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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6) (0) 2015/01/01 PM 11:52


모두 긴장하여 일어났다. 모닥불을 등진채로 각자 무기를 챙겨들었다. 이루릴이 가리킨 방향에서 검은 안개가 일행을 향해 삽시간에 들이닥쳤다. 박쥐떼였다.



“물러나라 에요!”



카피가 날아올라 일행의 앞에 섰다. 그녀는 날아드는 박쥐들에게 드래곤 피어를 쏘았다. 하지만 박쥐들은 잠시 주춤거렸을 뿐 금방 날아들었다. 이루릴이 망고슈를 꽉 쥐며 말했다.



“소용없어요. 이들은 이지를 상실하고 조종당하는 사역마들이에요. 공포를 느끼지 못해요.”



박쥐는 곧장 일행을 덮쳤다. 후치는 갑자기 얼굴에 박쥐가 달라붙자 거칠게 떼어 냈다. 소름이 돋아 무심결에 너무 힘을 주어서 손에 잡힌 박쥐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그것을 신호로 박쥐들이 후치에게 몰려들었다.



“눈을 가려! 목을 가려!”



칼은 목이 터져라 외치고는 불붙은 장작을 휘둘렀다. 샌슨도 이루릴의 조언에 따라 불붙은 장작을 잡고 맹렬하게 박쥐들을 쳐냈다.



이루릴은 망고슈를 역수로 쥐고 춤을 추듯 움직였다. 어둠 속에서도 정확히 박쥐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쳐내었다. 박쥐가 쉴새없이 날아들어 캐스트를 할 틈이 생기지 않았다.



에델린은 망토를 벗어들고 그것을 휘둘렀다. 트롤의 힘으로 휘두르니 망토에 부딪치는 박쥐들은 속절없이 휘감겼다. 그녀는 단단한 피부와 육중한 힘으로 박쥐들의 공격에 적절히 대처하였다.



카피는 드래곤 피어가 통하지 않자 바로 리타에게 날아왔다. 그녀는 모닥불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박쥐의 습격을 받진 않았다. 일행이 아픈 그녀를 배려해 다 앞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쥐 떼는 상상이상으로 많았고, 금방 그녀에게도 들이닥쳤다.



리타는 장작개비를 잡고 서있긴 했지만, 평소처럼 가볍게 움직이지 못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박쥐들을 쳐냈지만 박쥐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카피도 리타의 근처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박쥐들을 얼렸지만 역부족이다. 리타는 눈알을 파낼 듯 발톱을 세우고 달려드는 박쥐를 간신히 피했다. 그녀의 볼에 긴 혈선이 그어졌다.



“큭.”



“리타!”



후치가 힘겨워하는 리타를 보고서 달려왔다. 그는 엄청난 힘으로 장적을 마구 휘둘러댔다. 재수 없게 그 장작에 얻어맞은 박쥐들은 몸에 불이 붙기도 전에 터져나갔다.



“괜찮아요?”



“아니.”



리타의 몸에는 많은 상처가 생겨있었다. 그녀의 깔끔한 검은 셔츠는 곳곳이 찢어지고 드러난 하얀 피부에는 붉은 실선이 가득했다. 리타는 시야를 가리고 몰려드는 엄청난 수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후치는 리타의 얼굴을 스칠 것처럼 거세게 장작을 휘둘러 몰려든 박쥐들을 쳐냈다. 그는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최대한 피부를 가리고 엎드려 있어요. 카피! 리타를 위에서 보호해줘요.”



현재 리타의 상태로는 박쥐를 상대하는 것보다 몸의 안전을 챙기는 게 우선순위로 보였다. 리타도 그것을 알았기에 바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숙였다.



카피는 그녀의 등 바로 위에서 사방을 향해 냉기를 뿜어댔고, 멀리서 오는 것들은 후치가 장작으로 쳐냈다. 그래도 달라붙는 것들은 있었지만 리타가 입고 있는 하드레더를 뚫진 못했다. 그때였다.



“그 여자!”



샌슨이 고함을 질렀다. 일행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40큐빗쯤 떨어진 곳에 서있는 지저분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박쥐들에게 시달리는 일행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손이 일행을 향해 뻗었다.



“캐스트한다!”



후치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박쥐들에게 시달리는 리타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는 급한 대로 손에 들고 있던 장작을 그녀에게 던졌다.



