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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5. 복수의 검은 손길 (13) (6) 2015/06/26 PM 10:37


“드래곤의 연구자?”



“가장 궁금한 게 그건가?”



후작의 말에 리타는 볼을 긁적였다.



지적할 거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전 처음 듣는 카코스 다이몬과 오스발이라는 이름이나, 자이펀에서 노예생활을 했고 그보다 더 먼 곳에서 왔다는 과거, 그리고 세상의 주인이라는 말. 그것들 모두 단순히 흘려듣기엔 꺼림칙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드래곤의 연구자란 말이었다. 어떤 생각을 거치지 않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먼저 물었다.



“네.”



“왜냐?”



“……”



후작은 잠시 리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후작은 손을 모으며 옅게 숨을 내쉬었다.



“나이젤은 할슈타일 후작가에 있는 드래곤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 당시에도 우리에겐 지골레이드와 캇셀프라임이 있었지.”



리타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골레이드와 캇셀프라임의 라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아닌가요?”



“잘 아는군.”



후작의 눈이 예리하게 리타를 꿰뚫었다. 하지만 리타는 선선한 얼굴을 한 채로 당황하지 않았다. 드래곤 라자에 관한 단순한 정보는 누구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사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헬턴트라는 시골마을에서 왔다고 해도.



순간 후작의 눈 꼬리가 올라갔다.



“헬턴트에서 왔다고 했던가?”



“네.”



“캇셀프라임과 디트리히가 거기로 파견 갔었지.”



“맞습니다.”



“어떻게 되었나?”



“알고 계시지 않나요?”



할슈타일 후작가에서 단순히 드래곤만 파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왕의 군대와는 별도로 다른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것은 모를지라도 드래곤이나 라자의 생사는 알 수 있을 정도는 조치를 취해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리타의 말에 후작은 무서운 얼굴로 침묵했다. 리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미 국왕에게 보고했으니 말씀드려도 괜찮겠지요. 캇셀프라임은 패했습니다. 드래곤끼리의 전투에서 패한다는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요. 디트리히의 생사는 잘 모르겠습니다.”



“캇셀프라임이 죽었다면 그 라자는 계약을 깨지 않은 이상 따라서 죽을 거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리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카피의 존재와 디트리히의 생사를 관련시킨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살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후작은 소파에 등을 기대며 팔짱을 꼈다. 평소에도 익숙하게 취하는 동작인지 한껏 거만해 보이는 태도인데도 상당히 완숙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눈매도 익숙해 보인다.



“우리는 아직 캇셀프라임의 생사를 파악하지 못했다. 척후병을 파견해서 패했다는 정보만을 알았을 뿐이다.”



한마디 끊고서 그는 리타를 바라보았다.



“국왕에게 보고했다고 했나? 그럼 네가 국왕을 알현했다는 헬턴트 사절단의 일원인가 보군.”



“네.”



“그런가? 그렇군.”



후작은 혼자서 묻고 혼자서 납득했다. 그는 고개를 설설 저으며 생각했다. 헬턴트. 척후병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어디선가 들었다.



헬턴트. 드래곤 라자. 캇셀프라임. 스마인타그.



그의 고개가 멈췄다.



“제미니 스마인타그를 아나?”



“제 동생을 아시나요?”



리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녀는 드물게도 꽤 놀란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후작이 자신의 동생을 알고 있는 걸까? 자신을 모르는 것처럼 반응했는데 동생은 알고 있다니 이상한 일이다. 동생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을 게 분명한데.



후작은 리타의 말을 곱씹었다.



“동생? 친동생인가…… 아니, 괜한 질문이었군. 양녀로 들어갔다고 했으니 친동생일리는 없지.”



리타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후작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제미니 스마인타그는 네 양부모의 친자식이 맞나?”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무례한 질문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화를 내도 이상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리타는 단순히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에 대해 의문만 가질 뿐, 질문 자체는 평범하게 받아들였다.



“네.”



“확실한가?”



“제가 양녀로 들어가고 난 이후에 동생이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장면은 배가 산처럼 부른 여자와 그 남편이 걱정스레 그녀를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임산부였던 스마인타그 여사는 얼마 안 있어 제미니를 낳았다.



“잘 됐군. 수고가 줄었어.”



“축하드립니다.”



“……”



“축하할 일은 아닌가요?”



멀뚱히 바라보는 후작을 향해 리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작은 천천히 팔짱을 풀며 목 뒤를 매만졌다.



“축하해 준다면 고맙군.”



“별 말씀을요.”



“최근에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다. 사람을 많이 풀어서 찾는 중이지만 진척이 없는 와중에 헬턴트에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제 동생이란 거군요.”



후작은 아주 살짝만 고개를 까딱했다.



