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 ‘엄청나게’라든지 ‘열심히’ 같은 단어를 내뱉는 티파니에게선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우라처럼 풍겼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노력 또한 그 밝은 얼굴 뒤에 있어 보였다.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루어진 이번 시즌 빈폴 액세서리의 뮤즈로 선택된 티파니와의 슈팅 타임은 예상처럼 유쾌했다.
먼저, 근황이 궁금하다.
상반기에 ‘소녀시대-태티서’ 활동을 하면서 일본에서 발매한 새 싱글 앨범 <파파라치(PAPARAZZI)>를 준비했다. 이제 드디어 일본 활동을 재개해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지낸다.
8월 1일이 생일이더라. 미리 축하한다. 생일에는 무얼 해왔나?
맞다. 감사하다. 생일 며칠 후면 소녀시대 탄생 5주년이다. 항상 생일이 데뷔 기념일과 같은 달에 있어서 멤버 중 제일 화려하고 성대하게 맞는 편이다. 팬들이 선물도 많이 주신다. (웃음) 그동안 엔 계속 일정 맞추면서 일하고, 멤버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걸 먹거나 놀면서 보냈다. 올해는 좀 더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데, 뭐가 좋을지 추천해달라.
오늘 화보는 ‘러블리(lovely)’와 ‘댄디(dandy)’ 두 가지 주제로 촬영했는데, 스타일링 콘셉트를 직접 정했다고 들었다.
소녀시대 스타일리스트 서수경 실장님과 회의하면서 맨 마지막에 나온 콘셉트였다. 섹시하면서도 러블리한 걸리시 룩에 귀여운 보이시한 느낌을 더한 매니시 룩을 함께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았다. 사실 처음 데뷔했을 때 단발머리였다. 당시 중성적인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화보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매력을 알리고싶다.
화보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한다. 평소 소녀시대 멤버로서 무대에 서는 것과는 조금 다른 영역의 작업이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게 되나?
음… 많이 다르진 않다. 무대 준비할 때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스타일이다. 메이크업과 헤어는 물론 의상도 디테일과 소재까지 확인한다. 그동안 무대에 서면서 많은 연습이 됐다. 이제는 시간도 지났고 성숙한 콘셉트도 소화할 수 있으니까 더 재밌게 풀어낼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이 시간이 재밌고, 굉장히 즐겁다.
얼마 전 활동을 마감한 ‘소녀시대-태티서’ 앨범 작업에서 스타일링에 전적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다(‘트윙클’ 뮤직비디오의 빨강 머리 역시 영화 <물랑 루즈(Moulin Rouge)>의 니콜 키드먼을 떠올리며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데뷔 때의 단발머리 이후로 금발부터 오렌지색까지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해봤다. 빨강 머리는 동양 사람에게 어울리기 어렵다고 하는데, 니콜 키드먼이나 엠마 스톤을 보면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제시해본 건데,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웃음)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가?
지금까지 잘 몰랐는데, 패션이 일상처럼 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 이모 사진을 봐도, 지금 입는 옷들을 봐도 무척 감각이 남다르시다. 특히 엄마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이게 예쁘다, 저게 예쁘다 골라주시고 같은 핑크라도 색감 차이를 알려주셔서 늘 익숙해져왔다.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가방을 즐겨 드는 편인가?
쉽게 말해, 가방은 가족이다. 내 삶을 담고 다니는 게 가방이라서 무척 소중하다.
오늘 촬영하는 가방들이 마음에 드나?
(핑크색 가방을 가리키며) 핫 핑크! 이걸 추천한다. 워낙 핑크색을 좋아한다. 올가을에는 선명한(vivid) 색상의 백이 인기를 끌 것 같다. 오늘은 예쁜 오렌지색 가방을 들고 왔다.
평소 어떤 것들을 핸드백 안에 넣고 다니나?
오늘은 촬영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많은 걸 들고 오진 않았는데, 먼저 지갑과 일정표를 겸한 다이어리. 시간 나는 대로 항상 뭔가를 짜놓는다. 관리를 받으러 가든가 운동을 하러 가든가. 글도 많이 쓴다. (다이어리를 펼쳐 보여주면서) 의상 콘셉트를 정리하거나, 무대에서 하고 싶은 곡들도 써놓는다.
핸드백 속 아이템을 소개해달라.
