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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15) (1) 2015/01/23 AM 12:41
그는 경악에 찬 눈으로 리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은 무엇인가 튀어나올 듯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가 돌아본 방향에는 칼이 서 있었다.


“이봐, 당신. 이 여자에게 무슨 말인지 물어봐 주겠어?”


칼이 리타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칼. 나는 코다슈가의 당신에게 말하는 게 아니라 혼자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것을 엿듣는 건 당신의 자유지요. 그에 대한 대답도 자유입니다.”


“그것은 기만이라고 전해줘.”


“애초에 당신이 제대로 대화할 줄 알았다면 필요 없는 일입니다. 닐림의 날개이면서 여자와 대화하는 훈련도 제대로 안 받았습니까?”


“……”


“타국에서 활동하려면 적어도 다른 나라의 관습에 맞춰 연기할 줄은 알아야 할 텐데요. 그쪽에서 제대로 훈련할 틈이 없었나요? 어쨌든 저는 허공에다 계속 혼잣말을 하겠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칼을 통해서든 허공을 통해서든 마음대로 이야기하십시오.”


리타는 잡고 있던 남자의 머리채를 놓았다. 남자의 머리가 힘없이 푹 떨어졌다. 땅을 향한 그의 눈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외간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자이펀의 풍습에 어긋난다. 리타가 말한 어느 방법도 다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내용은 바이서스는 물론 자이펀 내에서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 없는 것이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남자는 고개를 들어 다시 칼을 바라보았다. 그의 메마른 음성이 이어 나왔다. 이번에는 꽤 정중한 어투였다.


“다시 한 번 부탁하겠소. 말의 의미를 물어봐 주시오.”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습니까, 스마인타그 양?”


칼의 표정 깊숙한 곳에는 흥미라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리타는 팔짱을 끼며 칼의 옆에 섰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있는 수많은 시선을 느꼈다.


“이야기하기 전에 다른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필요하겠군요. 자이펀은 바이서스의 귀족과 비슷한 개념의 ‘가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문의 힘은 오히려 바이서스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런 강대한 가문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 왕가에서는 가문의 인물을 바치길 요구합니다. 나라의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기관에서 일을 한다. 그 정도의 허울 좋은 구실을 삼고 있습니다만, 실상은 희생양이라고 봐야 하지요. 그 기관에서 가문의 인물들만 모아 특수한 교육을 시킨 것이 ‘닐림의 날개’입니다.”


“호오……”


듣고 있던 사람들은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칼과 펠레일은 왕권의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의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저 리타의 지식에 대한 놀람이었다.


남자는 리타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것은 소위 당혹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표정을 보니 제가 정확히 알고 있나 보군요. 그 닐림의 날개라는 집단은 국가단위의 엄중한 임무수행을 목적으로 합니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을 안고 있지요.”


“그런데 가문에서 순순히 사람을 보내나요?”


“자이펀은 이 나라보다 명예를 훨씬 소중히 생각해, 후치. 가문의 자식을 나라를 위해 바치는 행위가 명예라고 생각하지. 형식상 그건 가문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의무처럼 여기고 있지. 그건 왕가가 일부러 유도하는 것이기도 하고.”


후치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고작 명예를 위해서 그런 위험한 일에 사람을 보내요?”


“물론 아주 중요한 위치의 인물을 보내진 않아. 대게 종가(宗家)가 아닌 분가(分家)의 사람이나, 가문의 계승권에서 패배한 사람이 주로 가게 되지.”


“아하! 그래서 희생양이라고 했던 거군요.”


리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문 중에서는 특별히 힘이 강한 가문을 명가라고 해. 코다슈가는 바이서스로 치자면 할슈타일이나 휴리첼과 비슷할 정도의 명가지. 그리고 저 사람은 그 코다슈 가문의 사람이고.”


좌중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향했다. 남자는 사나운 눈매로 응대하는 것도 잠시, 금방 시선을 떨구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여성의 것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리타는 남자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 당신에게 말할 차례입니다. 당신은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음 세대의 코다슈의 불을 계승할만한 인물로 거론되었습니다. 그런 인물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건, 닐림의 날개에 들어갔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겠죠.”


코다슈는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몸은 단단히 기둥에 묶여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리타를 올려다보다 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저 여자가 말한 대로 권력다툼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전해주시오.”


“이라고 말하는군요.”


