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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5. 복수의 검은 손길 (3) (5) 2015/05/24 PM 01:20


*








“꺄르르. 샌슨. 어떻게 아가씨에게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그것도 엄청 무게 잡고 했죠. ‘이봐 아가씨. 좋은 여관 하나 소개시켜 주겠어?’ 라니. 큭큭큭.”



리타는 억지로 소리를 죽이며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누구에게나 다 들릴 정도였고, 샌슨은 쥐구멍이 없다면 파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후치에게 일차적으로 놀림 받은 샌슨은 리타와 네리아에게 연이어 놀림을 당했다. 괜히 아가씨들의 시선에 들떠서 나섰던 게 문제였다.



“그만 놀려. 너희들까지 안 그래도 충분히 부끄럽단 말이다.”



샌슨의 투덜거림에 즉각 네리아가 대답했다.



“니예니예. 아무렴 위험한 황야의 사나이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따라얍지요.”



“크악! 네리아!”



“어머멋. 그렇게 보시면 무서워요.”



네리아는 앙탈을 부리듯 리타의 뒤로 몸을 숨겼다. 샌슨은 입에서 불이라도 내뿜을 기세였지만, 그 이상 행동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칼이 다른 사람에게 여관을 물었다. 그는 대화를 끝내고 일행에게 말했다.



“여기 유니콘 인이라는 여관이 괜찮다고 하는군. 거기로 가는 게 어떻겠나, 퍼시발 군?”



“어, 거기 음식은 괜찮답니까?”



후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오거의 여관 선택 기준은 먹는 거였다.



칼이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다고 하네. 조식도 제공해 준다는군.”



“좋네요. 그러면 가죠.”



“아, 그리고 욕탕도 있다고 하더군.”



그 말에 네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이밀었다.



“가요! 거기로 가요! 무조건 그 여관으로 가요!”



“네가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열렬한 네리아의 반응에 샌슨이 피식 웃고서는 출발했다. 칼이 위치를 물어본 덕에 금세 유니콘 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밖에서 보아도 꽤 훌륭한 건물이었다. 이제까지 묶었던 여관들이 초라할 정도로 큰 규모에다 널찍한 마당도 보유하고 있었다.



여관 종업원에게 말을 맡기고 일행은 안으로 들어섰다. 샌슨은 일행의 머리수를 세어보며 고민했다.



“음. 이거 4인실 두 개를 빌려야 하나?”



“그래야겠지. 카피도 있으니까.”



어떻게 되다보니 일행의 구성비는 남성 네 명에 여성 네 명이었다. 카피가 제미니의 모습으로 변신한 덕뿐이다. 그녀가 웜링으로 돌아간다면 3인실로 충분하겠지만, 그러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샌슨은 머리를 긁적이며 4인실 두개를 달라하고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방 열쇠를 받은 다음 리타에게 하나 건네주었다.



“자. 잃어버리지 마.”



“날 너하고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지 마.”



“뭐? 이 녀석.”



리타와 가볍게 투닥거린 샌슨은 칼의 눈초리에 금방 움츠러들었다. 리타는 샌슨에게 상큼한 미소를 지어주며 여자들과 방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갈까요?”



“가죠.”



“갑시다.”



“?”



카피만 이해를 못해서 멀뚱멀뚱 쳐다볼 뿐, 세 여성 사이에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눈빛만으로 모든 대화를 끝마친 그녀들을 바로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밑으로 내려갔다. 가만히 있던 카피도 리타에게 팔을 잡혀서 끌려갔다.



“리타? 어디 간다 해요?”



“따라와요. 분명 카피도 좋아할 거예요.”



카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리타를 따라갔다. 남자들은 아직 밑에 있는 상태였다. 샌슨이 내려오는 여자들을 발견하고 물었다.



“늦었는데 쉬지 않고 어딜 가는 거야?”



네리아가 가볍게 대꾸했다.



“아이고 샌슨아. 사람이면 좀 씻고 살아라.”



“뭐? 아, 욕탕에 가는 거야?”



“그래. 나중에 보장.”



네리아는 손을 흔들어주고 욕탕으로 향했다. 리타는 가볍게 시선만 마주쳤고, 이루릴은 정중히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발만큼은 매우 바삐 움직였다.