제대로 조준하지 않고 집어던진 것이라 장작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 여자는 비웃으면서 캐스트를 이어갔다. 그 순간 후치의 뒤에서 빛의 무리들이 날아들었다.



“매직미사일!”



화살 보다는 발리스타에 가까울 정도로 커다란 빛의 막대가 무서운 속도로 그 여자를 향해 날아갔다. 미사일은 날아가는 동안 앞을 가로막는 박쥐들을 사정없이 파괴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여자는 혀를 차며 캐스팅을 멈추고 몸을 피했다.



“쳇!”



후치가 돌아보니 리타가 왼손을 앞으로 쭉 뻗고 있었다. 힘겨워 보이는 얼굴임에도 눈빛은 날카롭게 여자를 향했다. 그녀의 왼손에 껴진 반지가 빛을 내뿜었다.



당혹한 표정의 여자는 리타의 손에 껴진 반지를 발견했다.



“너! 그 반지!”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녀는 매서운 표정으로 리타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곧이어 이루릴의 목소리가 그녀를 방해했다.



“매직미사일!”



이루릴은 박쥐가 뜸해진 틈을 타서 간신히 캐스트를 끝냈다. 그녀의 주위에 새하얀 빛의 막대가 다섯 개 떠오르더니 그녀의 뻗은 손을 따라 여자에게로 날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박쥐들이 매직미사일을 몸으로 막아냈다. 매직미사일 하나에 박쥐 서너 마리씩 붙더니, 결국 모두 소멸시켰다. 이루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박쥐들이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여자는 잔혹하게 뒤틀린 웃음을 짓더니 흉흉한 기세로 리타를 다시 노려보았다. 정확히는 리타가 낀 반지를 보았다.



“그 반지를 어디서 구했지?”



리타는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매직미사일!”



다시 리타의 손앞에 생성된 거대한 빛의 화살이 여자를 향해 발사되었다. 하지만 방금 전과 달리 한 발 밖에 없었다.



그것은 금방 박쥐들에게 막혀버렸고 여자는 조소했다.



“대답하기 싫다는 거군? 그래, 그러면 죽여서 뺏겠다.”



여자는 오른손을 로브 안으로 집어넣더니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녀는 보기에도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리타에게로 뻗었다. 그녀의 손에는 유리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라이트닝 볼트!”



“피해, 후치!”



유리 막대기의 끝에 새하얀 빛이 모여들었다. 모여드는 빛 사이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났다. 후치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움직였다. 리타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젠장!”



번갯불이 튀겼다. 막대기에서 쫙 뻗어 나온 번개는 순식간에 리타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앞에는 후치가 굳건하게 땅을 딛고 바스타드를 세워들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번개는 후치의 바스타드를 그대로 강타했다. 라이트닝 볼트의 충격은 칼자루를 타고 후치의 온 몸을 꿰뚫었다. 후치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통증에, 고통이라는 사실조차 바로 인지하지 못했다. 눈앞은 새하얗게 바뀌고 온몸의 감각이 사라졌다. 온 몸의 혈관과 세포 하나하나가 다 터져나가는 것 같다.



“후치이잇!”



리타의 높은 비명소리. 후치는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여전히 번개는 그의 칼을 때리고 있었다. 이대로 무너진다면 뒤에 있는 리타는 이 번개를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둘 순 없다.



후치는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이를 악물며 번개를 버텼다. 엄청난 위력의 번개에 그의 몸은 바닥에 긴 자국을 남기며 뒤로 밀렸다. 하지만 석상마냥 고정된 자세는 무너지지 않았다. 발에 힘을 주며 억지로 버틴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났다. 여자의 손에 들렸던 막대에서 뻗어 나온 번개가 멈추었다. 후치는 버티던 자세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후치!”



샌슨의 고함소리. 그러나 후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으어어어아! 우아, 후아, 흐카악!”



그는 전신에서 하얀 연기를 피워 올렸다. 감전된 몸은 사정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근육을 마구 뒤틀렸다. 엄청난 전격을 그대로 막았던 팔은 완전히 타버렸다. 터지고 익어버려 흉측하게 변한 새빨간 팔은 날뛰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불꽃이 튀고 시야는 하얗게 변했다가 시커멓게 바뀌기를 반복했다.



“후치! 후치야!”



리타는 엎드린 자세에서 그대로 기다시피 후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여자가 후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가 떨어트린 바스타드를 주워들었다.



