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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긴 뭐가 알 수 없단 말인지, 샌슨의 모습을 보며 후치는 머리를 내저었다. 도시락을 대령하자마자 마치 부모님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샌슨을 보니 과연 살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긴 하는 걸까 싶어진다. 분명히 저렇게 원초적인 욕망을 중시하는 친구인데 말이지.
후치의 곁에 있던 리타는 그가 샌슨을 보며 ‘유니크 몬스터가 따로 없군. 저게 어딜 봐서 인간이야.’ 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 리타는 피식 웃으면서 도시락에 들어있던 와인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즉시 제지당했다.
“스마인타그 양. 아직 쾌유치 못한 몸에 술은 버겁지 않겠습니까?”
“그거 아세요, 칼?”
“제가 항상 술을 먹지 말라고 말리는 것 말입니까?”
“음, 그것도 있지만, 저는 사실 술을 먹으면 몸의 회복력이 더 좋아지는 체질이라는 것 말이에요.”
칼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응수했다.
“스마인타그 부인께서는 믿으셨나요?”
“하하…… 제미니는 진짜냐고 되물으면서 미심쩍어 하는 정도였지만, 어머니는 바로 등에 손바닥 자국을 선명하게 남겨 주셨지요.”
리타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칼에게 순순히 와인병을 넘겨주었다. 여전히 아쉬움이 듬뿍 담긴 시선이 와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와인이 도수가 더 높아 휘발성이 강했다면 그 눈빛에 타오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칼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잔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런데 칼, 생각해보면 제가 아픈 건 단순히 약에 의해서 근력이 약해진 것 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술을 마시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알콜은 근육의 이완작용을 돕습니다. 거기다 계속 달리시느라 무리하셔서 몸의 면역력이 약해 지셨을 테니 알콜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거라 기대하긴 힘들군요.”
“그래도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옛 성인들은 한 모금의 와인이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했어요.”
“그거야 건강할 때 이야기지요. 뭐라 해도 지금의 스마인타그 양에게는 독이 될 겁니다.”
칼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기에 리타는 풀죽은 표정으로 나무기둥에 등을 기대며 축 늘어졌다. 그녀는 자기 몸이 아프다는 사실보다 술을 못 마신다는 사실이 더 슬프게 느끼는 것 같았다. 카피는 그런 리타의 무릎위에 앉아서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웃는다는 게 꽤 희귀한 광경인지라 곁에 있던 네리아가 눈을 반짝거리며 다가왔다.
“리타, 전부터 궁금했는데, 무릎위에 그건 뭐야?”
“그러고 보니 네리아는 모르겠군요. 제 친구이자 캇셀프라임의 분신입니다. 카피, 인사하도록 해요.”
늦은 시간이라 잠이 오는지 노곤한 눈을 하고 있던 카피는 갸르릉 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누가 자신을 귀찮게 하는지 확인하고자 정열적인 붉은 머리를 찰랑거리고 있는 여자를 돌아보았다. 단추처럼 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한번 깜박거린 후, 반짝반짝 빛나는 눈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에요. 카피다 해요.”
“꺄아아! 얘 말하는 거 좀 봐. 어머어머.”
호들갑을 떠는 네리아를 카피는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런 모습도 귀여웠기에 한창때의 꽃다운 감수성을 아직 버리지 않고 있는 네리아는 기쁨에 겨운 환호를 질렀다. 리타는 네리아에게 조용히 일렀다.
“네리아, 인사.”
“아참. 안녕하세요. 저는 네리아라고 해요.”
네리아는 제법 정중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건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를 보고 하는 장난스런 인사에 가까웠다. 카피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사만 하고서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네리아는 계속 초롱초롱한 눈으로 카피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면 카피가 부담스러워 해요.”
생각해보면 처음 제미니를 만났을 때나 톨러스의 여동생들에게 인사했을 때 카피는 계속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드래곤의 분신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을 잃고 세상을 잘 모르는 존재다. 처음 만난 인간은 제대로 사람 구색도 갖춘 자신이었으니 여러모로 사람에게 서툴 수밖에 없다. 리타는 똬리를 튼 카피를 천천히 쓰다듬었고 카피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헤헤. 미안. 그런데 캇셀프라임의 분신이라는 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지요.”
