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이었던 나라의 어느 시골.
도시에서 도망쳐 온 소년은 연상의 소녀와 친해졌다.
어느 날 소녀와 놀고 있는데 갑자기 공습경보가 울렸다.
소년은 서둘러 밭으로 숨었는데, 조금 떨어져있던 소녀가 소년을 걱정해서 달려왔다.
소녀는 흰 옷을 입고 있었다.
흰 옷은 분명 잘 보이기 때문에 표적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한 소년은 다가오는 소녀를 냅다 밀쳤다.
순간 몇 발의 총성이 들리며 눈앞에서 소녀가 쓰러졌다.
소년은 무서워져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얼마 후, 전쟁은 끝나고 소년은 소녀의 생사도 모르는 채 도시로 돌아갔다.
수십 년 후.
어른이 된 소년은 계속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
그는 계속 그 일을 악몽으로 다가와 결국 죄책감을 해결하기 위해,
그 일이 있었던 마을을 방문했다.
마침 마을에서는 장례식이 있었다.
영정사진을 보니 중년여성의 얼굴이었다.
얼굴에는 분명 어릴 적 소녀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 때 죽지 않았구나. 내가 죽인 게 아니구나!"
오랜 세월의 죄책감에 해방되어 기뻤지만,
한편 그녀가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근처에 놀고 있던 아이들에 조금 기쁨을 채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 아주머니는 어떻게 돌아가셨니?"
그러자 아이는 대답했다.
"아주머니가 아니고 할머니에요. 젊을 때 사진 밖에 없어서 저 사진이라고 하던데요? 전쟁 때 자기 어린 딸을 잃고 계속 미쳐있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