“오늘도 바이서스 임펠에 찾는 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있단 소식을 듣고 바삐 움직였지. 발견한 부하 말로는 친자매란 것을 듣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하더군. 멍청한 놈. 외간 남자가 묻는데 어느 여자가 똑바로 진실을 대답할까.”



후작이 답답하다는 듯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기준에서 볼 때 그의 수하들은 다 쓸모없는 잔챙이들이다. 그나마 집사인 궤헤른이 봐줄 만한 정도지.



그러다 후작은 리타의 시선을 느끼고서 찌푸린 얼굴을 풀었다. 그는 다소 누그러든 음색으로 말했다.



“어쨌든 네 동생이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니 그만큼 수고가 줄었지. 서쪽 외지까지 다시 사람을 파견할 정도로 상황은 여유롭지 않으니.”



“이상하군요.”



“뭐가?”



“후작님께서 누굴 찾으시는지 모르겠지만 제 동생에게서 어떤 특징을 집어낼 만한 것은 별로 없을 텐데요. 어려서부터 제 남자를 잡고 흔든다는 것 정도가 유별난 점일까요.”



“…… 착오가 있었던 모양이지.”



“그렇군요.”



리타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생의 이름을 후작이 안다는 상황을 납득했다. 후작은 여전히 의미모를 눈을 빛내며 그런 리타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닮았군.”



“어느 쪽 말인가요?”



“…… 둘 다.”



그렇게 되묻는 것 까지 닮았다.



특이했던 누이와 더 특이했던 남자. 그 둘을 섞어 놓은 것처럼 리타는 특이했다. 당황하지 않는 건 그 남자를 닮았고, 남들을 당황시키는 건 누이를 닮았다.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하다. 얼마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그녀와 대화하는 동안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리타는 그윽한 눈을 들어 후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후작과 리타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그녀는 결코 서둘지 않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까?”



과연 가문을 이끄는 후작이 순순히 이야기를 해 줄지는 알 수 없다. 가주의 입장에서 보기에 누이와 그 남자는 가문의 수치나 다름없다. 앞선 이야기로 보아서 율리아나의 혼처는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남자와 야반도주한 셈이다. 충분히 가문에서는 꺼려할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질문하는 리타나 질문을 받는 후작이나 전혀 꺼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지.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지골레이드와 캇셀프라임이 있었단 이야기까지 해 주셨습니다.”



“당시는 선대의 드래곤 라자들이 계약을 맺고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그들이 계약을 해지하고 난 다음에 새로 계약을 맺은 거지. 드래곤은 라자가 늙어 죽는다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 놈들이 보기엔 우리는 정말 불빛처럼 사그라드는 존재겠지만, 라자만큼은 특별하지.”



“라자의 맹약 때문이군요.”



“잘 아는군.”



리타는 살짝 고개를 숙여 겸양을 표했다. 후작은 그 동작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리타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드래곤 라자들은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 오면 라자의 맹약을 해지한다.”



“그게 가능한가요?”



후작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드래곤과 인간의 일이다. 시작하는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니, 끝맺는 일이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논리적으로 어폐가 있는 말이지만 리타는 그냥 넘어갔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이해할 수 있었다.



“라자들은 자신의 죽음으로 드래곤이 슬퍼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모든 라자들이 드래곤과 친한 것은 아니지만, 한 몸과도 다름없는 그들이기에 예의는 지키는 셈이지.”



후작은 목을 매만지던 손을 내렸다. 단순히 지금의 상황 때문이 아니라 그는 꽤 피곤해 보였다.



“어쨌든 그 남자, 아스화리탈은 캇셀프라임과 지골레이드를 만나길 원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더군.”



“그래서 만나게 해 줬나요?”



후작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주 웃은 적이 없는지 꽤 어색해 보이는 표정이다.



“당연히 아버지는 불호령을 내렸다. 당장 그놈을 집에서 쫓아내라고. 어디서 비렁뱅이를 데려왔냐고 누이에게도 호통을 쳤지.”



“당연한 반응이군요.”



“누이는 그를 데려온 것 치고는 순순히 놔 주더군. 경비병들이 그를 데리고 저택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그들은 돌아왔을 때, 여전히 집 안에 있는 남자를 보아야 했지.”



“……”



“무슨 수를 쓴 건지 몰라. 이 저택에서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만큼 위험한 짓은 없지. 그런데도 그 남자는 분명히 경비병들이 끌고 나갔음에도 어느샌가 다시 집안에 태연하게 들어와 있었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것처럼.”



후작은 아직도 그가 선한 웃음을 지으면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장면이 기억난다. 누이에게 화를 내던 아버지나 그런 아버지를 말리던 어머니,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자신을 비롯한 집 안의 수많은 사람들이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서는 오직 누이만이 놀라지 않았다.



