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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10) (2) 2015/01/10 PM 11:32


*








에델린이 기도에 전념하는 바람에 오직 약만으로 치료해야 하는 일행에게 사만다의 존재는 빛과 소금이었다. 에델린 만큼은 아니지만 그녀도 정식으로 프리스티스가 되어 순례자로 세상에 나온 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만다가 주축이 되어 마을 사람들의 치료가 이루어졌다. 칼은 병원을 차려도 될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적절한 치료약을 조제했다.



치료법이 마땅찮은 병에 걸린 사람을 제외하고서는 점차 마을사람들은 나아졌다. 사만다는 침착하게 환자들을 돌보는 후치를 대견하게 여겼다. 터커도 샌슨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헬턴트라는 마을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로서는 신기하게 생각할 법 하였다. 리타는 그녀의 첫 여행에서 헬턴트의 일반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일반’에서 벗어난 것인지 여실히 느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일행을 보고 놀라는 것이겠지.



거의 저녁이 다 되어갈 때 쯤 대략적인 치료는 끝났다. 약으로 완쾌할 수 없는 환자 몇 명이 남은 정도였다. 다만 조로증에 걸린 처녀처럼 도저히 손쓸 방도가 없는 환자들은 그대로 놔둘 수밖에 없었다.



“슬 저녁을 준비해야겠네.”



“후치 군, 저도 돕겠습니다.”



일어서는 후치를 따라 펠레일이 부엌으로 따라 들어갔다. 칼은 피로가 극심한지 후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루릴은 다소 흐트러진 머릿결을 제외하고는 평상시 모습 그대로였다. 사만다는 그대로 바닥에 뻗어 있었고, 그나마 다른 전사 셋은 멀쩡히 앉아 있었다.



다만 리타는 잔뜩 인상을 쓴 채로 머리를 두드리거나 꾸욱 누르곤 하였다. 어찌된 일인지 두통이 다시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몸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몸살에 걸리기 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만다가 기둥에 머리를 딱따구리처럼 부딪치는 리타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리타, 어디 아프신가요?”



“두통이 조금 있습니다.”



찌푸린 얼굴로 대답하는 리타를 보며 사만다가 입을 가렸다.



“설마? 아니, 치료하는 손이 직접 축복해 주셨을 테니 그럴 일은 없겠죠.”



리타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예, 게덴의 힘에 의한 질병은 아닙니다. 어제 병에 걸렸었는데 무리하는 바람에 피로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저녁 먹고 나서는 푹 쉬도록 하세요. 안 그래도 저분들이랑 같이 제일 고생하셨는데요.”



“몇 명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힘내면 됩니다. 그 이후로 푹 쉬어야죠. 그땐 왕명이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후후, 그러세요.”



사만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환자들은 대부분 전보다 나아진 안색을 하고 있었다. 사만다 일행이 처음 왔을 때 이들을 보고 절망적인 생각부터 들었다. 펠레일이 유약한 겉모습과 달리 심지가 굳어 일행을 다독이지 않았다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그들도 드러눕게 되었지만, 어찌되었건 새로운 일행이 나타나 그들과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였다.



“여러분은 어떤 일들을 겪었기에 이렇게 침착하게 대응하시는 건가요? 저희도 많은 모험을 했지만 여러분처럼 능숙하게 하지는 못했어요.”



칼이 웃을 힘도 없는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저 단순한 여행객들입니다. 고향이 고향인지라 환자에 익숙한 편일뿐이죠.”



“고향이 어디시기에 그러시는 건가요? 설마 저기 사우스 그레이드의 전쟁터라도 되나요?”



“아닙니다. 저희는 서쪽에 헬턴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왔습니다.”



사만다는 들어본 적 없는 지명에 일행을 돌아보았다. 터커가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헬카네스의 검은 창, 블랙드래곤 아무르타트의 마수가 뻗은 마을이라고 소문을 들었어. 몬스터의 습격이 매우 빈번해서 도저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라던데? 아, 저, 소문으로만 들은 것이라서 그렇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는 말하는 도중에 칼과 샌슨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칼은 손을 들어 괜찮다고 표시하며 대답했다.



“몬스터의 습격이 빈번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사람이 살기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요. 공공의 적이 있다면 사람은 대항하기 위해서 뭉치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곳의 사람들은 그래서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합니다.”



