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nyAion MY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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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조전기] 고사조전기 STAGE.10 「전기」 (0) 2025/06/07 PM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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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다, 실로 싸우기 쉬워.」

제미니라를 베어넘기며, 우타팔은 쾌감을 외쳤다. 노퍽에서의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진 속에서 고립되어 있던 가리온은, FDX팀의 지원을 받아,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고 있었다. 왼팔의 자마다르로 적기를 꿰뚫고, 오른손의 칸자르로 마지막 일격을 가한다. 폭발하며 산산조각 나는 제미니라의 화염 속에서 빠져나오는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주변의 제미니라 무리는 그에게 빔포구를 겨눴다. 그러나, 공격을 가하기도 전에 그들은 쓰러졌다. 리에타의 게슈펜스트가 블레이드ㆍ레일건을 찔러넣고, 지머의 가다이드가 스플릿 미사일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전선에서 싸우는 우타팔기에 대한 커버를, 과거에 적이었던 FDX팀은 정확히 하고 있었다. 우타팔은 등 뒤에 대한 걱정 없이 다시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아, 진짜! 싸우기 힘들어 죽겠네!」

우타팔기를 옆에서 조준하던 제미니라를 격추하며, 리에타는 소리쳤다. 평소라면, 생각한 대로 적진에 뛰어들기만 해도, 말 없이 동료 기체가 자연스럽게 연계해주곤 했다. 리에타 본인은 주변 상황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이에 DC의 아군 기체가 그녀보다 먼저 나아가고 있었다. 사격 무기를 지니지 않은 하얀 가리온이 고립된다면, 순식간에 격추당할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리에타는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솔한 첫마디 후 바로 통신 회선을 끊어버렸기 때문에, 불평과도 같은 외침은 우타팔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뭐랄까, 평소랑 다를 게 없는데요.」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지머였다. 베스너와 오세니도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감상을 품고 있었다.

FDX팀의 기본 전술은, 무언(無言)에 의한 연계을 전제로 구성되어 있다. 즉, 리에타가 전선에서 마음껏 날뛰고, 뒤쪽의 세 기체가 그것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노퍽에서의 싸움에선, 평소의 그녀의 역할을 우타팔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뭐야, 하려면 할 수 있잖아.」

오세니는 놀랐다. 우타팔기를 노리고 있던 제미니라를, 리에타가 정확히 격추한 것이다. 무난하게 후방 지원을 해내는 아군 기체의 모습은 의외였다.

「그렇군…… 평소에 하는 스스로의 행동을 되짚어보면, 정확한 지원도 할 수 있다는 거겠지.」

베스너는 그렇게 납득했다. 그 추측은 옳았다. 평소 스스로의 행동을 떠올린다면, 어떤 지원이 효과적인지, 리에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판단이 이성적인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 대해, 베스너는 감사를 느낄 정도의 기분이었다.

적진에 돌입해 날뛰는 전위는, 한 기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두 사람이 동시에 그런 행동을 하면, 버틸 수가 없다.

전장에 있는 다섯 명은 각자의 생각이 다르면서도, 연계하여 제미니라를 구축(驅逐)해 나갔다. 전황은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역시 대단하네~…… 지구인의 전투능력은」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이 전장에 있는 여섯 번째 인물이었다. 다만, 그녀는 지구인류종에 속하는 자는 아니었다.

슈리코라는 개체명과 묘령(妙齡,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으로 보이는 외모, 그러한 그녀를 분류하자면, 지구 외 지성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스펙터라 불리는 자들과 같은 조직(政體)에 속한 존재이지만, 그들 사이에도 지구 인류가 아직 알지 못하는, 입장의 차이가 존재했다.

고고도에 체공 중인, 다양한 센서를 무효화하는 기능이 탑재된 정찰기. 그 내부에서 지상의 전투를 관찰하고 있던 슈리코는, 지금껏 데이터로만 알고 있던 지구인의 특성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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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지상의 적을 소탕한 FDX팀은, 상공으로 이탈. 크레에에 회수되었다. 그 광경을 모두 기록한 슈리코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함선을 움직여도 괜찮겠네~. 골라이큰르 입장에선, 월가의 첨병에게도 빚을 하나 지게 만들어놔야지 않겠어~」



머리 위 슈리코와 마찬가지로, 지상의 우타팔도 미소 지으며 크레에를 배웅하고 있었다. 죽음을 각오한 전장에 나타난 죽은 자들. 그들은 우타팔에게 있어 고사조가 아닌, 삶을 가져다준 존재가 되었다.

