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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9) (2) 2015/01/09 PM 10:18


*








슈는 일행을 그랑엘베르의 신전으로 안내했다. 슈는 어른들이 모두 병에 걸려서 자기 혼자 물을 길어서 날랐다고 하였다. 조그만 아이가 환자들 병 수발을 들고, 물을 수십 번 떠 날랐다는 사실에 일행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사이에 다친 상처를 에델린이 치유하면서 물었다.



“아프지 않은 어른은 없니?”



“검은 언니는 아프지 않아. 오늘은 안 보여.”



슈가 말하는 검은 언니라면 아마도 뱀파이어일 것이다. 에델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검은 언니는 누구니?”



“몰라. 검은 언니야. 매일 까마귀랑 놀아. 슈를 도와주지도 않아.”



까마귀랑 논다는 사실까지 들으니 뱀파이어가 확실하다. 그녀라면 당연히 슈를 돕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방해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리타는 다시 한 번 뱀파이어의 특이함에 놀랐다.



일반적인 뱀파이어는 처녀의 피를 좋아한다. 물론 그 여자는 성별 때문에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순수한 어린아이의 피는 무엇보다도 뱀파이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먹이를 눈앞에 놔두고도 먹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슈는 또 아이들이 다 없어졌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기에 제대로 된 설명을 일행에게 해줄 수 없었다. 일행은 우선 신전에 간 다음에 어른들에게 묻기로 했다. 에델린에 놀랄 수 있다며 칼이 후치와 샌슨을 먼저 살펴보도록 보냈다.



리타는 에델린에게 폭 안겨서 이야기하는 슈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순수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독이다. 순수와 무지는 이웃사이이며 그 둘은 쉽게 다른 것으로 변하기도 한다. 단순한 호기심이 날카로운 비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그런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도 샌슨과 비슷한 이유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워하는 것이기도 하다. 디트리히 같이 적당히 큰 아이라면 괜찮지만 그보다 어린 아이는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슈가 그녀를 쳐다보자 슬며시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슈만 남겨두고 모두 사라졌다면, 누군가가 납치한 것이겠군요.”



“그 납치범은 뱀파이어가 아닐 테고요.”



“예, 슈를 단순히 지켜보기만 했다는 이야기로 보아도 그럴 것 같습니다. 애초에 보통의 뱀파이어라면 어린 여자아이를 그냥 놔둘 리가 없으니까요.”



“역시 그냥 뱀파이어는 아닌가 보군요.”



칼잡이 둘이 없는 일행은 모두 리타의 말을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슈는 손가락을 입에 문 채 물끄러미 말하는 리타를 바라보았다.



리타는 애써 외면하며 말을 이었다.



“한 명만 남았다는 이야기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한 명만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혹은, 이제 슈를 납치할 차례다.”



칼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둘 모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여자는 한 명만 남은 슈를 감시하고, 그 여자의 일행이 때를 봐서 슈를 납치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슈에게서 눈을 떼면 안 되겠군요.”



“네.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가능성, 뱀파이어에게 같이 행동을 하는 동료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다음 행동은 슈를 납치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에델린은 어린 슈가 마음에 아파 더욱 세심하게 그녀를 보듬었다. 슈는 단지 그 품이 좋아서 에델린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신전에 가까워져 오자 방역조치가 이곳저것에 취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리타는 숲지기라는 직업 특성상 이런 것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그녀가 보기에는 꽤 여러 가지 방역조치가 이루어졌지만, 결국 신의 힘에 의한 것이라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방역조치가 된 곳을 조심스럽게 지나가니 신전 입구 쪽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후치와 샌슨, 그리고 처음 듣는 남자의 힘겨운 목소리였다.



“트, 트롤? 그럼 미드 그레이드의 <치료하는 손> 에델린이오? 오! 감사합니다! 테페리여, 감사합니다!”



그는 에델린의 거대한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양새였다. 놀랄 것이라는 예상은 맞았지만, 그 방향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에델린조차 남자의 환대에 당황할 정도였다.



“역시 미녀 프리스티스다 보니 유명하군요, 린.”



“리타……”



에델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움직이기 힘겨워 보임에도 에델린이 다가가자 일어서며 인사했다.



“쿨럭. 바, 반갑습니다. 저는 터커 올햄이라고 합니다. 모험자입니다. 이곳에서 치료하는 손, 에델린을 만나다니 정말 천운입니다!”



