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식'의 두번째 포스팅입니다.
통조림 이야기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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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장르’란 ‘새벽의 저주’, ‘28일 후’, 같은 괴 바이러스의 등장이나, ‘더 로드’, ‘매드맥스’, ‘설국열차’ 등 자연재해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간이 살기 힘든, 인류 멸망의 단계를 보여주는 장르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로 세밀하게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포칼립스 장르’로 통칭하겠습니다.
아포칼립스 장르 영화는 인류멸망의 단계에서 인간의 생존에 대한 내용, ‘디스토피아’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장르에서는 다양한 재난과 재해를 보는 것도 재미이지만, 무너진 문명의 잔해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계획을 짜고, 생존용 도구를 구하거나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입니다. 재난 시 필요한 ‘생존 키트’를 모으고 만드는 커뮤니티가 있을 정도이고, 외국에서는 집 안에 자급자족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큰 인기가 있는 부분입니다. 옷, 신발, 통조림, 발전기, 야간 투시경 등 우리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생존 도구들과 따로 준비해야하는 것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아포칼립스 장르이다 보니, 좀비와 관련된 내용도 나올 것입니다. 참고바랍니다.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의, 식, 주’입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옷부터 신발, 방어구 등을 '의'로 묶어 이야기하고, 식량, 식량보존을 위한 패키지, 약 등을 '식'으로 묶어 이야기할 것입니다. 집과 함께 텐트, 침낭, 움막 등을 '주'로 묶어 이야기 하겠습니다.
1-2. 인간의 존엄성을 결정하는 - '식'
영화 피아니스트는 ‘통조림 하나’에 인생이 바뀐 실존인물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생존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유대인이 나치의 폭압을 피해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스필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유대계 피아니스트인 스필만은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으로 인해 가족들과 떨어지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천운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남으며 어느 폐허 속에 숨어들게 됩니다.
어렵게 찾아낸 통조림 하나. 통조림 따개가 없어 다른 도구를 이용하여 이리저리 시도하지만 애꿎은 통조림만 저 멀리 튕겨져 나갑니다. 통조림이 떨어진 자리에는 언제부터 서있었는지도 모르는, 스필만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있는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가 서있었습니다. 아래의 간편 통조림을 이용했다면 들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 특허정보 - 덮개용 뚜껑이 함께 형성된 통조림 캔 뚜껑 구조 (Food can lid for opening and closing)
호젠펠트는 스스로 피아니스트라고 소개한 스필만에게 피아노 연주를 요청하고, 스필만은 폐허에 버려진 피아노를 이용하여 쇼팽의 음악을 연주합니다. 연주가 끝난 뒤 호젠펠트는 스필만의 상태와 음식 잔량 등을 살핀 후 돌아갑니다. 죽음의 기로에서 벗어난 스필만은 울음을 터트리게 됩니다. 이후 호젠펠트는 스필만에게 음식과 옷 등을 제공하고, 스필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합니다.
스필만이 통조림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은신처에 조용히 숨어 이름모를 독일 장교가 돌아가길 원했다면, 호젠펠트가 스필만의 절박한 연주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스필만은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재난의 시대에 통조림 하나가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실화라고 하니 더욱 놀랍습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영화 ‘더 로드’는 운석충돌로 인해 폐허가 된 지구에서 살아남은 인간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부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도시를 떠돌던 중 폐허가 된 건물에서 자판기를 찾아내고, 어쩌면 지구 상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콜라 한 캔’을 발견합니다. 아버지는 영화 시작 25분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보이며 ‘너를 위한 선물’이라는 말과 함께 아들에게 콜라를 줍니다. 언제 만들어진 콜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한모금씩 나누어 먹는 모습을 보며 문제가 없음을 알 수 있고, 아버지는 처음 먹어보는 콜라의 맛을 어떠한 말로도 묘사하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사랑스러움과 안쓰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캔 음료는 어느곳에서나 쉽고 간편하게, 제조과정에서 문제만 없었다면 매우 깨끗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캔 콜라, 캔 맥주. 마시고 난 뒤 깡통을 구기는 맛도 아주 좋은 패키지입니다. 조금 더 잘 구겨질 수 있도록 캔에 주름을 넣은 패키지도 나왔습니다. 분리수거 할 때 좋을 듯 합니다.