「언젠가는 빚을 갚지 않으면 안되겠군, 두르가여」

통신기 너머로 들려온 리에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다음에 마주칠 때, 그녀가 아군이든 적이든, 그 자리가 전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두르가(*1)―― 전쟁의 여신의 이름은,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야말로 어울린다. 우타팔은 그리 생각했다.
*1 두르가 : 힌두교의 전쟁과 보호의 여신


◆◆◆


「이, 괴물자식들……」

탁한 붉은 시야 너머에서, 이형(異形)의 존재가 꿈틀거린다. 전신(全身)이 식물성 물질로 이루어진, 추악한 괴물 무리. 아인스트―― 그것들을 가리키는 이름을, 이때의 올레그ㆍ나자로프는 아직 알지 못했다.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지구연방군, 노이에 DC, 인스펙터, 섀도우 미러가 뒤엉킨 난전의 랭글리 기지에 갑작스레 출현, 모든 세력에게 공격을 가해온, '적'이라는 것 뿐이다.

무슨 일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올레그기는 몸통을 아인스트의 촉수에 강타당했다. 산산조각난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프레임이, 헬멧에 직격. 운 나쁘게도, 이때 올레그는 실드를 개방한 상태였다.

상처 입은 얼굴에서 흘러나온 피가, 시야를 붉게 물들인다. 그러나, 흥분이 고통을 느낄 틈을 주지 않았다. 올레그에게 그것이 피의 붉음인지, 주변 동료 기체를 불태우고 있는 화염의 붉음인지, 이제는 구분할 수 없었다……

오퍼레이션ㆍ플랜태저넷―― 연방군과 노이에 DC의 랭글리 기지 탈환 작전은, 여러 음모자들이 관여한 끝에, 모든 세력에게 예측불가능한 결말로 향하고 있었다.

애초에, 노이에 DC가 지구연방군에게 대등한 동맹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섀도우 미러라는, 이능의 부대를 전력으로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빈델ㆍ마우저 대령이 이끄는 섀도우 미러는,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니다. "지극히 멀지만, 한없이 가까운 세계" ――이 세계와 매우 비슷한 평행 세계로부터, 차원전이장치를 이용해 온 내방자(來訪者)였다. 다른 세계의 테크놀로지는, 노이에 DC의 새로운 힘이 되어, 반 대령에게 지구연방에 대한 항전을 결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전력을 경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션ㆍ하르페를 통해 성립된 글라스만 정권은, 노이에 DC와의 화평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어떤 계산 위에서의 선택이었든, 섀도우 미러는 인스펙터에 가담했다. 노퍽 전선을 우회한 아치볼드 부대와 함께. 이로 인해, 오퍼레이션ㆍ플랜테저넷에 참가한 노이에 DC의 전력은, 절반 이상이 적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연방군과 공투하고 있다지만, 제대로 된 싸움은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인스펙터 세력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던 그때, 아인스트가 출현한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출현이 확인되고 있었지만, 아인스트의 행동원리는 여전히 불명이었다. 무원칙한 것처럼 밖에 보이지 않는 파괴를 극한까지 자행하며, 이형의 무리들은 전장 자체를 붕괴시켜 나갔다.

혼전 속에서, 반 대령은 손상된 기함을 인스펙터 진영 내부로 돌진시켜 자폭했다. 라이노세라스급 육상전함 그 자체를 특공 병기로 삼은 것이다. 지구를 침략한 이성인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동포들이 전장에서 탈출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혼전으로 인해, 랭글리 기지가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인스펙터는 철수했다. 그들에게 동조했던 섀도우 미러와 아치볼드 부대도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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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군의 부대들도 모함을 회전시켜, 철수하였다. 노이에 DC의 부대 중에도, 운이 좋은 자들은 그 모함에 수용된 듯했다.

그러나, 지옥의 솥 안에 남겨진 자들도 있었다. 반 대령 직속 부대, 올레그와 그 부하들. 돌아갈 모함도, 싸워야 할 적도 모두 사라진 채, 그들은 전장 한가운데에 남겨졌다.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한 아인스트의 무리들 속에.



