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응? 도둑한테 돈을 도둑맞은 사람이 할만한 대사는 아닌걸?”
리타는 무표정하게 네리아를 바라보았다. 네리아는 눈싸움이라도 벌일 것처럼 리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리타의 검은 눈은 밤조차 고개를 숙일 정도로 새까맣다. 도저히 어떤 것을 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네리아는 한숨을 쉬며 몸의 힘을 빼버렸다. 그녀는 벽에 머리를 기대며 눈만 내리깔아 리타를 보았다.
“그쪽이 어떤 의뢰가 있든 나와 관련 있어 보이진 않네. 그럼 상관없겠지.”
“감사합니다.”
네리아는 베시시 웃었다.
“아직 감사할 단계는 아니야. 정말로 감사하다면 수고료라도 좀 내놓던가? 아아, 농담이야. 나도 나름 긍지가 있는 나이트호크라고. 그런 악질은 아냐.”
리타는 품을 뒤지던 손을 빼내었다. 네리아는 손을 내저으며 그 행동을 말렸다. 그녀는 그대로 손을 주머니로 푹 찔러 넣었다. 그리곤 벽에서 몸을 떼며 리타에게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
“따라와. 길드 입구까진 안내해줄게.”
“입구 까지만 인가요?”
“길드가 도둑 한사람한테 바로 의뢰한다고 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은 아니거든. 의뢰를 전문적으로 받는 놈이 따로 있어. 뭐 마을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 동네는 그런 식이지.”
“그렇군요.”
“의뢰를 받은 놈이 마스터한테 일러주면 마스터가 적절한 놈으로 배정해주고…… 대강 그래.”
네리아는 자세한건 알려줄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리타는 그것에 큰 궁금증을 가지지 않았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추가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네리아는 밤의 거리를 날렵하게 해쳐나갔다. 사람의 있는 곳이든 길이 좁고 안 좋은 곳이든 그녀의 속도엔 변화가 없었다. 커다란 트라이던트를 등에 매고 있음에도 불편해보이지 않았다.
동행하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발걸음이었지만 리타는 무리 없이 따라붙었다. 네리아의 작은 등을 바라보며 그녀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트라이던트를 더 크게 보이게 만들 정도로 아담한 등을 보며 리타는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이리저리 복잡한 길을 돌아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자 원색적인 빛들이 비추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남자를 붙잡고 요염한 몸짓을 보이는 여자들. 홍등가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쉬웠다.
네리아는 익숙한 광경인 듯 서슴없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리타는 처음 골목에 들어섰을 때만 주변을 살펴보았을 뿐, 네리아를 따라 걸어가는 동안은 주변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네리아는 곧 낡은 간판이 걸려있는 허름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리타는 입구에서 잠깐 멈추었지만 이내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안은 생각 외로 평범한 술집이었다. 좁은 실내라 몇 개 밖에 없는 테이블에는 여러 사람들이 여러 이야기를 떠들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젊은 아가씨들이 들어왔음에도 누구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 중에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눈빛을 하는 이들이 있음을 리타는 눈치 챘다.
네리아는 바에 편하게 걸터앉았다. 그녀는 턱을 괴며 주인으로 보이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의 추천메뉴는?”
“어제와 같지.”
“어제의 추천메뉴는?”
“그제와 같지.”
“내일의 추천메뉴는?”
“오늘과 같지.”
주인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잔을 닦았다. 그는 네리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주인은 변함없이 잔을 닦을 뿐이었으며 네리아는 가만히 턱을 괴고 있었다. 리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다가 네리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주인은 몸을 돌려 찬장에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네리아가 씨익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는 여전히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그의 반응을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는지 네리아는 몸을 일으키며 바의 옆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없던 작은 통로가 나타나있었다.
네리아는 통로의 앞에서 리타에게 손짓했다. 리타는 그녀를 따라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밑으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니 위와는 사뭇 다른 공간이 펼쳐졌다.
