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톨러스는 그의 눈을 의심했다.
“…… 리타님?”
뽀얀 뺨에 평소보다 붉게 물든 입술이 호를 그리며 살짝 빨개진 얼굴이 방긋 웃었다.
“어머, 왜 그래요?”
어머 라니……
톨러스는 다시 한 번 정신을 가다듬고 눈앞의 상대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이내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일념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꼴이십니까?”
“어머, 예쁘지 않아요? 남자들은 이런 거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며 손가락을 볼에 가져다 댄다. 분명 그 장면만 본다면 꽃이 만발할 것만 같은 귀여움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평소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있어 그 괴리감은 상당한 것이다.
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물었다.
“그……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어떤 연유에서 한거죠?”
“어울리지 않아요? 음, 리타는 이게 남자의 환심을 사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톨러스는 전신에 돋는 소름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자기 이름을 3인칭으로 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아니 그게, 환심을 사기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요?”
리타는 빙긋 웃으면서 양팔을 벌리고 한바퀴 돌았다. 가벼운 몸놀림에 맞춰 깔끔하게 정돈된 검은 머리와 장신구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몸에 착 달라붙어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옷 덕분에 좋은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어때요? 반할 것 같나요?”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럴 것 같네요.”
“톨러스씨는요?”
“당장 도망치고 싶습니다.”
“흐음, 남자에게 이성으로서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쉽다고 생각했는데 어렵군요. 제 모습에 욕정하지 않나요?”
톨러스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리타가 얘기했기 때문에 말의 의미는 뒤늦게 다가왔다. 그는 세상에 더 없을 정도로 볼을 붉게 물들이며 외쳤다.
“하지 않습니다! 그런 저질스런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십시오!”
“아잉, 오빠. 화내면 무서워요.”
“……”
톨러스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허탈하고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리타를 올려다보았다.
마주보며 웃는 리타는 며칠간 겪었던 그녀가 절대 아니었다. 집에서 묶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처음보고 리타라는 것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아무런 화장을 하지 않아도 깨끗한 얼굴에는 옅은 화장이 되어 있었다. 한층 더 짙어진 속눈썹과 홍조가 오른 것 같은 볼, 붉게 물들어 반짝이는 입술. 평소에 예쁜 얼굴도 빛바래게 만들었던 매서운 눈초리도 많이 부드러워 졌다. 이래서야 누가 보더라도 탄성을 터트릴 수 밖에 없는 미인이다.
거기다 늘씬한 키에 볼륨 있는 몸매는 그대로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었다. 술집 여자들이 생각날 정도로 속살이 드러나는 옷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요염했다. 원피스가 짧은 편은 아니었지만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가 워낙에 길어서 짧아 보이게 만든다. 더욱이 딱 달라붙어서 가슴과 골반이 강조되어 시선을 두기가 민망할 정도다.
톨러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여전히 시선은 그녀를 향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만 놀리시고 알려 주시지요. 더 이상 놀리시면 제 심장이 버티지 못합니다.”
“쿡쿡. 알았어요.”
리타는 장난스런 웃음을 흘리며 원피스위에 숄을 둘렀다. 그나마 파괴력이 줄어든 복장에 톨러스는 그제야 정상적으로 리타를 볼 수 있었다.
“어째서 갑자기 그런 복장에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겁니까?”
“나름대로 매력적이지 않았나요?”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도망가고 싶습니다.”
“힝.”
톨러스는 이마를 짚었다. 아 그랑엘베르여!
“어서 말씀이나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리타는 팔짱을 끼며 얼굴에 힘을 풀었다. 자연스럽게 매서운 눈초리가 살아나며 평소 같은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표정 하나만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겠다.
“오늘은 미인계를 써야 할 것 같아서요.”
“미인계요?”
“투기장을 갈 예정이거든요.”
톨러스는 바닥에 주저 앉은 상태에서 자세를 바로 하며 턱을 괴었다.
