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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7) (0) 2014/11/09 PM 11:06


*







가을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낮의 태양은 강렬하다. 일행의 뒤를 비추는 태양은 정오의 뜨거움으로 세상을 녹이고 있었다.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리타는 태양을 견디지 못해 하드레더를 벗고 셔츠의 앞섬을 풀어헤쳤다. 한껏 맞이하는 바람이 시원하다.



“지금쯤 한창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을 겁니다. 저희 상단에 물건을 공급해주는 곳이 많으니 저에게 필요하신 것을 이야기하시면 대신 구해 드리겠습니다.”



리타의 뒤에서 달린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톨러스의 말이었다. 당연한 남성의 심리를 배반하며, 그는 자신의 양심을 따랐다.



리타는 헬턴트 일행의 소식을 듣고서 길을 서둘렀다. 그렇기에 집을 숙소로 제공해 주겠다는 톨러스의 제의를 거절하였다. 하지만 톨러스는 거듭 실레를 범한 상대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렇기에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면서, 그녀가 필요한 물건들을 자신이 구해 주기로 하였다. 그는 평소 많은 상인들과 거래해 왔기 때문에 리타가 직접 구하는 것 보다 더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 혼자 여행한다고 해봐야 얼마나 많은 짐이 필요하겠는가? 그 정도는 선물해 줄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감사합니다만, 저는 식사를 대접받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 이상은 부담되네요.”



“너무 부담가지지 마십시오. 스마인타그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애꿎은 목숨을 버렸습니다. 제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시지 않는다면 제 호의를 받아들여주십시오.”



“그건 어디까지나 제 마음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저도 제 마음에 의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겁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리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톨러스는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리타의 속마음은 그의 말에 설득되었다기보다는 귀찮아서 포기한 쪽에 가까웠다.



아스화리탈을 앞세워 일행은 레너스에 들어섰다. 리타는 예전 여행에서 이곳에 들렀을 때를 기억해냈다. 헬턴트를 벗어나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레너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도시라는 게 이렇게 클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안겨주었다. 물론 바이서스 임펠에 도착했을 때는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었다.



레너스의 분위기는 여전한지 사람들은 활기차 보인다. 도시는 바삐 돌아가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에 열심히 종사하고 있다. 빠르고 복잡하다. 칼이 말했던 헬턴트의 축복이 사라진다면, 헬턴트로 이곳처럼 바뀔 것이다. 그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카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리타의 말에 얌전히 주머니 안에서 머리만 꺼내놓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단순히 인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녀의 하얀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가며 도시의 모습을 열심히 담았다. 활발하게 돌아가는 인간의 사회가 그녀에게 흥미를 안겨다준다.



“이쪽입니다.”



톨러스는 고향에 돌아왔다는 심리 때문인지 약간 들뜬 느낌이었다. 그는 간혹 아는 사람들과 마주치며 인사하고 리타를 안내했다. 대게의 도시가 그렇지만 중심부는 잘 사는 사람들의 집이 많고 외곽으로 갈수록 그 반대가 된다. 그의 집은 레너스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왔다. 작은 마당이 딸린 깔끔한 이층 주택이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레너스는 리타의 양해를 구하고 먼저 집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들이닥친 격이니 준비해야 할 게 있을 것이다. 리타는 아스화리탈에서 내려 그를 기다렸다. 그때 주머니에서 머리만 꺼내둔 카피가 리타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리타,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해요.”



“그러네요.”



사실 시선은 리타가 도시에 들어왔을 때부터 따라 다녔다. 톨러스와 인사를 건넨 사람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녀를 곁눈질했다. 말에서 내린 지금은 아애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그녀가 외향적인 것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지만, 그 원인이 자신의 외모에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과거에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장을 한 적도 있을 정도다. 나름 익숙해졌다곤 하지만 지금 쏟아지는 시선은 아무래도 거슬린다.



“다 리타를 쳐다본다 해요.”



“알고 있어요.”



