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알다시피, 이명박 대통령은 자수성가한 정치인이다. 이명박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은 그야말로 헝그리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에도 못갈 뻔 한 걸, 장학금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얼마전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명박과 자신의 가난한 유년시절을 회고하며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다.
"대통령과 나는 처절하게 배가 고파봤던 사람으로, 그걸 경험 못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설명하던 최 위원장의 말이 멈추는가 싶더니, 잠시 후 예기치 않았던 울음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밥을 굶는 바람에 술도가니에서 찌꺼기를 얻어먹고 학교에 갔다는 이 대통령의 유년시절 일화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다가 감정이 북받쳐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만 것.
(연합뉴스 5월5일자)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도 가난한 사람만 보면 눈물을 흘린다. 시장의 할머니를 만나 목도리를 둘러주며, 장애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현 정권의 실세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 정치로 달려가고 있다. 이 모순을 그저 인격적 사악함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그저 악어로 간주하기엔, 사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들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를 짓밟는 패륜적 행동도 서슴치 않으며, 노란색 물건을 압수하는 치졸함을 보인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
한 후배와 대화하면서, 가난했다가 성공한 지도자가 더 무섭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겪어본 놈이 잘 안다고, '가난의 경험'을 서민과 민중을 이해하는 자양분 삼아 통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노무현 전대통령이 후자에 가까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을 봤을 때, 자수성가한 지도자가 얼마나 더 나쁠 수 있는지 느끼게 된다. 대한민국의 부유층들은 대부분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을 거쳐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막대한 부의 창출로 '시간이 지나면서 잘 살게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급속한 토지, 주택가 상승을 생각해보라. 그래서 졸부로 간주되는 부동산 부자들이 많고, 문화적으로 덜 떨어지는 부자들이 많다. 이들이 형성한 천박한 문화를 가리키기 위해 '천민자본주의'란 말을 쓰기도 한다.
차라리 날 때부터 부유한 이가 지도자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부모 덕을 보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자신이 성공한 것에 '운명'이 개입했다는 것을 알 수 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도 이렇게 비아냥 댈 수 있다. "네가 부모 잘 만나서 그런 거 아니냐"고. 다시 말해 이들의 성공은 100% 노력이 절대 아니다. 상당 부분은 그저 주어진 운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성공을 100% 자신이 잘 난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지도자들이 서민들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반면 이명박이나 최시중 같은 지도자들은, 자신의 가난을 '극복한' 케이스이다. 이들은 현재의 가난한 서민들에게 "왜 너희들은 여전히 가난한가. 너희도 나처럼 될 수 있다. 열악한 환경이라도 노력해서 되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다. 결국 어떻게 되는가? 사회의 열악환 환경을 굳이 개선해야할 필요를 못느끼게 된다.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에 대해 별로 실감하지 못한다. 그저 "가난해서 억울하면 빡세게 일하고, 눈높이를 낮춰라", 이 딴 소리 밖에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서민들을 보고 눈물을 잘 흘린다. 당연하지 않은가? 가난을 겪어봤으니까 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서민들을 위한 눈물이 아니라,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회한을 담은 눈물이다. 또한 자신이 지금 가난한 처지에 있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담겨있는 눈물이다.(이들의 기독교적 '기복신앙'은 이러한 마음을 더더욱 정당화한다!) 이들의 부는, 쟁취한 것이다(정당한 방법이든 부당한 방법이든..) 따라서 그들의 부를 지키기 위해 매우 악랄한 방법도 서슴치 않는다.
우린 일상에서 말한다. '가진 자의 여유'라고. 어느 정도 부유하게 큰 젊은이들은 가진 자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고 자신이 부유한 것에 대해 일말의 '부채의식'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이들은 이런 '가진 자의 여유'마저 없다. 그래서 아주 악다구니이다. 자신의 것을 빼앗길까봐 불안해하고 안달한다. 그리고 괜히 가진 자의 상징인 미국을 쳐다보거나 한다. 이들은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 어쩌다 부와 권력을 얻게 된 노예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서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민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부와 성공을 '정당화'할 뿐이다.
그래서 자수성가한 지도자가 위험하단 결론을 내려본다. 따라서 우린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이 세상엔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어떻게 성공'했느냐, 성공한 뒤에 어떻게 살았느냐를 좀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표를 준다면, 정당하게 성공하고, 성공한 뒤에도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제대로 사는 사람을 찍어야 할 것이다.
2009.06.01 모대학 정치학과 교수 <자수성가한 지도자가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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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쓴 글입니다
요약하면
'사회가 변화가 필요한게아닌 너의 노오오오오오력이 부족한거야' 를 만들어 낸사람
다만 2009년에 쓴글이라 다음해에 박근혜가 될걸 예상못하고 쓴부분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