“주제에 공주를 지키는 용사 흉내라도 내고 싶었나, 꼬마?”



여자는 바스타드를 후치의 가슴에 겨냥했다. 리타는 눈을 부릅뜨며 땅을 박찼다.



“그 검 치워! 죽여 버리겠어!”



리타는 장작개비를 든 채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힘없는 그녀의 움직임은 냉점함마저 잃은 상태라 여자에겐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렸다. 여자는 바스타드로 리타가 든 장작개비를 쳐냈다.



“호호, 누가 누굴 죽이겠다는 거지?”



“으윽!”



리타는 균형을 잃은 몸으로도 어떻게 회전시키며 다리를 날렸다. 하지만 그 공격도 손쉽게 여자에게 잡혀버렸다. 여자는 잡은 리타의 다리를 쑥 잡아당겼다.



속절없이 딸려온 리타는 그대로 여자의 앞에 엎어졌다. 여자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바스타드를 그녀의 목에 가져대었다.



“네 년이 가지고 있는 그 반지에 대해서 말해준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아니, 그냥 편하게 죽게 해주지. 하지만 내놓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빌 정도로 괴롭게 해주겠어.”



“닥쳐!”



“괴롭혀 달란 거지?”



리타는 악에 받쳐 외쳤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이 원망스럽다. 하필 왜 이런 순간에 아프단 말인가.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라고? 신의 장난이건 인간의 모략이건 다 지독하다. 동생 같은 소년이 목숨을 내던져 지켜줘야 할 정도로 약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경우인가.



아직도 온 몸을 떨고 있는 후치가 눈에 들어온다. 그가 목숨을 걸고 막아서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녀로서는 꼼짝없이 번개에 맞아 죽었을 거다.



난생 처음 겪는 무력함. 본인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짓눌렀다. 리타는 흐릿해지는 시야 사이로 적의 가득한 시선을 여자에게 쏘았다.



여자는 이채롭다는 눈빛을 띄었다.



“호오, 살기까지 다룰 줄 알아? 하지만 아쉽네. 그 정도로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해. 얌전히 반지를 바치고 대답하지? 멍청한 꼬마가 죽어가는 게 보이지 않아?”



리타는 이를 악물었다. 심신이 흐트러진 상태로 간신히 살기를 사용했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약해진 몸 때문에 마나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매직 미사일을 쏘지도 못한다. 그녀가 자랑하는 검 솜씨도 보일 수 없다.



저 소년, 후치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면서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후치를 고통스럽게 만든 원흉인 여자에게 어떤 것도 갚아줄 수 없다.



뿌옇게 변한 시야 너머로 잔혹하게 비웃는 여자가 보인다. 그녀는 이상한 감정이 가슴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꿈에서 느꼈던 그 기분. 한 없이 포악해지고 거칠어지고 싶은 감정. 상대를 찢어버리고 짓이기고 씹어 먹어 버리고 싶은 마음.



여자는 리타의 모습을 비웃으면서 바스타드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 순간 카피가 달려들었다.



“리타에게서 떨어지라 해요!”



“읏!”



카피의 전력을 다한 아이스브레스가 여자를 향해 뿜어졌다. 박쥐들에게 뿜던 것과 달리 사람을 통째로 얼릴 것 같은 크기였다. 여자는 무시할 수 없는 힘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칼이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꺄아아!”



여자의 등에 그대로 칼의 화살이 박혔다. 화살에 실린 힘이 강력했는지 화살은 그대로 몸을 통과해 배를 뚫고 나왔다. 칼은 바로 화살을 집어 들며 다시 활시위에 매겼다.



여자는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배에서 화살을 뽑아내어 땅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칼에게 잔뜩 독이 오른 시선을 향한 순간, 옆구리에 또 다시 한 방 더 얻어맞고 말았다.



“끼아아악!”



여자는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이번에는 화살이 완전히 몸속에 박혔기에 뽑아내려는 시도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땅을 박박 긁으면서 증오로 가득 찬 눈빛을 띄었다.



“됐다! 박쥐들이 물러간다!”



샌슨은 갑자기 그를 감싸고 있던 박쥐들이 사라지자 외쳤다. 여자가 쓰러지니 박쥐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모양이다. 일행은 박쥐가 사라지자 바로 후치와 리타에게 달려왔다.



