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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14) (1) 2015/04/08 PM 11:58


*








남자는 갑자기 등장한 후치를 보고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있었다.



“그걸 던지지 않은 걸 후회할 걸?”



“어린놈이!”



후치는 바스타드를 뽑지도 않은 채 휘둘렀다. 검집의 무게까지 더해진 바스타드는 육중한 소리를 남기며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달려들던 남자의 옆얼굴을 후려쳤다.



“끄억……”



바스타드에 맞은 남자는 사정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희미한 비명소리와 함께 정신도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흰자위를 드러내며 기절한 그를 보며 후치가 어이없어했다.



“아무리 말단이라도 어떻게 한 방에 저렇게 되지?”



“네 힘이 너무 강한 거야. 누가 예상하겠어?”



쓰러진 리타의 감상에 후치는 바스타드를 다시 등 뒤에 차면서 리타에게로 되돌아왔다. 리타는 완전히 벽에 기대어 늘어진 상태로 후치를 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자주 듣는 말이네. 대답도 자주 듣는 대답으로 해줄까?”



“하아…… 괜찮은 것 같네요.”



리타는 가볍게 웃었다. 후치는 한숨을 내쉬면서 리타를 걱정스레 보았다. 그녀는 전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애 못 움직여요?”



“목 위로는 움직여.”



“목 밑으로는 안 움직인단 소리군요. 반대로 됐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텐데.”



“정신없는 내 몸에다 뭘 하려고?”



“하긴 뭘 해요. 도망치기 쉽단 소리지. 하여간 틈만 나면 놀리려고 한다니까.”



“쿡쿡.”



후치는 몸을 숙여 미끄러진 리타를 바로 세워주었다. 다시 리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불똥이 튀고 있었다.



처음 리타를 발견 했을 때부터 해놓은 꼴을 보고 이가 악물렸었다. 그런데 구속을 해제하고 나니 손발을 전혀 못 쓰는 상태다. 거기다 재갈을 물리는 바람에 흘러내린 침과 축축하게 젖어있는 찢어진 옷, 울었던 자국이 아직 남아있는 눈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않았다.



“개자식들.”



후치는 욕을 내뱉으며 리타를 부축했다. 하지만 완전히 늘어진 리타를 쉽게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가 OPG를 가지고 있다곤 해도 리타는 기본적으로 그보다 키가 크다.



“업힐래요?”



“네 등엔 선객이 있는데?”



“아.”



후치는 등에 맨 바스타드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바스타드를 앞으로 맬 수도 없고.



“그럼 어쩔 수 없죠. 좀 참아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참을게.”



리타의 느긋한 말에 후치는 히죽 웃으며 그녀에게 몸을 구부렸다. 그리고 늘어진 팔을 그의 목에 두른 다음 무릎 뒤와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잠깐…… 후치?”



“참는다고 했죠? 참아요.”



“그, 그치만……”



후치는 리타를 데려 갈 방법을 생각하다가 가장 괜찮은 자세를 떠올렸다. 양 팔로 리타를 안아드는 것. 일명 공주님 안기라고 부르는 자세로, 결혼식 날에 남자들의 체력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자주 쓰이는 무시무시한 자세이자 여자들의 로망과도 같은 자세다.



리타는 그녀답지 않게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벗어나고 싶지만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목 윗부분뿐이라 그의 품에 폭 안긴 자세를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리타의 목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팔을 후치의 목에 감아두는 바람에 그녀의 얼굴은 후치의 얼굴과 제법 가까웠다.



물끄러미 바라보자 후치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영차. 역시 가볍군요.”



“…… 그 말은 앞에 기합소리를 안 낸 다음에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뭐, 습관적인 거라고 해두죠. 그리고 솔직히 리타 정도 몸이면 제미니 보단 무거운 게 당연하잖아요.”



리타의 시선은 후치의 얼굴에서 그녀의 가슴으로 향했다.



“응. 그런 그래. 이렇게 무거운 걸 두개나 달고 있으니까.”



“허, 헛차! 여기 꽤나 복잡하군요.”



후치는 힘차게 외치며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리타는 피식 웃으며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댔다.



“후치.”



“왜요?”



“키스해도 돼?”



후치는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느냐는 표정으로 리타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리타의 표정은 제법 진지했다. 언제나 그랬긴 하지만 이번엔 뭔가 간절히 원하는 빛이 담긴 눈을 하고 있었다. 이건 평소와 다르다.