사만다는 후치와 샌슨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후치라는 아이. 어른 남자라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끔찍한 환자를 앞에 두고도 친절하고 정성스럽게 치료하더군요. 안색하나 바뀌지 않았어요. 샌슨씨도 마찬가지였지요.”



“언젠가 자신이 아플 때, 타인도 자신에게 그러길 바랍니다.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게 익숙해져버린 마을이지요.”



“사람이 살 맛이 나는 마을이겠군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만 저는 거기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네드발 군 앞에서 이런 말을 하면 화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죽음도 지척에 두고 있으니까요.”



사만다는 부엌에서 펠레일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후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누구라도 그 마을에서 살면 자신처럼 될 것이라던 이야기. 소년의 말은 허세가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터커는 정적이 찾아오자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쪽은 어디서 응급처치 법을 배웠기에 그렇게 능숙한 거요? 칼 씨는 어지간한 의사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해박하시고. 도무지 그냥 여행객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샌슨은 기둥에 대고 있던 머리를 떼며 터커를 보았다.



“고향에서 경비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응급처치는 경비대의 기본 소양입니다. 언제나 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가 오기 전까지 조치하도록 교육받고 있습니다.”



칼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는 그저 골방에 박혀서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사람입니다. 읽은 게 잡다하다보니 어쩌다 의학 쪽에도 옅은 지식이 있을 뿐이지요. 의사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저 리타라는 아가씨는 어떻습니까? 그녀도 약초에 관해선 아주 해박해 보였습니다.



리타는 벽에 기대어 앉은 상태로 고개를 완전히 젖혀 정수리를 벽에 대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기에 터커는 잔다고 판단했었다. 그래서 그녀가 눈을 뜨며 대답하자 움찔했다.



“아버지가 숲지기십니다. 그 자식이 약초를 모른다면 비웃음 살 일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목수 일을 하시지만, 저는 간단한 개집도 지을 줄 모릅니다.”



“그건 네가 불성실해서 그렇고.”



크라일이 옆에서 쏘아주자 터커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칼은 반대로 터커에게 물었다.



“터커씨 일행은 나흘 전에 이곳에 오셨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이곳에 옮기고 돌보셨고요.”



“그렇습니다만?”



“힐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아이들의 실종을 경험하셨다고 하셨는데,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 그건 이미 다른 분들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저희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아이들이 감쪽같이 없어지더군요.”



“언제 없어졌소? 특정 시간이 있었소?”



터커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밤낮 관계없이 사라졌군요. 그나마 밤에 좀 더 사라진 편이지만 낮에도 없어졌습니다.”



“그 낮 동안은 구름이 꼈었습니까?”



“아니오. 들어온 둘째 날부터 구름이 꼈습니다. 첫째 날은 화창했지요. 생각해보면 그 첫날부터 아이들이 사라진 것 같군요. 직접 겪진 않았지만, 우리가 왔을 때 이미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도 들었습니다.”



“어떤 단서 같은 것은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마을 분들을 옮기신다고 힘쓰셨을 테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탓하려는 게 아니니 괘념치 마십시오.”



하지만 터커는 음울한 표정을 펴지 못했다. 칼은 괜찮다 말했지만 그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걸 막기는커녕 꼬리도 잡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때 에델린이 기도를 멈추었다. 태양은 완전히 넘어가고 세상은 두 달 만이 어슴푸레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리타의 옆에 와서 쓰러지듯이 기대어 앉았다.



“고생했어요, 린.”



에델린은 대답할 힘도 없다는 듯이 고개만 까딱했다. 그런 그들의 코로 향긋한 수프의 냄새가 느껴졌다. 낮에 팬케이크를 먹은 후 계속 환자를 돌보고 힘을 썼더니 배에서 난리다.



“식사들 하세요.”



타이밍 좋게 후치가 수프를 들고 왔다.



칼과 리타는 수프를 먹는둥마는둥 넘겼고, 이루릴은 평소처럼 조용히 수프를 먹었다. 리타는 옆에 에델린에게 수프를 건넸고, 에델린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릇을 들고 그대로 마셨다. 샌슨이 그것을 보고 좋은 생각이라며 따라하다가 입 가로 흘리는 바람에 후치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터커는 아직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크라일에게 수프를 먹여주려고 하자 크라일이 역정을 내었다. 그는 스스로 먹겠다며 그릇과 스푼을 뺏어들었다. 터커는 한 번 웃어주며 펠레일을 찾았다. 후치가 부엌에 있다고 알려주자 그는 다시 웃으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펠레일의 귀를 잡고 나타났다.