“짐작대로네요. 하지만 당신의 기반은 꽤 튼튼했습니다. 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제 스승에게 들은 바로는 어지간한 풍파가 아니고선 흔들릴 일이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죠?”


“대답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전해주시오.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아는 것인지, 그리고 그 스승이 누군지 물어봐주시오.”


“물어봐 달랍니다.”


“마찬가지로 대답할 이유가 없습니다.”


리타는 똑같은 대답으로 받아쳤다.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 않는다면 그녀도 해줄 수 없다는 의미였다.


칼은 참으로 애매한 전령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그 처지가 퍽 달가운 모양이었다. 그는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가 책과 견문으로만 멀리서 접했던 먼 곳의 이야기였다.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한편 후치와 다른 일행은 리타가 자이펀에 대해 꽤 상세히 아는 것에 놀랐다. 그들은 코디슈와 같은 의문을 품었다. 어떻게 바이서스의, 그것도 여성이면서 그토록 자세히 아는 것일까? 하지만 리타는 코다슈와 대화 중이었으며, 영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리타에게 바로 물어보는 경솔한 짓은 하지 않았다.


코다슈는 리타와 눈을 마주치며 째려보려고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여성을 상대로 눈을 마주친다는 건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 하여도 행하기 힘든 일이었다.


리타와 코다슈는 한동안 침묵했다. 리타로서는 할 말이 다 끝난 상태여서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은 열릴 줄은 몰랐다. 둘의 대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사만다가 기다림에 지쳐 말했다.


“이봐요, 당신. 별로 이름을 불러주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당신이라고 하겠어요. 당신네들, 명예를 중요시 여긴다면서요? 당신네들 명예는 아이를 납치하고 사람들을 병들어 죽게 하는데 있나보죠?”


코다슈는 사만다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그는 잠깐 동안 표정을 굳히다가 사만다를 쳐다보지 않은 상태로 피식 웃었다. 그것은 사만다의 이마에 힘줄을 돋게 만들기 충분했다.


“웃어? 내가 지금 당신을 어떻게 하고 싶은 줄 알아요? …… 좋아요. 그러면 당신은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 충분히 명예롭다고 생각하는 모양인가 봐요?”


코다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명백하게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사만다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려고 하였다. 그런 그녀를 옆에 있던 후치가 잡아 말렸다.


“참아요, 사만다. 여자랑 이야기하지 않는다잖아요.”


사만다가 숨을 씩씩 몰아 내쉬었다.


“후…… 그럼 후치. 네가 저 사람에게 아이들을 납치하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는지 물어봐 줄래?”


“그거면 되요?”


“이왕이면 애들이 어디 납치당했는지도 말하게 해주면 좋고.”


터커가 이를 드러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냥 고문해서 듣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여긴 많은 사람이 있다지만 한시라도 빨리 애들을 구해야 하잖아.”


그의 말에 펠레일이 번뜩 생각난 듯이 황급히 코다슈를 쳐다보았다.


“코다슈씨. 아이들은 무사합니까?”


“……”


“이 정도는 대답해주어도 좋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살아 있나요?”


“펠레일……”


그의 음성은 꽤 절박했다.


탐색에 나섰던 이들은 방해를 물리치며 게덴의 디바인 마크를 찾았었다. 그 후 아이들의 행방을 찾으려고 하였지만 사만다는 테페리의 계시를 받지 못했다. 그에 펠레일은 아이들이 이미 죽어서 찾을 필요가 없어졌기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펠레일의 유약한 몸에서 나온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격렬한 기세가 코다슈에게로 향했다. 코다슈는 시선을 피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는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그런 다음, 펠레일의 눈을 마주 보았다. 마법사로 보이는 청년은 순수하고 올곧은 눈을 하고 있었다.


“살아는 있다.”


“휴……”


그의 말에 펠레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긴장하고 있었는지 대답을 듣는 순간 힘이 빠져서 바닥에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그래도 표정은 더 없이 밝았다. 하지만 코다슈의 이어지는 말에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다만…… 무사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


“대답해 보십시오!”


펠레일은 그 답지 않게 흥분해서 금방 몸을 일으켰다. 그는 저벅저벅 코다슈를 향해 걸어가더니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의 이글이글 불타는 눈이 코다슈를 노려보았다.


“아이들이 왜 무사하지 않습니까? 목숨만 붙어있다는 말입니까?”


