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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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Harper's BAZAAR 10월호 윤아 인터뷰 (by chopper) (0) 2012/09/25 AM 10:41
Black Sonata

드라마 <사랑비>에서 윤아는 1970년대의 대학생과 2012년을 사는 가드너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침착함과 활달함, 소탈함과 우아함, 성숙함과 명랑함 사이에서 제 안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윤아. 드라마 종영 이후 처음으로 스튜디오의 카메라 앞에 선 그녀가 블랙의 변주를 보여준다. 에디터/안동선 (Photographed by Kim Sangon)



윤아를 인터뷰하러 가는 길, 사인 요청이 쇄도한다. 포토그래퍼는 촬영장에 오고싶어한 형부를 위해, 어시스턴트는 아이폰 잠금 화면에 윤아 사진을 깔아놓은 남자친구를 위해, 그리고 나는 남동생이 '카톡'으로 내린 지령을 완수하기 위해 녹음기와 사인 용지를 들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외모는 그 사람의 피상적인 단편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외모야말로 본질을 투영하며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TV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실제로 만났을 때 스크린이라는 매개체 없이 대면한 그 사람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많은 걸 말해주기도 한다. 높다란 조명 아래 선 윤아를 바라본다. 반듯한 이마, 고요한 눈빛, 가늘고 긴 선을 이루는 몸. (이 화보를 보고 누군가는 포토샵의 흔적을 찾을지 모르겠지만 다리를 늘리거나 팔을 가늘게 하는 보정 작업은 하지 않았다.) 드라마 <사랑비>가 끝나고 수개월 만에 하는 인터뷰 촬영. 낯설고 욕심나고 재미있고 피곤한 여러 가지 감정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를 테지만 편안한 침묵이 구름처럼 윤아를 둘러싸고있었다. 한마디로 의젓했다.




윤아는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사랑비>가 한국에서는 그다지 주목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도 의젓함을 잃지 않았다.




"애초에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시청률이 잘 나오고 사회적으로 붐을 일으켰더라면 좋았겠지만요. 하지만 윤석호 감독님과 오수연 작가님의 드라마라는 것 자체가 시청률과는 관계없이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었거든요. 일본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잔잔한 감성이 일본 사람들의 정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도 하고요. <사랑비> 가 방송되고 있는 지금 일본에 가면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드라마 잘 보고 있다면서 악수를 청하세요. 신기하고 기분 좋죠."




배우에게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작품에 도전하는 일은 자기 충족적인 예언이 되기도 하는데, 윤아에게는 <사랑비>가 그랬다. 주인공으로는 세 번째 작품인 이 드라마에서 윤아는 1970년대의 청순한 대학생 김윤희와 2012년을 사는 명랑한 가드너 정하나를 연기했다. 자신이 태어나기 20년 전의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1인 2역, 게다가 소녀시대 활동과 병행해야 했다. 1970년대 장면을 찍을 때는 새벽에 대구에 내려가 촬영하고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가 다시 대구로 내려가는 스케줄을 반복했다.




"드라마에서 윤희가 아프거든요. 근데 아픈 연기는 따로 할 필요가 없었어요. 아주 녹초가 되어 있었으니까."




매니저 말대로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혹독한 시련의 날들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윤희를 찍을 때 그렇게 고생을 하고 나니까 나중에 하나를 찍을 때는 거뜬한 거 있죠? 일에 있어서도 맷집이라는 게 생기나 봐요. (웃음)"




2007년 여름, 윤아는 소녀시대 데뷔에 한 달 앞서 드라마 <9회말 2아웃>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너는 내 운명>의 새벽이로 어르신들까지 예뻐하는 안방 극장의 헤로인이 되었고 권상우와 함께 나온 <신데렐라맨> 에서는 동대문 시장을 누비는 씩씩한 디자이너 지망생 역할에 도전했다. 그리고 2년 만의 작품. 이번 드라마는 윤아에게 좀 다른 접근법을 알려줬다.




"예전에는 무작정 하는 경향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분석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한 것 같아요. 전 에는 감정씬 같은 경우에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겪었던 슬픈 기억을 떠올리며 감정을 잡고 연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윤희와 하나의 입장에 저를 대입시켜 보고 그 감정 그대로를 연기했이요. 그래서 윤희를 연기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이해하기도 힘들었고요. 내가 윤희라면 어땠을까라고 끝도 없이 생각했어요. 하나의 경우에는 밝고 털털한 캐릭터라서 저의 실제 성격과 닮은 부분이 많아서 다행이었죠. 아무튼 이런 식으로 연기에 접근하니까 뭔가 다르고 신기했어요."




