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배달 알바를 하는 중이였다.
번화가 옆 골목길에 배달을 가는 도중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삼각대를 세워놓고
핸드폰을 보면서 어린 여자 아이가 담배를 피고 있었다.
나이는 10후반 끝이거나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예전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에 나올법한
느낌의 여자아이
뭐지?? 담배 피는걸 영상찍나??
여튼 그 모습이 특이해서 보게되었고,
바로 옆 건물에 배달을 하고 나오니
한손에 담배를 들고, 또 한손에 셀카봉을 들고
화면을 보면서 떠드는 남자가
아까 그 여자 한테갔다.
그리고 둘이서 큰 목소리로 싸우듯 대화를 한다.
가끔은 화면을 보면서 각자 떠든다.
중간 중간 핸드폰에서 AI 목소리가 나왔다.
아마 둘다 개인방송을 키고,
각자의 시청자와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거 같다.
세상 혼란하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무선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것 처럼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도 핸드폰을 한다.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핸드폰 영상을 보면서 다니기도 한다.
세상 혼란하다.
중요한 것은 담배가 아니겠죠. 세상과의 소통을 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들이 그 아이 하나 뿐 아니라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 자신은 조그마한 전화기 속 세상이 전부이고, 충분히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고개만 돌려보면 그보다 큰 세상이 존재하고 나는 그 속의 작은 일원일 뿐이라는 겸손을 배울 수 있을텐데, 그런 수고스러움보다 자신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세상 속에 자신을 방치 고립시키고픈 마음이 더 큰 것이 아닐까요.
요즘 유행하는 <마스크 걸>이 그런 내용이라면서요. 자신의 뒤틀린 행복을 화면 뒤, 그리고 가면 뒤에서 찾으려다 지옥에 빠지게 되는. 물론 그 아이와 세상의 모든 스트리머들이 지옥을 헤매게 될 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바로 옆 사람의 시선과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데 보이지도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믿고 살아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고, 어불성설이 아닌가 싶네요.
다시 한 번 혹 오해하는 다른 분들이 생길까 말씀드리는데, 절대 스트리머들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자신들만의 세상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던 우리 때의 일부 청소년들과 리얼 월드보다는 한 군데 함몰되어 편협된 시선을 가지게 된 세계 속 어른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행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건 똑같죠. 그렇기에 옳고 그름이 더 모호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한 명의 아이에 대해 야단을 치지 못하는 무기력함은 내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만들어져 주입되는 것이 아닐까요. 더 이상 우리들이 그딴 타의적 무기력함에 잠식되지 않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