“실리키안 남작을 유혹이라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러자 리타가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직접 하는 건 생각도 못했네.”
“으음, 그러면 누구에게 미인계를 쓴단 겁니까? 뭐 그게 누구든 처음 만나는 남자라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괴리감만 없었다면 반하고 남았을 것이다. 그건 남자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투기장 직원들이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굴에 들어가야 하는 법입니다. 실리키안 남작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가장 좋은 곳은 투기장이지 않을까요?”
“그…… 리타님이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남자들이 우글우글한 곳에 그런 복장으로 가시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매너 없진 않겠지요. 더욱이 낮이라면요.”
“그건 그렇지만……”
“걱정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차하면 도망칠 거고 비상사태에 대해서 몇 가지 수단도 강구해놓은 게 있으니까요.”
듣기에 따라 냉정한 말을 하면서 리타는 팔짱을 풀었다. 톨러스는 허허 웃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왜 어제 그가 시장을 볼 때 장신구와 원피스를 사달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도저히 그녀가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런 속셈이 있을 줄이야.
“하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조심하세요.”
“네.”
리타는 다시 표정을 부드럽게 만들며 대답했고 톨러스는 심장을 움켜쥐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한 리타는 옆에서 그녀를 말뚱말뚱 쳐다보고 있는 카피에게 말했다.
“다녀올게요, 카피.”
“수고해라 에요.”
“쿡쿡, 오전엔 제 연기만 필요하겠지만, 오후엔 카피도 제대로 해줘야 할 거에요.”
카피는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이다 해요!”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갔다올 테니까요.”
*
투기장 안내 데스크를 담당하고 있는 와테르는 아침부터 맞이한 사태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가 살아온 삼십 년 평생 동안 이렇게 심장이 뛰는 일은 첫사랑 이후로 오랜만이지 싶었다.
“저기요. 일할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며 말을 하는 여자를 보며 투기장 안내실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숨을 멈추었다. 하늘에서 여신이라도 내려온 게 아닐까 싶었다. 그녀가 한 발짝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칙칙하기 그지없었던 투기장이 환하게 빛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다가 안내 데스크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기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작은 보폭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그 모습은 자연스럽게 보호본능을 일으켰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호흡에 문제를 느끼던 와테르는 바로 눈앞까지 상대가 다가오자 숨을 크게 삼켰다.
“흐읍. 어, 어쩐 일이신가요?”
“예? 아, 방금 일을 할 사람을 구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아, 아! 네. 그렇군요. 아니, 그런데 지금 사람을 딱히 구하진 않는데……”
와테르는 멍하니 끄덕이다가 구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그런가요? 이미 늦었나 보네요.”
그의 말에 여성은 몹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침울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그늘이 드리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의 마음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잠깐 기다려보시죠.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와테르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했다. 그에게 그럴만한 능력은 없었지만 눈앞의 여성이 실망하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불가능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에 여성은 안색을 환하게 바꾸었다. 마치 꽃밭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화사하다.
주제를 뛰어넘은 발언을 한 와테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전혀 후회가 없었다.
“정말인가요? 친절한 분이시군요.”
여성은 두 손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포개며 미소 지었다. 와테르는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고마워요, 오빠.”
그리고 마침내 가슴을 부여잡으며 데스크에 쓰러졌다.
오빠라니! 들어본 적 없는 말도 아니건만 이 무슨 울림이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심장이 몸 밖으로 뛰쳐나갈 것만 같다. 얼굴은 발개지고 호흡은 곧 멎어버릴 듯 가빠진다.
그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어이, 이 아가씨 정중히 모시고 있어라.”
“옙.”
안내실에는 와테르 뿐만 아니라 일하고 있는 직원 몇 명이 더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부 남자였기 때문에 와테르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었다. 아리따운 여성에게 넋이 제대로 나갔다.