일행은 냉정하고 소심한 펠레일이 의외의 행동을 하자 당황했다. 그는 정말로 화가 난 듯 곱상한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런 펠레일에게 리타가 조용히 다가가 멱살을 잡은 손 위에 손을 얹었다.


“펠레일씨.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그리고 터커씨. 아마도 이 남자가 닐림의 날개인 이상 어떤 고문을 받더라도 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단순히 고문을 하고 싶단 목적이 아니라면 저에게 맡겨주시겠습니까?”


“어, 음…… 죄송합니다.”


터커는 변명하려다 고개를 꾸벅하며 사과했다. 펠레일도 리타의 손길에 멱살을 잡았던 손의 힘을 뺐다. 그는 늘어진 솜처럼 축 쳐졌다. 그리고 리타를 향해 진지한 시선을 건넨 후 자리로 돌아갔다.


리타는 그의 시선에서 무게감을 느꼈다. 그녀는 본 적도 없는 아이들의 안위에 이정도로 매달리는 펠레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감정만큼은 어느 정도 동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 당신의 반응을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의 이 일의 주모자가 아니군요.”


코다슈가 몸을 움찔했다. 리타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당신은 아이들을 납치한 게 국가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만다의 말에 비웃은 이유는 그것일 겁니다. 하지만 진심은 명예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전해주시오.”


리타는 칼이 끼어들 새도 없이 바로 말했다.


“아이들에 대해서 말하는 당신은 쉽게 말하지 않았어요. 정보를 줄까봐? 그러면 대답을 안 했겠죠. 당신은 그 행위에 대해서 죄악감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


“그렇다는 건 당신이 그저 명령을 받고 행동하는 쪽의 인간이라는 거겠죠. 아마도 이곳에 파견된 임무에서 최고결정자는 아닐 겁니다. 내용도 이곳에 와서 알았겠죠. 즉, 당신은 임무에다가 명령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하는 일이라며,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한 것뿐입니다.


코다슈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차마 리타의 눈을 직접적으로 노려보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노려보았다. 그 상황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꽤 웃기다고 후치는 생각했다.


코다슈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했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조국을 배신할 순 없다…… 라고 전해주시오.”


“그럴 거라 예상했습니다.”


리타는 바로 대답했다. 정보를 캐내겠다는 말과 달리 바로 수긍하는 리타의 모습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리타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샌슨, 지도 가지고 다니는 것 좀 줄래? 이왕이면 칼라일 영지가 나오는 면으로 해서.”


“어? 응, 알았어.”


샌슨은 냉큼 그의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더니 촤르륵 넘겼다. 그는 공부를 많이 했기에 금방 칼라일 영지의 페이지를 찾을 수 있었다. 샌슨은 리타가 보기 편하도록 거꾸로 뒤집어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그럼, 코다슈씨. 이 지도가 보이시나요?”


당연히 대답은 들리지 않았고, 리타도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바로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의 한 지점에 그녀의 손가락이 닿았다.


“저는 당신을 이곳까지 추격했습니다. 육안으로 확인했지만 그곳은 절벽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갈 목적이었다면 굳이 그 길을 통할 필요가 없었죠. 자, 저는 당신이 어떻게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에서 안전하게 다녔던 것인지도 궁금하지만, 그보다는 이 절벽에서 어디를 가려고 했을지가 더 궁금하군요. 짚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코다슈는 그게 직접 근거지를 말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타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더니 무응답을 납득했다.


“하긴 손이 묶였으니 당연히 가리킬 수 없겠군요. 그러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까요?”


리타는 그들을 빙 둘러싸고 있는 마을사람들에게 지도를 들어보였다.


“여러분 중에 혹시 이곳에 눈에 잘 띄지 않는 비밀스런 장소가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동굴이라거나 지하 갱도 같은 곳 말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그러다 이내 초로의 노인 한명이 손을 들었다.


“그 근방에 깊숙한 동굴이 하나 있소이다. 거기라면 수십 명이 몸을 숨길 수 있을 거외다.”


“감사합니다.”


리타는 빙글 몸을 돌렸다. 놀라는 코다슈의 얼굴에다 지도를 들이밀었다.


“이 곳 동굴이 맞습니까?”


