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떠나가네
우수의 선율을 들으며
홀로 남겨져 우두커니 서있는 이의 마음은 모른채
정적이 돌아온 광대한 대지에 새겨진
서글픈 손톱자국이 이 가슴에 스미지
산산이 흩어진 먹구름과 축복의 찬미 속에서
싸움을 끝낸 성채는 사그라져 가네
흐르는 새하얀 모래에 묻혀 가는 몸
꽃은 떨어지고 조용히 죽어가는 인적 없는 성채
그 날 내가 다른 길들을 모두 버리고
너를 선택했다면 뭔가 바뀌었을 거라는 거니?
옳은 것은 내 쪽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
굳게 맞잡은 손을 모조리 놓쳐 버릴 때까지
헛딛어버린 이 걸음을 서로 용납할 수 없다면
뭘 위해 문은 열린 채 나를 향해 손짓하는 거지
흐르는 새하얀 모래에 묻혀 가는 꽃은
주인을 잃은 황폐한 바다에 잠긴 성벽
이 가슴에 핀 한송이 꽃이
소리도 없이 무너져 비명을 지르고 있네
따스하게 흔들리는 그대의 기억도
나를 다시 되돌릴 종소리는 되지 못해
사랑하는 이여
적어도 나를 벨 때는
눈을 뜨고 파멸의 그 순간까지 지켜봐줘
산산이 흩어진 먹구름과 축복의 찬미 속에서
싸움을 끝낸 성채가 사그라져 가네
사랑하는 이여 그대를 만난 기쁨에
꽃을 피워내던 따스한 나는 이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