샌슨은 금세 사라진 여자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뭐, 급할 게 있다고 벌써부터 씻으려는 건지. 아, 그거보다 배고프다. 밥부터 먹어야지.”



“그래. 그래야 샌슨이지.”



후치가 의미모를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같이 있던 운차이마저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했다. 물론 칼도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의미는 후치와 다르지 않았다.



“음? 뭐, 왜? 밥먹을 거 아냐?”



“맞아. 맞기 맞는데…… 아니다, 먹자.”



이유를 모르는 샌슨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밤이 되도록 실컷 달린 덕에 피로가 극심해 입맛이 없는 마당에, 저렇게 바로 먹을 걸 찾는 걸 보니 참 대단한 것 같다. 세 남자의 표정은 그런 의미에서 비슷해졌다.



남자들은 식당으로 향했고 여자들은 욕탕으로 내려갔다. 식사 시간이어서 그런지 욕탕에는 그녀들 외의 사람이 없었다. 네리아는 욕탕을 발견하자마자 걸어가는 것과 동시에 옷을 벗어 던졌다.



“꺄아아!”



네리아의 행복한 비명소리가 욕탕을 울렸다. 뒤따르던 이들은 그녀의 반응에 미소지었다.



이루릴과 리타는 얌전히 옷을 벗어서 한 곳에 개어서 넣어뒀다. 카피는 폴리모프로 옷을 없앨까 했지만, 다시 입을 것을 고려해 다른 이들을 따라 단순히 벗기만 했다. 이루릴은 뭉쳐서 내팽겨진 네리아의 옷을 주워서 제대로 정리해 주었다.



욕탕은 입구와 탈의실, 그리고 욕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완전히 알몸이 된 그녀들은 욕탕의 문을 열었다.



욕탕의 문을 열자 실내가 드러났다. 여관의 규모답게 욕탕은 썩 괜찮았다. 여러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큼직한 탕과 화려한 색상으로 물든 작은 탕들이 보였다. 단순히 나무통만 있는 게 보통의 여관이었다면, 여기는 아애 돌로 된 욕탕이 만들어져 있었다.



“와아!”



“좋네요.”



이루릴과 리타의 입에서도 네리아와 비슷한 탄성이 나왔다. 그녀들은 향기로운 향이 나는 욕탕들의 모습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멀뚱멀뚱 거리고 있던 카피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욕탕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이게 욕탕이다 해요?”



“맞아요.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피로를 풀어내는 거죠.”



“저기 색깔이 이상한 물이 들어가 있는 것들은 뭐다 해요? 저기도 들어가는 거냐 해요.”



카피는 형형색색의 작은 탕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리타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대답했다.



“피부에 좋은 향료나 식물 같은 것을 넣은 거예요. 몸에 향이 베이고 피부결이 좋아지는 거죠. 모든 여성들의 로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비싸서 어지간한 집에선 꿈도 못 꾸는 일인데, 이런 것까지 마련돼 있을줄은 몰랐네요.”



그렇게 말하는 리타도 어지간히 감탄한 모양이다. 그녀는 지난 여행 동안 여러 욕탕을 경험해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괜찮은 곳은 보지 못했다. 아니, 자이펀에서 보긴 했지만, 거기에서는 남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속으로 달래야만 했었다.



“아아…… 좋다. 어서 들어와요.”



벌써 큰 탕 안에 들어가 있던 네리아가 일행에게 손짓했다. 탕들을 구경하는데 여념이 없던 여자들은 그제 서야 발걸음을 뗐다.



리타와 이루릴은 탕에 들어가기 전에 나무바가지로 물을 떠서 몸에 끼얹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카피는 무작정 그녀들을 따라했다. 그녀들의 빛나는 나신 위로 물방울이 흩어졌다.



“아, 이거 따뜻하다 해요.”



