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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11) (0) 2014/11/18 PM 07:43


*








“크하핫! 그땐 정말 통쾌했지.”



“헤에. 이 아가씨가 그랬단 말이죠?”



“그래. 나를 걷어찼을 때만 해도 그럴 줄 상상도 못했어.”



“대단한데요?”



“뭐냐, 그 못 믿겠다는 말투는?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나요. 자자, 한 잔 더 마십시다. 유스네! 여기 흑맥주 두잔!”



“계속 부르지 말고 한번에 시켜요!”



소녀의 앙칼진 목소리가 홀 가득 울렸다. 소녀를 불렀던 하플링은 움찔하면서도 킬킬 웃었다. 그의 앞에 앉아있는 드워프도 히죽 웃으며 맥주잔을 비웠다.



하플링은 드워프의 옆에 앉아 있는 인간이 잔을 별로 비우지 않은 것을 보았다.



“아가씨는 술 안 마시나요?”



“제가 주사가 좀 있거든요. 웬만하면 밖에선 안 마시려고요.”



“그래요? 아쉽네. 여기 흑맥주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기막힌 맛이라고요.”



“그건 알아요.”



리타는 싱긋 웃으면서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헬턴트에서 마시던 맥주와 같은 종류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마음 같아서는 벌컥벌컥 마시고 싶지만 사정이 있으니 참는다.



“그런데 그런 자세로 용케 앉아 있네요?”



리타와 이야기를 나누는 하플링은 마치 아이 같은 키를 가지고 있었다. 온 몸이 짤막하다. 거기다 드워프랑 다르게 땅땅한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냥 체구가 아이 같은데 얼굴만 나이를 먹은 느낌이다.



그들 종족은 발에 털이 나서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닌다. 키는 드워프와 비슷하지만 습성은 오히려 인간에 가깝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활발한 편이며 겁이 많다. 인간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종족이다. 그게 리타가 아는 하플링(호비트Hobbit)다.



그는 키가 작았기 때문에 인간의 의자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물통을 가져와 의자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앉아있었다. 처음엔 테이블에 발을 올렸는데 드워프가 화를 내자 발을 내렸지만, 슬그머니 다시 올렸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하, 이 정도 감각도 없으면 인간 세상에서 밥 빌어먹고 못살죠.”



“무슨 일을 하시나요?”



“소유권 이전 전문가라고 불러주세요.”



그의 말에 마시던 맥주를 쿨럭거리며 억지로 삼킨 드워프가 잔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는 별 희한한 이야기를 다 듣는다는 표정이었다.



“헛소리는, 그냥 도둑놈이야.”



“하여간에 땅속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유머감각이 없어요.”



“순진한 사람 속여 먹으려는 놈이 뭔 놈의 유머감각.”



“다른 좋은 말 놔두고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난 이 아가씨에게 내 직업을 멋지게 소개할 뿐이라고요.”



“도둑놈이 그냥 도둑놈이지.”



“허참!”



“자자,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마시고 잔 받아요.”



드워프와 하플링이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소녀가 거대한 맥주잔 두개를 내려놓았다. 나무로 된 큰 잔 속에 검붉은 색의 액체가 부글부글 끓는 게 보인다. 드워프와 하플링은 동시에 입을 다물고 잔을 들었다.



그 장면에 소녀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밝은 금발에 억센 얼굴이 인상적인 십대 후반의 소녀다. 리타는 소녀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전에 왔을 때보다 더 장사가 잘 되는 거 같네?”



“뭐 아빠보단 오빠가 요리를 잘하니까요.”



“예쁜 종업원이 있어서가 아니라?”



리타의 말에 유스네는 표정을 굳혔다. 리타는 칭찬을 빙자한 놀림이었지만 유스네는 진절머리 나는 듯이 말했다.



“으, 시도 때도 없이 성희롱하는 놈들 때문에 짜증나 죽겠어요. 어제 어떤 놈은 주문하라고 하니 제 젖이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나와?”



“……”



“큭큭, 미안. 그래서 그 남자는 어떻게 했어?”



“13번째 사람이 되었죠.”



리타는 12인의 여관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고 웃었다. 12인의 다리는 12명까지 필요로 한다. 13번째는 필요 없다. 여관 이름을 12인의 다리에서 따 왔을 테니 의미하는 바는 뻔하다.