「니콜라스! 알! 프랭크!!」

비명과 함께, 부하들로부터의 통신이 하나씩 끊겨간다. 올레그는 파손된 헬멧을 벗어 던지며, 그들의 이름을 외쳐 불렀다. 그러나, 응답하는 자는 없었다.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자는, 이 랭글리 기지에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이, 괴물자식 놈들…… 나는! 나는 죽지 않아!」

올레그는 아직, 삶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전장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는 필사적으로 기체를 조종했다. 모든 무장은 잃어버렸고, 진로를 가로막는 아인스트를 배제할 방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러스터를 분사하고, 테슬라ㆍ드라이브를 풀가동시켜, 생존으로 이어지는 길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아인스트의 공격은 맹렬했다. 촉수가 가리온의 머리를 산산조각 내고, 몸체를 꿰뚫었다. 장갑판을 찢고, 콕핏 내부로 칩입해 들어오는 이형의 마수(魔手). 자신의 피로 시야가 가려진 올레그에게, 그조차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그때까지만 해도 제한적인 목격 사례로만 확인되었던 아인스트는, 오퍼레이션ㆍ플랜태저넷에서의 개입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인스펙터 사건】이라 불리게 되는 이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인스트의 존재로 인해, 종식을 향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행동원리가 불명확한 아인스트는, 전투 능력을 지닌 자들에게만, 적대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섀도우 미러를 받아들인 인스펙터 세력은 지상에서 철수하고, 반 대령의 주류파(主流派)를 잃은 노이에 DC는 근거지인 어스크레이들에 틀어박혔다.

각 세력은 아인스트를 요격하는 데 전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전장은 각 거점 주변으로 한정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역이용한 이들이 있었다. 극동 방면군의 하가네와 히류改였다. 그들은 아인스트와 교전하면서도, 전란을 끝내기 위해 부대를 두 갈래로 나누었다.

랭글리에서 함을 중파당한 하가네의 크루는, 같은 스페이스 노아급인 쿠로가네에 탑승해, 어스크레이들로 향했다. 반 대령 사후의 노이에 DC가, 플랜태저넷 전시 협정을 맺은 연방군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섀도우 미러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 히류改는 인스펙터를 추격하기 위해, 우주로 향했다.



이 시기, 오퍼레이션ㆍ플랜태저넷의 지원에서 복귀한 FDX팀 또한, 남유럽 지역과 그 주변의 연방군 기지에 출현하는 아인스트의 요격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


다섯 번째의 전이출현을 격퇴한 뒤, 적의 공세는 일단락된 듯했다. 긴장과 초조 속에서 수십 분간의 대기 상태를 지나, 베스너는 그렇게 판단했다.

「일단, 아인스트의 출현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 교대로 휴식을 취한다.」

아인스트와의 교전 시, 통신을 봉쇄하는 유효성은 낮다고 추측된다. 군용 코드에 의한 스크램블 회선을 통해, 베스너는 동료 기체에 육성으로 말을 건넸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네.」

그 목소리는, 고트 함장이었다. 통신기 모니터에는 <오프쇼어 네스트>(*2), 특무함 코르보니드를 나타내는 콜사인이 표시되고 있었다.
*2 Offshore Nest : 해외 거점, 외딴 기지, 은신처 등을 의미

이 때, FDX팀의 작전 지역인 튀르키예 지구 인질릭 기지에서 남서쪽 해상에, 코르보니드는 정박 중이었다. 항시, 통신회선을 접속할 수 있는 거리다.

「아비아노에서 귀환 명령이 내려왔다. 이쪽도 슬슬 보급이 바닥날 참이라서 말이지. 조금 전에 크레에를 보냈으니. 타고 돌아와라.」

「퓨너럴1, 수신 완료.」

후우, 소리를 내며 작게 숨을 토했다. 베스너의 그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 격려의 말이 통신회선을 통해 들어왔다.

「FDX팀 모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기지 사령관인 무스타파ㆍ케셀 준장이었다. 인질릭 기지 또한 수차례의 아인스트 습격을 받아, 방어 전력이 소모된 상태였다. 이 상황을 파악한 남유럽 방면군 사령관 카를로ㆍ사키 소장은, 코르보니드와 FDX팀을 예비 전력으로, 파견했던 것이다.

음성통신이라 준장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괜찮으시다면, 이후, 식사라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기지 근처에 맛있는 케밥집이 있습니다.」

부하들이 환호성을 지르려는 분위기를 눈치챈 베스너는, 일부러 딱딱한 말투로 응답했다.

「죄송합니다만, 작전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예상한 타이밍에, 남쪽에서 괴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크레에라면, 코르보니드에서 수백 킬로미터 거리도 몇 분이면 도달 가능한 지근거리였다.

「저희는 이만 귀함하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베스너의 게슈테르벤는, 인질릭 기지의 사령탑을 향해, 경례 자세로 오른팔을 올렸다. 그리고, 등쪽의 윙을 전개, 비상(飛翔)하였다. 리에타의 게슈테르벤, 오세니와 지머의 가다이드도, 뒤를 따랐다.