우선 입구의 술집과는 다르게 널찍하다. 테이블뿐만 아니라 온갖 잡기들이 자리하고 있고, 소파나 침대도 있어서 그 위엔 사람들이 편한 자세로 누워 있다. 나무로 된 벽에는 과녁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서 몇 명이 단검을 던지며 놀고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다.
입구완 달리 그들은 네리아가 내려오자 평범하게 인사했다. 게중에는 반갑다며 은근슬쩍 안으려는 남자도 있었다. 네리아는 가볍게 그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리타에게 말했다.
“내 일은 여기까지야. 뭐 더 할 것도 없지만. 저기 앉아있는 사람 보이지? 저 사람한테 의뢰를 하면 될 거야.”
네리아는 손을 들어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테이블이 아닌 서류책상이 놓여져 있었고, 그것에 어울 리가 서류가 가득 쌓여있다. 책상 뒤로는 문이 하나 나있고 그 앞에는 중년의 남성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앉아 있었다.
리타는 그 사람을 확인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네리아는 손사래를 쳤다.
“뭘. 별 거 아니야.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볼 일 다보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이곳에서 나가.”
“그러죠.”
네리아는 그대로 몸을 돌리며 손을 흔들었다. 언제나처럼 깔끔한 몸놀림에 미련 없는 작별이다. 하지만 어딘가 그 등은 보이지 않길 바라는 것 같았다. 평범하지만, 그래서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에게 단호하기 위해 보이는 모습 같다.
“그럼 나는 할 일이 있어서. 뭘 하려는지 모르지만 원하는 거 얻어가.”
리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손만 흔들어주었다.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렁이는 이상한 감정은 무시했다. 네리아는 더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네리아가 가르쳐준 책상으로 다가갔다. 딱 봐도 의뢰를 받는 곳 같은 모습에, 책상 앞에는 의뢰자가 앉는 용도인지 의자가 있었다. 리타는 서슴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
중년 남성이 한층 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하러 왔어?”
“의뢰가 있습니다.”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얼마나 큰 거기에 위도 안거치고 바로 여기까지 찾아 오셨나? 아니면 어느 도둑놈한테 아양이라도 떨어서 온 건가?”
리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네리아와 내려올 때부터 보셨던 분이 모르고 물으시는 건 아닐 테지요?”
“안 봤어. 내가 보는걸 보기라도 했나?”
리타는 고개를 젓고 나서 말했다.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만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리고 위에서 처리할만한 문제도 아니었을 겁니다.”
“들어봐야 알지. 아니기만 해봐라. 뭔데?”
의뢰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치고는 상당히 나쁘다.
리타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일부러라도 이렇게 불쾌감을 주려고 했던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심지어 다른 마을의 도둑길드에서 의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도둑 길드의 분위기가 이상한 걸까? 중년의 남성은 그녀가 의뢰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투다.
리타가 입을 다물고 있자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이를 드러내며 내뱉듯이 말했다.
“왜? 기분 나빠? 여기서 뭐 대우받을 생각 하지 마. 네가 여기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건 어디까지 네가 손님이기 때문이야.”
의뢰를 하지 않으면 손님이 아니다. 그리고 손님이 아닌 자를 길드 내부에 들여놓을 정도로 도둑들은 관대하지 않다. 그러니 자신의 태도가 어떻든 간에 너는 의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리타는 남자의 태도와 말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카피를 데려오지 않길 잘한 것 같다. 리타는 살짝 웃었다.
“조사를 의뢰한다면 얼마나 시일이 걸리겠습니까?”
“대가리하고 꼬랑지를 잘라먹으면 내가 그걸 어찌 아나?”
“귀족 가문에 대한 조사입니다만.”
“어디?”
리타는 턱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녀는 조금 뜸을 들인 다음 손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남자의 눈이 스쳐가듯 그녀의 손에 껴진 반지를 보았다. 순간 그의 눈이 숨길 수 없도록 커졌다.
