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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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MJ의 두 번째 사후 앨범 Xscape, 그 아이러니한 경험 (1) 2014/06/02 AM 12:15


Michael Jackson의 두 번째 사후 앨범 [Xscape], 그 아이러니한 경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거짓말처럼 정확히 50세에 사망한 지도 벌써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마이클 잭슨이 '팝의 왕(King of Pop)'으로 군림하던 시절을 재현해낸 아티스트는 나오지 않았고, 사후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물론, 그가 세계적 슈퍼스타로 이름을 날린 것은 절묘한 시대적 흐름과 결합 덕이기도 했다. 1980년대 케이블 방송에 이어 본격적으로 열기가 실린 위성방송은 국경 없는 방송 송출을 가능하게 했고, 뮤직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시 새롭고 거대한 활로를 찾은 셈이었다. 대중적이면서 탄탄한 음악을 하고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를 선보였던 잭슨은 새로운 시대에 활용할 가치가 있던 가수였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시대에 소비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을 내세운 산업보다 먼저 시대를 이해하고 앞서 간 천재였다. 전 세계 대중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던 그는 음악은 물론, 퍼포먼스와 의상, 비디오까지 유기적으로 엮어냈으며, 미디어 안에서 자신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은 극단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려가는 팝 시장에서 독립성을 부여받은 전무후무한 독립예술가에 가까웠다. 인정받는 작가가 자본 안에서 간섭을 받지 않고 기회를 얻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일방적 송출을 통해 경외의 대상이 된 시대의 우상이 일방적 주입이라곤 영화처럼 가상의 인물과 이야기가 서사를 만드는 것 정도가 남은 상호 네트워크 시대에 급속도로 힘을 잃은 것은 당연했다. 20년 넘게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것은 절대로 단지 시대를 잘 만났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가 남긴 작품은 음악계를 넘어 영원히 남을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되었지 않은가.
그의 두 번째 사후 앨범인 [Xscape]를 말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과연 마이클 잭슨의 사후 레코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망한 지 1년 만에 나왔던 첫 사후 앨범 [Michael](2010)은 그의 팬에게 희열을 가져다주기 힘들 정도로 산만함 가득한 앨범이었다. 멜로디가 비트에 붕 떠 있거나, 어수선한 편곡과 정돈되지 않은 성급함을 담은 트랙들은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를 만나는 일차원적인 반가움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명확한 원인은 당연히 마이클 잭슨의 부재였으며, 그가 직접 선택해 조율하고 마감하지 못한, 그리고 그것을 완성시킬 ‘활동이 없는 앨범이 왜 힘을 갖지 못하는가’에 대한 안타까운 증명이기도 했다. 어쩌면 좀 더 그럴듯하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10곡은 이렇게 소진되었다. [Michael] 이후, 3년 반만의 두 번째 사후 앨범 [Xscape] 제작을 진두지휘한 에픽레코드의 사장 엘에이 리드(L.A Reid)는 적어도 전작의 패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근본적으로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는 것이 대전제이긴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앨범을 제작한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우선, 마이클 잭슨의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그를 대신해 앨범 전체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을 선택했다. 제작 총지휘(Excutive Producer)에 명 프로듀서 팀발랜드(Timbaland)를 앉힌 것은 가장 안정적이면서 당연한 선택 같아 보인다. 마이클 잭슨의 영향권 아래 팝스타 중 가장 성공한 인물 중 하나인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를 만들어내다시피 했고, 잭슨이 항상 추구했던 신선한 사운드 주조와도 어울리니 만약 시대가 둘을 만나게 했었다면, 앨범 하나를 같이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조합이다. 팀발랜드는 앨범의 절반이 넘는 곡을 직접 프로듀싱했으며, 결과적으로 전작과 다르게 안정적인 진행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전체적으로 조금 심심한 기운이 돌지만, 팀발랜드와 함께 프로듀서로 참여한 존 맥클레인(John McClain), 스타게이트(Stargate),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는 미완성 곡을 새롭게 가공하면서 마이클 잭슨의 의도에 집중했다. 앨범 수록을 스스로 포기한 곡을 가지고 망자의 의도를 말하는 것이 오만한 일일 수 있겠지만, 어차피 ‘만약 마이클 잭슨이 이 곡들을 현재 하나의 앨범으로 만든다면 어떤 모습에 만족할까?’ 라는 의문이자 상상력이 그 시작이라 생각하면 수긍이 된다.