결코 뽐내는 의미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말을 하며 리타는 말 뒤로 숨었다. 톨러스의 집 안으로 들어와서 구경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뒤통수가 가렵다는 표현은 이런 때 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리타가 가만히 서서 기다린 시간이 길다고 느낄 때쯤 톨러스가 부랴부랴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는데, 이 작은 집에서 저렇게 급하게 숨을 몰아쉴 일이 뭐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드, 들어오시지요. 말은 제가 묶어 두겠습니다.”



톨러스는 아스화리탈의 고삐를 잡으며 그가 노새를 묶었던 곳에 끌고 갔다. 아스화리탈은 톨러스의 손이 다가오자 경계하는 듯 했지만 리타가 한 번 쳐다보니 금방 얌전해 졌다. 딱히 살기를 쓰지 않았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레 이렇게 된다.



리타는 수많은 시선을 뒤로하고 톨러스를 따라 집에 들어섰다. 갓 구운 빵 냄새가 향긋하게 코를 자극한다. 리타는 따뜻한 식사를 해본지 며칠 지난지라 자연스레 향기를 맡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이내 밖에서 본 것과 비슷한 시선을 받았다.



톨러스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부엌으로 예상되는 곳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다들 그녀보다 어려보이는 앳된 얼굴을 가진 소녀들이다. 그리고 풍만한 체형의 인상 좋은 중년 여인이 부엌을 나서며 그녀를 살갑게 맞이했다.



“어머, 어서와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아들놈이 데려올 줄은 몰랐네요.”



“안녕하세요. 리타라고 합니다.”



톨러스는 어머니의 말에 안절부절 못했지만, 어머니는 넉살좋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리타는 그녀의 인상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연습 끝에 자연스러움을 획득한 미소를 지었다. 순간 고개를 내민 소녀들은 감탄하고 말았다.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며 말했다.



“배고플 텐데 어서 들어와서 먹어요. 별로 차린 게 없어 미안해요.”



어머니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일까? 리타는 헬턴트 숲 속의 집에서 느끼던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녀는 손에 이끌려 부엌으로 들어섰고, 고개를 내밀고 있던 소녀들을 후다닥 자리에 앉았다.



“여기 앉아요. 입맛에 맞으려나 모르겠네. 오늘 저놈이 갑자기 오는 바람에…… 지 배고픈 것만 알고 식사시간에 딱 맞춰서 왔네요.”



“아, 네. 감사히 먹겠습니다.”



리타의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프와 빵이 한가득 놓였다. 그리고 식탁의 가운데는 갓 구운 듯한 닭이 놓여 있었다. 어쩐지 리타가 온다고 급하게 꺼낸 것 같은 모양새다.



“자자, 어서 먹어요. 너희들도 손님 식사하시게 빤히 쳐다보지 말고 어서 먹으렴.”



“네에.”



소녀들은 활기차게 대답하며 스푼을 들었다. 리타는 그 모습에서 어머니와 제미니가 생각났다. 그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스푼을 들다가 한 가지가 생각났다.



“저, 부인.”



“어머, 왜 그러나요?”



“혹시 음식이 조금 더 있나요?”



리타의 말에 중년 여성은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부족하신가요? 스프는 조금 더 있어요.”



“아닙니다. 제 일행이 한 명 더 있어서요.”



리타의 말에 톨러스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리타만 신경 쓰느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머니와 딸들은 리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리타의 등 뒤에서 새하얗고 작은 얼굴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세요. 카피다 해요.”



카피는 처음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하듯 큰 눈을 감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카피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여성들은 눈을 크게 뜨며 예상 밖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있으면 튀어나오는 반응은 대게 두 가지다. 좋아하거나 놀라거나.



“꺄아!”



“귀여워!”



소녀들의 반응이 열광적이다. 그녀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망울로 카피를 바라보았다. 드래곤이라고 기겁한 오빠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톨러스는 멋쩍음에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카피는 리타의 팔을 타고 내려와 식탁에 앉았다. 식탁 앞에서 날지 않는다는 예의를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식탁에 앉는 것 자체가 예의에 어긋남을 몰랐다. 그렇게 내려온 카피는 리타의 앞에 놓인 빵과 스프, 그리고 치킨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 그러니까 카피? 는 뭘 먹나요?”



