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뜬금 없이 걸그룹 에스파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을 리메이크했다.
이제는 흔치 않은 락 음악의 부활이라 평소 보다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았다.
원곡의 리메이크 혹은 커버 곡의 묘미는 역시 원작의 재해석이라 생각하는 바,
이번 에스파의 리메이크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원곡은 펑크 혹은 이모코어에 가까운 서태지 특유의 하이톤을 살린 신나는 곡이었다면
에스파 버젼은 여성 그룹의 곡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조금 더 묵직한 소리를 위주로 좀 톤 다운된 버젼이다.
드럼 소리가 공사판 소리랑 비슷하게 들릴 정도의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사운드를 보여준다.
뭐 NIN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헤비한 베이스를 선택하고 그에 맞게 음역대도 원곡 보다 좀 낮은 길을 택했다.
그냥 여성 음역대에 맞추어 리메이크만 했어도 원곡의 신남을 살리는 훨씬 대중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거 같은데
그 반대를 했다는게 어쩌면 노래 주제에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진의가 뭐가 됐든 단순 리메이크 보다 뭔가 방향성을 가지고 만든 곡 같아서 다른 리메이크들 보다 더 재미있게 들었던거 같다.
중간 뜬금 없는 랩이랑 브릿지 부분의 유영진이 사랑하는 SMP 생각나는 멜로디 라인이라던지 익숙한 SM 노래들의 클리셰들이
들어가 있지만 다년간 SM 노래들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게 없으면 섭섭했을 수도 있을거 같다.
뮤직비디오도 그 시절 생각나게 하는 예술병 물씬 풍기는 알 수 없는 주제들과 영상이라 그냥 반가웠다.
물론 카리나 윈터가 스케이트보드 타고 지젤이 담배 물고 베이스 치고 닝닝이 헤드뱅잉 하고 있는 뮤비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게 어디랴.
무엇보다 이 곡을 계기로 서태지나 시대유감을 몰랐던 세대들이 원곡을 찾아 듣게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반가운 리메이크였다.
근데 역시 원곡만은 못 한다.
하긴 원곡 넘는 리메이크가 조니 캐시 Hurt 말고 몇 곡이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