“바람 속에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어디가 안 좋으신 건가요?”



“아, 이런. 폭풍을 잠재우는 꽃잎의 영광을. 폐병에 걸렸습니다.”



터커가 에델브로이 교단의 인사를 받자 에델린은 푸근하게 웃었다. 그녀의 멋진 송곳니가 한껏 멋들어지게 드러났다. 그녀는 터커의 가슴에 손을 얹고 주문을 외웠다.



에델린의 신성력에 의한 치료가 끝나자 터커는 놀란 눈이 되었다. 그가 듣던 것 이상으로 신성치료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살았어! 우린 살았어! 에델린, 에델브로이의 따님이!”



터커는 지켜보는 후치가 민망함을 느낄 정도로 호들갑을 떨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확실히 에델린이 유명하긴 한가보다는 생각을 했다.



일행은 날뛰는 터커를 진정시키고는 그를 따라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일행은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으음……”



공기가 무겁다. 뜨겁고, 묵직하다. 수증기로 가득한 곳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힘겨움이 느껴질 것 같은 공기다.



그리고 밝다. 분명히 이곳은 천장이 있는 실내다. 샌슨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가 놀랄 정도로 실내임에도 밖과 똑같은 밝기였다.



원래는 예배당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넓은 공간에는 환자가 가득했다. 의자나 테이블 등은 벽으로 치워져 있었다. 터커 일행이나 그 전에 움직일 수 있었던 사람들이 예배당을 정리한 모양이다.



환자들은 각양각색의 질병을 앓고 있었다. 폐부의 모든 공기를 토해낼 것처럼 기침을 하며 각혈하는 사람,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옷을 모조리 벗어버리고 몸에 피가 나도록 긁어대는 처녀, 썩어 들어가는 팔다리를 부여잡은 채 몸을 뒤틀고 있는 환자, 기이한 반점이 몸에 생겨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노인 등, 보고 있기 괴로운 환자가 가득하다.



“허억……”



후치는 옆의 기둥을 붙잡으며 신음했다. 칼과 샌슨도 신음은 흘리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잔뼈 굵은 헬턴트 남자들도 이런 질병의 도가니탕은 견디기 힘들었다.



터커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증세가 제각각이오. 아무래도 각자 다른 병에 걸리는 모양이야. 빌어먹을, 우리 마법사는 여자라고는 손목도 못 잡아본 순진한 녀석인데, 세상에 성병에 걸려버렸어. 믿을 수 있겠소?”



샌슨은 헛기침을 하며 눈으로 여성들을 가리켰다. 그 중에 리타는 고개를 갸웃하며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터커에게 말했다.



“성병은 굳이 성행위를 통해서만 전염되는 게 아니라, 단순 점막이나 접촉에 의해서 감염될 정도로 전염성이 높아요. 꼭 성기끼리의 접촉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요. 여성과 접촉이 없었…… 이게 아닌가 보군요. 죄송합니다.”



이루릴을 제외한 일행의 시선을 보고 리타는 입을 다물었다. 특히 샌슨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친구의 그런 반응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터커는 부끄럽다기 보다 황당하다는 얼굴로 얼떨결에 대답했다.



“아, 아니, 괜찮습니다.”



칼이 주위를 환기시킬 겸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원인을 찾아 퇴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고 있다고 하니 이들이 더 급하군요. 올햄 씨, 당신의 동료들을 가르쳐주시오. 당신들은 모험가이니, 훨씬 도움이 될 거요. 그러니 먼저 당신 동료들부터 치료합시다.”



“아, 예!”



칼은 일사분란하게 일행의 일을 분담했다. 약학에 지식이 있는 칼과 이루릴, 리타는 에델린을 도와 환자를 돌보고, 후치랑 여러 도구와 식수, 음식을 나르는 등의 잔일거리를 시켰다.



에델린은 급해 보이는 환자들부터 신성치료를 행했다. 리타는 후치들이 가져온 약초를 세세하게 살펴보고 분류하였고, 칼과 이루릴이 그 약초를 짓이기거나 졸여 약을 만들었다.



리타는 숲지기를 하는 동안 약초에 대한 지식이 깊어졌다지만, 의사를 해도 될 정도로 약초를 잘 다루는 다른 둘이 퍽 신기했다.



치료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여럿 되다보니 치료는 금방 이루어졌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한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면 전혀 다른 질병이 다시 발병하는 것이다.