“쫓아냈구나.”



“대갈통에 물통을 제대로 맞췄죠. 한 방 더 먹일 수 있었는데 새 손님들이 오는 바람에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으으, 그 놈 내 눈에 보이기만 해봐라.”



유스네는 주먹을 불끈 쥐며 씩씩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고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볼을 손바닥을 쳤다.



리타는 재밌는 모습이라고 써 붙여 놓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깨닫고 유스네는 딴 청을 부렸지만 리타는 지긋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때 다른 테이블에서 유스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스네, 맥주랑 미트 파이 좀 줘,”



“이제 음식 주문 안 된다고 했잖아! 맥주만 된다고.”



유스네는 앙칼지게 소리쳤고 그를 불렀던 남자는 허허 웃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스네는 다시 리타를 보며 힘 풀린 얼굴로 말했다.



“하여간에 사람들이 남 말을 들을 생각을 안 해요.”



“성황의 한 측면이라고 생각해.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는 게 정신건강에 좋데.”



유스네가 약간 놀란 눈으로 리타를 쳐다보았다.



“언니가 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 진짜 시간이 흐르긴 흘렀네.”



“외모는 시간이 비켜 갔으니까 내면이라도 시간의 영향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와…… 진짜 변했네.”



“쿡, 뭐 나이를 먹으면 변하는 게 이상하진 않겠지.”



“흠, 어쨌든 알았어요. 저기 맥주만 갖다 주고 올게요. 이제 오빠도 할 거 다 끝나가니까 곧 나올 거예요.”



“그래.”



유스네는 재촉하는 소리에 버럭 고함을 지르며 다른 테이블로 갔다. 리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누군가 그녀를 보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하플링과 드워프가 그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어떤 의미인가요?”



“불쾌했다면 미안해요. 유스네가 살갑게 맞는 사람은 별로 못 봐서요. 혹시 아는 사이에요?”



“유스네가 버터핑거씨랑 키가 비슷할 때쯤에 만났어요. 이 도시에 머무는 동안 쭉 12인의 여관에 있었는데 그동안 친해진 게 아닐까요?”



버터핑거라고 불린 하플링은 리타의 말에 약간 의아해했다. 왜 끝맺음을 의문문으로 하는 걸까?



“그랬군요. 유스네가 예전엔 지금같이 억세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는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확실히 예전에 만났을 때는 자신감이 조금 과한 보통의 소녀였네요. 그리고 저를 대하는 태도와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도 다른 게 느껴지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었군요.”



“어머니는 여관 일에 손을 땠으니, 오빠와 둘이서 해나가려고 일부러 억척스러워 진 것도 있을 거예요.”



“흠.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리타는 테이블에 턱을 괴면서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본능이 두 모금을 마시려는 것을 간신히 이성이 제지했다. 그녀는 맥주를 내려다보며 방심할 수 없다는 시선을 보냈다.



“저 유스네란 아이 뿐만 아니라 자네도 성격이 바뀐 건가?”



버터핑거와 리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드워프의 말이었다. 그는 짜리몽탕한 팔로 가능할까 싶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리타는 턱을 괸 자세 그대로 눈알만 그에게 굴렸다.



“추측에 대한 이유까지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이런 거 말이네.”



“제가 이해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편은 아니라지만, 굳이 다시 각인시켜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드워프는 리타의 말에 얼굴을 찌푸리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려본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리타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마주 보았다.



“광장에서 그 놈들을 협박하던 사람이랑 내 앞에 앉은 사람이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러네.”



리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턱을 괴었던 손으로 볼을 긁었다.



아무래도 이 드워프에게 설명해주려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 간단한 문제지만 결코 그녀 스스로가 간단하게 끝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간단하겠지만 드워프도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태도가 달라지는 게 인간이니까요.”



“또 땡중 같은 말을 하는군. 뭐 그건 알겠네만, 자네는 분위기 자체를 바꿔버려서 그랬네.”



“개인차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중인격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좋고요.”



드워프는 뭔가 불만족스러운지 팔짱과 인상을 풀지 않았다. 언뜻 보면 팔이 엉켜서 팔짱이 안 풀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타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엑셀핸드, 당신은 어째서 인간 사화에 나와 있는 건가요?”



“적어도 아까 같은 봉변을 당하려고는 아니지.”



