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블리 디폴트는 제가 3DS에서 가장 좋아하던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아직도 리메이크 소식이 감감한(앞으로도 무리인) 파이널 판타지 5의 계보를 잇는 듯한 시스템이라서 파판5를 가장 좋아하는 저한테는 정말 딱 맞는 취향의 게임이었습니다. 마이피에서도 스퀘닉스 홈피 명예의 전당용 인카운트율 -100%플레이 연재했을 정도로 열심히 했었죠. 스토리가, 특히 진엔딩으로 가는 과정과 내용이 엉망이라 감점 요소가 많지만 그래도 아직도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후속작이었던 브레이블리 세컨드는
게임을 왜 이렇게 만든 거지?
라는 말이 튀어 나올 정도로 이상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1편을 다듬고 확장시켜서 꽤 괜찮게 나왔지만 스토리가 질 나쁜 동인 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 스토리의 설정이 붕괴되고 과도한 현실 밈 투입, 제작자의 이상한 유행어 밀기 등 자기 살을 스스로 깎아 먹었던 아쉬운 작품이었죠.
뭐 그래도 이것도 스퀘닉스 홈피 명예의 전당과 타임 어택 기록 남기겠다고 3주차 달리긴 했습니다만.
혹평이었던 세컨드 이후 그렇게 시리즈가 끝나나 싶었습니다만 몇 년전 기대도 안했던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브레이블리 서드가 아니라 디폴트 2!
다만 제가 스위치를 상당히 늦게 구입했던지라 게임이 밀리고 밀려서 이제서야 좀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밀린 게임들 중에서는 매우 빠르게 플레이하는 편이긴 합니다만.
사실 별 기대는 안했습니다. 세컨드의 전례도 있고 시리즈 자체가 마이너하긴 하지만 게임 나오고 나서도 평가가 좀 미묘한 것인지 디폴트 시절만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았던지라 이번에도 좀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드디어 플레이하게 된 디폴트 2의 초반 감상은
게임을 왜 이렇게 만든 거지?
뭐랄까...세컨드하고는 방향성이 완전히 반대이긴 한데 당황스럽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인 희한한 느낌이군요.
게임은 세컨드의 문제점을 철저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캐릭터성이 과장되는 것도 없고 스토리도 얌전하며 이상한 현실 밈이나 대사는 일절 없는 것이 매우 정중하게 만들어졌더군요. 너무 정중해서 오히려 자극이 부족한 듯한 이 느낌...
슈로대 K 하고난 뒤 슈로대 L 하던 느낌이다!
어쨌든 제작진이 유저들이 뭘 싫어했었는지는 정확히 파악해서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 있더군요. 일단 게임이 이상하게 불편합니다. 그냥 불편한 것도 아니고
2021년 게임인데 당연히 있어야 할게 없거나(퀘스트 리스트나 전투 순번 확인 등)
시리즈 3번째 작품인데 이전 작에서는 있던게 사라지거나(마이셋 기능이나 미니맵, 각종 컨피그 등)
시리즈 3번째 작품인데 이전 작하고 조작이 반대로 되어있다거나(브레이브, 디폴트)
다양하게 불편합니다. 특히 예전에는 안불편했는데 디폴트 2 와서 불편해지는 건 이해하기 힘든 수준. 이전 작 안했던 유저들이라면 그래도 좀 쉽게 익숙해지겠지만 최적화 문제까지 겹치면 신규 유저들이라도 좋게 봐주기 힘들 것 같더군요.
그리고 전투 시스템이 좀 변하긴 했습니다만 뭐 큰 흐름 자체는 비슷해서 별 문제가 없는데 새롭게 추가된 요소인
카운터와 방해(재머)
아...음...
디폴트 2 들어와서 보스전이 상당히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아군의 물리 공격에 카운터, 그 외의 각종 행동에 대해 방해 라는 요소가 들어가서 아군의 움직임을 훼방합니다. 게다가 이전 작품들에 비해 반감, 무효 속성도 주렁주렁 달려있고 HP도 뻥튀기 되어서 전투 시간도 확 늘어났습니다.
이전까지의 작품이 다양한 잡과 어빌리티를 좋아하는대로 세팅해서 보스와 부딪히는 느낌이었다면
디폴트 2는 다양한 잡과 어빌리티에서 정답을 찾아 조립해서 보스를 상대하는 느낌
이란게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물론 이전 작품들도 보스마다 최적해가 있기는 했지만 디폴트 2는 최적해가 아니면 온갖 카운터와 방해, 반감 등으로 전투 시간이 늘어지는지라 좀 피곤하더군요. 뭐 구제용 어빌리티가 있기는 한데 결국 거기에만 의존하게 된다는 또다른 부작용도 나옵니다. 게다가 카운터와 방해가 결국은 이 시리즈의 핵심인 브레이브 & 디폴트 자체를 뒤틀리게 하는 느낌이라 좀 그렇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디폴트 방해는 선을 넘었지...
음...적어놓은 것만 보면 온갖 불평을 다하며 이거 망겜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꽤 재미있게 하고 있기는 합니다. 어쨌든 좋아하는 시리즈, 좋아하는 시스템이니까요. 그래서 아쉬운 소리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초중반이니 중후반 넘어가면서 느낌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엔딩까지 열심히 달려봐야 겠습니다. 제발 이번 작 스토리는 좀 멀쩡하길 바라며.
게임 시스템자체는 JRPG팬으로 잘짰다고 생각합니다..
세컨드도 그것때문에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