“그냥 아무 음식이면 됩니다. 빵은 나눠먹으면 되니까 스프만 조금 더 주시겠어요?”



중년 부인은 약간 얼떨떨하게 반응하며 스프를 그릇에 떠서 카피의 앞에 놓아주었다. 카피는 감사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였고, 그 동작은 몹시 귀여웠기에 부인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귀엽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진다. 요정도 있는데 인형이 말한다고 해서 뭐가 대수겠는가.



리타는 빵을 조금 찢어 카피에게 내밀었고, 카피는 양 손으로 빵 조각을 받아들고 스프에 찍어서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식탁에 앉은 소녀들은 양손으로 턱을 괴고 볼을 감싸며 그 모습을 감상했다. 마치 아기가 음식을 조물조물 먹는 것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식사는 다소의 혼란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식사중이란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소녀와 중년 부인은 리타에게 말을 많이 걸지 않았고, 톨러스가 적당히 그녀들에게 대신 대답했다.



식사가 끝나고 톨러스는 리타에게 필요한 물품을 듣고 집을 나섰다. 처음에 리타는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톨러스는 혼자 하는 편이 더 낫고 상단의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남들의 시선도 있었기에 리타는 마지못해 톨러스의 말을 수긍했다.



그리하여 톨러스의 집에는 현재 리타와 카피가 그의 가족과 남아있게 되었다. 그리고 거실의 소파에서 리타를 가운데 앉히고 양 옆에 가족이 앉아있는 모양새가 연출되었다.



톨러스는 집에 남은 리타에게 그의 가족들이 질문 세례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기에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결코 그녀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그런다고 여자들의 수다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도 안일하다.



당연하게도 톨러스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리타가 차를 가만히 마시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래, 리타양은 어떻게 우리 톨러스를 만났나요?”



어머니가 매우 궁금하다는 듯이 몸을 리타에게 기울이며 물었다. 리타는 키가 크고 어딘지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기에 그녀는 말을 놓지 못했다. 리타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오는 길에 만났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봐요.”



여동생중 가장 나이가 어려보이는 소녀가 다그쳤다.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에 장난기가 넘쳐 보인다. 옆에 있던 소녀가 그녀를 나무랐지만, 본인도 비슷한 궁금증이 있었기에 크게 나무라진 않았다.



리타는 그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내고 인상적이었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음, 제가 그분 동료들의 시체를 발견해서 살피고 있었는데, 볼일을 보고 오던 톨러스씨가 절 범인이라고 오해하고 칼로 찔렀습니다.”



“……”



소녀들은 입을 닫았다. 중년 부인은 뒷목을 잡으며 몸을 뒤로 젖혔다. 소녀들은 어떤 로맨틱한 대답을 기대했고, 부인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대답을 기대했지만, 이건 너무 예상 밖이다. 리타는 갑작스런 그녀들의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나요? 아, 톨러스씨가 찌른 칼은 제가 차버려서 다치는 일 없이 끝났습니다.”



리타는 안심하라는 양 손을 들어보였다. 장갑을 벗어둔 그녀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그녀들의 눈을 채운다. 톨러스의 어머니는 '으음‘하는 신음을 낮게 흘렸다.



대화는 한동안 중단되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리타는 다른 질문이 없으니 속 편히 차를 마실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하는 카피도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에 드러누워 휴식을 즐겼다. 여상스러운 그녀의 태도에 톨러스의 가족들은 다음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리타가 차를 거의 다 마셔갈 때가 되어서야 장녀가 정신을 회복했다. 그녀는 적막해진 분위기를 바꾸고자 다른 질문을 하였다.



“리타씨는 모험가이신가 봐요. 멋진 검도 차고계시고 어딘지 모르게 노련한 분위기가 있어요.”



“모험가는 아닙니다. 볼일이 있어서 동료들을 추적하는 중입니다.”