함께 공개된 오리지널 버전을 면밀히 들어보면 제작진이 녹음 당시의 편곡 방향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세련미를 더해가며, 곡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단지 시대에 걸맞은 재편곡이라 보기엔 팀발랜드의 프로듀싱 능력이 빛나는 'Slave To The Rhythm', 'Blue Gangsta' 같은 곡이 보인다는 점은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보컬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곡들도 존재한다. 단조로운 피아노 반주 위에 보컬을 올린 가녹음 수준이었던 'Love Never Felt So Good'은 풍성한 오케스트라에 디스코 풍 편곡이 더해졌다. 1983년 녹음되었지만, 마치 [Off The Wall](1979)과 [Thriller](1982) 사이에서 나온 듯한 기운을 내는 곡이 되었는데, 만약 정식으로 발표했다면 분명 이와 같은 펑키한 댄스곡으로 탄생했었을 것이라 확신이 들 정도의 멜로디 라인을 뽐낸다-이 곡은 결국 관록의 팝 가수 자니 매티스(Johny Mathis)에게 넘어가 1984년 발표되었는데, 역시 유사한 무드로 편곡된 곡이었다.

그리고 아메리카(America)의 1972년 작 'A Horse With No Name'을 변주한 'A Place With No Name' 또한 지나치게 원곡의 틀 안에서 녹음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프로듀싱 팀 스타게이트는 [Bad](1987)에 수록된 'Leave Me Alone'에 'Speed Demon'을 살짝 가미한 듯한 편곡으로 뻔하지만, 반가운 마이클 잭슨 음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제작진의 현명해 보이는 판단과 꽤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Xscape]는 마이클 잭슨의 정규작 옆에 놓아두기엔 부족함이 많은 앨범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완벽에 가까운 통제력을 자랑했던 마이클 잭슨이 앨범에 싣지 않은 미발표 곡이라는 한계가 어쩔 수 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뛰어난 멜로디라인과 가사가 돋보이는 'Love Never Felt So Good'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약점은 대부분 곡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간단하다. 곡이 녹음된 시기를 고려해, 어느 앨범을 위해 준비되었던 곡인지 생각해보면 가닥이 잡힌다. [Bad]와 [Dangerous](1991), [Invincible](2001)을 위해 녹음되었던 곡들은 해당 앨범에 실린 유사한 무드의 곡들과 연이어 비교했을 때 우위를 점하는 곡을 찾기 어렵다. 그만큼 인상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특정 곡이 기억에 남기보다는 그의 정규작을 다시 꺼내게 만드는 수준의 감흥이다. 선택되지 못했기에 보컬이 완전히 정비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마이클 잭슨 특유의 견고한 미성의 감정선이 고르지 못한 부분이 몇 군데 발견되는 것도 아쉽다. 결국, [Xscape]는 명 프로듀서진의 지원에도 마이클 잭슨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하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제공한다. 물론, 그 경험이 높은 완성도로 인해 민망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중요하면서 재미난 사실이다. 이런 연유로, 앞으로 마이클 잭슨의 사후 앨범이 몇 장이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최대치가 [Xscape] 이상 발휘되기는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팝 스타였던 그의 여운을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추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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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부터 국내외 힙합, 알앤비 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국내의 대표적인 장르 음악 미디어. 뉴스, 리뷰, 칼럼, 기획기사, 인터뷰 등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양질의 힙합, 알앤비 관련 컨텐츠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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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jun    친구신청

전작과 비교하면 훨씬 들을 만한 앨범이죠. 물론 잭슨 특유의 노래 안에서 느껴지는 스토리텔링이라던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중량감을 기대하기는 다소 힘들긴 해도 이정도면 그가 없는 자리를 상당히 매꿨단 생각이 드네요. 그럼에도 그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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