“……”


“확인일 뿐입니다. 당신이 이제까지 속으로 품고 있던 행위에 대한 고뇌는 이것으로 조금 편해질 겁니다. 방향이 잡힐 테니까요.”


“…… 맞다고 전해주시오.”



“그렇다는 군요.”



코다슈는 별로 저항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어떻게 그가 대답하게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단지 계속 물어보았을 뿐이고, 그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코다슈는 대답의 거부를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리타는 지도를 샌슨에게 건네고는 뒤편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옆에는 어느새 슈를 에델린에게 맡긴 카피가 같이 있었다. 리타는 뒷문에 도달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뭐해요? 애들 구하러 안 가나요?”


그녀의 말에 탐색에 나섰던 일행들은 부랴부랴 그녀를 뒤따랐다. 펠레일은 따라 움직이려다 코다슈를 보고 말했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하죠?”


“제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에델린이 펠레일의 어깨를 짚으면서 대답했다. 기절한 코다슈를 기둥에 포박한 것은 그녀였다. 프리스티스지만 트롤이기도 한 그녀가 감시한다면 전문 교육을 받은 간첩이라 하더라도 쉽게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칼이 자신의 활을 챙기며 펠레일에게 말했다.


“코다슈씨는 도망가지 않을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미 스마인타그 양에게 대답해 주었으니까요.”


“아!”


펠레일은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일행에게로 갔다. 옆에 있던 후치는 무슨 말인가 싶어 칼에게 넌지시 물었다. 칼은 빙긋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그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네. 애초부터 스마인타그 양은 그가 가진 죄책감을 알아보고 그것을 흔들었네. 사만다 양이 훌륭히 손을 거들었지.”


후치는 명예 운운하던 것이 기억났다.


“응, 그건 알겠어요.”



“그런 다음 그녀는 점점 대답하기 쉬운 질문으로 바꿔갔지. 죄책감은 커지게 하면서 물어보는 정보는 작아지는 걸세. 사람은 큰 것에 대해서 거부하고 나면 이어지는 작은 것에는 관대해지기 마련이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마음의 흔들림에 굴복하고 말았지. 대답이라는 행위가 그 증표이며, 그런 이상 그는 원래의 자리로 쉽게 돌아가지 못할 걸세.”


“으음, 그거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닌가요?”


“사람의 마음은 놀랍도록 복잡하지만 가끔 보면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하다네.”



후치는 고개를 몇 번 흔들다 이내 수긍했다. 납득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그의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그리고 일행을 따라가려는 그들의 귀에 메마른 음성이 들렸다.


“Wottika. Jqual tommodan ztyls delgdz.”


“응?”


후치가 코다슈를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갑작스런 자이펀 어를 후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바이서스 어를 잘 쓰더니 왜 갑자기 자이펀 말인가? 리타가 없는 지금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을 텐데.


칼은 안색을 굳혔다. 그는 코다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후치와 함께 일행에게로 향했다. 일행은 이미 신전 밖으로 향하는 상태였다. 그가 일행에게 외쳤다.


“여러분, 단단히 준비하고 가야겠소.”


“왜 그러시죠, 칼?”


“코다슈씨가 말하더군요. 조심하라고, 자기 동료들이 대비하고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후치가 깜짝 놀라 외쳤다.


“뭐라고요! 방금 그 말이 그런 뜻이었어요?”


“그렇다네.”


샌슨이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음, 그게 정말이라면 조심스럽게 가야겠군요. 동료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데. 진형을 갖추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행은 샌슨의 말에 동의했다. 진형이라고 해봐야 습격에 대비해 간단하게 모양을 갖추는 정도였다. 그리고 크라일과 샌슨은 각자가 제일 앞에 서겠다며 옥신각신했다.


그런 와중에 후치는 머리를 긁적이며 칼을 불렀다.


“그런데 칼.”


“뭐든 물어보게, 네드발 군.”


“하하. 코다슈씨는 왜 그걸 자이펀 어로 말한 거죠?”


칼은 그의 까슬한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는 조금은 유쾌해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글쎄…… 바이서스어로 말한다면 우리가 다 알아들을 테고, 그렇다고 말하지 않기는 자기 마음에 내키지 않았겠지. 이르자면, 바이서스어로 말하지 않은 건 자기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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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해서 생... 아니 발리에서 생긴일에 나온 대사를 활용해 봤습니다.

슬슬 원작과의 차이점이 나오기 시작하는군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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