그들의 우렁찬 소리에 여성은 깜짝 놀라면서도 동경의 눈빛을 보냈고, 남자들은 저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었다. 와테르는 조금이라도 그녀를 더 보지 못하는 게 아쉬운 듯 발걸음을 느리게 옮겼지만, 이내 안내실 뒤에 난 문으로 들어갔다.
그가 문으로 들어간 직후 안내소에 있던 남자들은 그녀에게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 한명이 정중하게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여, 여기 앉으시겠습니까?”
“어머, 고마워요.”
여성은 고개를 숙이며 눈웃음을 지었고 남자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는 동안 그녀의 깊은 가슴골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터져버릴 것 같이 얼굴을 붉히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이.”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팔꿈치로 툭툭 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다른 남자들은 그를 흘겨보면서도 여자에게 질문을 건넸다.
“일자리를 구하러 오셨다고요?”
“네. 원래는 시골에서 살았는데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실력 좋은 의사선생님이 있는 도시로 왔어요. 그런데…… 어머니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흑.”
여성은 침울한 표정으로 눈가를 훔쳤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이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이 남심을 마구 흔들어버린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저희가 성심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분명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고마워요, 여러분. 모두 친절하시네요.”
“하핫. 기본적인 매너입니다.”
그들은 최대한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여성은 안심한 듯 편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들의 질문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목소리 하나에도 순진함 가운데 묘한 요염함이 담겨있다. 남자들은 어떤 내용인지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구잡이로 말을 꺼냈다.
그런 가운데 여성은 안내실을 둘러보더니 생각난 듯 그들에게 물었다.
“투기장이 엄청 크네요.”
“이곳 레너스의 명소지요. 아마 이 바이서스에서 여기보다 큰 투기장은 없을 겁니다.”
“와아, 대단해요. 다들 그런 대단한 곳에서 일하시는 거군요.”
여성의 칭찬에 남자들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폈다. 실상은 그저 허드렛일이나 잡일을 할 뿐이지만, 그래도 여성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게 남자의 마음이다.
“이렇게 큰 곳이면 경영하는 게 힘들겠죠?”
“그럴 겁니다. 이 곳은 실리키안 남작님이 소유하고 계신데, 그 분의 수완이 대단하죠. 시청에서도 남작님을 함부로 못 대합니다.”
여성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을 한 남성에게 몸을 기울였다. 향긋한 꽃향기가 그의 코를 간질고 촉촉이 젖은 작은 입술이 눈을 잡아끈다.
“실리키안 남작님이란 분이 대단하신가 보네요. 어떤 분이신가요?”
“남작님은…… 어, 그냥 대단한 분입니다.”
“말을 그렇게 하면 아가씨가 이해하기 힘들잖아. 남작님은 이곳 투기장에서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지금의 소유주가 되신 분입니다. 일하는 방식이 냉정하다는 소릴 듣지만 돈을 벌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만큼은 다들 인정할 정도죠. 레너스 시에서도 제대로 건들지 못하는 게, 레너스 시 수입의 상당부분을 투기장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단해요! 원래부터 가진 게 아니었군요. 어떻게 그렇게 성공할 수가 있었죠?”
그녀의 말에 남자들은 순간 입을 닫으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남들 앞에서 말을 꺼내기엔 껄끄러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들이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무엇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내 어깨에 두르고 있던 숄을 벗으며 손에 들었다.
“어휴, 안이 덥네요.”
숄을 벗자 그녀의 새하얀 어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숄 아래에는 민소매에 끈으로 이어진 원피스가 존재했다. 일반적인 하얀 원피스지만 몸에 쫙 달라붙어서 몸매가 고스란히 보인다.
그녀는 숄을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부채질 했다. 옷이 바람에 살짝살짝 들려서 속살이 보일 것 같았다.
남자들은 서로 눈치 보는 것을 멈추고 숨도 멈춘 채 여성에게 집중해 있었다. 그들이 과연 태어난 이래로 이렇게 집중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러다가 여성이 문득 그들을 돌아보며 눈이 마주쳤다. 남자들은 얼굴을 붉게 물들였지만 그녀는 천진하게 웃어주었다.