“아, 네. 그러시군요. 그러면 어떤 일 때문에 동료분들을 추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합류해야 하니까요.”



“……”



“그 일이란 게 뭔가요?”



첫째는 입을 닫았고, 둘째가 지원 사격에 나섰다. 리타는 어떻게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간단히 말했다.



“돈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렇군요.”



“돈을 구한다면 상인인건가요? 혹시 호위무사나 그런 일을 하시는 거예요?”



막내가 장하다는 눈으로 첫째와 둘째가 그녀를 보았다. 제일 어린 소녀의 질문에 리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인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있던 마을에 일이 생겨 돈이 급하게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수도까지 가야하는 일입니다. 호위무사는 이미 충분하니 저는 그보다도 길잡이 역할이겠군요.”



그나마 긴대답에 딸들은 만족한 표정이 되었다. 너무 캐묻는 것도 예의가 아니거니와 사실 그렇게 궁금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 문제는 넘어가기로 했다. 중년 부인은 약간 걱정스런 표정으로 리타에게 물었다.



“그러면 리타양. 우리 아들이 실례를 저질렀다는 건 알겠는데, 어쩌다 이렇게 오게 됐는가요?”



아무리 리타라고 하여도 가족 앞에서 흉을 보진 않는다. 리타는 우르크와의 문제를 어떻게 포장해서 말해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인상을 썼고, 그 덕에 가족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었다. 혹여 아들이나 오빠가 무슨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닐지 걱정된다.



“톨러스씨를 도와드렸더니 보답을 해야겠다고 하더군요. 죽으려고 하시기에 방해하기도 했고요.”



말은 했지만 역시 이상한 것 같아 리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과 같은 표정으로 같은 포즈를 취한다. 부인의 낮은 신음 소리가 귀에 박힌다. 리타는 볼을 긁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톨러스씨가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하셔서…… 이 집에 오는 것도 사실 내키진 않았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는 자고 가라고 하셨지만, 저도 일이 바쁜지라 잠시 들리기만 하는 걸로……”



“끄응.”



리타는 반응을 살피다가 아무래도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족들의 근심이 한층 커진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리타를 압박했다. 리타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찻잔에 손을 대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무래도 아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 이상 안 물어보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하는 길일 것 같다고 톨러스의 어머니는 생각했다. 적어도 아들이 데리고 온 여성이 아들의 말처럼 결코 며느리 감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그녀는 식은땀을 훔치며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마침 리타가 벗어둔 검이 눈에 들어왔다.



“그 리타양이 가지고 다니는 검은 어떤 건가요? 보통 여성들은 좀 더 가는 걸 쓰던데?”



부인의 질문은 난처해있던 리타에게도 반가운 것이었기에, 리타는 안도감을 느끼며 성실하게 대답했다.



“롱소드입니다. 보통의 것보다 약간 가늘고 길죠. 제가 키가 큰 편인데다 사용하는 검술 때문에 롱소드가 더 쓰기 편합니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베는 용도보다는 찌르는 용도의 칼을 잘 사용하죠. 에스톡이나 레이피어 같은 것들이요.”



“쓰는 데 불편함은 없나요? 검이란 게 보통 무거운 물건이 아니던데요.”



물어보는 어머니의 시선은 리타의 가는 팔로 향했다. 리타의 몸은 잘 짜여졌지만 매우 여성적이다. 팔과 다리는 가늘고 길며 허리는 날씬하다. 보기 좋다거나 건강해 보인다는 건 어울리지만, 결코 힘이 세 보이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리타는 그 시선을 느꼈는지 손목을 어루만졌다. 가는 손가락만큼이나 손목도 가늘어서 보는 여성들에게 부러움을 안겼다.



“남자들만큼 거칠고 강하게 다루는 건 불가능하지만, 저 나름대로 쓰는 법을 터득해서 사용하는데 무리는 없습니다.”



“그렇나요? 부럽네요.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제 한 몸은 지킬 줄 알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우리 딸들도 몸을 지키는 법은 배워야 할 텐데.”