리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드워프가 직답을 안 하는 경우는 흔치 않군요. 말하기 곤란한 이유가 있나 보네요.”



“자네는 스스로가 이해력이 안 좋다고 하지만 그건 겸손인 것 같구만.”



엑셀핸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리타는 남이 숨기려고 하는 비밀을 밝혀내서 만족하는 취미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녀는 자꾸 맥주잔으로 향하는 손을 자제하는데 집중했다.



그때 엑셀핸드가 무엇인가 생각난 듯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낄낄거리던 하플링과 진지하게 손을 붙잡고 있던 리타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아까 왜 그랬는가?”



“머리와 꼬리를 붙여주세요.”



“으음, 아까 그 못돼먹은 녀석들 말일세. 그때 나보고 폭력은 좋지 않다고 했으면서, 결국 자네가 폭력을 다 행사하지 않았나?”



리타는 턱을 괸 자세를 바꾸었다. 그녀는 더 이상 손이 맥주잔에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팔짱을 꼈다. 그리고 대답을 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녀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잔 대신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을 마주했다.



“슬 올 때가 되었는데.”



“응?”



“아, 아닙니다. 그땐 솔직히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



“일단 엑셀핸드가 사람을 죽이려는 것만 막으려고 생각했거든요.”



엑셀핸드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화났다지만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이진 않아. 도끼를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을 죽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더 이유를 붙이자면, 당신이 공격하기 전에 인간에게 실망했단 소리를 듣고 울컥해서 일까요?”



“허? 그건 나한테 화나서 날 걷어찼다는 소리인가?”



“사소한건 넘어가도록 하죠. 괜히 성질내면 몸에 해롭습니다.”



“이거 은인이 아니라 악인이었구만.”



리타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드워프는 그녀의 말이 농담이라 생각하고 실소했다. 리타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일의 해결 방법은 폭력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했지, 폭력이 안 된다는 말은 한 적 없습니다.”



“그건 말장난 아닌가?”



“좀 구차하긴 하군요. 여하튼 그 사람들에겐 폭력과 권력이라는 힘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죠.”



드워프는 작은 눈을 크게 떴다. 팔짱낀 자세와 어딘가 붉어진 것 같은 얼굴이다. 리타는 그게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동작임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남에게 해코지를 하면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도덕적인 관념이 선행해야 하겠지만 그걸 뒤로 제칠 수도 있는 게 인간이죠.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은 힘이 약해서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뛰어넘는 힘을 보여주는 게 그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이지요. 가지고 있던 장점이 아무 소용없게 된다면, 대게의 사람은 상황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들의 폭력은 저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고, 반대로 저의 폭력은 그들에게 가차 없었으니까요.”



“그들이 복수하려 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듣고 있던 버터핑거가 끼어들었다. 리타의 차가운 눈이 그를 마주보자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리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려고 할 겁니다. 제가 그들에게 보여준 힘은 폭력 밖에 없으니까요. 권력이 남아있는 이상 복수하려고 하겠죠. 그리고 사실 제가 꺾은 팔도 쉽게 치료할 수 있으니, 아마 조만간 시의 경비대라도 움직여서 저를 잡아가려고 할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앳된 목소리가 들려와 옆을 바라보니 유스네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샌슨과 맞먹을 만한 덩치를 가진 털보 남자가 있었다. 수북한 털 사이로 드러난 그의 눈이 리타를 쳐다보았다.



“안녕, 쉐린. 오랜만이지?”



“오랜만이야.”



쉐린은 두터운 그의 손을 내밀었고 리타는 앉은 자세 그대로 그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쉐린은 오랜만에 리타를 봐서 기쁜지 웃었다. 하지만 그의 수염에 가려서 웃음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일 끝났어? 괜히 나 때문에 장사 접을 필요 없는데.”



“몇 년 만에 온 친구인데 음식만 만들 수는 없지. 그리고 어제 일도 있어서……”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욧!”



쉐린과 리타가 훈훈하게 대화하고 있자 유스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큰 목소리에 버터핑거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리타는 느긋한 시선으로 유스네를 올려다보았다.



“별 거 아냐. 좀 전에 일이 있었거든.”



“무슨 일?”



“누굴 두들겨 팼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아버지가 시의 고위직이라는 일.”



“알고서 팼으면서.”



