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수록곡들에 대한 감상도 써보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길어질테니
타이틀 곡인 the boys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한번 써보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사운드와 보컬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능숙해서 또 발전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지만
반복되는 후렴구에 귀에 쉽게 박히는 훅 멜로디가 들어간게 아니라 랩이 훅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낯설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에 쉽게 집중이 안되는 구조지만 보컬과 사운드의 고퀄리티가 그걸 상쇄하여 귀를 붙잡는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거 노래 참 좋기는 한데, 아이돌 음악으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다 싶었어요.
사실 '후크송'이 아니더라도, 훅hook은 대중 음악, 특히 한국 주류 가요에서는 필수적인 요소이거든요.
다만, BGM, 벨소리, 착신음이 음악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노래의 일부만 잘라서 활용하는 경우가 높아져,
이 훅의 양적비중을 확 높인 음악형태가 유행하게 되었는데, 그게 후크송인거죠.
아무튼 중독적이고 쉽게 사람들의 귀를 끄는 훅 멜로디는 거의 모든 형태의 가요에서 필수요소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the boys의 경우는, 후렴구를 제외한 전반적인 멜로디와 화성은 상당히 고급스럽고 훌륭하다고 보지만
가장 반복이 많이 되는 후렴부에 훅 멜로디가 아닌 랩을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팝을 꽤 많이 듣는다고 생각하는 저같은 경우도 처음에 들었을 때는 쉽게 뇌리에 남지는 않았던 듯 합니다.
이런 형태의 음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의 회전이 빨라서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아이돌 음악에서는
훌륭하고 조잡하고를 떠나 쉽게 시도하기는 힘든 스타일입니다. 대중이 낯설어할 공산이 크니까요.
다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제가 느낀 바로는 비트와 전체적인 멜로디, 사운드 퀄리티가 상당히 훌륭합니다.
첨에는 멜로디로 고조된 분위기의 중간중간에 랩이 배치되는 진행이 청취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감이 있었는데
이 어법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훌륭한 사운드와 좋은 가창 덕분에 상당한 중독성을 느끼게 되네요.
묵직하면서도 끈적한 90년대 흑인 음악 느낌의 비트가 현대적인 일렉트로니카 느낌이 나는 사운드와 훌륭히 어울리고,
소녀시대 멤버들을 보컬 활용도 상당히 적절하게 이뤄져서 강한 사운드에 보컬이 멋지게 호응합니다.
곡 절정부의 화성적인 활용은, 질적-양적으로 풍부한 소녀시대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단단하고 강렬하게 곡을 전반적으로 이끄는 태연 보컬과 전보다 날카롭고 강렬하게 고음부의 임팩트를 주는 제시카의
보컬도 인상적이었지만, 드라마틱한 표현에 더 능해진 서현과 안정감이 더 향상된 써니의 보컬도 좋았습니다.
뭣보다 윤아 보컬이 예전보다 힘이 실리고 색깔이 강해진게 놀라웠네요. 물론 보정이 좀 들어가긴 했겠지만요^^;
그리고 랩 파트는 처음에는 좀 붕 뜨는 느낌이 있었는데 익숙해지니 곡 진행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고
나중에는 이 랩 파트도 귀에 계속 맴도는군요. 비트와 잘 어우러지니 훌륭한 훅 멜로디 못지 않은 중독성이네요.
랩 가사는 많은 악평들처럼 미친듯이 후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래도 소녀시대 멤버들의 랩핑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가사는 좀 별로여도 비트를 다양하게 타는 랩 메이킹은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멤버들의 소화도 잘 된 듯 합니다.
아무튼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는 아니지만, 곡 전체를 들어야 확실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인 듯 합니다.
아무래도 유영진 편곡이니, SMP의 냄새도 나는게 사실이지만 남자 그룹들의 SMP와는 다르다는 생각이네요.
하나의 비트와 코드를 반복&변주하면서 곡 전체를 진행하는 SM만의 색이 뚜렷한 샤이니, 슈주의 SMP와는 달리
소녀시대가 이번에 들고나온 SMP는 북미 팝과의 접점이 좀더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강렬&끈적하면서,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제 개인적인 감상이네요.
아무튼 귀에 한방에 꽂히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가요는 아닙니다. 반복해서 들으면 서서히 중독되는 타입이죠.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른바 아이돌 그룹이 택하기 쉬운 길은 아닙니다.
이건 소녀시대의 도전정신이 훌륭하다는 팬심섞인 칭송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대중이 현재 가지고 있는 기호를 정확히 캐치하여 거기에 맞춰 만들어 한방에 귀에 꽂히는 좋은 퀄리티의 음악과
대중이 익숙치 않은 작법을 채택하여 처음엔 낯설지만 좋은 사운드와 개성으로 천천히 귀를 사로잡는 음악은,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입니다.
다만 후자는 집중적-반복적으로 노출이 되지 않는다면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대중의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별로 현명한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녀시대는 '동요를 불러도 1등할거다'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높은 브랜드 밸류를 가진 팀입니다.
낯설더라도 소녀시대 노래니까 틀어주고, 소녀시대 노래니까 들어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
이 높은 이름값은 낯선 어법이라는 핸디캡, 잦은 노출이라는 성공을 휘한 필요조건을 충족시켜 줄 수 있습니다.
그 뒤는 곡 자체의 매력과 퀄리티가 최종적인 성공을 좌우하게 될텐데, 저는 이 정도 퀄리티라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런 자산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모험적일 수도 있는 형태의 곡을 갖고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중성'이라는 것은 사전에 형성된 '스타일'보다는, 결국에 시장에서 거둔 성과로 측정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공개된 곡의 낯선 스타일을 가지고, 대중성이 없네 이상하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대중의 반응이 어떨지 기다려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히트할거라 봅니다만.
그리고 해외시장의 반응은.. 제가 해외에 살지 않는지라 이야기하기 힘드네요.
최신 팝 트렌드에 맞는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다르다고 꼭 폭망하는 것도 아니라서
곡만 보고 이건 뜰거다, 이건 망할거다 이야기 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한국 버전도 훌륭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곡을 만든 사람이 미국 흑ㅎㅛㅇ 테디 라일리이시다 보니
영어버전의 가사와 보컬이 그 비트와 사운드에 좀더 잘 어우러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영어버전은 처음 들을 때에도 그냥 그 랩 파트가 낯설다는 느낌이 덜 들기도 햇고요.
이런걸 보면 확실히 팝으로 만들어진 곡이라는 생각이 강해지네요.
아무튼 해외 시장, 특히 미국 시장 성공 여부 예측은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잘 되기를 바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