“…… 농담이라면 재미없어요.”



“진담이라면?”



“농담이길 바래야죠.”



“쿡쿡. 지금 내 심정으로는 네가 결혼해달라고 해도 해줄 수 있어.”



“이 누나가 무서운 소릴 하시네.”



“제미니한테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동생님, 애인을 저에게 주십시오.’”



“…… 죽일걸요?”



“나는 언니니까 봐주지 않을까? 너는 확실히 죽겠지만.”



“진짜 무서운 소리 그만해요. 안 그래도 여행 동안에 생긴 일들 알면 사흘 밤낮은커녕 1년 정도는 제미니한테 맞아야 할 테니까요.”



리타는 툴툴거리는 후치의 품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기댔다. 하드레더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심장박동이 기분 좋다. 리타는 눈을 감으며 물었다.



“어떻게 여길 찾아낸 거야?”



“미소년 탐정, 후치 네드발의 재치와 지혜로.”



“어떻게 여길 찾아낸 거야?”



“…… 거 차라리 욕이라도 하시죠?”



“욕.”



“…… 됐어요. 밤의 요정이 가르쳐 줬어요.”



후치의 말은 그녀가 아는 누구를 비유하고 있었다. 리타는 고개를 번쩍 들면서 물었다.



“네리아?”



“네.”



“그녀가 널 찾아갔어? 무사해? 어디 다친 덴 없었어?”



“네. 네. 네. 아, 세 개 다 대답해준 거예요.”



후치는 재빠르게 세 번 고개를 끄덕이며 어둑한 통로를 나아갔다. 리타가 있던 방은 정말 감옥이었는지 복도는 음침하고 깊숙했다. 지하인지라 불이 드는 곳도 없었고, 은밀함을 위해 켜둔 곳이 많지 않아서 리타를 안은 채 빠르게 다니기는 힘들었다.



리타는 후치의 대답에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그녀는 아직 붉게 물든 눈시울을 후치의 품에 비볐다.



“앗. 닦지 마요.”



“하드 레더 상할까봐? 넌 나보다 갑옷이 더 걱정이니?”



“그런 의도는 아니고…… 그보다 네리아랑 어떤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그 강철 같은 여자가 목 놓아 울면서 제발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네리아가?”



후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타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일행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지자 아무리 용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돌아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 여긴 일행은 그녀를 찾아 나섰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거리에는 경비병 외의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하늘에서 둘러보던 카피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헤맸지만 결국 리타를 발견하지 못했고 일행은 다시 여관으로 모였다. 그때 네리아가 등장했다.



그녀는 엉망으로 헝클어진 몰골이었다. 셔츠는 한쪽이 심하게 흘러내려 있으며, 바지는 찢어져 있었다. 눈은 퉁퉁 부었고 드러난 신체 부위에는 멍이나 상처 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닭똥 같은 눈물을 계속 흘렸다.



놀란 일행에게 네리아는 덤벼들 것처럼 달려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당황하는 칼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제발 도와달라고 외쳤다. 구해달라고. 리타를 구해달라고.



“……”



“그리고 우리는 그녀에게 자초지정을 들을 수 있었어요. 샌슨이 흥분해서 곧장 쳐들어가려고 했지만 칼이 말렸죠. 저는 이루릴이 잡았고요. 어쨌든 칼은 대책 없이 쳐들어가면 위험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네리아에게 자세한 길드의 구조를 물어보더니 작전을 세웠죠. 저는 작전대로 리타를 구하러 온 거고요.”



“위험한 짓을 했어.”



후치는 히죽 웃었다.



“위험에 빠진 누나 구한다는 데 동생이 위험함 정도는 감수 해야죠.”



“아니, 너 말고 네리아.”



“에?”



리타는 후치를 보지 않았다. 그의 품에 계속 얼굴을 파묻은 채 불안에 찬 목소리를 냈다.



“네리아가 어떤 거래를 했는지 들었어?”



“아뇨. 그건 듣지 못했지만……”



“예상은 하나 보네?”



“…… 예.”



“너도 아이는 아니니까. 그렇다곤 해도…… 그렇게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이렇게 했는데, 너무 멍청했어.”



후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리타는 계속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리아가 그런데 어떻게 너희에게 갔을까?”



“걸어서라고 대답할 정도로 맹추는 아니지요. 탈출하지 않았을 까요?”



“아니. 네가 이 곳을 제대로 봤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홀로 탈출 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곳이 아냐.”



