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최수호 너 나랑 결혼하자!"
너의 금사빠 기질은 그때부터였나봐
그때는 너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말야.
중학교때였나 엄마는 돈이 좋다고 다른 남자 만나겠다고 나와 아빠를 버리고 집밖으로 나갔을 때
참을 수 없어 밖으로 뛰쳐나가 아는 형 집에 갔을 때 너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찾아왔어.
그날은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너의 두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어. 그때 네가 나한테 내 엄마가 되준다고 말했는데 기억나?
그때부터 쭉 좋아했어. 학창시절로만 따지면 6년, 지금까지 무려 16년간 널 한번도 잊은 적 없어.
10년만에 본 너지만, 여전히 예쁘더라.
“너 무슨 딴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다경은 뽀로퉁한 목소리로 수호의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딴 생각이라니. 그런 적 없는데?”
“너 여기 온 뒤로 정신이 다른데 가 있는 거 같아. 그렇게 여기 오기 싫었어?”
“아냐, 그런 게.”
다경은 수호 손에 들린 햄버거를 잡아당겨 한입 크게 물었다.
“야…니 꺼 먹어!”
“너랑 나 사이에 니꺼 내꺼가 어딨어.”
다경은 입술은 묻은 소스를 혓바닥으로 날름 핥으며 싱글싱글 웃었다.
“너 진짜….”
“왜 그래, 새삼스럽게….”
‘이제 이러지 마.’
수호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그에게 이렇게 구는 것이 좋으면서도 싫고, 소중하면서도 짜증나고,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양면적 기분이 들어 수호는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내가 무슨 잘못했다고?”
다경은 뾰루퉁한 얼굴로 아까 소스를 핥은 그 혓바닥을 다시 날름 꺼내며 수호 앞에 내밀었다.
저거다. 한다경이 나한테 잘못하는 거. 나한테 저러는 거. 내가 먹던 음식,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거. 저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미소를 나에게, 오직 나에게만 보여주는 거. 나를 너무 믿고, 나에게 너무 접촉하는 거. 내 옆에서 종알종알 두근거릴 정도로 예쁜 얼굴로 수다 떠는 거.
그럴 때마다 본능을 감추고 그녀에게 적당한 선을 유지하라며 세상 멋진 남사친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야 되는 스스로에 대한 환멸을 진하게 느낀다.
얼마나 많은 순간 그의 볼을 두들기며 장난을 치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못 움직이게 꼭 잡고 싶었던가. 얼마나 많은 순간 그녀의 발그레한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얼마나 많은 순간 그녀의 늘씬한 몸을 한 아름 꼭 껴안고 싶어 했던가.
몸에 사리가 생길 정도로 그는 참고 또 참아왔다. 지금 이 순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