“자, 어서!”



터커는 처참한 눈초리의 펠레일을 다그쳤다. 펠레일은 도망갈 길을 찾는 강아지처럼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에도 퇴로는 없었고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펠레일은 이루릴에게 마치 결투라도 신청하는 것처럼 다가갔다. 일행은 그가 왜 그러나 싶어 지켜보았다. 펠레일은 입을 열까말까 망설이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



“이, 이루릴 세레니얼 양이시죠? 전 펠레일입니다. 마, 마법사입니다.”



“네…… 알고 있어요.”



“저, 말을 건 까닭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부, 불쾌하셨을 텐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절 치료해 주셔서 정말 가, 감사합니다.”



펠레일은 석양을 그대로 옮겨 둔 것처럼 붉었다. 이루릴은 그의 감사를 미소로 받았다.



“저야말로. 많이 놀라신 것 같더군요. 아까 비명을 지르시기에.”



“아, 제, 저의 그, 실수입니다. 그것은, 너무 당황해서……”



“그런가요. 이해했습니다. 이제 당신과 전 친구인가요?”



후치는 미소를 지었다. 리타는 눈을 감은 상황이어서 귀로만 듣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펠레일은 잠시 당황하다가 대답했다.



“어, 저, 예. 친구라는 게 그러니까…… 저, 은혜를 입었으니 당신은 제게 소중한 분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친구라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거라면, 예. 그렇습니다.”



이루릴은 조금 더 밝게 웃었다.



“고맙습니다. 아, 참. 성기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후치는 뒤의 환자를 생각해 뒹굴면서 웃지는 않았다. 하지만 크라일은 누운 상태로 폭소를 터트렸고, 샌슨은 놀라는 바람에 수프를 쏟고는 아까워했다. 리타는 옆에 있는 에델린이 벽에 부딪치는 바람에, 벽에 기대고 있던 머리가 울려서 인상을 쓰며 머리를 떼었다.



그리고 우물쭈물하는 불쌍한 펠레일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말했다.



“미인 엘프가 만져줬는데 괜찮을 겁니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미인에게 치료받으면 치유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하더군요.”



“그런가요?”



이루릴의 시선은 펠레일을 향했고 그는 로브를 꽉 쥐며 간신히 대답했다.



“그, 저, 아…… 그게, 네…… 괜찮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부엌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일행은 다시 한 번 더 웃음을 터트렸다. 리타는 펠레일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이루릴에게 말했다.



“인간사회에서는 직접적으로 성기를 언급하는 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어째서죠?”



“인간의 성 문화는 상당히 폐쇄적인 측면이 있어서……”



리타는 이루릴에게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의 나열이지만, 그 단어를 듣는 사람들은 결코 평온할 수 없었다. 후치는 붉어지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당사자가 그런 말을 지금 한단 말인가? 하지만 피곤해서 핀잔 줄 힘도 없다.



사만다가 슬그머니 후치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저분들, 원래 저러시니?”



“그런가 봐요.”








*








식사가 끝났다. 잠시 휴식을 취한 일행은 남은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흩어졌다. 일행은 하루 종일 기도를 한 에델린에게 쉬라고 권했지만, 에델린은 한사코 사람들을 치료하고자 하였다. 그녀는 일행이 응급처치만 해둔 사람들에게 신성치료를 행하였다.



하지만 조로증에 걸린 처녀를 앞에 두고는 에델린도 쉽사리 치료할 수 없었다.



백발에 피부가 쭈글쭈글한 노파는, 사실 23살의 꽃다운 처녀였다. 조로증이란 빨리 늙는 병. 그것은 엄밀히 말해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었다. 늙는 것을 멈추지도 못하고 정상 속도로 할 수도 없다. 갑자기 걸리는 병도 아니거니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병이기에 치료법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헬카네스와 유피넬의 딸인 시간을 되돌리는 것 뿐. 불가능한 말이다.