“아버지는 기어코 그를 쫓아내고자 하셨지만, 같을 일을 몇 번 반복하다가 겁을 집어먹은 경비병들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셨지. 결국 그는 손님으로서 집에 머물게 되었다.”



리타는 잠자코 후작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후작은 오래된 앨범을 꺼내보는 것처럼 추억에 잠긴 얼굴이 되었다.



“내 누이는 특이했지만, 결코 나쁜 짓을 하진 않았다. 그런 그녀가 무엇인가에 홀린 것처럼 아스화리탈을 따라 다녔어.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제까지 말하던, 저당 잡힌 미래를 가불한 자유라고 보기엔 너무 방종했어. 애초에 그 미래라는 게 혼인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보란 듯이 다른 남자를 쫓아다니다니. 그건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아스화리탈은 집에 머무는 동안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생활의 전부였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인데다 기이한 첫 인상을 제외하고서는 밝은 성격이라 어느덧 많은 사람이 친해졌다. 그는 집에서 머물며 드래곤을 기다렸다. 당시는 전시가 아니었기에 지골레이드나 캇셀프라임은 큰 임무가 없을 때는 자유로이 레어에서 지내는 상태였지. 아버지는 아스화리탈을 쫓아내기 위해서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어. 아버지는 레어에 있던 캇셀프라임을 소환했다.”



‘카피……’



리타는 속으로 새하얀 웜링의 모습을 한 친구를 떠올렸다.



“캇셀프라임이 오는 동안 누이는 아스화리탈을 계속 따라다녔다. 아버지는 그걸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잔소리만 할 뿐 크게 화를 내지 않으셨어. 하지만 오히려 누이의 개인적인 행복을 빌어주던 어머니는 그런 누이에게 아스화리탈을 버리도록 설득했지. 정체조차 알 수 없는 남자를 쫓아다니는 게 불안하셨던 모양이다.”



부모는 누이를 대할 때, 평소와 전혀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게 그녀의 힘인지, 그가 뭔가 술수를 부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렸던 내가 보기에도 누이는 아스화리탈을 좋아하는 게 티가 났다. 평범한 대화를 하면서도 그에게 수없이 많은 고백을 했지. 자신을 줄 테니, 그를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자기 방은 2층에서 왼쪽으로 세 번째에 있으며 방문은 잠그지 않는다고 말했지.”



“…… 으음.”



리타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서 신음을 흘렸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다. 어머니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지만, 저토록 대범했을 거라 생각진 않았다. 말하는 사람은 후작이지만 민망함은 듣는 리타의 몫이다.



그녀는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버지가 찾아 갔나요?”



“……”



후작이 잠시 말을 멈추고 리타를 바라보았다. 리타는 어쩐지 익숙한 반응이어서 슬며시 시선을 외면했다.



“아니. 찾아가진 않았다.”



“제가 그때 생기진 않았나 보네요.”



“…… 네가 율리아나의 딸이라는 것은 아주 잘 알겠다.”



“감사합니다.”



후작은 뻐근해진 목을 다시금 무의식중에 주물렀다.



“칭찬이 아니다.”



“네.”



“…… 어쨌든 마침내 캇셀프라임이 왔다. 아스화리탈은 기대하던 상황임에도 전혀 흥분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나와 체스를 두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차라리 부탁한 책을 받았을 때가 더 기뻐했던 것 같다. 그저 평범한 손님이 온 것처럼 그는 덤덤히 반응했어.”



왜인지 나이젤은 그랬을 거 같다. 리타는 꿈속에서만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쉽사리 연관시킬 수 있었다. 편안한 미소를 잘 짓는 그 남자에게 동요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기뻐하고 흥분하는 일도 없으리라.



“그는 캇셀프라임과 이야기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알 수는 없어. 들으려고 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아니, 듣기는 했지만 듣지 못했다.”



“이상한 말이군요.”



후작은 고개를 조악거렸다.



“이상하지. 이상한 게 정상이야. 나는 분명히 그 이야기를 들었다. 들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기억한다. 하지만 무엇을 들었는지 몰라.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다. 기억하는 것은 들었다는 사실 뿐,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해. 그것은 저택에 있는 모두가 마찬가지였어. 심지어 드래곤 라자조차도.”



“……”



무엇인가 불안함이 섬뜩하게 등줄기를 관통해 지나갔다. 리타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서 눈을 크게 떴다. 후작은 그런 리타를 보고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나로선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인간에게 도전한다는 생각이 들었지. 어느 무엇도 내 기억을 가져 놀 수 없어. 나는 분노했다.”



내용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리타는 뇌리를 스치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그에게 집중했다.



“캇셀프라임은 인간이 들어선 안 될 이야기라 했다. 그걸로 끝이었어. 캇셀프라임은 입을 닫은 채 라자의 질문에조차 대답하지 않았고, 아스화리탈 또한 마찬가지였지. 율리아나가 물었지만 그는 언제나 하던 것처럼 선선히 웃는 것만으로 대답을 대신했어.”