다양한 색깔의 펜으로 다이어리를 쓴다. 그리고 향수! 기분이 가라앉을 때나 힘을 내고 싶을 때 뿌린다. 머리끈도 핑크색이다. 안경도 있다. 아침에 나갈 때는 안경을 쓴다. 그리고 여성이라면 기본으로 들고 다니는 파우더와 립 틴트. 의상에 따라 빨강과 핑크를 번갈아 쓴다. 예뻐 보이려면 향수와 립 틴트는 꼭 써야 한다.(웃음) 원래는 책도 보고 게임기도 들고 다니는데 오늘은 안 가지고 왔다. 아, 그리고 MP3 플레이어. 준비할 때 항상 듣는다.
오늘은 패션 화보를 위한 의상을 입고 있다. 평소 스타일은 어떤가?
그날그날 다른데, 최근에는 귀찮아서 슬리퍼와 트레이닝복을 자주 입었다.(웃음) 그래도 기본적으로 여성스럽게 입는 편이다. 걸리시하고 로맨틱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스커트나 원피스 같은 것들. 그리고 긴 점프슈트도 좋아한다. 촬영이나 공연차 외국에 나갈 때에는 장시간 비행기를 타니까, 확실히 점프슈트가 최고다.
소녀시대는 9명이고, 소녀시대-태티서는 3명이었다. 최초의 유닛 활동이기도 하다. 활동을 마친 소감이 궁금하다.
숫자 대신 목소리로 꽉 채운 무대를 최대한 연출하고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선보이지 못한―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스타일링과 음악을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다시 활동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9명이 뭉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상반기에는 유닛 활동뿐만 아니라 멤버 모두 각자 활동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 셋이 제일 덜 외로웠던 거다. 오랜만에 외국 공연을 갔는데, 보통 멤버 모두 각방을 쓰는데 9명이 찰싹 붙어서 놀고, 밥도 먹고 그랬다. 개별 활동하는 시간이 행복한 만큼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됐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는?
한참 일렉트로닉에 꽂혀서 많이 들었다. 최근 원더걸스 콘서트에 다녀왔는데, 원더걸스의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듣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왠지 모르게 니요(Ne-Yo)에 다시 꽂혔다. 일렉트로닉과 R&B 사이라서더더욱 듣는 것 같다. 추천해드린다.(웃음)
정말 아무런 일정이 없을 때에는 무얼 하나?
소녀시대-태티서 활동이 끝난 요즘에는 그런 날이 좀 있다. 사실 시간이 나도 딱히 할 게 없더라. 그래서 쉬는 날엔 무조건 ‘관리’에 들어간다. 피부과 가고, 헤어 트리트먼트 받고. 여자는 피부와 머릿결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스케줄이 장기간 없어야 집에 다녀오거나 할 텐데, 띄엄띄엄 시간이 나다 보니 그 시간에 아낌없이 자기 관리에 투자하고 있다.
수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여느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꿈꿀 때도 있나?
(곰곰이 생각하더니)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다. 편하게 돌아다니고, 쇼핑하거나 밥먹으러 가거나 하는 일이 나만의 개인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일이고 그것들을 하고 싶은 만큼 지금의 일이 소중하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가지고 모범을 보이려 하고, 즐기고 있다. 이 생활 자체를 말이다.
이전의 다른 인터뷰에서 “소녀시대라는 브랜드 안에 티파니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킨 기분”이라고 말한 것을 봤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소녀시대의 미래와 함께 티파니 개인이 꿈꾸는 미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꿈이 굉장히 큰 편이다.(웃음) 앞으로도 소녀시대 멤버로서 꿈을 이뤄나가면서, 티파니로서도 음악적인 부분을 좀 더 보여드리고 싶고, 내게 어울리는 드라마나 뮤지컬 역할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패션! 내가 사랑하는 패션도 마음껏, 열심히 표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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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가 처음 머릿속에 각인된 순간을 기억한다. 신사동 가로수길 맞은편, 널따란 도로의 어느 버스정류장이었다. ‘지(GEE)’와 ‘소원을 말해봐’가 일종의 사회현상처럼 엄청난 인기를 끌던 때였다. 흰 반소매 티셔츠와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소녀들의 매력적인 포스터가 정류장에 촘촘히 붙어 있었다. 해가 막 떨어지던 시간, 빛에 반사된 포스터들이 붙은 버스 정류장은 마치 설치미술가의 작품처럼 보였다. 그 소녀들은 이제 ‘한류’의 정점에 섰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팬을 몰고 다닌다. 그 안의 단발머리 소녀였던 티파니는 중학생 나이에 홀로 한국에 왔다. 고등학생 나이 때 데뷔했고, 지금은 20대 숙녀가 됐다. 사랑스러운 눈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소녀는 평소 보여줄 기회가 드물던 댄디한 숙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졌다. 티파니는이제 혼자서도 자신을 드러낼 만큼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