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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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그래, 서태지의 시대는 갔어 (1) 2014/11/01 PM 06:36
[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서태지는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누가 좀 빨리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태지의 시대는 1990년대에 끝났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한때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뮤지션의 쿨한 멘트였다. 진짜 쿨한 건지, 쿨한 척한건지는 서태지 본인만 알겠지만, 실제 이번 9집 '콰이어트 나이트' 활동은 우리가 기억하던 그 '서태지의 시대'는 정말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단지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이 10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광속'으로 사라졌다거나, 잠실 주경기장에 2만5천명 '밖에' 차지 않았다거나, 하는 일 때문은 아니다. 그래도 그가 출연한 KBS '해피투게더'는 평소 시청률보다 높게 나왔고, '크리스말로윈'이 호평도 받았고, 일거수일투족이 큰 화제를 모았다는 점에서 그가 농담조로 말하는 "한물 간" 건 아닌 셈이다.

진짜 '서태지의 시대'가 갔다고 느끼는 건 더 이상 음악이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그가 던졌던, 그리고 던지고 있는 메시지가 더 이상 이 시대에 유효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서태지가 데뷔한지 22년. 그동안 '청춘'은 변했다.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며 헤드뱅잉을 하던 서태지 시대 청춘이 IMF와 단군 이래 최고 취업난을 겪으며 조직에 가장 순응적인 어른이 되는 동안, 요즘 청춘은 공무원 되기와 대기업 입사를 일생 일대의 목표로 삼았다. 가요 사전심의에 반발하고 방송국이라는 '갑'에 맞서는 '오빠'의 모습에 환호했던 팬덤은 착실한 트레이닝을 거쳐 대형기획사라는 스펙을 갖춘 아이돌 스타에 환호하고 있다.

시대는 여전히 '유감'이지만, 이를 노래하는 건 촌스럽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장판이 나인지 내가 장판인지" 헛갈려하던 청춘은 분노보다 자학을 즐긴다.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고 노래하기엔, 윗세대의 좌절을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지금의 청춘을 제일 잘 그려낸 건, '시대유감'을 겪고도 "열심히 안한 건 아닌데, 내가 열심히 안한 걸로 치겠다"며 차라리 화살을 자신한테 돌리는 게 더 속 편한 '미생'의 장그래다. 분노해봤자 자기 손해다.

'교실이데아'를 논하는 대신 '공부의 신'이 되길 원하는 시대. '발해'를 꿈꾸기보다, 원어민과 같은 영어 발음을 갖길 갈망하는 시대. 소격동 냇물보다는 삼청동 맛집이 더 궁금한 시대. '포스트 서태지'가 나타날 자리는 없는 게 당연해보인다. 우는 아이들을 리스트업해 선물을 안준다고 협박하는 산타를 비꼰 '크리스말로윈'은 선물을 받기 위해 울지 않는 데에 익숙해져버린 세대에겐 '어디야, 나와. 오빠 나 화장 지웠어'보다 와닿기 어렵다.

그래서 음악의 본분은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를 분석하고, 통장에 찍힌 5억원을 자랑하는 게 됐다. 어차피 언제나 '유감'이었던 시대, 연애와 돈 벌기가 지상 최고 과제다.

아마도, 서태지는 다음 컴백에서도 '문화 대통령' 관련 질문을 받지 않을까 싶다. 돌아서면 순위가 바뀌는 음원차트에서 사회적 담론을 건드릴 '촌스러운' 뮤지션은 '거의' 없을테니까.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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