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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16) (0) 2014/12/12 PM 10:20


*








레너스 시청은 아침부터 혼잡했다. 늘상 있는 여행자와의 단순한 실랑이로 치부했던 게 엄청나게 큰 일이 되어버렸다. 바이서스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후작가의 방문예고에 시청 사람들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다.



리타는 아스화리탈 위에서 소란스러워 보이는 시청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앉아있는 작은 소녀에게 말했다.



“예상대로 당황하고 있군요.”



“똑똑한 리타가 짠 작전이니까 당연하다에요.”



“칭찬 고마워요. 그래도 정말 제 예상대로 되니까 오히려 맥이 빠지네요.”



후치 일행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리타는 시청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톨러스가 시장에서 모아온 정보와 여동생들의 말을 토대로 그녀는 몇 가지 가설을 생각해냈다. 그리고 후치 일행을 구해낼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시청 방문의 필요성을 느꼈다.



12인의 여관에서 만난 엑셀핸드와 버터핑거는 따로 계획을 모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기껏해야 탈옥일 것이다. 도망친 후에도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 빠듯한 여정에 시간을 지체할 여지를 두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과정에 불법을 조금 섞더라도 결과를 합법으로 녹여낼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그런 고민 끝에 리타는 카피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녀는 폴리모프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카피에게 어떤 인물의 연기를 부탁했고, 카피는 리타가 밖을 돌아다니는 사이 방에서 그 연습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연습이 빛을 발할 차례다.



“예상대로 되면 좋은 거다 해요. 오전에는 리타가 멋진 연기를 했으니까 이번엔 카피가 할 차례다 에요.”



리타는 살짝 웃었다. 그녀는 평소에 입던 차림에서 바지를 좀 더 정중한 곳으로 바꾸고 어깨에 짧은 망토를 둘렀다. 원래부터 하드레더를 제외하고는 검은색의 깔끔한 차림이었기에 그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단정하게 보이기 충분했다.



“그렇군요. 일부러 문제를 일으켜 시청에 방문을 미리 알린다는 생각은 즉석해서 떠올린 것이었는데 이렇게 잘 맞아떨어질 줄은 몰랐어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시 경비대의 모습과 사람들의 말을 통해서 본 시청에 그런 인물이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 시도해 본건데.”



“카피는 잘 모르지만 저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가 없는 느낌이었다 해요. 카피도 그렇게 짐작할 정도면 리타의 생각은 사실이다 해요.”



“그렇지요. 미리 알린다는 행위는 시간을 주는 것이니까요. 능력 있는 사람이 있다면 대처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이 없다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지요.”



“인간은 권력과 계급을 좋아하는 만큼 그것에 약하니까 에요.”



“맞아요. 우리 인간은 그렇죠. 자, 그러면 가볼까요? 에포닌 아가씨.”



카피는 웃으면서 말을 살짝 걷어찼다. 카피는 평소처럼 순백의 소녀가 아니었다. 평범한 갈색머리에 십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앳된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입은 옷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출복으로 승마복과 어레인지 되어서 활동성을 높인 것이었다.



에포닌 할슈타일. 디트리히 할슈타일의 친누나이며 할슈타일 가문에 같이 입양된 아이다. 그리고 드래곤 라자의 누나라는 명함만 있을 뿐, 실제적으로 후작가에서 영애로 대우받지는 못한다고 한다.



사람과 달리 폴리모프의 제약이 없는 카피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에포닌의 모습으로 변했다. 에포닌에 대한 기억이 다행히 남아 있었다. 거기다 디트리히가 종종 에포닌의 말을 했었기에 겉모습이나 행동을 흉내 내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리타와 카피가 관사에 가까이 다가가자 정문에 서 있던 경비병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더니 다소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렇게 긴장한 채로 물어보진 않을 거다. 그들은 오늘 어떤 인물이 방문할 예정이라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온 몸에서 귀족의 자태를 뿜어내며 비싸 보이는 옷을 입은 귀공녀는 보기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카피는 톨러스에게 빌린 말 위에 가만히 타고 있었다. 병사들의 질문에는 리타가 답했다.



“할슈타일 가문의 에포닌 영애십니다. 웨스트 그레이드의 아름다운 도시 레너스를 지나며 그 시의 무궁한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고자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하였습니다. 이렇게 전해주시겠습니까?”



“넵!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리타는 제법 절도 있는 동작으로 말했다. 경비병들은 바로 세상이 떠나가라 경례하고 뛰어가듯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게 된 다른 경비병은 리타와 카피의 모습을 힐끔힐끔 훔쳐보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겉보기로는 예쁜 여자 두 명이지만, 그들의 정체는 자신을 손짓 한번에 죽일 수도 있는 존재였다. 까딱 잘못하다가 밉보이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는 어서 빨리 동료가 나오든 누가 나오든 이 여성들이 앞에서 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행히도 안으로 들어갔던 동료는 금방 나왔다. 그리고 시의 집무관도 같이 나오는 게 보였다.



집무관은 헐레벌떡 다가와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이런 누추한 곳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저는 레너스 시의 집무관입니다. 시장님께서 어서 손님을 맞으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감사합니다.”



리타는 짤막하게 고개를 숙인 후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카피가 말에서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부축해 주었다. 그들은 상당히 숙련된 자세로 말에서 내렸기 때문에 집무관과 병사들은 미처 도울 생각도 못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집무관이 다른 병사에게 말을 맡으라고 명령하며, 그녀들을 데리고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관은 안내하는 동안 곁눈질로 그녀들을 살폈다. 궁금한 점이 막 떠올랐지만 감히 물어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욱이 그의 아들이 저질렀던 일을 생각하면 눈을 마주치고 싶지도 않았다.