사람의 몸을 한 상태로 처음 욕탕에 온 카피는 이것저것이 다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따뜻한 물을 뒤집어쓰는 게 마음에 들었는지 나무 바가지로 계속 물을 퍼서 끼얹었다. 리타는 붉은 머리가 촉촉하게 젖어서 얼굴에 달라붙는 카피를 보며 고향에 있을 여동생을 떠올렸다. 그녀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확실히 동생과 같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루릴은 목욕이란 것이 아주 신성한 의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바가지로 뜬 물은 출렁거렸지만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녀는 우아한 동작으로 바가지를 들어 올려서 천천히 몸에 물을 흘려보냈다. 한번에 뒤집어쓰는 모양새가 아니라, 그저 흐르는 물에 몸을 적시는 것처럼 보였다.



리타는 이루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얌전히 물을 떠서 몸에 부었다. 수증기 사이로 물방울이 이리저리 튀었다.



네리아는 욕탕에 들어가 턱을 괸 채 그녀들을 지켜보았다.



“헤에. 아가씨들, 몸매가 아주 훌륭하시군요.”



그녀의 눈이 가늘어지며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네리아의 눈이 마치 손길처럼 그녀들의 나신을 샅샅이 훑었다.



보통 여인이라면 같은 여성끼리라도 노골적인 시선에 다소 부끄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에는 그 기준에 부합하는 여성들이 없었다. 리타와 이루릴은 길쭉한 그녀들의 신체를 전혀 가리지 않은 채 당당히 드러냈다. 오히려 이루릴은 미소 지었고 리타는 칭찬을 들은 것처럼 고맙다고 말했다.



네리아가 히죽거리며 그녀들의 나신을 계속 관찰했다. 이루릴이나 리타나 상당히 큰 키를 자랑한다. 쭉 뻗은 그녀들의 새하얀 다리가 네리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부럽다아."



옷을 입고 있는 평소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흑발의 그녀들은 훌륭한 몸매를 자랑했다. 하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지금은 정말로 가릴 것 없이 몸매가 드러났다.



이루릴은 큰 키라는 것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잘 짜여진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다소 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흰 피부와 어울려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잡티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와 어느 한 곳도 쓸데없는 살이 붙지 않아 마치 조각상 같았다.



물에 젖어 길게 늘어지는 검은 머리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 정말로 실크처럼 보였다. 그녀의 머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등을 타고 휘어졌다. 가녀린 어깨 뒤로부터 급격하게 안으로 굽어드는 허리와 다시 활짝 펴지는 골반의 라인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적당히 봉긋하게 솟은 가슴과 군살 없는 배도 예쁘다. 이루릴은 그야말로 모든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매의 집합체였다.



네리아 뿐만이 아니라 리타도 그런 이루릴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건을 들고 이루릴에게 다가갔다.



“이루릴. 머리가 방해되지 않아요?”



“조금 그러네요. 저도 머리를 틀어 올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수건으로 묶어 줄까요?”



“수건으로요?”



이루릴이 의아하게 리타의 손에 들린 수건을 바라보았다. 리타는 이루릴의 곱디고운 머릿결을 손으로 올린 다음 수건으로 받치고 머리에 묶어 주었다. 그러자 마치 수건으로 모자를 만든 것처럼 머리에 씌워져 흘러내리지 않게 고정되었다.



이루릴은 리타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리타는 매듭을 묶고 삐져나온 부분을 안으로 집어넣어 마무리했다.



“자, 됐어요.”



“인간들은 이렇게 하는군요. 고마워요, 리타.”



“천만에요.”



리타는 미소 지으며 다른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도 틀어 올렸다. 이루릴의 고운 머리와 달리 물에 젖자 사방으로 뻗치는 검은 머리가 꽤나 사나워 보였다. 몸매도 몸매지만, 리타가 이루릴에게 가장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머릿결이었다.



“리타. 나도 해달라 에요.”



이루릴과 리타가 머리를 묶는 것을 보니 자신도 따라하고 싶은 모양이다. 카피는 리타가 머리를 다 묶자마자 그녀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리타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수건을 받아들고 그녀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이러니까 동생 생각이 나네요.”



“제미니?”



“맞아요. 동생이랑 씻을 때는 작은 나무통에 들어가서 씻거든요. 그럴 때면 머리 빠진다고 서로 이렇게 머리를 틀어 올려주곤 했어요.”



네리아가 알겠다는 듯 말했다.



“카피가 변신한 게 리타의 동생이라고 그랬죠?”



“맞아요. 후치의 레이디죠.”