카피는 쓰러진 여자에게 다시 아이스브레스를 뿜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여자가 품에서 종이 같은 것을 꺼내며 찢어버렸다. 그러자 여자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루릴이 여자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말했다.



“블링크 스크롤이로군요. 그 여자, 단단히 준비해 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일행은 그것을 들을 정신이 없었다. 여자가 사라지자마자 리타는 후치에게 기어갔다.



“후치!”



후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아있었다. 금방이라도 드러눕고 싶었지만, 땅에 닿는 모든 부위가 너무 아파서 최대한 면적이 적은 앉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기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후치야! 정신 차려!”



리타는 가슴을 비집고 올라오는 수많은 말들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화상을 입은 후치에게 손도 대지 못하고,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기만 하였다.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에델린이 다가왔고, 뛰어온 샌슨이 리타가 말릴 새도 없이 후치의 어깨를 짚었다.



“괜찮아, 후……”



“크아아아아아!”



어깨가 찢어지는 느낌에 후치는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기절했다. 샌슨은 당황하며 손을 떼었고 리타의 날카로운 눈빛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리타는 바로 옆에 내려앉은 카피에게 말했다.



“카피! 몸을 차갑게 식혀줘요!”



“해보겠다 해요.”



카피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주변의 온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새하얀 기운이 후치를 감쌌다. 화상을 입은 몸이 시원해지자 기절한 후치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가온 에델린이 후치에게 손을 뻗어 신성력을 흘렸다. 리타를 치료할 때와는 달리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일행은 숨죽이며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하였다.



에델린의 손에서 나온 새하얀 빛무리는 오랫동안 후치를 감쌌다. 상처가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심각해 보였지만, 신성력이 감싸자 점차 완화되는 것이 보였다. 에델린은 계속 신성력을 흘렸고 그녀의 노란 눈은 진지하게 후치를 주시했다.



후치의 상태는 점차 나아졌고, 에델린이 손을 거둘 쯤에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피부가 터지고 번개에 익어 빨갛게 변했던 팔은 원래의 부드럽고 생기 넘치는 상태가 되었고,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에 겨웠던 얼굴도 편안해졌다.



“후치는 어떻소? 어디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요?”



“괜찮습니다, 칼. 다행히 번개가 내부까진 망쳐놓지 않았어요. 외상이 나았으니 기력만 회복한다면 금방 일어날 겁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칼을 보며 샌슨도 비슷하게 안도했다. 이루릴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냈다. 그녀는 병의 입구를 열고 후치의 입에 조금 흘려 넣었다.



“힐링포션입니다. 회복에 도움이 되겠죠.”



“감사하오, 세레니얼 양.”



“천만에요. 후치는 제 친구니까요.”



이루릴은 미소를 지었고 칼은 조금은 지친 웃음으로 응대했다.



리타는 고른 숨을 내쉬는 후치에게 다가갔다. 그녀도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많이 나서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에델린이 리타를 잡으며 말했다.



“리타, 리타도 어서 치료해요.”



하지만 리타는 에델린의 손을 뿌리쳤다. 에델린은 리타를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선 손을 멈추었다. 리타는 그대로 누워있는 후치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후치……”



그녀는 후치가 약한 유리라도 되는 것처럼 깨어질까 무서워 아주 천천히 섬세하게 안았다. 양 팔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 볼을 그의 머리에 대었다. 그리고 그 완연한 자세가 완성되었을 때, 후치의 머리 위로 따뜻한 액체 한 방울이 떨어졌다.



“으흐흑!”



리타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조용히 흐느꼈다. 살아있다는 기쁨과 다행이라는 안도, 그리고 그녀를 위해 몸을 던져 지켜준 데 대한 미안함. 여러 감정이 범벅되어 눈물이 흐른다. 참기 위해서 입술을 깨물어도 솟구쳐 오르는 감정은 막을 수 없었다. 흘러내리는 눈물도, 목을 비집고 나오는 흐느낌도, 어느 것 하나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칼과 샌슨, 에델린은 정상적이면서도 익숙치 않은 상황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후치를 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리타는 그들에게 퍽 깊은 감명을 남겼다.



그렇게 리타는 처음으로 남을 위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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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울지마 ㅠㅠ

여자가 우는 걸 어떻게 묘사해야 될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새해 첫날도 어김없이 올리는 아무르타트.

다음화는 대망의 가슴주물러 후치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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