“에이, 엄마. 누가 저흴 노린다고 그래요?”



“에구, 무서운 소리 하지 말거라. 세상천지에 위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걱정도 많으셔라.”



모녀의 대화는 퍽 정겹게 느껴졌기에 리타는 전보다 편해진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들의 어머니는 소녀들에게 세상의 위험성을 강조했지만, 소녀들을 제대로 들을 기색이 없었다. 부인은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남자들만 문제가 아니란다. 너희는 어제 일도 못 들었니?”



“어제 일요?”



“아, 그 트롤들.”



막내가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리타는 이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몬스터의 이름에 의아해하며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부인은 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옆집을 가리켰다.



“어제 투기장에서 탈출한 트롤들이 시장을 습격했잖니. 옆집 할머니가 큰일을 당할 뻔 했는데, 다행히 누가 도와줘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했어.”



“응, 나도 들었어. 난리도 아니었다던데?”



“무슨 일이야?”



첫째와 둘째딸은 소식을 처음 접하는 것인지 막내를 다그쳤다. 리타도 그녀들과 같이 막내와 어머니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렷다. 막내는 어제 일을 회상하는지 약간은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도 직접 본 게 아니라 일이 처리된 후에 멀리서 본거야. 엄마 말대로 트롤이 탈출해서 시장을 습격했는데, 마침 모험가들이 있어서 그들이 트롤을 모두 죽였데. 그래서 죽은 사람은 없었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넌 그러면, 트롤 시체라도 본거야?”



“아, 언니! 가녀린 소녀에게 그런 끔찍한 질문을 어떻게 해?”



“응? 어디? 누가 가녀리지?”



“여기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꽃 같은 소녀가 안 보이시나요?”



막내는 힘없이 소파에 쓰러진 자세를 취했고, 둘째 언니는 전혀 안 보이는 것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첫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둘을 보았고, 어머니는 익숙한지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녀는 대신 손님을 쳐다보았고, 그랬기에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은 리타의 얼굴을 알아챌 수 있었다.



“리타양?”



“혹시 그 모험가들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습니까?”



리타의 표정이 몹시 진지했기 때문에 중년 부인은 약간 위축되며 말했다.



“저도 제대로 들은 게 없어요. 그 12인의 여관 딸이랑 같이 있었다고 들었고…… 아, 아마도 실리키안 남작한테 대들다가 끌려갔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들의 생김새는 모르십니까? 혹시 세 명이고, 소년, 청년, 장년으로 구성되어 있다거나, 한 명은 오거 같고 한 명은 오거 같이 힘이 세다는 그런 것은 못 들으셨나요?”



“아, 아뇨. 그런 건 전혀 못 들었어요.”



“그렇습니까?”



리타는 약간 흥분했던 자신을 가라앉혔다. 위축되어있는 부인의 모습에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때 리타의 말을 듣고 있던 막내가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며 앞으로 튀어나왔다.



“나, 그거 들었어요. 엄청 덩치 큰 전사 한 명이 있다고요. 근데 제가 들은 건 거기에 엘프여자까지 있다는 거였어요. 네 명이서 실리키안 남작한테 쳐들어갔다가 시청에 끌려갔다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대답과는 달리, 리타는 이마를 손으로 감싸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이 정의감 넘치는 헬턴트 사나이들은 뭘 하고 있는 건가? 정의감 때문에 쓸 데 없이 발이 묶일 것 같다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맞아 떨어지니 오히려 맥이 풀린다.



리타는 공허하게 웃음을 흘리면서 남은 차를 마셨다. 모험가들에 대해 궁금해 한 리타가 의아했는지, 그녀를 둘러싼 여성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리타는 톨러스의 자살을 말릴 때처럼 약간의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에 좀 더 머물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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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드디어 레너스입니다!

사라진 용의자들과 수상한 검은 그림자. 달빛 비치는 이 도시를 누군가 노리고 있어. 과연 도시는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막간 활극, 명탐정 리타! 다음 화를 기대해 주세요.

아무르타트의 명예를 걸고 널 잡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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