“헤에. 후치 녀석. 복 받았네. 저렇게 예쁜 소녀의 마음을 훔쳤다니.”



“마음만 훔친 게 아니죠.”



“응? 아, 아!”



눈을 동그랗게 떴던 네리아는 곧 이해했는지 손뼉을 딱 쳤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호. 그렇게 안 봤는데, 꽤 하는 군요. 후치.”



“후후후. 그러다 저한테 걸리는 바람에 칼침을 맞을 뻔 했죠.”



네리아는 농담이라 생각하고 웃었지만 리타의 말은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후치는 아직도 제미니의 입술을 뺏고 돌아가던 날, 초점 없는 눈으로 칼을 입안에 넣고 혀를 잘라버리겠다며 협박하던 리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네리아는 웃으며 리타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끈적한 시선이 이번에는 리타에게 달라붙었다.



“진짜 궁금한데요, 리타.”



“뭐가요?”



“어떻게 그런 가슴을 가질 수 있는 건가요?”



네리아의 눈은 리타의 흉부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녀의 시선은 리타의 그 어떤 신체보다도 가슴에 가장 먼저 닿았다. 그만큼 그것은 네리아의 상식을 웃도는 것이었다.



리타가 자신의 묵직한 가슴을 손으로 받치며 반문했다.



“이거요?”



“맞아요. 그 끔찍한 거.”



왜 끔찍하다는 줄은 모르겠지만 리타는 순순히 대답했다.



“글쎄요? 그냥 어릴 때부터 컸어요.”



“아아아,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어.”



네리아는 머리를 감싸며 절망했다. 리타는 어리둥절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묶어 올리는 바람에 그녀의 몸을 더 이상 가리는 건 없었다. 리타 그 자신도 행동거지가 남자다워서 더욱더 몸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루릴보다 더 큰 키는 보통 남자들보다도 크다. 그래서 후치는 리타의 옆에 서는 것을 꺼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루릴처럼 잘 짜여진 몸매가 아니라 그녀의 큰 키는 더욱 부각되었다.



이루릴이 여성의 이상향을 모아뒀다면, 리타는 남성의 이상을 모아둔 것 같은 몸매다. 물론 키는 빼고 말이다.



새하얀 피부는 이루릴과 다름없지만, 리타의 몸에는 탄력적인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남자들처럼 우락부락한 근육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지만, 보통 여성에게서는 보기 힘든 근육이다.



손으로 잡아 올리는 것도 꽤 힘들어 보이는 엄청난 가슴 아래로는 탄탄한 복근이 자리했다. 매끄럽게 십일 자를 그리며 떨어져 내리는 근육은 다시 폭발적으로 펴지는 골반으로 이어졌다. 리타의 몸매는 그야말로 X라는 글자로 표현이 가능했다. 사정없이 가늘어지는 허리의 아래위로는 엄청난 크기들이 자리했으니 말이다. 저 정도로 엄청난 몸매는 여성들이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자들이라면 홀리지 않고는 못 베길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우우. 신은 정말 불공평해. 어떻게 이루릴과 리타 같은 존재를 만들고 날 만든 걸까?”



이루릴과 리타는 몸을 씻고 탕으로 들어왔다. 그러면서 네리아의 말에 빙긋 웃었다.



“네리아도 충분히 예뻐요.”



“이루릴에게 지금 그런 말을 들어봐야 더 슬퍼지기만 할 뿐이에요. 으허헝.”



“저는 네리아의 정열적인 붉은 머리카락이 정말 부러운 걸요.”



“몸매는 부럽다고 안 하네요.”



네리아는 시무룩해져서 물 안으로 눈 밑까지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얼굴 앞으로 거품이 부글부글거리며 올라왔다.



리타는 가슴을 팔로 감싸며 탕에 앉았다. 그녀도 네리아를 보며 말했다.



“저도 네리아의 몸매가 부러워요. 정말이지 제 몸은 너무 크기만 할 뿐이라서 부끄러울 때가 많은 걸요.”



“부그르 그르르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네리아의 거품을 통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물속에서 말했다. ‘그래요. 다 작아요.’



네리아는 눈물을 흘리고 싶은 지경이었다. 만약 카피가 같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가장 인간에게서 먼 존재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친숙함이 느껴지는 인간적인 몸매에 네리아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카피는 탕에 들어오며 놀란 소리를 냈다.



