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코로나가 한참일 21년도 봄, 저는 군복무를 위해 충북에 있는 3X사단 육군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2~3주후 훈련소 생활에도 차차 적응할 무렵 코로나로 외부활동을 제대로 못한
훈련병들의 사기를 보충하기 위해 PX 방문을 포상으로 건 달리기대회가 열렸습니다.
매일 짬밥만 먹고 싸제음식에 대한 열망이 클때였으니 중대원들의 열정이 대단했죠.
중대내에서 몸좋고 달리기 잘하는 사람 뽑아서 누가 첫번째로 달려야한다느니 마지막으로 달려야한다느니 하며
개인정비시간때 작전을 짜며 철저한 준비가 이루어졌고 며칠뒤에 달리기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수백명의 훈련병들이 연병장에 집결해서 PX에 대한 열망에 미친듯이 함성을 지르며
각 중대에서 차출된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어마어마한 함성소리는 학교 체육대회에서도, 어지간한 축구경기에서도 못봤던 처음듣는 함성이였습니다.
가히 사자후나 마찬가지였죠.
선수들도 그 열망이 함축된 함성에 기세등등해져 더욱 치열한 시합이 되었지요.
몇바퀴의 계주끝에 마지막 코스의 선수들이 죽어라 뛰기 시작했습니다.
여러중대들중에 1등으로 들어온 단 한개의 중대만 PX방문이 허락되었기에
그칠줄 모르는 함성은 더욱 커지고 선수들도 살기등등하게 뛰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다른 훈련병들을 제치고 선두로 달리던 날캉한 훈련병이 너무 힘을 쓰다가 돌맹이에 치여 넘어졌습니다..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시간이 멈춤것마냥 몇초를 그냥 멍때리고 있었죠.
무슨 이니셜D 자동차 드리프트 하는것마냥 순식간에 벌어진일이라
다들 어안벙벙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그 훈련병이 코에 피를 철철 흘리고
시멘트 바닥에 피로 우물을 만든채로 쓰러져있는겁니다, 그 훈련병은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서 비명을 질렀고..
이런 상황이 처음이였던 수백명의 장병들은 그전까지의 함성은 뒤로하고 침묵했죠.
얼마나 심했으면 그뒤에 사건현장을 싹싹 청소해도 혈흔이 적나라하게 남아있더라구요..
결국 해당 훈련병은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그때부터 훈련소에선 달리기와 관련된 모든 훈련이 금지되었습니다.
얼마후 들어보니 해당 훈련병은 전역했다고 합니다.
코가 아예 함몰되서 몇달을 병원신세 지내며 수술을 반복해야할 정도라 하더군요.
그걸보고 우리들은 "아, 걔는 입대하자마자 전역하네, 부럽다" "ㅁㅊ냐, 평생 저 흉터를 가지고 살아야할텐데 존나 불쌍하지."같은
오만 논쟁을 벌였는데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전역하는것보단 건강한 몸으로
군생활 마치는게 좋다란 의견이 우세해졌죠.
저도 전역한 지금 생각해보면 이 몸땡이라도 성히 나온게 얼마나 복받은일인지 되세깁니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온갖 사건사고들을 보면 정말 기가 차더군요.
폐급이라고 욕먹건 말건 무조건 몸 사려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