“남작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데, 말해주실 분 안 계세요?”
“제, 제가 해드리죠.”
“아니, 이놈은 말 더듬습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저놈보단 제가 말을 더 잘합니다.”
남자들은 앞다투어 서로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금방 눈치를 보던 것은 다 까먹은 것 같은 모습이다.
“겉으로 보면 남작님은 평범하게 높은 직급으로 승진했습니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윗사람들이 다 어떤 불미스러운 일들을 당했다고 합니다. 반 강제적으로 승진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 전대 소유주는 투기장 확장 공사현장을 시찰 나갔다가 붕괴사고에 휘말려 죽었습니다. 당시 소유권은 공중으로 분해될 판국이었지만 실리키안 남작이 능력을 발휘해 투기장의 와해를 막고 지금의 소유주가 된 것입니다.”
“무서운 분이시네요.”
“하하,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차갑다는 소릴 들어도 월급은 제때 챙겨 주니까요. 좋은 사람이라고는 못하겠지만 능력만큼은 비범합니다.”
여성은 그의 웃음에 마주 웃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속으로 공사현장에 깔려죽었다는 전 소유주의 소문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리타는 비슷한 식으로 죽었다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러고보니 남작님은 아내를 여의셨다고 들었는데, 재혼은 안하시나요?”
그러자 남자들 중 한명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남작님 같이 돈이 많은 사람한테 들러붙는 여자가 없었겠습니까? 많은 여성들이 유혹했지만 남작님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나, 남색이라는 소문을 제가 들었는데요.”
리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남자들의 표정이 애매하게 바뀌었다.
그들 중 한 명이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그건 확실히 잘못된 겁니다. 남작님은 여색을 밝히지 않을 뿐, 남자에겐 손대지 않았어요.”
“저도 그 소문은 개소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 제가 실례했네요. 죄송합니다.”
리타가 고개를 숙이자 남자들은 시선을 아래로 두면서 손사레쳤다.
“아닙니다. 그냥 소문을 들은 것뿐일 텐데요. 아직 이 도시에 온지 얼마 안 되셨다니까 당연한 겁니다.”
“아니에요. 제가 경황이 없어서.”
“정말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마워요.”
말을 들은 남자가 헤벌쭉 웃었다. 리타는 그들의 반응을 보며 다른 질문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남작님께 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녀의 말에 남자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딸을 돈에 팔아버렸다는 소문을 들으셨군요.”
리타는 들은 적이 없었지만 일단 수긍하기로 했다. 이것도 새로운 정보다.
그녀가 고개를 조심스럽게 끄덕이자 남자들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저희도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가씨가 어릴적에는 남작님이 극진히 보살폈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인가 사이가 소원해 졌다고 합니다. 이번에 시집가신 곳도 레너스가 아닌 다른 도시로 가신 거라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말씀하시는 걸 보니 머리가 좋으신 것 같아요. 그런것도 유추해 내시고.”
“하하핫. 별 거 아닙니다.”
남자는 멋쩍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딱 봐도 칭찬에 약해 보이는 타입이다. 그녀 주위의 남성들은 모두 거친 인상이었지만, 그녀의 외모 덕분이지 상당히 순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리타는 편하게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리타는 남자들에게 단순한 호기심인 것처럼 실리키안 남작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고, 남자들은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안내실 안쪽의 문이 열리며, 와테르가 나왔다.
그는 자기가 몹시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들떠 있었다. 그는 만면을 자신감으로 채워 넣으며 리타를 보았다.
“아가씨, 남작님께서 직접 보시겠다고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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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 ver 리타입니다.
이미지를 이렇게 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막 써봤네요 ㅋㅋ
내일은 시험보고 저녁늦게까 볼일이 있어 못 올릴것 같습니다.
일요일에 돌아올게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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