“오오. 여기도 뜨겁다 에요. 여기 계속 들어가 있는 거다 해요?”



“맞아요. 하지만 너무 오래 있을 필요는 없어요. 적당히 있다가 나가면 돼요.”



“바로 나가고 싶다 해요.”



“조금만 참아 봐요. 기분 좋아질 거예요. 으하아아아.”



리타는 몸을 그대로 탕에 기대며 늘어지는 소리를 냈다. 할머니 같은 모습에 네리아는 거품을 내품었다. 카피는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리타처럼 몸을 완전히 담갔다. 그러자 곧 그녀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거 좋다 에요.”



행복한 미소를 짓는 카피의 모습에 다른 여자들의 입에도 미소가 걸렸다. 그러다 이루릴이 리타가 하고 있는 자세를 보며 물었다.



“리타. 왜 가슴을 잡고 있어요?”



“아, 그게……”



리타는 욕탕의 열기 때문인지 붉게 물든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안 잡으면 가슴이 떠올라서……”



“으아아아앙!”



풍덩



리타는 부끄러워하며 말했고, 네리아는 결국 울부짖으며 탕 속으로 완전히 잠수해버렸다. 도대체 가슴이 얼마나 커야지 탕 위로 떠오르는 걸까?



곧 붉은 머리를 잔뜩 얼굴에 붙인 채 떠오른 네리아는 볼맨 소리를 냈다.



“리타는 좋겠어요. 물에 빠져도 절대 안 죽을 테니까요.”



“네?”



“가슴이 떠오를 거 아니에요. 좋겠다. 부럽다아. 나는 그대로 물에 가라 앉아 버릴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진……”



“부정하지 맛! 동정하지도 말고!”



네리아는 눈빛으로 가슴을 터트려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노려보았다. 정말 리타의 가슴은 손으로 누르지 않으면 물 밖으로 튀어 나오기라도 하려는 듯 움직였다. 저런 가슴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네리아는 물 안에 들어간채로 리타아게 다가갔다.



“저기, 네리아?”



“가만히 있어 봐요.”



리타는 그녀의 가슴 바로 앞에서 지긋이 노려보고 있는 네리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감정이 드문 그녀답게 당황하진 않았지만 도대체 네리아가 왜 이럴까 궁금했다. 아직 그녀가 여성의 심리를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가만히 가슴을 들여다보던 네리아는 갑자기 손가락으로 리타의 가슴을 푹 찔렀다.



“네리아?”



하지만 네리아는 반응하지 않고 그녀의 가슴을 계속해서 찔렀다. 손가락이 마시멜로우를 찌른 것처럼 부드럽게 들어갔다가 곧바로 튕겨 나왔다.



네리아는 절규했다.



“으아앙! 이거 뭐야! 이거 뭔데 이래? 어떻게 사람 가슴이 이럴 수 있냐고! 안돼! 이건 사기야!”



“어, 어…… 네리아, 일단 진정하고.”



“진정은 무슨 진정! 이 사기꾼아!”



“앗!”



네리아는 양 손으로 리타의 가슴을 덥석 잡았다. 억센 손놀림은 아니었지만 그때만큼은 리타도 놀랐다. 그녀는 손을 쳐내거나 피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네리아를 바라보았다.



네리아의 양손은 손에 흘러넘치는 압도적인 크기에 파묻혔다. 단순히 그 동작뿐. 네리아는 천천히 손을 떼서 자신의 가슴을 붙잡았다. 분명히 익숙한 감촉임에도 손은 허전하기 그지없다.



신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지만, 이 정도로 뼈저리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 세상은 원래 이런 거였어.



“아, 그냥 다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무서운 소리를 지껄이며 네리아는 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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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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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몬스터    친구신청

작가님의 욕망이 서린 욕탕씬 이군요 ㅋㅋㅋ

Defiance    친구신청

부정하지 않겟습니다 ㅋㅋㅋ

파츄리    친구신청

그저 감사합니다... 3인칭 만세!

Defiance    친구신청

후후후훟

멋지고멋져    친구신청

오늘은 좋은 날이군요...
감사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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