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가요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1970년대 초반 가수로 데뷔, MC로도 활발히 활동하던 이수만이 지난 1996년 SM주식회사란 이름으로 처음 세운 회사다. 이후 이수만은 빼어난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며 H.O.T 신화 S.E.S 보아 플라이투더스카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등 숱인 인기 아이돌그룹들을 탄생시켰다.
'한류'를 넘은, 한류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콘텐츠 자본 홍보시스템이 하나가 된 이른바 '아시아류'가 곧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사실상 가장 먼저 한 것도 SM이다. 지난 2000년 연예 기획사로서는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 역시 SM이다.
SM의 최대 주주이자 수장인 이수만 회장은 과거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한류가 오로지 한국의 가수나 연기자 혹은 우리나라의 음반이나 드라마 등 해외에 넘겨 효과를 거두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한류, 즉 '제2의 한류'는 아시아 여러 나라와 하나가 된 한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인 멤버를 합류시킨 f(x)와 엑소를 통해 이를 실천하고 입증했다.
스타 발굴, 특성 파악, 프로모션 등 시스템 상의 모든 면에서 현재까지 17년 간 확대와 변신을 동시에 이루며 이끌어낸 결과다.
여기까지만 보면 SM은 완벽한 회사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SM은 자사 시스템의 진보와는 달리 외부 파트너들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진부하다. 아니, 요즘 행보를 보면 갈수록 자신들이 '연예시장의 갑'이란 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듯 하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특히 방송, 언론, 팬들에 대한 이른바 외부 대응을 보면 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방송부터 살펴보자. SM은 여전히 여러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에서 자사의 가장 핫한 가수(팀)들을 꼭 엔딩에 세우려하고 있고 또 실천하고 있다. SM의 전통이며, 가요 및 방송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사실이다.
가요 기획사의 시스템화와 대형화를 만든 자사가 마지막을 장식해야 한다는 의식은 이렇듯 오랜 기간 변치 않고 있다. 어느 때는 SM 가수들보다 화제의 중심의 되고 있는 팀들도 있는데 말이다.
가요 프로그램 엔딩 및 여러 가수들이 함께 나서는 공연에서의 엔딩은 어찌 보면 그 프로그램의 얼굴과도 같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고 집중도가 높아지는 순서다. 이 자리를 항상 자신들만 차지하려 하는 것은 잘못된 엘리트 의식일 수도 있다.
언론 접촉 및 대응에 있어서도 SM의 행보는 진부하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SM 매니저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아티스트에 대해 기자들 및 미디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 있게 이야기 했다. 매니저 자체가 운전 및 스케줄 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프로듀서의 개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활동했던 SM 출신 매니저들이 현재 곳곳에서 주요 가요 기획사들의 대표들을 맡고 있는 점도 이에 기인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SM 매니저들은 기자와 미디어들을 보면, 아티스트들에 대한 건은 일단 입을 열지 않으려한다. 혹시나 말을 해 기사라도 나면 해당 매니저가 회사 내에서 책임져야해서다. 또한 자사 아티스트에 대한 홍보는 무조건 언론홍보팀을 나와야 하는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SM에 관한 소식들이 천편일률적이고 활력 없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할 수 있다.
SM의 언론에 대한 홍보 방식은 간단하다. 매일 오전 8시30분에 보도자료를 보내고 그전에 문자를 전달하면 된다. 더 이상은 없다. 물론 언론홍보팀도 회사 내 큰 시스템에서 움직이기에 매니저들처럼 자신 있게 언론에 이야기할 수 없다.
과거와 달리 연예 매체들이 많아진 상황이기에 언론들은 혹여 자사가 쓰지 않으면 이른바 물 먹을 수도 있기에 방어적 차원에서 SM의 자료를 쓰는 경우가 많다.
SM은 요즘 들어서는 유력 포털사이트에만 아예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행동도 보이고 있다. 올바른 비판을 받아들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다 많은 대중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 대한 인식이다. SM의 일부 매니저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아티스트를 과잉보호해 팬들을 거칠게 대한 적이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도 계속됐다. 마치 팬들보다도 자신들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심지어 최근 SM 계열에 속해 있는 한 매니저가 열린 장소에서 동료 매니저와 취재진에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한 점을 보면, 이른바 자사 연예인을 좋아해서 선의의 약자가 된 팬들에는 어떻게 할까 싶다.
꼭 10년 전 이맘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SM이 더 잘 알 것이다. 그 때를 지켜봤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회사의 시스템이 진보하듯 외부에 대한 인식도 발전했으면 한다. 다시 한 번 '겸손'이란 단어를 생각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