나이젤은 캇셀프라임과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던 걸까? 리타는 나이젤이 단순히 할슈타일 가의 아가씨와 눈이 맞아서 도망친 남자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너무 하다. 드래곤과 이야기를 나누고서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다니. 아니, 그건 캇셀프라임이 한 짓일지도 모른다. 나이젤의 짓이라고 결론짓는 건 너무 섣부르다. 하지만 그 진실을 아는 캇셀프라임은 죽었고 지금은 기억의 태반을 잃은 카피만이 존재한다. 카피가 알까? 알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분노한 나는 캇셀프라임에게 기억을 되돌릴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캇셀프라임은 비웃지도 않고 그냥 무시했지. 라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캇셀프라임이 나를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걸 말이야.”



자조적인 내용이었으나 여전히 목소리는 덤덤했다. 리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볼 때 이런 느낌이 들까 싶었다. 후작은 내용에 비해서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이야기만 했다.



후작은 아스화리탈의 이야기를 서서히 마무리지어갔다.



“캇셀프라임은 돌아갔다. 아스화리탈도 떠나겠다 말했지. 그리고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나가는 걸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는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지.”



후작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하지만 리타의 의문은 끝을 맺지 않았다. 그것으로는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이젤 아스화리탈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는 그녀가 태어날 수 없다. 방을 찾아가지 않았으니까.



“율리……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나요?”



“울었지.”



“네?”



“그렇게 될 걸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참지 못하고 오열했지.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했는데 이렇게 아픈 건줄 알았다면 하지 않을 걸 그랬다고 후회했다. 아버지는 혀를 찼지만 어머니는 누이를 열심히 달랬지.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다시 가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갔다. 그렇게 생각했지.”



“……”



“누이의 혼처가 정해졌다. 할슈타일 가의 여자에겐 두 가지 길이 있다. 드래곤 라자의 자질을 가진 이를 데릴사위로 삼는 길과 가문의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유력한 집안에 시집을 가는 일. 후자는 평범하지만 전자는 할슈타일 가에서만 있는 일이지.”



후작은 다른 사람들이 규탄하는 일에 대해서 아무런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 다른 이들이 가문에 대해서 아무리 소리친다고 해도 그건 가문의 힘을 두려워하는 외인의 옹졸한 목소리에 불과하다. 드래곤 라자의 가문은 그렇게 지켜지고, 지켜지기에 힘이 있는 것이다.



리타는 분노하던 칼과 후치를 떠올렸다. 사람이 아니라 무슨 종마를 만드는 것 같다던 그들이었다. 사람이 뭐가 대수라고. 무슨 권리로 말의 혈통을 만드는 걸까. 그렇다면 드래곤이 사람의 혈통을 만드는 건 무슨 권리일까.



머리가 다시 아파지려고 한다. 리타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 동작이 제법 컸는지 후작의 눈이 그녀의 긴 검은 머리를 좇았다.



“…… 율리아나의 고운 머리가 틀어져 올라갔다.”



후작은 침전하듯 낮게 이야기했다.



“결혼할 때가 된 거지. 진즉부터 혼처는 잡혀 있었고, 그녀가 계속 상심해 있는 것을 못 보았는지 아버지가 서둘러 진행시켰다. 율리아나는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순순히 혼인 준비를 마쳤지.”



“혼인…… 어디랑 하기로 한 건가요?”



후작이 말한 대로 할슈타일 가의 여식이라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차후에는 어떻게 되었든 간에 그녀는 결혼식 직전의 상황에 있었다. 그렇다면 어느 길이 선택되었을까.



후작은 서리가 끼일 것처럼 차디찬 목소리를 냈다.



“혼처는 휴리첼 가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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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데헷☆

...

죄송합니다. 때리지 마세요.

저질러 놓은판이 꽤 큰지라 생각이 많았습니다.

적은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수정하다 보니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더 이상 안올리다간 몰매를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럼,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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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몬스터    친구신청

기다린만큼 재밌습니다 ㅎㅎ

Defiance    친구신청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멋지고멋져    친구신청

기다렸어요~~~

휴리첼과 할슈타일의 조합이라....
의미심장하군요.

Defiance    친구신청

드래곤라자와 드래곤라자가 퓨전하면 뉴 드래곤라자가 탄생한다고 합니다.(뻥)

파츄리    친구신청

역시 여자의 적 오스발... 들이대는 여자가 이리 많은지..
늦은 만큼 분량 업하셔서 돌아오신거 잘 보고 갑니다 ^^

Defiance    친구신청

한때는 그렇게 들이댔음에도 철벽남이어서 오스발 고X설이 유행하기도 했었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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