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P류 게임에 임하는 나의 각오는 디바의 대사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나는 게임을 하면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패배는 제발 꺼져줬으면 하는 불청객이다.
예전엔 유저 대 유저 특유의 긴장감이 부담스러워서 제대로 대전게임도 못했는데,
철권에 입문하고 FPS를 만지고, 결정적으로 롤과 만나면서 내 어딘가가 뒤틀린 느낌이다.
롤을 처음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원딜을 잡은 내게 서폿을 해주던 친구는 점잖은 평소의 인성을 내던지고
내게 포풍같은 욕을 퍼부었다. 그걸 한 세시간 내내 들으니 처음으로 게임을 하면서 독기를 품었더랬다.
실버였던 그 친구를 제끼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고, 이내 다이아의 문을 두드리던 나는 한계를 만난다.
나는 평범한 것 보다는 나은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최상위에서 놀기에는 부족한 그런 실력이었고, 그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법칙이었다. 롤이든 도타든, 배틀필드든 레인보우든, 철권이든 피파든 간에
나는 10분위로 치자면 3에 가까운 위치였다. 어떻게 해도 2나 1은 될 수 없다.
내가 즐기던 게임들은 하나같이 최상위에 가기 위해서는 피지컬을 요구했다. 타고나는 것을 어찌할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나는 인섹이 아닌 클템에 가까운 플레이어였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서 딸리는 피지컬을
극복해야 하는 쪽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다.
그렇기에 나는 게임을 말 그대로 매번 이길 순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역시 언제나 이기길 희망한다.
그게 매번 지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때로 지는 것보다 즐겁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팀원 중 가장 잘 하는 플레이어이기보다는 가장 못하는 플레이어이기를 원한다.
내가 가장 강한 팀은 기껏해야 3의 위치가 최고다. 하지만 내가 버스를 탄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이건 일종의 정신병이다. 모든 유저에게 공평해야 하기에 게임의 밸런스는 항상 50 대 50으로 수렴하게끔 된다.
설사 최상위 플레이어일지라도 이 법칙에 거역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내가 금손을 가졌더라도 나는
더 잘하는 누군가와 매칭되어 패배를 맛봤을 것이고, 기분나빠 했을 것이다. 결국 변하는 건 없다.
때론 이기고 때론 지는 게 PvP 게임의 순리다.
문제는 나처럼 정신병 걸린 놈들이 가끔 분노를 애먼 방향으로 표출한다는 거다. 나보다 정신병이 더 진행된
놈들은 모든 책임을 팀원에게 전가한다. 이해한다. 계속 자기 못한 게 뇌리에 아른거리는 데
이걸 지우려면 팀탓을 하는 게 젤 편할거다.
다만, 이 스트레스는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이지 팀원들 몫이 아니다. 베풀면 안되고 내가 끌어안고 가야하는 거다.
특히나 팀원과 한 마디 의사소통도 없다가 버럭 결과창에서 욕하는 놈들은 정신병 말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그런 놈들의 말로가 어떤지 잘 봐온 과거가 있어 다행히도 나는 아직 병의 진행이 더딘 듯 하다.
말하기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루리와치 팟에서 게임을 뛰면서도 때로는 주화입마에 걸릴 뻔한 순간들을 맞았다.
아니, 사실 열이면 아홉은 그런 순간들이었다. 솔큐를 돌려도, 다른 지인들과 돌려도 잘만 적립되던 승리가
왜 루리와치 팟에만 오면 거짓말같이 패배로 변환되는 것인가? 어쩌면 저것도 하나의 변명이다. 그저 내가 못했고
상대가 우리보다 잘했을 뿐인데.
나랑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나중에 게임을 할 때 지더라도 어휴 울팀 노답, 이런 채팅은
싸지르지 말자. 졌으면 그게 너무도 싫은 본인만 불쾌하면 되고, 즐겁게 겜하는 다른 사람 방해를 하면 안된다.
게다가 이딴 트롤링은 피해자들이 채팅 차단을 미리 해두고 겜을 시작하게 만들어서 멀쩡한 의사소통마저 차단할
우려가 있다. 더 많은 게임을 이기고 싶다면 먼저 자기부터 존나 잘하려고 노력하고, 팀원들이랑 소통도 해가면서
해보자. 그게 안되더라도 나 혼자 씨발씨발거리자 제발. 우리같은 병자들이 활발하게 분탕질 쳐서 빚어진 게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 채팅의 현 주소다. 빡겜을 하고싶으면 빡겜전문팟을 꾸려서 달려라. 괜히 정상인들에게
똥을 던지지 말자.
제가 이래서 이런류 게임에는 손도 안 대요 ㅋㅋㅋㅋ
10분위로 치면 3정도라고 하셨는데, 8 이하인 저는 한번 해보고싶은 것도 꾹꾹 참아야 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