한 시간 정도, 중동 상공에서 거대한 타원 궤도를 그리며 선회한 크레에는, 지중해 상의 코르보니드로 귀함하였다. 정비병들의 손에 의해, FDX팀의 기체들은 빠르게 함내로 수용되었다. 작전 중, 아인스트와의 교전으로 기체가 손상되기도 했지만, 무스타파 준장의 호의로 메인터넌스를 받을 수 있었다.

「저기, 우리들 기체란거 기밀도(機密度)가 높은 거라, 아무한테도 보여주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

「그래, 그렇긴한데…… 뭔가 상황이 바뀐 모양이야. 준장의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하더군.」

「고마운 이야기입니다. 기체 컨디션은 만전을 기하는게 제일이니까요.」

「카를로 소장님었죠? 그 어르신이 배려해준 건가요.」

사관실 창문 너머로, 함내 격납고에 수용된 애기(愛機)를 내려다보며, FDX팀 네 명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사람도 기체도 무엇 하나 잃지 않고, 임무지를 떠날 수 있었다. 대장인 베스너에게도, 무척 기쁜 일이었다.



(그때는…… 모든 걸 잃었었지.)

베스너는 L5 전역 말기를 떠올렸다. 그때는 베이징에서 에어로게이터와의 전투가 벌어졌고, 시가지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베스너는 퍼스널 트루퍼 소대의 대장으로 작전에 참가했지만, 부대를 전멸시키고 말았다.

(나는 그 때, 어째서 살아남아버린 걸까……)

부하들은 전원 전사. 아니, 베스너도 기록상 전사로 처리되어 있었다. 실제로, 기체는 격파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기억은 불분명하다. L5 전역 종료 후, 어떤 인물의 권유로 다니엘ㆍ인스트루먼츠 사의 문을 두드렸고, FDX팀을 이끌게 되었지만, 지금까지도 현실감이 없다.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 그렇지…… 우린 "죽은 자의 부대"였지. 그렇다면, 그때 죽은 게 현실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겠지.)

어두운 격납고에 줄지어 선 거대한 죽은 자들의 기체들을 보며, 베스너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 눈치 챈 리에타가,
자신도 모르게 불만 가득한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뭘 히죽거리고 있는 겁니까? 튀르키예 요리, 못 먹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랬군. 좋아, 다음에 휴가를 나간다면, 내가 모두에게 한턱 쏘지.」

「분명 들었습니다, 대장님.」

「공짜 밥, 대환영.」

기뻐하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베스너는 잠시 불쾌한 기분이 들 뻔했다. 그 베이징에서의 작전 전에도, 부하들과 식사를 약속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개를 저으며, 불쾌한 감정을 떨쳐냈다. 징크스 같은 걸 신경 써서는, "죽은 자의 부대"를 이끌 수 없다. 자신들은 불운을 떠안는 쪽이 아니라, 떠넘기는 쪽이니까……


◆◆◆


아비아노 기지로 복귀한 FDX팀은, 언제나처럼 카를로 소장의 사령관실로 향했다. 평소처럼, 네 명이 모두 검은색 외투를 걸친 모습이었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후드를 벗은 대원들을 향해, 소장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 그 복장은 좀 눈에 띄는군.」

반사적으로 말을 꺼내려던 리에타의 옆구리를, 베스너가 팔꿈치로 찔렀다.

「……!」

숨이 멎고, 목소리도 멈췄다. 화가 치밀어 오르긴 했지만, 리에타도 곧 베스너의 의도를 눈치챘다. 그 행동이 없었더라면, 장군에게 욕설을 퍼붓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기 때문이다. 감사의 뜻을 담아, 리에타는 베스너의 발을 밟았다. 전력에서 3할 정도 줄인 밟기였기에 그 속에 감사하다는 감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공방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못 본 척해준 것인가. 카를로 소장은 온화한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의외의 말을 꺼냈다.

「돌아가는 길에는, 그 옷을 벗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소장님. 저희는 다른 장교들에게 목격되서는 안 되는 신분입니다……」

당황한 듯, 베스너가 답했다. 이는 다른 세 명도 같은 생각이었다. 리에타와 베스너는, 기록상 L5 전역 때 사망한 인물로 되어 있다.
오세니와 지머는, 연방군에 투항한 적병(敵兵)이었다. 모두 정규 절차를 거치기엔 문제가 있었고, 정식 연방군 소속을 얻지 못한 상태였다. 본의 아니게, 존재를 숨겨야 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카를로 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벽면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각은 정확히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현시각을 기해, 자네들 네 명을 정식으로 제7특수작전PT부대원으로 임명한다. 다만, 당분간은 남유럽 방면군 예속으로 둔다. 여기 임명장이네.」

소장은 집무책상의 서랍에서 임명장을 꺼냈다. 전시에는 보통 전자문서로 처리되기 마련이지만, 굳이 준비해 둔 것이었다.