:: 특허정보 - 주름이 형성된 음료용 캔 (A beverage can with creases)
희망이 있다는 남쪽으로 향하던 중 버려진 가정에서 지하대피소를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각종 음료와 술, 통조림, 우리에게 익숙한 스팸까지 있습니다. 반쯤 오염된 냇물을 마시고, 폐허에서 식량을 찾아 먹던 부자에게는 이보다 더한 천국은 없을 것입니다. 그간 못했던 샤워도하고, 머리도 다듬고, 수염도 밀며 희망,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며칠간 재정비를 하고, 위험을 피해 다시 남쪽으로 향합니다.
스팸은 뚜껑을 연다고해서 끝이 아닙니다. 쉽사리 깡통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칼을 사이에 끼워 강제로 빼내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꺼냅니다. 사실 통조림과 내용물 사이에 공기층이 있다면 쉽게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 특허정보 - 개봉시 공기가 들어오는 통조림 (omitted)
폐허가 된 지구, 서로 총구를 겨누고 악인으로 단정짓는 인간, 인육을 얻기 위해 악마가 되어버린 이들이 나오는 끔찍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선인이 되기를 바라며 아들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과, 순수함이 남아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영화입니다.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
영화 ‘김씨표류기’는 사회 속에 살지만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재난이나 재해로 인한 아포칼립스가 아닌 외부 환경이나 마음의 상처로 인해 문을 닫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남자 주인공 김씨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한강에 뛰어들지만, 한강의 외딴섬 밤섬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구조를 기다리다 지쳐 섬에 정착하게 되고, 물고기, 비둘기 등을 잡아먹으며 서서히 섬에 익숙해집니다.
:: 특허정보 - 동물 포획장치 (A animal catch apparatus)
:: 특허정보 - 동물 생포용 트랩 (Trap for capturing animals)
김씨는 오염된 물고기를 먹어 죽게 된 비둘기를 섭취합니다. 현실에는 다양한 덫이 있으니 미리 준비하거나 만들어 야생동물을 사냥할 수 있습니다.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중 짜장 스프가 담긴 짜파게티 봉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김씨는 이 봉지의 발견으로 짜장면 먹기라는 인생의 목표가 생깁니다. 빚으로 목숨까지 포기했던 김씨에게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생겼고, 인생의 목표는 그에게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 특허정보 - 즉석식품용 포장용기 (PACKING RECEPTACLE FOR INSTANT FOOD)
다른 곳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던 여자주인공 ‘김씨’가 있습니다. 항상 망원카메라로 세상을 관찰하며 지내왔습니다. 어느날 섬에 표류하던 김씨를 발견하게 되고, 섬에 정착하여 짜장면을 간절히 원하는 김씨에게 흥미를 가지게 됩니다.
여자 김씨는 엄청나게 먼 곳에서 남자 김씨를 관찰합니다. 짜장면을 원하는 그에게 짜장면을 배달해주지만 거절하는 그를 보며 더욱 큰 관심을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배달부는 오리배를 타고 밤섬을 오가게 되는 어마어마한 고생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배달서비스는 위대합니다.
:: 특허정보 - 음식 배달용 가방 (a food carrier bag)
남자 김씨는 새의 배설물에서 씨앗을 얻고, 스스로 농사법을 터득하며 옥수수를 얻어냅니다. 결국 짜파게티 봉지 속 이미지와 유사한 짜장면을 얻게 됩니다. 실제로 맛은 별로 였다고 하지만, 영화 속의 모습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먹방이었습니다. 특허 중에 삼겹살 짜장면도 있습니다. 재난상황에서 먹으면 더욱 맛있겠습니다.
:: 특허정보 - 볍씨 파종기 (A rice seed sowing machine)
:: 특허정보 - 불삼겹살 짜장면의 제조방법 (Method for manufacturing black-bean-sauce noodles comprising pork belly)
세상은 평온하지만 그들은 아포칼립스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짜장면이라는 특이한 매개가 서로를 가깝게 해주고, 세상에 한발 내딛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예술성이 짙음과 동시에 잔잔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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