곧 응접실이 나타났고 그들이 도착하자 문이 활짝 열렸다. 거기서는 만찬이 차려진 식탁 앞으로 시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레너스 시청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행동거지로 보아 그가 시장 같았다. 그러자 리타 대신 뒤에 있던 카피가 조신에게 응대했다.



“귀하의 성대한 환대에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하하, 아닙니다. 이정도로 성대하다고 말씀하시니 오히려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자, 이쪽에 성찬이 준비되어 있으니 실례가 아니라면 같이 하시겠습니까?”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리도 아름답고 기품이 넘치는 레이디를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장은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그들을 안내했다. 리타는 자리에 앉지 않고 카피가 앉은 자리 뒤에 섰다. 시장은 어제 받은 보고를 떠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여자의 모습을 보면 귀족 자제와 그 수행원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통 수행원에게 가문의 반지를 주지 않는다. 일반적인 수행원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선 그들이 하는 행동에 토를 달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식사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여러 형식적인 절차와 인사가 오고 간 게 대화의 전부였다. 식사가 끝나고 하인들에 의해 테이블이 정리 된 이후 시장은 입을 열었다.



“뒤에 서신 분은 호위입니까?”



“예. 아주 강한 분이세요. 여자인 제가 다른 수행원 없이 수도를 떠날 수 있는 것도 이 분 덕이지요.”



“그렇습니까? 겉보기로는 아주 아름다워 보이는 레이디신데 그런 출중한 능력까지 가지고 계시군요.”



리타는 시장의 말에 말없이 고개만 숙였다. 어디까지나 수행원으로서의 태도다.



시장은 그녀의 손가락에 껴진 반지를 보면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어제 불미스런 일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그런 일을 겪게 하다니 죄송한 마음을 금치 않을 수 없군요. 제가 사죄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저희 경비대에서도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모두 징계를 내렸으니 마음 상해하지 마십시오.”



리타는 눈썹을 꿈틀하면서 시장을 쳐다보았다.



“혹시 레넌씨를 비롯해 어제 출동한 경비병들을 말하시는 겁니까?”



“아, 예. 맞습니다. 그 친구가 성격은 강직한데 융통성이 없어서 실수를 하곤 합니다.”



“그들은 저에게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훌륭하게 자신의 책무를 다했습니다. 오히려 포상이 내려져야 할 판인데 징계라니 이해할 수 없는 처사군요.”



시장은 난처한 기색이 되었다. 그는 재빨리 손짓으로 곁에 있는 사무장을 불렀고 둘이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잠시 후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보고 과정에서 곡해된 게 있었나 봅니다. 그들의 징계는 금방 철회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여쭈어 보겠는데, 그 청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시장은 난처한 기색을 채 지우기도 전에 다시 난처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시장보다 곁에 서있는 집무관의 얼굴이 더 사색이 되었다. 집무관은 실내가 몹시 더운 것 같은 착각을 하며 리타와 시장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리타는 난처해하는 그들을 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약자를 핍박하고 제 멱살을 잡았으며 무고한 사람을 신고한 자 말입니다. 저에게 입에 담기도 민망한 상스런 말을 하기도 했지요. 기사도의 나라인 이곳에서 그런 짓을 버젓이 하다니 상상도 할 수 없군요. 어제 경비대를 이끌고 왔었으니 아마도 잘 아실 겁니다.”



“그게…… 네, 몹시 실례를 저지르긴 했지만, 평소엔 선량한 시민이라서……”



“제 명예가 모욕되고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은 비단 저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리타는 단호하게 말하며 차가운 눈을 하였다. 그녀의 말은 가문을 들먹이는 것이다. 후작가의 이름 앞에서 시장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시장은 눈이 마주치자 움찔하며 집무관을 곁눈질했다. 하지만 집무관은 얼굴색이 원래 저랬나 싶을 정도로 하얗게 질려있기만 했다. 그는 굳어가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그런 무뢰한을 그대로 둘 순 없지요. 시의 이름을 걸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겁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공정한 조치가 취해질 거라 믿겠습니다.”



리타의 말은 퍽 서늘했기에 시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대화의 주도권이 저쪽에 넘어가있는 것을 느끼며 다른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어쩐 일로 단 두 분이서 여행하시는 겁니까?”



그의 질문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어째서 후작가의 영애나 되는 사람이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여자 한명과 여행한다는 게 미심쩍다. 거기다 후작가의 방문인줄로만 알았는데 후작의 딸이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도 놀라운 것이다. 후작의 딸을 모신다면 당연히 그것부터 먼저 거론했어야 한다.



시장은 질문을 받을 때와 달리 날카로운 정치인의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예상한 것이었기에 카피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이번 여행은 제 독단이에요. 사실 임무가 있는 리타에게 제가 따라가는 거예요. 시장님께서 어디까지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에 캇셀프라임과 그 라자가 헬턴트 영지로 파견되었다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예, 물론입니다.”



“그때 파견된 드래곤 라자가 제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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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적다 보면 흔히 말하는 삘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땐 글이 왕창 써 지지요.

하지만 보통은 약간 강제적으로 글을 적습니다. 그건 주로 상상한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인데요.

사실 이번편은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두고 그에 맞는 과정을 만들어가며 썼기 때문에, 이제까지가 좀 지루했습니다.

그리고 슬 터트릴때가 가까워져 오네요.

이제 몇 편 안 남은 ch2. 계속 재밌게 봐 주세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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