네 사람은 소장 앞에 나가, 각자의 임명장을 손으로 받았다. 자기 손에 쥔 문서의 의미를 곱씹으며, 리에타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어째서 지금 와서야……」

「지금이기 때문에…… 라는 게 맞는 이유라고 할 수 있네.」

카를로 소장은 짧게 그 사정을 설명했다.

미션・하르페로 인해 대통령이 교체되면서, 정부가 연방군 인사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북미 방면군 사령부를 방치했던 케네스・개럿 소장이 극동 방면군 사령으로 임명된 사례는, 그 대표적인 예였다. 지구 외 지성체의 침공이라는 비상사태을 명분 삼아, 강제적인 인사가 횡행하고 있었다. 통합참모본부로서는, 그라이엔 정권으로부터의 간섭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현장으로부터의 요구에 가능한 한 응하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나 군 상층부가 모략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진정 해야 할 일은,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이들을 지지해 주는 것이다……)

카를로 소장은, 그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결국은 일종의 속죄에 불과하며, 생색내듯 말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하의 후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용히 말을 이어가며, 베스너는 경례했다. 다른 세 사람도 급히, 그를 따라 경례했다. 하지만, 베스너의 등과 손끝은, 평소보다 더 곧게 펴져 있었다.

그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린 소장은 기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


외투를 벗은 채 코르보니드로 귀환한 네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사관실로 돌아왔다. 검은 외투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무거운 짐이었던 듯했다. 자신들의 전과조차 자랑할 수 없었던 어제까지와는 달리,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인다. 함내의 살풍경한 모습조차, 빛나 보일 정도였다.

(……뭐, 착각이긴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자각하면서도, 행복한 착각이라면 상관없어, 라고 리에타는 생각했다.



그 리에타 이상으로 기뻐 보이는 표정을 지은 오세니는, 로커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페이지를 넘기며, 무언가를 휴대단말기에 입력하고 있었다.

「오세니 중위님, 지금 뭐 하는 거에요?」

궁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셋을 대표해서, 리에타가 물었다.

「아, 궁금해?」

오세니는 자랑스럽게, 노트의 페이지를 동료들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적혀 있던 것은, 지금까지의 작전 기록이었다. 다만, 언뜻 보기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함께 적혀 있었다.

「저기ー. 이 숫자들은 뭔가요?」

「이걸 모른다고? 정말로!?」

오세니는 정말 놀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잘 들어, 이건 강하작전 수당, 이건 야간특수작전 수당……」

그건 계급에 따라 기본급에 더해지는, 각종 수당을 정리한 기록이었다.

「대단한걸, 혼자서 전부 계산하고 있었던건가……」

베스너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FDX팀의 작전은 특수한 상황에서 수행되는게 대부분이었으며, 연방군의 내규에 따르면, 상당한 고액 수령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에게는, 정식으로 임관된 장교로서의 지위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보다도, 살아 있는 사람으로서의 권리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모두, 기록상으로는 죽은 자들이였으니까.

베스너도 리에타도 지머도, 먹고살 수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급여나 수당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설사 생각해봤다 하더라도, 복잡한 기록과 계산을 스스로 해낸다는 건, 상상만 해도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런 끈질긴 작업을, 오세니는 꾸준히 해왔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결코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가족에게 남기기 위해.



「……오세니 중위, 정말 다행이에요.」

리에타의 입에서, 놀랄 만큼 순수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자신은 받을 수 있었던 이 수당을 어떻게 썼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주 즐거운 일처럼 느껴졌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안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무너질 듯이 아팠던 게 분명했는데. 이것도, 행복한 착각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런 리에타의 말에, 오세니가 대답하려는 순간―― "그것"이 울렸다.

대장 전용 단말기에서 울리는 불길한 멜로디. 그건, 작전지령서를 수신했을 때 울리도록, 베스너가 설정해 둔 소리였다. 지령서를 열어, 훑어본 베스너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거기 적혀 있었던 것은, 귀환 계수 0.22―― 네 명 중 세 명은 전사할 것으로 예측되는 작전 지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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