그는 머리를 탁 짚었다.
“수도에서 별 웃기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더니 이젠 귀족이 나서서 도둑들한테 찾아오시는군.”
그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리타는 그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대화가 다른 곳으로 새는 게 싫어서 잠자코 있었다.
“그래. 할슈타일 가문의 높으신 분께서 어인 일이신지요?”
리타는 먼저 부정부터 했다.
“저는 귀족이 아닙니다.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제가 의뢰하고자 하는 것이 이겁니다.”
“으흠?”
“할슈타일 가에 대한 정보를 가능한 한 수집에 주십시오.”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며 리타를 응시했다. 리타는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남자의 눈은 리타의 속을 들여다보듯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왜 그 정보를 필요로 하나?”
“알 필요가 있습니까? 그런 건 묻지 않는 게 원칙일 텐데요.”
“그거야 보통일 경우지. 자네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세 높은 가문의 정보를 부탁하는 거야. 잘못하다간 우리 목이 달아날 수도 있는 문제지.”
리타는 손을 깍지 끼며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드문 일이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했다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이유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여기 들어온 것처럼 당신은 이미 제 말을 들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길드에서 의뢰를 받을 때 의뢰자의 정보를 요구하게 되었죠? 받지 않을지언정 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일 텐데?”
남자는 잇소리를 내며 입을 다물었다. 마냥 아무것도 모르고 네리아 뒤꽁무니만 쫓아온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도둑 세계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여자다.
그는 화난 척을 할까 생각했지만, 눈앞의 상대에겐 그런 연기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세를 바르게 하면서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사과하지. 정보의 범주는 어느 정도를 원하나?”
“가문의 역사나 위업 같은 것들은 필요 없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비화 정도만 있으면 됩니다. 그보다는 현재 가문의 상태나 움직임, 소문 등이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이상한 걸 찾는 건가?”
“이상…… 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어딘가 틀에서 벗어난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알려주십시오.”
“알겠네. 기한은 얼마나 되는가?”
리타는 즉시 대답했다.
“가능한 빨리.”
남자의 눈썹이 다시금 꿈틀거린다.
“원하는 정보의 양이 많은데, 기한이 짧으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네.”
“제가 원하는 건 지금 길드가 나서서 새로운 정보를 모으는 게 아닙니다. 이미 길드에 모아진 정보들. 그것들을 원하죠.”
남자의 한쪽 눈썹만 크게 치켜떠졌다. 여자는 정말 의연해 보인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상대에게 블러핑은 통하지 않는다.
리타가 원래부터 어지간하면 무표정하다는 사실을 알리 없는 남자였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었다. 그리고 팔짱을 끼며 짧게 앓는 소리를 냈다.
“음. 원하는 정보는 없을지도 모르네만?”
“그건 저의 문제겠지요.”
“잘 알고……”
쾅
남자가 말을 하는 순간 안쪽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다. 리타의 신경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남자도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주었지만, 이내 혀를 차면서 원래대로 돌렸다.
“쯧. 또 버릇이 나왔군.”
그것은 혼잣말이었다. 작은 목소리였기에 리타는 얼핏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나 목소리에는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이 역력히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리타는 네리아가 들어간 쪽이 그곳이 아닌가 생각했다. 평소라면 넘어갔을 그녀였지만, 어쩐지 헤어지던 순간의 네리아가 마음에 걸렸다.
남자는 침이라도 뱉고 싶단 표정으로 말했다.
“신경 끄는 게 좋을 거야. 길드의 일에 외부인이 관심 가지지 마.”
리타는 순순히 수용했다.
“알겠습니다.”
“흠? 꽤 깔끔하구만. 마음에 드는군.”
“감사합니다.”
“뭐 어찌되었든 그쪽 말대로 정보는 모아봐 주겠네. 대금은 무엇으로 지불할 건가?”
“얼마나 들죠?”
남자는 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반복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흔들었다가 다시 손가락을 접었다.