“그러면?”



“도둑들이 놔 주었겠지.”



“엇? 어째서죠?”



“그녀가 도둑이니까.”



후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리타의 말이 이해가지 않는다. 리타는 그를 보지 않음에도 어떤 반응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궁금증을 채워주었다.



“도둑은 어떤 일이 있어도 길드의 일을 외인에게 발설하지 않아. 간혹 동료를 파는 배신자들이 나온다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겐 강력한 제재가 가해지지. 강력한 규율과 처벌이 있기 때문에 도둑들은 길드를 믿을 수 있는 거야.”



“잠깐만요. 그 말은?”



“네리아가 길드를 배신했다는 소리지. 도둑으로서의 자신을 포기하고 날 구하기 위해서 너희에게 간 거야.”



“……”



“정말이지 위험한 짓을 했어.”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리타도 네리아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짓을 했다. 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엔 반대로 네리아가 미래를 걸고 그녀를 구하려고 한다. 그녀의 각오는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과연 자신에게 그 정도로 가치가 있을까?



그때 먼 곳에서 뭔가가 부딪치거나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야?”



“오거가 날뛰는 소리.”



“샌슨이구나. 하긴 그 녀석은 정면에서 날뛰는 역할이 제격이지.”



“킥킥. 그렇죠.”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에 맡게 열심히 뛰고 있지 않을까요?”



“뛰어?”



후치는 의뭉스런 미소만 지어줄 뿐 대답하지 않았다. 나중이 되면 알게 된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후치의 앞을 막아섰다. 덥수룩한 수염에 거대한 체구, 그리고 누런 이가 흉하게 드러나는 웃음. 마스터였다. 그는 대거를 양손에 들고서 리타와 후치를 노려보았다.



후치는 그의 인사에 친절하게 답해줬다.



“이런 돼지새끼 같은 놈.”



“허헛. 이 꼬마 놈이 눈에 뵈는 게 없구나?”



“내 눈은 내 레이디만 보기에도 벅차거든.”



“크핫. 쌍으로 재미있는 연놈들이군. 그래. 네놈이 안은 레이디를 어디 한 번 지켜보시지?”



“아앗. 잠깐. 오해는 풉시다. 내 레이디는 리타가 아니라……”



다급히 외치는 후치를 무시하고 마스터는 움직였다. 후치는 그와의 거리를 확인하며 재빨리 뒤로 움직였다. 품에 안긴 리타 때문인지 그는 대거를 던지진 않았다. 후치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혀를 차며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급하게 움직인지라 리타에게 충격이 갔을까봐 그는 조심스레 리타를 추스르며 물었다.



“괜찮아요? 어디 아픈덴 없죠?”



“흥. 괜찮아.”



귀에 걸리는 소리가 있어서 후치는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흥?”



“그래, 괜찮고말고.”



어라? 이 반응은 뭔가 싶다. 후치는 다급한 사태임에도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리타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깊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마스터는 복도를 걸어오며 호기롭게 외쳤다.



“숨어 봐야 독안에 든 쥐다. 얌전하게 고개를 내밀고 목숨을 헌납해라. 그럼 최소한 바로 죽여주마.”



후치는 방의 벽 뒤로 몸을 숨긴 상태에서 외쳤다.



“싫거든!”



“후후후. 지금 위에서 날뛰는 놈도 네 동료들이지? 아마 곱게 죽진 못할 거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가지고 놀다가 죽여주지. 그러고 보니 엘프도 있더군. 엘프는 아직 안아보지 못했는데, 어떤 맛일까 궁금하구먼. 죽여 달라고 외칠 정도로 가지고 놀아주마.”



“당신, 변태란 말 많이 듣지?”



“뭐?”



“남색에 취미 없는 게 다행이군. 하긴 남색이었다면 나 같은 미소년을 보고 덤비진 않았을 거야.”



보이진 않아도 마스터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리타는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후치는 웃는 리타를 흘겨보다가 그녀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돼지 하나 처리하고 올 테니까 어디 가지 말고 얌전히 있어요.”



“네. 선생님.”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 마당에 어디를 가겠나? 둘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후치는 몸을 일으키며 바스타드를 뽑아 들었다. 좁은 곳에서 쓰기 불편한 검이지만 대책은 있다. 그런 후치를 리타가 불렀다.



“후치.”



“왜요?”



“한 방 먹여줘.”



“얼마나 세게 먹여 드릴까요?”