이제 막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윤아에게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느냐고 묻자 3초 만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면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는 답이 날아온다.




"꼭, 꼭, 꼭 해보고 싶어요. 물론 작가님의 작품들 중 안타까운 작품이 되지 않도록 연기력을 더 향상시키고 해야겠지만요. (웃음)"




특히 <온에어>와 <시크릿가든>을 가장 재미있게 봤다는 윤아는 좋아하는 드라마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절제되지도 않아서 좋아요. 드라마적인 얘기다 싶으면서 또 굉장히 일상적이잖아요. 그래서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없이 스르륵 동감이 되고 몰입이 돼요. 그리고 대사가 너무 좋아요!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들 때문에 한 마디 한 마디 놓칠 수가 없어요."




침착하고 의젓하게만 보였던 윤아가 '호탕윤아'(웃을때 입을 크게 벌리고 웃팬들이 붙여준 별명)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사실 윤아의 진짜 매력은 이런 의외성이다. 그냥 봐서는 여성스럽고 새침하고 조용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라는게 주위 사람들의 증언.




"드라마 촬영할 때 자거나 밥 먹다가 큐 사인을 받아도 대강 거울 한 번 슥 보고 카메라 앞에 서는 스타일이에요."




"사석에서는 완전 개그맨이에요. '김꽃뚜레' 부터 '납득이' (<개그콘서트>의 멘붕스쿨에 나오는) 까지 개그 프로그램 캐릭터는 다 따라해요. 소녀시대 맴버들이 다 웃긴데 최고봉 3인은 윤아, 수영, 효연이죠."




아니나 다를까. 스튜디오가 좀 익숙해지자 모니터 화면에 구찌 드레스의 치맛자락 사이로 떡하니 반창고 붙인 무릎(포토그래퍼가 가장 공들여 작업한 부분) 이 나오자 "아, 저거 봐, 가관이다. 그쵸? 흐흐." 하고 웃는다. 자기 자신도 유쾌하게 희화화할 줄 아는 명랑한아가씨 같으니라고.

다시 처음으로 들아가서 내가 윤아에게서 느낀 차분함과 고요함의 본질은 프로페셔널의 집중력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중학생 때 SM엔테터인먼트에 들어와서 디테일을 갈고 닦으며 보낸 연습의 시간. 목표를 정해두고 거기에 가 닿을 때까지 단련했던 나날들. 그때 윤아의 시간은 멈춰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데뷔 이후 5년. 그동안 연습해온 것들이 알아서 발현되리라는 믿음을 획득한 무대 위의 시간. 연습할 때 멈춰 있던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합 10여 년의 시간을 통해 윤이는 잘 단련된 자신을 어떻게 다루어야 그 안에서 음악도 나오고 연기도 나오고 포즈도 흘러나온다는 걸 자기도 모르는 새 깨닫게 된 것 같다. 전혀 힘들이지 않고 억지스러운 기색도 없이 카메라 앞에서 척척 포즈를 취라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하자 윤아가 골똘한 얼굴로 말을 받는다.




"모르겠어요. 그냥 연습생 시절에는 걱정 없이 배우는 데 몰두했어요. 가끔 이렇게 열심히 한 게 나중에 꽃을 피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라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무대에 서고 연기를 하면서 깨달았죠. 그 오래 전에 했던 사소한 동작, 연기 수업 같은 것들 하나 하나가 몸 안 어딘가에 남아 있었구나. 근데 그게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나오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겠어요. 갑자기 사라져져버린 것 같은 때도 있고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연기와 내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은 갖고 있이요."




그런데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가 비행기에서 본 인도 영화 <세 얼간이들> 이라는데 영화관도 좀 가고 연애도 하고 그래야 연기와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앨범 활동을 안 하면 드라마를 했고 드라마가 끝나면 해외 활동이 이어지고. '정말 쉬고 싶다!' 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지만 막상 휴가가 주어지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오히려 바쁜 게 더 좋은 것 같을 때도 있어요. 이상하게 일주일 정도 쉬고 나면 오히려 더 쉬고 싶어지고 의욕이 안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영화관도 가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고 그렇지만 대중의 시선에 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근데 그건 애초에 연예인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해요. 그 무게가 팬들의 사랑보다 훨씬 가볍기에 행복하고요."




다시 의젓 모드로 돌아간 윤아. 그 순간 그녀 몸 어딘가에 장착된 뱉런스 조절 장치가 반짝 빛났다 .



출처: http://kchopper.tistory.com/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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