“이게 귀족 가문에 대한 정보다 보니까 좀 비싸. 거기다 원하는 범위도 방대하고. 어지간한 돈으로는 어림도 없겠는데?”
“그렇습니까?”
“이미 있는 정보니 착수금은 필요 없겠네만, 그러면 정보를 산출해보고 구하는 게 나을 것 같네. 자네가 지불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서 이쪽도 정보를 알려주지.”
리타는 책상에 기대었던 몸을 떼며 의자에 몸을 뉘였다. 그녀는 한껏 편안한 자세로 손을 살짝 내밀었다. 남자의 눈초리가 뭐하는 행동인가 싶어 예리해졌다. 리타는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불편한 방법을 사용하시는 군요. 1천 셀이라면 충분하겠습니까?”
“1천 셀?”
남자의 목소리는 결코 크진 않았지만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런 소리는 쉽게 퍼져나간다. 순식간에 지하에 있던 모든 이의 이목이 리타에게로 집중되었다.
리타는 애초부터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성격이 아니다. 남들의 관심이 집중되든 말든 그녀는 편안한 자세로 눈앞의 남자만을 상대했다.
“그 정도라면 바로 현물로 지불할 수 있습니다. 부족합니까?”
남자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 아니. 그렇지는 않네만.”
“그렇다면 됐군요. 정보를 가져오시면 즉시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모아주시길 부탁합니다.”
금액을 말한 순간부터 대화의 주도권은 완전히 리타에게로 넘어갔다. 남자는 놀란 티를 냈지만, 나이만큼 경력도 많은 것인지 금방 진정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이런 제길. 직접 다 뒤져봐야겠구먼. 이봐, 네놈들. 나 없는 동안 허튼 짓 하지 말고 가만있어. 뭔 짓거리 하는 놈들은 아주 그냥 다시는 밤을 못 보도록 만들어 버릴 테니까.”
남자는 리타를 주시하는 다른 이들에게 외치듯 말했다. 그들은 실실 웃으면서 남자의 말을 흘렸다. 남자는 못미더운지 거친 욕설과 함께 다시 말했고, 그제서야 마지못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날카로운 눈매로 그들을 모두 쏘아본 다음에 남자는 리타에게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게. 금방 가져오겠네.”
그의 어조는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리타는 돈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후치가 있었다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왔냐고 틀림없이 물었을 것이다.
‘모험가는 모두 부자다.’라는 말이 있다. 목숨은 가장 귀중한 것이고 그런 목숨을 내놓은 채 모험하는 이들이기에 그렇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리타는 모험하는 동안 꽤 많은 재화를 모았다. 숲지기 일로 몇 년간 모은 돈은 우스울 정도로 많다. 물욕이 없는 리타이기에 모험하는 동안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진 않았지만, 얻은 물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돈이 모였다.
그녀가 지불하려고 하는 1천 셀도 그녀가 가지고 있던 보석류 중에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자세히 감정한다면 1천 셀 이상 받을 수 있는 물건이다.
리타는 그녀에게 도둑에 관한 지식과 그들을 상대하는 법을 가르쳐준 이를 떠올렸다. 헬턴트의 추억과는 다르게 재미있다거나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은 아니었다.
리타의 생각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는 남자에 의해 깨졌다. 남자는 뒤편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리타는 퍼뜩 떠오른 생각 하나에 그를 불렀다.
“그리고 하나 더, 과거에 관련된 일을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만……”
남자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뭔가?”
남자의 태도와 달리 리타는 쉽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남자는 의뢰자를 독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리타는 초조함에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그녀는 붉은 빛으로 반짝이는 입술을 천천히 움직였다.
“나이젤 아스화리탈과 율리아나 할슈타일에 관한 게 있다면 조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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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당연히 짐작하시는 그분에게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연관될지는 또 쉽게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저기 밑밥과 복선이 난무하지만 과연 발견하는 사람이 있을까 조심스러운 타자는 오늘도 이만 물러갑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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