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에 감동 받은 이후에 뮤지컬에 관심이 생겨 기웃거리다 넷플릭스에 무려 해밀턴의 제작자가 감독한 영화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봤다.
브로드웨이 초대박작인 '렌트'의 제작자로 유명한 남자의 일생 중 일 부분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틱...틱..붐!' 이라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간단하게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고픈 젊고 패기 넘치는 작곡가의 고난과 좌절, 그리고 그로 인해 틀어지는 인간 관계와 회복, 그리고 성공을 눈 앞에 둔 그 순간 멈춰야만 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다.
한마디로 뭐 전혀 새로울거 없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이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 세상이니 신박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지켜본 작품은 아니라, 정형화를 넘어 좀 지루하기 까지한 이야기는 나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만큼 큰 줄거리는 그냥 심심하다.
가진 것 없는 젊은 예술인의 고난이 그냥 겉핥기 식으로만 나오고, 그 와중에 세상에 치이고 인간 관계에 치우고 하는 이야기도 그닥 와 닿지는 않는다.
아마 내가 이제 너무 늙었나 보다. 주인공은 이제 자기가 30이라고 절망하며 노래를 부르는데, 30을 넘긴지 한참 된 나로서는 그냥.....음...
그냥 어린 애의 투정 같다. 동성애 친구들이 에이즈로 죽어 나가고 있는 세상에 절망하는 노래를 부를 때도 음.....내가 보수화 됐나, 지가 몸 잘못 굴려 놓고 뭘 이제와서,,,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얼마 안 가 태극기 들고 광화문으로 나갈 때가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노인네 한탄은 그만두고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그럼 이 영화에 기대한건 뭐냐?
역시 음주가무다. '주' 빼고.
뮤지컬의 매력은 역시 노래와 춤일테고, 영화화 되면서 추가로 기대할만한건 멋진 배경 정도라 생각하는데,
으으으으으으음. 해밀턴의 작곡가가 만든 노래가 아니라 이미 있는 원작의 노래들만 나와 그런지 노래도 심히 심심하다.
중간에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부르는 '부후 랩소디'나 주인공이 작중 고심하고 있는 작품인 '슈퍼비아'의 색스텟은 마음에 들었으나,
이 외의 곡들은 사실 기억도 안 남는다.
90년대 제작된 작품이 원작인 줄은 알고 있었건만 그래도 너무 촌스러운 느낌이다. 어쩐지 '벤폴드스파이브'가 생각나는데, 신기하게 그 밴드는 좋아하는데 이 작품의 노래들은 어쩐지 정이 안 간다. 내가 너무 틀딱의 마인드로 봐서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여튼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 늦게 찾아온 작품인가 보다.
꿈과 희망이 넘치던 20대 때 봤다면 다른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루리웹에 아직 예술, 혹은 그와 같은 무엇인가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에 깊이 공감하며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 나랑 비슷한 염세주의가 몸에 밴 사람이라면 그냥 불쌍한 척하는 배부른 예술인의 징징 거림 정도로만 느껴질 작품이다.
생각보다 엄청 부정적인 글이 됐네...
아, 좋은게 있다. 바네사 허드슨에 대해서 1도 관심 없었는데, 이 작품을 보고 관심이 엄청 생겼다. 누나 짱 섹시하다.
그리고 엑스맨에서 할리 벨리 다음으로 스톰 연기했던 아가씨도 나오는데, 그 누나도 짱 매력적이다.
스톰 연기할 때는 별로였는데, 여기서는 뭔가 그 선한 빛이 도는 눈망울이 엄청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