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dbeg 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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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1회차 영상과 소감 (0) 2018/06/03 AM 04:42

 

화제의 신작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하 DBH), 저희도 달려보았습니다. (게임 후원해주신 시청자 Perline 님께 감사드립니다.)

 

 

1회차는 저(Ardbeg)가 플레이했습니다. 아무 사전정보나 공략 없이 순수하게 손 가는대로 진행했는데, 그야말로 꿈도 희망도 없는 루트를 타고 말았습니다. 어느 시청자분 말씀대로 '참 용케도 그런 루트를 골라서' 갔네요. 그래도 스포일러나 개입, 참견 없이 도달한 결론이기에 만족합니다. 게임이든 인생이든 꼭 해피엔딩을 봐야 의미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 게임의 장점들은 알려진대로입니다. 서사(스토리)가 훌륭하고, 그래픽이 훌륭하고, 사운드가 훌륭하며, 주제의식도 일고의 가치가 있습니다. 상당한 수작입니다.


여러 루트로 분기하는 시스템도 훌륭합니다. '○○○는 기억할 것입니다'라며 공갈만 치는 T사의 게임들과 달리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과 활동이 정말로 서사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런 인터랙티브성은 게임미학적인 의미에서도 기념할만한 일이지요. 서사와 연출이 중심이 되는 게임들이 점점 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빌려오다보니 그 경계마저 모호해지고 있는 지금, 이처럼 영화와 명백히 구분되는 강점을 잘 살렸다는 것은 비디오게임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업적이기도 하니까요. 영국의 모 영화잡지가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두고 '게임계의 『시민 케인』'이라 했다지만, 제가 보기에 게임사의 『시민 케인』은 DBH 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쉬운 점도 이야기해보죠.

 

 

[아쉬운 점 1 : 선택지 번역]

 

전체적인 번역 퀄리티는 좋습니다. 비문이나 맞춤법 틀린 곳도 별로 없어요. 그러나 선택지 번역이 나쁜 건 치명적이었네요. 모호하거나 생뚱맞게 번역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택지를 읽어도 어떤 언행을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면 선택지의 의미가 없지요. 만약 프랑스어로 시나리오가 쓰인 거라면 프랑스어-영어-한국어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DBH 같은 작품은 문학번역의 요령와 같이, 조금 더 의역이 되더라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쉬운 점 2 : 오가는 시점, 깨지는 몰입]

 

DBH는 플레이어의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습니다. 문제는 시점이 1인칭으로 고정되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다닌다는 점이죠.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예시를 들자면, A라는 캐릭터가 도둑이고 B라는 캐릭터가 경찰인데, 1분 전까지는 도둑 입장에서 안 잡히고 물건을 훔치기 위한 선택지를 고르다가, 1분 후에는 경찰 입장에서 도둑을 검거하기 위해 잠입루트를 추정하는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식입니다. 이래서야 어느 쪽에도 몰입하기 힘들죠. 게임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문제가 있지만, 특히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예가 12챕터 '도주'겠네요. 추적자와 도망자의 선택지가 초단위로 반복되는 바람에 시간제한에 쫓기는 플레이어는 도대체 잡으라는 건지 도망치라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 연출은 무척 신선하면서도 의아했어요.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함'일텐데, 작품의 주제의식을 생각하면 일부러 그런 연출을 넣은 거 같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불호였습니다.


이 문제는 DBH의 서사가 명확한 대립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돋보이는 면도 있습니다. 동사의 작품 『헤비 레인』의 경우도 시점이 자주 옮겨다녔지만, 위와 같은 문제는 비교적 덜 느껴졌지요. 왜냐면 헤비레인의 주요 인물들은 입장은 다를지라도 하나의 공통된 목표(종이접기 살인마(Origami Killer)를 좇는다)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하나의 시대적/사회적 이슈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DBH는 마치 부먹파와 찍먹파를 번갈아가며 플레이하는 듯한 이질감이 있지요.


 

[아쉬운 점 3 : 나는 인간이고 너는 플라스틱이야]

 

이 부분은 스포일러의 소지가 강하기에 애둘러 말하고 넘어갑니다. 저는 『페르소나 3』등을 진행할 때도 그랬지만, 기계나 AI를 쉽사리 인간/인격으로 인정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기 때문에 DBH를 플레이하면서도 그런 방향의 선택을 많이 했는데요, 요컨대 그 방향의 구체적인 루트도 따로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제 취향이기 때문에 DBH 자체의 단점은 아닙니다. DBH는 전하고자 하는 주장이 뚜렷한 편이고, 제 희망사항은 그것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게임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완벽히 구현해낼 방안이 확보되지 않은 이상 과감하게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판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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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 냠냠냠냠 님께서 그려주신 저희 Ardbeg ch.의 세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D )

 

 

 


2회차는 용과 씨, 3회차는 참치 씨가 진행할 예정입니다. 세 사람의 가치관 차이가 뚜렷한 편이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거라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인 용과 씨가 어떤 선택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6월 4일 월요일 밤 9시, 많이 보러와주세요.

 

 

Ardbeg ch. 트위치 : twitch.tv/ardbeg_ch

 

 


 

 

 

 

 

 

 

 

 

 

 

 

 

 

모바일에서 로딩이 너무 길어지는 거 같아 챕터 11부터는 지웠습니다. 이후의 내용은 해당 플레이리스트(링크)에서 마저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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