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언어의 정원』 - 애니메이션 속 가려진 이야기들
작가 : 신카이 마코토
출판 : 대원씨아이
발매 2015.03.10
이미 인기 있던 작품을 다른 매체로 바꾸는 것은 어쩌면 약속된 성공의 길을 걷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작품이 다른 매체로 재생산되는 것을 싫어하는 팬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분명 매체와 매체 사이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합니다. 그 장벽을 어떻게 뛰어 넘느냐, 그 방식에 따라서 재생산된 매체는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지기도 합니다.
2013년 8월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유려한 작화와 신주쿠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타카오와 유키노가 끌어안으며 풍경이 멀어지고, BGM으로 Rain이 흘러나올 때는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타카오네 엄마는 왜 가출한 거지?”, “유키노는 무엇 때문에 상처 받은 거지?”, “유키노는 3학년 여학생들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런 의문들은 애니메이션 내에서 “대략 추측”할 수 있을 뿐이지 명쾌하게 풀어주지 않기 때문이죠.
타카오의 엄마,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몇 번 등장하지도 않는다! |
아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은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모든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을 포기하고 “두 사람의 관계”라는 포인트에만 집중합니다. 따라서 타카오가 왜 그렇게 일찍 철이 들었고 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지, 유키노가 어렸을 적 어떤 경험을 겪었고, 그녀가 힘들어하는 이유 등은 비교적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애니메이션 이후에 만들어졌기 때문일까요? 소설 “언어의 정원”은 좀 더 풍성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줍니다. 우선 소설 “언어의 정원”은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같이 많은 서술자가 등장하는 방식을 채용합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잠깐 얼굴만 비추고 사라졌던 캐릭터들이 소설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득력을 부여하죠.
또 재밌었던 점은 소설 언어의 정원에서 이야기의 전개는 마치 캐릭터가 이어달리기 하듯 ‘시점’이란 바통을 주고받는다는 점입니다. 각 시점의 시작부에는 그 파트에 어울리는 만요슈가 실려있습니다. ‘언어의 정원’내에서 만요슈가 꽤 중요한 장치로 다뤄지기 때문일까요?
제1화 |
제2화 |
제3화 |
제4화 |
제5화 |
제6화 |
제7화 |
제8화 |
제9화 |
제10화 |
에필로그 |
아키즈키 타카오 |
유키노 유카리 |
아키즈키 쇼우타 |
아키즈키 타카오 |
유키노 유카리 |
이토 소이치로 |
아이자와 쇼우코 |
아키즈키타카오 |
유카리&타카오 |
아키즈키 레이미 |
타카오 &유카리 |
각 챕터가 시작하기 전, 그 챕터에 어울리는 만요슈가 한편 씩 실려있다.
타카오의 형, 아키즈키 쇼우타 |
타카오를 꾸중하던 선생, 이토 소이치로 |
불량 학생, 아이자와 쇼우코 |
타카오의 엄마 아키즈키 레이미 |
개인적으로 가장 취향에 맞았던 서술자는 “아이자와 쇼우코”입니다. 쇼우코가 유키노 선생님을 괴롭히게 된 이유와 쇼우코의 심정변화를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이죠. 아이자와 쇼우코의 파트만 뚝 떼어내서 단편소설이라고 우겨도 될 만큼 완성도가 높은 파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소설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못한 후일담도 다루고 있습니다. 잠깐이긴 하지만 성인이 된 타카오와 더 나이를 먹은 유키노가 등장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암시적으로 언젠가 둘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표현된 부분에 비해 소설에서는 그 부분을 꽤 직접적으로 묘사합니다.
결론적으로 소설 언어의 정원은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본 사람들을 주 타겟팅으로 합니다. 원작에서 잠깐 나왔던 캐릭터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소설 읽는 내내 만족스럽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먼저 읽는다고 해서 그리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머릿속 묘사와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장면이 얼마나 다른 지 곰곰이 생각해가며 읽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written by Tester
팬이 만든 짤막한 장면으로 보이는 에필로그영상을 본적있는데
유키노가 타카오가 만든 수제화를 신고 나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본편 마지막부분에 눈쌓인 공원에 타카오가 구두를 놓아두는 장면과
이어지는 느낌이었던지라 정말 좋더군요.
몇년이 지난 지금 그영상을 찾아보려고 시도했지만 못찾고 좌절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