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었다.
여러 가지 사연이 있어서 자살했다.
하지만 유령이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점은 나쁘지 않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건 제법 마음에 드는 일이다.
한가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출몰하고 있는데, 요새 유행은 사진인 것 같다.
흉가에서 선배 유령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동호회 같은 곳에서 사진을 마구 찍어간다.
나는 녀석들의 뒤에서 손이나 얼굴을 비춰주었다.
카메라에 찍힌 나를 보면 녀석들은 위축되어 서둘러 도망치곤 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 나날이 계속 되고 있었다.
어느 날, 심령사진으로 소문난 벼랑에서 누군가 사진 촬영하러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벼랑 옆에서 어린 아이가 놀고 있는걸 봤다.
부모님은 멀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설마 하는 생각에 초초하게 바라보는데,
순간 어린 아이가 벼랑에서 떨어져 바다로 거꾸로 떨어져 간다.
나는 필사적으로 힘을 다해 어린 아이를 밑에서 지탱했다.
하지만 유령은 힘이 약한 것 같다.
지탱하는 것도 잠시 뿐, 어린 아이를 올리기는커녕 점점 내려져가고 있다.
그 때였다.
"너 혼자 뭐하는 거냐!?"
뒤돌아보니 흉가에서 만난 선배 유령들이 나타났다.
"내가 죽었을 때도, 이 정도 또래의 아들이 있었지……."
"우린 죽었지만, 이 어린 아이는 아직……."
모두들 어린 아이를 밑에서부터 받쳐주었다.
결국 어린 아이는 벼랑 위로 올려 졌다.
어머니는 당황하면서도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기분이 좋았다.
비록 죽었지만 좋은 일을 하니 기분이 상쾌했다.
어? 지금에서야 눈치 챘지만 멀리서 우리를 촬영한 남자가 있었다.
어린 아이를 구해낸 우리들의 모습을 찍은 것인가!
역시 좋은 일을 한 보람이 있다.
내일 신문에는 사진과 함께 이런 기사가 실리겠지?
'유령이 어린 아이를 구하다!'
다음 날.
우리들의 기사는 사진과 함께 당당히 실려 있었다.
다만 벼랑에서 떨어지는 어린 아이를 향해 아래로부터 수많은 손들이 올라오고 있는 사진이…….
기사 역시 나의 기대와는 정반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