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초여름
“티비 속으로 들어갈래!?” 라고 호통 치는 아빠의 목소리를 등지고
화면 속에서 노래하는 오빠. 형들에게 시선을 빼앗겼던 그때..
대여점에서 빌려온 가족영화 비디오만 보던 비디오플레이어에
녹화버튼이 눌러지기 시작했던 때도 그 맘 때쯤..
152사서함에 귀 기울이며, 다이어리에 빽빽이 적어놓았던 방송 스케줄과 함께
라디오와 티비에 붙어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방 한쪽 벽엔 잡지 부록으로 받은 브로마이드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연예인을 좋아하는 아들딸들이 걱정되기 시작한 엄마와
두근거리는 감정을 처음 느껴봤던 딸 사이의 신경전도 시작 되었다.
용돈을 모아 난생처음 사봤던 음악 테이프
친구와 단 둘이 처음으로 버스타고 가봤던 콘서트
설렘과 떨림 가득했던 첫 팬레터
오빠, 형들로 인해 ‘처음’하는 경험들이 점점 많아졌고....
92년 갓 데뷔한 신인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서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대중을 향해 화두를 던졌었다.
늘어날 정도로 들었던 노래 테이프가 CD에서.. MP3로..
드륵드륵 돌아가던 비디오테이프가 DVD에서 블루레이로..
그렇게 아날로그가 최첨단 디지털로 변해버린 그 정도의 세월 안에서
그의 모습을 봐온 수천 , 수만의 태지들은 고민 속에 질풍 같았던 사춘기를 지나
10대를 지나 20대.. 그리고 30대를 지나고 치열한 경쟁과 현실을 지나서
한 집안의 아들, 딸에서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한 아이의 엄마, 아빠로...
그리고 함께하지 않았던 세월보다 이제 함께한 세월이 더 길어져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팬들이 그에게 던지는 말이 되었다.
우리 ‘여전히’ 여기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