“그 말 그대로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데?”
리타는 모르겠다는 얼굴을 한 네리아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 후치가 리타의 나쁜 버릇이 또 나왔다고 중얼거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해해요. 우리 누나가 좀 멍청해서.”
“…… 왠지 상처 받는 말을 하네.”
“하지만 사실이죠.”
“그럼 똑똑한 네가 말해보시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네리아, 리타에게 물어볼 때는 항상 자세하게 질문을 해야 해요. 저 사람은 자기가 논리적이니까 남들도 다 한 마디만 들으면 자기처럼 논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으흥, 알겠어. 그래서 설명은?”
“캇셀프라임이 리타에게 맡길게 있어서 분신을 남긴 게 카피에요. 리타를 따르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와 같이 여행하고 있죠.”
네리아는 계속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후치에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니까 캇셀프라임이 뭔지부터 말해줘야지 내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거든?”
이번에는 후치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캇셀프라임을 몰라요?”
“응.”
네리아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후치는 어떻게 바이서스의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 그런 것도 모를 수 있냐는 얼굴을 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칼이 조용히 후치에게 말했다.
“네드발 군. 자네도 우리 마을에 캇셀프라임이 오기 전까지는 이름도 모르지 않았나?”
“중요한 건 지금이죠.”
“과거의 자신을 망각해 현재의 자신만을 생각하는 건 사람이 지닌 안 좋은 습관 중에 하나지.”
“아둔했던 과거에 안녕을 고하고 현명한 미래를 지향할 수 있는 게 사람의 장점이죠.”
“과거는 아둔했다고 인정하는 건가?”
후치는 입을 열려다가 몸을 굳혀버렸고 칼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후치는 곧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냥 아는 척 좀 해보고 싶었어요. 흑, 그래요. 난 멍청했고 사실 나도 모르는 이름이었어요, 네리아.”
“괜찮아. 난 네가 멍청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걸.”
“앗 그런 중대한 비밀을 알고 있다니, 살려둘 수 없군요.”
“널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으니 모르는 샘 칠게. 그래서 캇셀프라임이 뭔지나 말해줘.”
그러자 후치는 갑자기 얼굴을 진지하게 바꾸었다. 그가 표정을 바꾸자 분위기까지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어쩐지 긴장감마저 감도는 분위기에 덩달아 네리아도 긴장하고 말았다. 후치는 혹시라도 누가 몰래 듣는 이가 있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날카로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피며 네리아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국왕의 드래곤이에요.”
그 말을 들은 네리아는 눈을 깜박이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놀라지도 않은 얼굴로 계속 진지함을 유지한 채 말했다.
“응. 그래. 그래서 캇셀프라임이 뭐야?”
“네?”
“뭐냐고.”
“네?”
“농담은 됐으니까 진짜 대답을 내놔.”
“……”
안 믿는군. 후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그가 만약 네리아의 입장이라고 해도 순순히 믿지는 않았을 거 같긴 하다. 네리아가 진실을 못 믿는다고 나무랄 상황은 아니다.
네리아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내용이란 게 함부로 입에 올려도 될 것이 아니었다. 후치는 슬그머니 칼을 쳐다보았다. 칼은 의뭉스런 미소를 얼굴에 떠올리고 있었다. 후치는 혀를 차면서 물었다.
“이거 말해도 되요?”
“아무에게나 이야기할 내용은 아니지만, 네리아양은 아무나가 아니지 않은가? 괜찮네.”
“뭐, 칼이 그렇게 말한다면.”
후치는 다시 네리아를 바라보았다. 호기심을 가득 품은 얼굴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저 붉은 머리는 볼 때마다 고향에 남겨둔 레이디가 떠오르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더 부담스럽다.
“저리 좀 떨어져요. 긴 이야기가 될 텐데 그래도 듣겠어요?”
“응.”