리타는 할머니가 된 처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에델린의 노란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에델린을 불렀다.



“린, 잠깐 이야기 하죠.”



“리타?”



에델린은 리타가 사람들에게 조금 떨어진 곳에 있자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무심한 눈이 그녀를 향하자 순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리타는 그녀가 가까이 오자 팔짱을 끼며 불만 가득한 눈으로 바뀌었다.



“하지 마요.”



목적어가 생략된 말이었지만 에델린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녀는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트롤의 수명은 사람보다 훨씬 깁니다.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린은……”



리타는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말을 끊었다. 그녀는 관자놀이를 손으로 누르며 힘겹게 말했다.



“왜 그렇게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가요?”



“저는…… 아니, 리타에게 거짓말을 할 순 없군요.”



에델린은 성직자로서 아픈 사람을 돕는 게 당연하다는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그것은 성직자에게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었지만, 그녀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돕고자 하는 이유를 리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우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저는 사람에게 익숙해져 버렸어요. 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어요. 제가 리타와 친해진 건, 리타가 외면보다는 내면에 집중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그런 리타는 다른 사람들과의 괴리감을 항상 가지고 있지요. 제가 리타였다면 결코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리타가 저라면 저처럼 괴로워하지도 않을 테지요.”



“그럴…… 거 같네요.”



에델린은 슬프게 웃었다.



“옛날에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솔직히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어요.”



“그 심정은 알겠어요. 그렇다고 자기의 수명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말이에요. 나는 친구로서 에델린을 말리고 싶어요.”



“고마워요, 리타. 하지만 트롤의 수명대로 산다는 건, 저에게 슬픈 일이에요. 제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견디며 계속 살고 싶진 않아요.”



“……”



리타는 입은 열었지만 목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미 에델린의 정신은 더 없이 인간에 가까웠다. 인격이 형성될 때부터 인간 사회에서 컸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녀는 리타 본인보다 더 인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델린의 생각을 이해는 하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심을 되돌릴 각오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흔치 않은 일이지만, 그녀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명확히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에델린은 큰 손으로 리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환자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녀는 시간을 되돌렸다.



“전능한 신의 손길로 유피넬의 저울대에 걸린 헬카네스의 추를 내린다. 법칙 안에서 만물을 감싸 포용하라. 포용함으로 법칙을 이겨내라. 리스토어.”



에델린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경의에 차서 에델린과 처녀를 바라보았다.



처녀의 얼굴에 가득했던 주름살은 점차 사라지며 탄력적이고 생기 넘치는 피부로 바뀌었다. 시트 아래의 납작한 가슴이 부풀 듯 솟아올랐고, 몸을 만져대는 가는 손가락은 매끈하고 보기 좋은 살이 올랐다.



처녀는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며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눈물을 쏟았다. 다큰 남자들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지만 누구 하나 탓하지 않았다.



처녀는 펑펑 울면서 에델린에게 안겼다. 에델린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를 보듬었다.



리타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그 손을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는 솔직히 조로증에 걸린 처녀의 치유가 반갑지 않았다. 그녀가 불쌍하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친구보다 소중하진 않다.



이루릴은 에델린의 주문이 어떤 것인지 아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미소를 지으며 후치에게 소곤소곤 말하였다.



시간은 만물에게 평등하다. 애초에 혼자 빨리 간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 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흘러간 시간을 홀로 되돌릴 순 없는 일이다. 그 시간을 되돌린다면, 반대로 그만큼 흘러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울을 기울이여면 반대쪽에는 그만큼의 질량이 있는 것을 놓아야 하는 법이다.



에델린의 큰 손에 생긴 주름, 인자하게 웃는 그녀의 눈가에 생긴 세월의 흔적들.



희생이라는 숭고한 단어로 포장하기 어려운, 리타가 생각하기에는 차라리 자해에 가까운 행위다. 그것을 비웃거나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녀에게는 그러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래. 나에게는, 그럴……”



털썩



“리타!”



리타는 허물어지듯이 그대로 쓰러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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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를 쓰기 전에 DR을 단어 하나 빠트리지 않고 세번 정도 정독했습니다.

그러면서 에델린의 심리가 단순한 봉사에 있지 않다는 게 느껴져서 그걸 심화해 보았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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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보다도 에델린이 더 사람을 소중히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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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도 어서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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