 일어나더니 배고프다고 하더군요.
"오빠- 나 배고프다. 밥먹으러가자"
"밥? 그럴까? 근데 나 만원밖에 없는데?"
"헤헤 그럼 오빠는 굶어!! 내가 먹을래*^^*"
"많이배고파?"
"응, 많이 고파 ㅠㅠ"
"이런ㅎㅎ 햄버거라도 먹으러갈까?"
"응!"
부럽더라구요. 어쩜 말도 저렇게 살랑살랑 사랑스럽게 하는지, 우리 신랑이랑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흑흑 T^T
두 학생의 대화를 듣다보니 왠일인지 저도 출출해지더라구요.
저도 본의아니게 두 아이를 따라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 때, 일이 터졌어요
갑자기 어디선가 고막을 울려버리는 꼬마아이의 울음과 땡깡..
얼마나 컷던지 문고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였죠.
대충 상황을 보니까.
좀 지저분하게 옷을 입고있는 남자아이가 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땡깡을 부리고 있고, 그 아이를 남루한 옷차림의 중년부부가 난처하게 보고 있었어요.
남자아이 손에는 좀 두꺼운 유아용 만화책이 두어권 들려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값이 꽤 나가보였어요. 엄마로 보이는 여성분이 아이를 때리면서도 달래려 했지만 아이는 막무가네로 "사주기로 했잖아!! 왜 안사주는데!!"라면서 악을 쓰고, 아빠로 보이는 남성분의 표정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참담해 보였답니다..
바보가 아닌이상 어느정도 상황 파악이 됬죠. 아이에게 책을 사주기로 왔는데 생각보다 책값이 비쌌던 모양입니다. 이런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가족의 옷차림을 보니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집인듯 보였구요..
한 5분정도 난리가 더 났습니다. 보다못한 문고 직원이 남성분께 가서 뭐라뭐라 하는데 남성분은 고개만 떨구고 계시더라구요.. 얼마나 맘이 아프던지...
가서 도와줄까 했는데 왠지모르게 꺼려지더라구요.. 그냥 무시하고 갈까 했는데!!
아까전 책을 읽던 귀여운 커플의 남학생이 직원과 남성분의 뒤쪽으로 걸어갔고 같이 있던 여학생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구경꾼들 사이에 다소곳이 서있더라구요.
여튼, 남성분 뒤에 서있던 남학생이 주머니 속에서 만원짜리를 꺼내곤 남성분을 부르더라구요
"저기요 아저씨. 아까전에 만원짜리 떨어트리셨는데요? 저쪽에서 떨어트리셨는데 그냥 가시길래... "
순간 아~ 하고 작은 탄성이 나왔습니다. 감격먹었달까요 .ㅠㅠㅠ
근데 그 남성분은 대충 눈치를 채셨는지 머뭇거리면서 받질 못하는겁니다.
같이 있던 여성분도 아이를 안은채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구요.
그때, 남학생의 일행이었던 여학생이
"저도 봤어요- 떨어트리셨더라구요 아이 뛰어가는거 쫒아가시느라 모르셨던거 같던데~ 정말이에요~"
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남성분이 고개를 숙이면서 돈을 받더라구요
계속 감사하다고 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이뻐요.. 아버지인 남성분의 자존심(?)도 지켜주고...
정말 생각 깊은 아이들이었던거 같아요 ㅠㅠ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 돈을 건내준 남학생이랑 여학생은 다시 팔짱을 끼곤 싱글벙글 웃으면서 후다닥 계단을 올라가더라구요.
조금있다가 따라 올라가보니 두 학생이 붕어빵 세마리를 사선 나눠먹고 있는겁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한마리씩 입에물고 한마리 더 먹으라고 서로 미루는 그 모습이 얼마나 이뻐보이던지....
먹으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둘은 싱글벙글 웃고만 있더라구요
분명 밥값을 털어서 준걸탠데도 말이죠 ㅠㅠ
너무 이쁜나머지 슈크림붕어빵으로 한봉지 사서 주고 왔답니다 ㅠㅠ
아까 그 모습 봤는데 감격먹었다면서 하구요~~
밥 안먹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니까
여학생이 헤실헤실 웃으면서 "오빠랑 저는 집에가서 먹으면되요^^"
라고 사랑스럽게 말하더라구요.
십여분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 하는 내내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어요. 요즘애들 답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었달까요..
그리곤 슈크림붕어빵 정말 감사하다고 꾸벅꾸벅 인사까지 하는데
제가 되려 부끄러워 질 정도였죠...
집에간다고 또 다정하게 팔짱끼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었어요^^
참 이쁜학생들 만나고 와서 기분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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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펌
소설냄새가났지만 원본글을 보고 인증들도보니까 진짜였네요
http://m.pann.nate.com/talk/pann/200461863&order=N&page=1
지금은 저때의 인연으로 이야기주인공들과 글쓴이는 조카이모 하는사이라고.
사실이면 진짜 훈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