“명쾌한 대답이군요. 좋아요. 사실 나라도 쉽게 믿긴 힘들 거예요.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초나 고우고 있었을 놈이 밖에서 동료들과 야영을 하고 있으니까요.”
“초?”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생뚱맞은 단어에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후치는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 직업이죠. 난 초장이거든요.”
“초장이?”
계속 되물어오는 네리아에게 후치는 윙크를 날렸다. 네리아가 윙크를 피하려는 것 같이 보인 건 착각일거다.
“어어, 직업엔 귀천이 없어요! 멋진 나이트호크라고 해서 초장이를 우습게보면 곤란하다고요. 옛 선인들 중 똑똑하신 분이 우리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어요. [빛의 세공사.]”
“빛의 세공사? 멋지네. 그런데 초장이라고? 초장이는 모두 힘이 엄청나게 세야 하니?”
“그건 내 개성이죠. 초장이의 개성은 아니죠.”
*
이야기는 헬턴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르타트라는 흉악한 드래곤이 서쪽 끄트머리의 외진 마을에 사는 선량한 사람들을 위협하고 목숨을 빼앗고 있었다. 그런 아무르타트를 무찌르기 위해서 영주가 국왕에게 드래곤을 보내달라고 간청한 끝에 마침내 드래곤이 왔다. 아, 그 요청을 한 영주는 사실 이러이러한 일을 겪었고 저러저러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곁가지를 열심히 펼치기도 하며 후치는 겪은 이야기를 제법 재미나게 풀어냈다. 칼은 자신의 관점이 아닌 후치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며 즐기는 듯했다. 그는 때때로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고,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후치를 방해하지 않았다. 리타는 카피와 캇셀프라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후치가 말하기 어려워하는 것들에 관해서만 말을 보충해 주었다.
생각보다 많고 커다란 내용을 품고 있는지라 네리아뿐만 아니라 운차이까지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루릴도 자세한 내용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만 샌슨은 자신도 직접 겪은 일이거니와 후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덕에 계속해서 끼어들었다. 화자가 둘이라는 건 그다지 환영받을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이루릴이 그 30명의 경비병들을 하늘로 날려 보내자……”
샌슨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아냐, 후치. 실리키안 남작의 경비병은 32명이었지.”
“어, 그래? 어떻게 그렇게 빨리 셌어?”
“존경하거라. 경비대 필수 과목이다. 다섯 명씩 묶어서 새는 거지.”
“아하, 그런 거야?”
후치는 기본적으로 말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 그런 고로 샌슨과 쉽사리 다른 길로 빠지기 쉬웠다. 그럴 때면 네리아가 당장 그들을 잡아 세웠다.
“야, 야! 그거 중요하니? 30명이든 32명이든 말이야. 어쨌든 그 다음엔 어떻게 됐어? 빨리 말해 봐, 후치야.”
후치는 지친 표정을 지으며 이어 말했다. 그들이 레너스 시에서 간신히 탈출해 가짜 남작의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때를 이야기하자 네리아는 자기가 직접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신나 했다. 그러다 리타를 발견했을 때를 설명하면서 후치와 샌슨은 볼을 살짝 붉혔고, 네리아는 그 반응에 의아해하며 리타를 바라보았으나 리타는 시선을 외면하고 카피만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쨌든 그 상황은 유야무야 넘어가서 이야기의 무대는 칼라일 영지로 옮겨졌다.
“우리도 놀랐죠. 세이크럴라이제이션이라니. 그런 흉악한……”
“자, 잠깐. 뭐라고?”
“세이크럴라이제이션이라고요. 그래서 칼라일 영지는 세이크리드 랜드가 되어서……”
“…… 초장이는 원래 그렇게 어려운 말을 써야 돼?”
“그것도 내 개성이라고 해두죠. 그런데 계속 이야기해도 될까요?”
“응? 아, 미안. 계속해.”
하늘이 빨갛게 물들어 서서히 어둠이 밤을 데려오고 있을 때쯤,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네리아는 제법 착실한 청자였고 덕분에 후치와 샌슨은 이야기하는데 재미가 붙어 신나게 입을 놀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은 각자의 감상을 디저트삼아 즐겼다.