후치는 일사병에 걸린 사람이 치료받고 나니 동상에 걸리는 상황에 헛웃음도 안나왔다. 칼은 기진맥진한 어투로 말했다.



“일단 급한 환자는 다 봤으니, 에델린 양. 이 신전 전체에 게덴의 힘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그 동안 저는 꼼짝을 못 합니다.”



칼은 가뜩이나 지친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옆에서 약초를 살펴보던 리타가 한마디 했다.



“일단은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니까, 린이 보호막을 치는 게 우선이에요. 기력이 남을지 모르겠지만 해가 진 이후에 신성치료를 마저 해도 되니까요. 또, 터커씨 일행분들을 치료했으니, 그분들도 도움을 주시겠지요. 마법사와 성직자도 있다고 하시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에델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전의 중앙으로 짐작되는 곳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에 들어갔다.



칼은 환자였던 터커의 일행에게도 일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탐탁치 않았다. 하지만 일행의 손으로는 턱없이 모자랐기에 납득했다.



에델린의 기도가 시작되자 신전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우선 밖과 비슷했던 밝은 실내가 어두워졌다. 창을 통해 여전히 빛이 들어와 밝긴 했지만, 전과 같이 그림자 하나 없는 환한 실내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달궈진 공기도 많이 시원해지고 덩달아 환자들의 안색도 밝아졌다.



리타의 말처럼 터커의 동료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다갈색 머리의 프리스티스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터커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사만다!”



후치는 그녀가 마구 갈라진 입술을 쓰다듬는 걸 보며 물을 내밀었다. 그녀는 벌컥벌컥 물을 마셔버리고선 한 그릇 더 달라고 했다. 후치는 곧바로 물을 한 잔 더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후치에게 감사하며 치료를 돕겠다며 힘겹게 일어났다. 터커의 다른 동료인 크라일이라는 전사는 산욕열을 알고 있었다. 후치는 그 병이 임산부가 산후에 걸리는 병이란 사실을 듣고는 환자의 고름 대신 팔을 잘라버릴 뻔 하였다.



터커의 일행 중 마지막으로 남은 펠레일의 치료 차례가 되었다. 마법사이기에 에델린의 신성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지라 그는 전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마력과 신력은 서로를 거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사인 그는 신력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 덕에 그는 환부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무시당한 채, 동료들에 의해 단단히 잡히고 로브가 걷어지는 수치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것이 꿈이길 바라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후치는 여자 손목 한 번 못 잡아봤다는 선량한 청년의 모습에 안쓰러워졌다. 그러나 이내 이루릴과 리타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며 생각을 취소했다.



리타는 약초를 졸여 만든 약을 이루릴에게 내밀었고, 이루릴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그것을 펠레일의 환부에 발랐다. 이루릴이나 리타나 얼굴에 부끄러움이라고는 한 점 떠올라있지 않았다. 그녀들은 정성들여 그의 환부를 들여다보며 세심하게 손을 움직였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펠레일은 왠지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다고 느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었으니, 그가 이상함을 느끼는 게 무리도 아니었다. 거기다 그의 소중한 곳에 느껴지는 감각은……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눈을 떴고, 눈이 마주치자 안심하라는 듯 웃어주는 이루릴을 마주하게 되었다.



상황에 대한 인식에 걸리는 시간은 짧았다.



“으아아아!”



펠레일은 성대가 괜찮을까 걱정될 정도로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이루릴과 리타는 깜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녀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펠레일을 바라보았고, 펠레일은 그대로 졸도했다.



“푸하하하하!”



후치는 웃느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진짜로 웃다가 그대로 졸도해버릴 것 같았다. 다른 이들도 후치의 웃음을 기폭제삼아 마음껏 웃음을 터트렸다. 지쳐있던 칼도 참지 못한 듯 빙그레 입꼬리를 올렸다.



병마와 힘겹게 대치하던 신전은 때 아닌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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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DR을 읽을때 당시 중1의 나이로 두근대며 읽었던 그 장면!

다른건 버려도 이 장면은 못버려 그대로 가져와봤습니다. ///-///

최근에 nt노벨 공모전에 출품할꺼 기획한다고 정신이 없네요.

메인스토리라인과 인물 설정등은 끝났는데 살을 덧붙이는게 언제나 어렵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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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몬스터    친구신청

거시기씬 ㅋㅋ
이루릴의 예의바른 웃음이 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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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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