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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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하퍼스 바자 2014년 1월호 티파니 화보 스캔 + 인터뷰 (0) 2013/12/26 AM 11:22





























티파니의 씩씩한 목소리가 스튜디오 안을 가득 채웠다. 난 지금 소녀시대 티파니와 시스타 보라의 우정의 현장을 보고 있다.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는 아이콘격인 그들은 일부러 우스운 표정을 지어가며 셀카를 찍고 서로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서슴없이 조언했다. 


내 친구들과의 수다를 연상시키는 소소한 일상사를 이어가다가 유독 살결이 흰 티파니가 "까만 피부 보라와 함께 있으니 쿠키 앤 크림 아이스크림 같다" 며 깔깔거리면 보라가 천진하게 맞장구를 치는 식이었다. 


그건 TV에서 흔히 보던, 지나친 칭찬과 아기자기하고 형식적인 '액션'으로 포장되는 아이돌 간의 우정과는 다른 종류의 자연스러운 친근함이었다. 


차고 넘치는 걸 그룹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아이돌이 다른 그룹의 멤버와 화보 촬영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소속사의 '허락'이 떨어진 것은 '티파니'와 '보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일을 하다 만난 인연이란 단순한 인맥 혹은 속 빈 우정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기 쉽다. 


사회생활을 하다 만난 이와 친구가 되기까지는 절대적 시간 혹은 세심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둘의 역사는 짧지만 강렬하고, 무엇보다 자연스러웠다. 


예능 프로그램 <청춘불패>를 촬영하던 중 효연과 써니가 보라가 티파니의 '짝'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서로를 소개시켜줄 정도였으니까. 


'걸 그룹'이라는 경험의 공유로 라이벌 의식보다 우정을 다지게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으니 티파니가 답했다.

 


"지금에 와서 만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7년차, 보라가 3년차예요. 아마 4년 전의 저라면 이렇게까지 친하게 지낼 수 없았을 거예요. 


저도 데뷔 초기에는 경쟁 그룹이랑 인사도 잘 안 하고 쌩하게 지냈어요. 지금은 그 친구랑 웃으면서 '그땐 그랬잖아!' 하지만.(웃음) 


보통 여자애들끼리 촬영하면 내가 더 예쁘고 싶은 묘한 신경전이 있잖아요. 그런게 저희는, 아까 보셨죠?" 


붉은 꽃이 수놓인 원피스를 들고 "저번 컷에 네가 저 옷 입었으니까 내가 이번엔 이거 입을래!" 라고 쿨하게 의견을 주고받던 모습을 떠올리며 동감하자 보라가 덧붙였다. 


"티파니가 선배잖아요. 그래서 저한테 꼼꼼한 조언을 많이 해줘요. 


서로 잔머리를 못 쓰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에게는 할 수 없는 속 얘기를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것 같고요. 저흰 정말 비밀 공유를 많이 해요. (웃음)"

 




아이돌 친구라 하면 특별한 일을 할 것 같지만 둘은 여느 20대 또래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낸다. 


맛집을 찾아 다니거나 쇼핑을 하기도 하지만 티파니의 집에서 여유롭게 늘어져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연예인 친구가 많은 편이라는 보라에겐 바로 그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티파니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밖에서 돌아다니기 귀찮을 때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티파니한테 전화를 걸어요. 생각해보면 티파니는 미국에서 살다 왔고, 취향도 워낙 뚜렷해서 다른 점이 많아요. 서로 다른 점도 완전히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친구예요. 만나면 별다른 건 잘 안해요. 그냥 있는 거죠. 그냥."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야 말로 특별한 법이다.
 




보이시한 스투시 맨투맨에 컨버스 차림으로 촬영장을 찾은 보라와 컬러풀한 카디건을 걸치고 핑크색 엑세서리를 줄줄이 꺼내놓던 티파니. 


성격은 꼭 맞는 편이지만 알고 보면 둘은 확연히 다른 취향의 소유자다. 


최근 둘은 디자이너와 짝을 이루어 테마에 맞춰 쇼를 선보이는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패션왕 코리아>에 출연 중이다. 


친한 만큼 취향을 앞세워 경쟁을 벌여야 하는 <패션왕 코리아>에 출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저흰 취향뿐만 아니라 일하는 스타일도 전혀 달라요. 보라가 물 흘러가듯 부드러운 스타일이라면 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는 스타일이에요. 


심사에 있어서도 누가 우월하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타이밍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흰 누구 것이 더 많은 표를 얻든 진심으로 박수 쳐줄 수 있는 사이고요. 