“꺄르르르…… 재미있네. 그럼 완전히 모험가 초보들이구나?”
“모험가는 아니죠. 우린 모험을 찾아나온 것이 아니니까.”
“상관없어. 사람들은 다 모험가야. 산다는 것만큼 큰 모험은 없어.”
리타는 네리아의 말을 받아 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모험가는 모두 부자인 법이지요.”
대게 이런 말을 한 다음에는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뭔가 비장한 말에 이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한 화술을 지닌 사람은 흔치 않았다. 서먹한 분위기에 네리아는 재빨리 운차이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그럼, 넌 수도로 끌려가면 끝장이겠네?”
언제나 그렇듯이 운차이는 네리아의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마치 귀라도 멀어버린 것처럼 계속 모닥불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네리아는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며 그에게로 폴짝 뛰어갔다. 그리고 운차이가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바로 그의 옆에 앉아서 귓가에 숨을 불어넣듯이 말했다.
“지금 기분이 어때……?”
어떻긴 뭐가 어떠냔 말일까? 운차이는 후다닥 일어나며 네리아에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그는 귀까지 새빨갛게 익어있었다. 어서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샌슨을 바라보자, 샌슨은 칼자루를 잡아 올리며 말했다.
“행동의 자유는 보장하지만,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은 안 돼.”
운차이는 이를 악물며 재빨리 후치의 옆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치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후치! 바이서스 여자들은 모두 방종한 성격을 가지고 있냐?”
“예에……?”
후치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네리아가 비어있는 후치의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걸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기라도 하지. 그의 바로 옆 나무에 있던 리타가 고개를 그에게로 돌렸다.
“잠깐만요, 그건 바이서스의 여성으로서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이로군요. 네리아의 행동은 친분의 표시나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위한 방법의 일종일 뿐입니다.”
“맞아. 후치. 자이펀에서는 도대체 애정 생활이 어떻게 실현될까?”
세 남녀 사이에 낀 후치는 그래도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자 했다. 이미 한 번 겪은 일이기도 하니까, 어렵진 않다. 하지만 이번엔 미처 그가 대답을 전해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운차이가 반대쪽 귀에 대고 소리쳤다.
“후치. 건전한 애정 생활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성숙한 성인이 서로에게 충실함으로써 느껴지는 감정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무에게나 자신의 성적 매력을 은밀하게 남발하는 것은 결코 친분의 표시에 해당하지도 않을 뿐더러, 모든 남자가 그런 여성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라는 그릇된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마치 남자들이 그 행동에 기뻐할 것처럼 생각하며 그 일이 좋은 것처럼 여자들이 은근히 음란한 복장이나 교묘히 외설적인 언어를 사용해서 남자들을 자극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
“후치. 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로서 여자를 바라보며 자기가 느끼는 음란한 충동을 여자가 고의적으로 발산한다는 식으로 여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여자는 자연스럽게 행동하는데 남자 혼자서 흥분해 버려서는, 마치 자기 혼자 깨끗해지고 싶어서 여자가 먼저 잘못했다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는 식으로 모든 죄는 여자에게 뒤집어씌우는, 그런 소아병적인 추태를 어떻게 생각해?”
“후치. 다른 나라의 일상적인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여자를 방종하다고 깎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니? 하나의 경우에서 느끼는 점을 전체로 확대시켜서 해석하는 보편화의 오류는 물론이고 필요 이상의 반응을 보임으로써 여성에게 상대적 자신감 박탈을 불러일으키는 남자의 소심한 작태는 언제쯤 고쳐질 수 있다고 생각해?”
후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 세 분, ‘후치’는 빼고 말해도 좋아요. 계속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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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공부라고 해야 할까요.
이 챕터를 위해서 어려운 책을 몇권 읽었습니다.
이것들을 잘 정리해서 받아들여야 보다 괜찮은 글이 나올텐데, 과연 어떨런지는...
이제까지 한 거 보면 대충 싸지를거 같다는 예감이 들지만 ㅠㅠ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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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 분명히 DR 12권에서 후치가 말했었는데 원작에서 누가 말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정말 멋진 대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