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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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공룡 기획사 SM,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지나 (1) 2013/11/01 AM 10:56
SM의 거대화가 가진 명과 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이른바 ‘빅3’로 불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빅3’는 수사적인 표현일 뿐, SM은 업계 ‘No.1’이다. 규모 면에서나, 영향력 면에서나 SM은 한국 연예계의 리딩 기획사다.

SM은 2000년 연예기획사 중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고, 가장 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줄곧 1등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외에 키이스트, iHQ 등 상장사들이 끊임없이 SM의 자리를 넘봤지만 그들의 ‘마이웨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장동건 김하늘 등이 속한 A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자회사 SM C&C를 둔 SM은 아이돌을 넘어 배우와 예능인 매니지먼트 외에 드라마 및 예능 제작에도 뛰어들며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M은 이제 연예 산업의 절대 권력자였던 지상파 방송사와도 맞설 만큼 성장했다. 방송사가 ‘절대 갑’의 위치에서 연예 기획사와 연예인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업계 지도를 새로 썼다는 측면에서 SM은 분명 순기능을 했다. 연예계가 더 이상 주먹구구식 ‘구멍 가게’가 아니라 거대한 자금이 도는 연예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끔 만든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SM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공룡 기획사로 자란 SM이 또 다른 권력으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분명 SM은 지지와 견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성장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1위 기업 삼성을 가리켜 ‘교육의 삼성’, ‘관리의 삼성’이라고 말하곤 한다. 엄청난 조직을 철저히 관리해 누수를 막고, 새로운 인재 발굴을 위한 교육의 고삐를 바투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SM은 ‘연예계의 삼성’이라 불릴 만하다. SM의 최대 강점은 적절한 바통 터치다. HOT와 SES가 약 5년 만에 해체됐듯 아이돌 그룹의 평균 수명은 약 5년이다. 만약 SM이 HOT와 SES의 성공에 도취해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면 1995년 설립된 SM은 2000년대 초반 쇠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SM은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끊임없이 준비했다. 신화가 빈자리를 메웠고 2000년대 초반부터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이 릴레이 데뷔했다. 바통을 이어받는 계주에서 ‘구멍’이 없으니 SM은 타 연예기획사를 제치고 독보적인 선두로 치고 나갔다.

SM은 공고한 시스템 안에서 신인을 배출해낸다. ‘현재의 스타’의 공백에 대비한 ‘미래의 스타’ 육성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현재 SM 소속 공식 연습생은 20명 남짓.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매년 수 천 명의 지원자가 SM의 연습생이 되기 위해 오디션을 거친다. ‘될 성 부른 떡잎’만 챙기겠다는 의미다.

스캔들에 대처하는 리스트 매니지먼트도 철저하다. SM의 홍보팀은 업계에서 가장 일목요연한 보도자료를 내고 사태 대응이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스캔들 하나로 매출 100억원이 넘는 스타가 하루 아침에 ‘깡통’이 될 수 있는 연예계 환경에 융통성있게 대처하는 방식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주가가 7만원이 넘어서며 ‘1조원 시대’를 열었던 SM은 11월 ‘어닝 쇼크’의 여파로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이 시기에 약 4,00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승승장구하던 SM의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따른 실망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한가 행진으로 단 이틀 만에 허공으로 증발해버린 에스엠의 시가총액은 약 4000억원에 육박한다. 이후 내리막을 탄 주가는 3만원까지 하락했고 “SM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시시각각 트렌드가 바뀌는 연예계에서 10년 넘게 난공불락의 벽을 구축했던 SM은 역시 강했다. 신인 그룹 EXO가 크게 성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EXO의 성공이 고무적인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본 시장을 선점했던 SM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일본을 넘어 중국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으며, 대중이 원하는 스타를 육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SM의 감각과 혜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SM이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 중인 SM은 요즘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실수로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힘들게 모은 계란이 한꺼번에 깨질 수 있듯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자회사 SM C&C를 둔 SM은 제작 시스템까지 갖추며 업무를 확장했다. 자원 공급을 넘어 콘텐츠 제작까지 모두 소화하는 ‘올인원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대중까지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SM C&C는 지난해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제작한 데 이어 MBC ‘미스코리아’와 KBS 2TV ‘총리와 나’ 등을 준비 중이다.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SM 소속인 샤이니의 민호, 에프엑스의 설리가 주연을 맡았고 OST는 태연 온유 루나 써니 다나 등이 참여했다. ‘미스코리아’와 ‘총리와 나’의 주인공은 역시 SM 소속인 배우 이연희와 소녀시대의 윤아에게 돌아갔다.

예능프로그램도 제작하는 SM은 SBS ‘맨발의 친구들’에 역시 자사에 소속된 강호동 은혁을 투입했고, 조기 폐지된 MBC ‘스타 다이빙 스플래시’에도 슈퍼주니어 강인, 샤이니 민호, EXO 타오 등을 배치했다. 강호동이 진행했던 MBC ‘무릎팍도사’에는 역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수근 장동혁을 보조 MC로 투입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가요계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그 외 영역에서 SM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영화 드라마 예능 전방위적으로 촉수를 뻗치고 있으나 섭취하는 영양가는 높지 않다.

자사 프로그램에 자사 연예인을 기용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업계 1위인 SM을 견제하는 곱지 않은 시선과 날 선 비판은 SM이 가진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가수 이미지가 강한 아이돌에게 드라마 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역할을 줘 이미지가 하락하고 드라마 역시 산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기력이 인지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반 산업 외 제작 분야에서 SM은 아직 초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외부 인력을 대폭 기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혹평을 피할 수 있다”며 “SM은 1등이기 때문에 다른 기획사나 제작사에 비해 외부의 평가 역시 혹독하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거듭 밝히지만 SM이 업계를 선도하는 진정한 리딩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요계 외적 영역에서 제 궤도에 올라야 한다. 다행히 요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SM의 프랜차이즈 배우라 할 수 있는 고아라가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연희 역시 올해 초 MBC 드라마 ‘구가의 서’를 통해 연기력을 칭찬받았다.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그들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돌 일변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일본 원작을 둔 학원물인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철저히 10대와 20대 초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드라마였다. 당연히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대를 얻는 데 실패했다. SM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SM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패착이 되고 말았다.

SM이 바로서기 위해 필요한 작업은 아이러니하게도 ‘SM스러움’을 벗는 것이다. 오랜 트레이닝을 거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명 ‘칼 군무’는 SM의 전매특허다. 이는 회사 운영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잘 구축된 SM의 사풍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런 틀과 형식은 소속 연예인들의 자율성까지 제어하는 듯하다.

물론 SM C&C에는 장동건 김수로 김하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몸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SM 체제에서 성장한 배우가 아니다. SM이 배우 분야에서도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연희 고아라를 비롯해 그들이 키운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이 자리잡아야 한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드라마 속에서는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고 자유롭게 말하고 움직여야 한다. SM 소속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이 부분에서 거듭 지적받고 있다. 왜 SM에서는 배수지 최승현 같은 걸출한 이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곱씹어 봐야 한다”며 “SM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깨고 성공 사례가 나온다면 SM과 소속 연예인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달라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업계 리딩 기획사로서 SM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연예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SM이 개인적 욕심을 덜고 업계 전체가 상생하도록 기능할 필요가 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김길호 사무국장은 “연예 기획사가 거대화 산업화되면서 절대 권력이었던 방송사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거대 기획사의 득세가 중소 기획사들의 상대적 불이익을 가져와선 안 된다. 그들 스스로 신흥 권력이 되려 한다면 건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안진용기자 realyong@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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