사실 그동안 어렵게 시간 내서 봤는데 이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잖아요? 오히려 좋아요." 


티파니의 말에 보라가 완전히 동감했다. 


"라이벌 구도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안 돼서 제작진에서도 당황하고 있을 거예요. 


사실 티파니랑 만나면 저흰 <패션왕 코리아> 얘기는 별로 안해요.(웃음) 그냥 다른 수다 떨기 바쁘니까." 


다른 때 같으면 마지막까지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식의 뻔한 대답을 믿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촬영장에서 역시 '미모 경쟁'엔 관심 없는 모습을 떠올려보니 금세 수긍이 갔다.




티파니는 당차고 분명하다. 그녀와의 인터뷰는 엑셀을 밟으며 도로를 내달릴 때의 시원한 쾌감을 연상시켰다. 


소녀시대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지만 이제까지 해온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고, 욕심만큼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가며 돌진하는 추진력 때문이었다. 


태블릿 PC안에 런웨이 컷과 헤어, 메이크업 시안을 빼곡하게 넣어 다닐 정도로 패션에 열정적이고 네크라인과 헴 라인의 1cm까지 따질 만큼 꼼꼼하다. 


이제껏 소녀시대는 물론 태티서의 비주얼 디렉팅까지 도맡아온 그녀에게 <패션왕 코리아>는 비주얼 디렉터와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인 셈이다. 


"항상 콘셉트가 주어졌을 때 그동안 연습한 것, 그려놓은 것, 본 것을 떠올려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레퍼토리를 하나씩 늘려놓고 있죠. 


지금까지는 내가 그리는 그림을 실제화 시킬 줄 아는 사람과 함께 호흡해야지만 만들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면에서 디자인보다는 비주얼 디렉팅이 좀 더 잘 맞지 않나 싶어요." 


곧 발매될 소녀시대 새 앨범의 비주얼 디렉팅으로 바쁘다는 그녀는 몹시 들떠보였다. 


그간 모아둔 아카이브에 소녀시대 아홉 명의 취향에 대한 인터뷰를 수집해 지금은 본격적으로 프로듀싱 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각자의 특징을 생각해 봤을 때 아홉 명의 아이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거든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그간 너무 똑같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온 것 같아 아쉬워요. 


이번 앨범은 멤버 각자의 개성이 도드라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티파니가 파워풀하게 반짝이는 존재라면 보라는 은근한 저력이 있는 여자다. 

'운동돌'이라는 별명이나 근육질의 쭉 뻗은 다리에서 오는 건강함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까지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운, 그리하여 분위기 자체를 수월하게 만드는 천진한 프로페셔널 같은 힘이랄까. 

<패션왕 코리아>는 보라에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시스타가 늘 대중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활동해야 하는 것에 비해 <패션왕 코리아>는 개인의 취향을 본격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사실 패션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순위 매기는 프로그램 같은 건 많이 해봤는데도 이건 특히 심사받을 때마다 그렇게 떨릴 수가 없어요. 제 눈에는 너무 예쁜데 점수나 탈락 제도 때문에 쑥스러운 느낌도 좀 있고요. 

처음엔 굉장히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용기를 많이 내보고 있어요. 스타일링엔 더욱 제 생각을 많이 넣고 있고, 스냅백 모자를 워낙 좋아해서 나중에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어쨌거나 동갑내기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내달리고 있는 치열한 청춘이 아닐까 싶다. 

이제 막 스물여섯이 된 그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다 보니 난 그녀들의 20대가 궁금해졌다. 

서른에 진입한 내가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20대야말로 개성과 취향을 찾아가고 또 단단히 만드는 때였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어요. 재수를 했고 가수가 되면서 거기에 또 모든 열정을 쏟았죠. 

직업 특성상 예쁘고 섹시한 모습만 보여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사실 평범한 생활에서 오는 소소한 같은 건 찾기 어렵죠. 

그래서 전 더욱 여자로서 소녀 감성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성숙함이나 화려함도 중요하지만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유의 앳된 말투로 보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마치자, 티파니가 야무진 말투로 덧붙였다. 

"저를 돌아봤을 때 대단한 것도, 좀 창피한 부분도 모두 핑크예요. 지금까지 핑크를 좋아하는 취향을 지키고 있는 건 어떻게 보면 대단하고 어떻게 보면 좀 촌스러운 일이죠.(웃음) 

이제껏 제 롤모델은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였어요. 그녀가 이런 말을 하죠. 

'하버드 법대에 합격했다고? 그게 왜, 힘든거야?' 앞으로의 인생과 모든 꿈을 늘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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