“아직 17세 소년인 누군가에게 밖에 단 두 번 허락한 가슴을 마구 주물렀거든. 그 정도 죗값이면 설명이 충분하겠지?”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후치 자신은 두 배만큼 당해야겠지. 후치는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손가락으로 때리면 되나요?”



“OPG낀 손가락으로 풀 파워.”



“흉흉한 소리를 참으로 귀엽게도 말하는군요.”



“후후. 부탁해.”



“넵!”



후치는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방의 입구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마스터는 그의 말처럼 독안에 든 생쥐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그의 더러운 얼굴이 역겨운 미소를 지었다.



“길드를 마구 헤집어 놓은 죄를 물어주어야겠어.”



“내 소중한 누나의 가슴을 만진 죄부터 물어야겠다. 이 변태자식아!”



후치는 바스타드를 가로로 세워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마스터는 몸을 뒤로 피하며 대거를 던졌다. 상처를 내지 말아야 할 여자가 없는 꼬맹이를 봐줄 이유가 없었다.



챙챙



후치는 대거를 바스타드로 쳐냈다. 좁은 곳이었기에 노리는 곳은 많지 않아 짧은 거리임에도 반응할 수 있었다. 대거를 쳐낸 후치는 기세를 살려 계속 찔러 들어갔다.



“조심해. 후치! 독을 써!”



“알아요!”



후치는 몸을 낮추며 그의 목을 향해 바스타드를 찔러 올렸다. 마스터는 대거를 던지는 기술만 있는 게 아닌지, 어느새 손에 꺼내든 새로운 대거로 바스타드의 경로를 바꾸었다.



“어림없어!”



“크윽!”



OPG의 파워가 그대로 실린 바스타드는 대거로 막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겨우 경로를 비껴나게 하는 정도로도 마스터는 신음을 내뱉었다. 후치는 힘으로 비껴나가는 바스타드의 진행방향을 억지로 바꾸었다.



“응용판 일자무식! 옆으로!”



어마무시한 힘으로 후치는 몸을 옆으로 돌리며 그에게 연속으로 공격을 가했다. 회전하는 틈을 보이는 공격임에도 힘과 속도가 상당해서 마스터는 반대쪽 벽 까지 몰리고 말았다.



“이 자식이!”



“난 당신 자식 아니거든!”



“죽어랏!"



후치의 회전이 끝난 틈을 노려 마스터는 대거를 던졌다. 후치는 항상 어지러움을 느끼는 일자무식의 끝임에도 조금 더 무리를 했다. 느려지던 검을 다시 돌려 원심력을 만들어내며 몸을 기울였다. 대거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앞섬을 살짝 스치며 지나갔다.



“휴. 위험했네.”



바스타드를 바로 세워 들며 후치는 숨을 골랐다. 마스터는 그 사이에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노리는 것은 독을 던질 타이밍이다. 마스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후치는 바스타드를 내렸다. 그리고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놀라는 마스터에게 말을 건넸다.



“그런데 당신 말이야. 이 길드의 마스터지?”



“허헛.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꼬마?”



“여기 길드 마스터는 사람이 아니라 돼지라고 들었거든.”



마스터는 이를 으드득 갈며 말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는지 보자.”



“아마 죽을 때 까지 이러지 않을까?



“그럼 바로 지금이로군!”



마스터는 손안에 든 것을 던지기 위해 팔을 뒤로 뻗었다. 그러든 말든 후치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래, 지금이지. 나는 아니지만.”



푸욱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결코 크지는 않지만 소름이 돋기 충분한 소리다.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두터운 살을 가르며 피가 뿜어져 나올 때 나는 것.



마스터의 목에는 대거가 자루까지 박혀 있었다. 그 대거의 자루를 든 자는 마스터의 뒤에 들러붙어서 손에 힘을 빼지 않았다.



“끄어어…… 너, 너는?”



마스터는 찌른 사람을 알아보고 경악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 눈에는 광기와 비슷한 빛이 번뜩인다. 이는 악물렸지만 입술은 이를 훤하게 드러내며 웃고 있다. 대거와 목을 붙든 손에는 결코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연히 느껴진다. 붉은 머리가 잔잔한 횃불 속에서도 스스로 타오르듯 빛났다.



“네 가치는 얼마나 되지?”



네리아가 악귀 같은 얼굴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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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피곤하긴 엄청 피곤한 일을 하고 왔습니다.

예비군이라는 놈이죠.

피곤해 주금 ㅠㅠ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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