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저찌 취직에 성공하고 입에 풀칠하느라 바삐 살았다고 자평해본다.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할 수가 없던 백수 시절과 달리
하루에도 수십번 뻔질거리던 루리웹도 근근히 들어오고,
좋아죽던 게임들도 기껏 한두시간 하고 꺼버리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대충 6개월 넘게 구르다보니 짧디짧은 자유시간을 어찌 활용하는지 요령이 생겨버렸다.
군생활을 겪고서 모든 대한민국 병장들에게 리스펙을 가지게 된 것 처럼,
이제야 직장인 게이머들에 대한 리스펙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대충 경제적으로는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닥 흥미도 없고 원하던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질려서 당장에라도 때려치고 싶은 일도 아님에 감사한다.
다만 항상 잠자리에 들고자 침대에 누울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요대로 살아도 괜찮은가?' 이다.
백수 때도 매일같이 하던 생각이 돈 벌면서도 똑같이 생각나니 살짝 어이가 없기도 하다.
시간을 팔아 돈을 연성하는 만큼 마음 속 한 켠에 숨겨둔 꿈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꿈꾸는 횟수가 드물어지고, 글을 쓸 때는 머릿속 개념과 실제 문장이 일치하지 않아 수 번을 썼다 지운다.
읽고 싶은 수많은 책들은 업무 피로라는 핑계로 책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다.
요즘 가장 무서운 건 딱 세개.
내 건강, 부모님 건강, 마지막으로 이대로 내 꿈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이런 막연한 불편함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던해질 때가 내 꿈이 사라지는 때가 아닌가 싶다...차라리 계속 불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