버터핑거가 조그마한 목소리로 사족을 붙였다. 유스네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리타를 보다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쉐린도 의자를 하나 들고 와서 빈 자리에 앉았다. 남자라고는 어린애 키 같은 둘만 있다가 쉐린이 자리하니 갑자기 테이블이 비좁아 지는 느낌이 들었다.



쉐린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럼 위험하지 않아?”



“위험하진 않아. 잡으러 오긴 오겠지만.”



“무슨 말이에요?”



테이블에 앉은 네 개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 집중되자 리타는 약간 난처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볼을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사실 노인에게 불친절했단 이유로 팔을 꺾은 건 과한 행동이죠. 거기다 그들은 그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무뎌져 있을 겁니다. 저 앞에서는 본인의 고통과 폭력의 두려움에 굴복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억울한 마음이 앞서겠죠. 그러면 시의 고위직이란 아버지를 두고 있는 자식은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자식을 보면 부모의 심성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죠. 쉐린, 네가 혹시 지금 말하는 사람을 안다면 그 아버지에 대한 내 추측이 틀렸니?”



쉐린은 덥수룩한 수염을 움직거리며 대답했다.



“아마도 누굴 말하는지 알 것 같고, 추측이 틀렸다고 부정하긴 어렵지.”



“빌어먹을 놈들.”



엑셀핸드는 나직하게 욕설을 뱉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별반 그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 사람들이 갱생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협박에 의한 것이니까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사람은 남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주제에 자신은 쉽게 변하지 않죠.”



“그 꼴을 당하고도 그럴까?”



“정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도 복수를 다짐하는 게 보통이에요. 그 사람은 정신력이 약해보이긴 했지만, 솔직히 극복하지도 못할 정도로 공포를 준 건 아니니까요. 아마 복수하려고 들 겁니다.”



“그럼 그때 아애 곤죽을 만들어 버리지 그랬나?”



“엑셀핸드, 그건 저지른 일에 비해 너무 심한 처벌이에요.”



“자네가 한 것도 과하다고 하지 않았나?”



“노린 것이죠.”



리타는 웃었고 엑셀핸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듣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가운데서 쉐린만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거야?”



“정답.”



고개를 끄덕인 리타는 손가락을 들어서 테이블을 찍었다.



“그러면 그 아버지는 자식이 다쳤다는 말에 자식의 복수를 도우려고 할 거야. 내 외모는 눈에 띄는 편이니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도 쉬울 테고.”



“잠깐…… 언니, 그 말은?”



“감이 좋구나, 유스네.”



리타는 불안한 표정을 짓는 유스네를 마주보며 미소 지었다. 그게 긍정의 의미란 것을 깨달은 유스네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어제는 남작의 사병들이 쳐들어오더니, 오늘은 시 경비대인가.”



“너무 걱정하지마.”



“지금 걱정 안 하게 생겼어?”



본인이 누구 때문에 이러는 줄 알기나 하냐는 듯이 유스네가 리타를 톡 쏘아 보았다. 리타는 양 손을 펼쳐서 들어 보이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걱정해도 이미 벌어진 일이잖아. 벌써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걸.”



“그게 무슨……”



리타는 손가락으로 여관의 입구를 가리켰다.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한다. 그 순간 여관의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들어오는 사람이 그들의 눈에 보였다.



눈은 몹시 충혈 되어 있고 양 팔에는 붕대를 감고 있다. 얼핏 병자로까지 보이는 몰골인 그의 뒤로 병사들이 따라 들어왔다.



“어디 있어!”



그는 거칠게 홀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이내 그를 향하는 수많은 시선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그를 보고 있지 않은 여자를 찾아냈다.



“저기, 저 년이야!”



청년은 침을 튀겨가며 리타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고 뒤에 있던 경비대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입구로부터 등을 돌리고 느긋하게 앉아있는 검은 머리의 여성이다.



홀 안의 사람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청년과 경비대 때문에 혼란스러워했다. 그것은 리타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홀로 감흥 없이 앉아 있는 여성은 몸을 일으키며 유스네에게 말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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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주지 않은 엑스트라를 계속 등장시키려니 미안해지는군요. 출연료도 주지 않고 굴리는 느낌입니다. 거기다가 쳐맞는 역할이니까요.

부디 그 친구가 미인에게 맞으면서 느끼는 M이길 바랍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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