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밴스드 마이크로컴퓨터 시스템즈, 1983.
디즈니 출신의 애니메이션 감독 돈 블루스가 제작한 인터랙티브 무비.
사실 난 돈 블루스가 누군지 뭘 만들었는지 그런 건 잘 모른다.
그냥 인터넷에 나오길래 아는 척 좀 해 봤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단순한 형식으로
특정한 타이밍에 레버나 버튼을 조작해서
그 조작이 정답이면 계속 진행, 오답이면 잔기 -1 이라는 식이다.
말하자면 요즘 말로 QTE라고 하는 그 방식의 시조격인 게임이다.
(다만 요즘 게임하고는 달라서 뭘 눌러야 하는지는 안알랴줌이라, 굉장히 어렵다.)
중요한 건 화면에 나오는 게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1983년에 오락실에 있을 법한 게임들을 상상해 보라.
오락기에서 진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것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내가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건 도스 버전이었는데
도스 버전은 지금 보면 굉장히 투박한 애니메이션이지만
당시에는 그 정도도 신세계였고,
더구나 오락실판 원작을 모르는 꼬맹이에겐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게임은 어려웠지만
신세계를 만난 꼬맹이는 엔딩을 볼 때까지 몇날 며칠을 빠져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게임 자체의 충격보다는 다프네 공주의 충격이 더 컸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락말락하는 꼬맹이의 낭심에 직격한 그 디자인!
나중에 알고 보니 애니메이터가 플레이보이 모델을 보고 그린 거라더라. 어쩐지.
그 뒤에 그 유명한 게임라인 창간호에 부록으로 들어 있어서 꽤 열심히 했고...
아, 그 시절엔 슬프게도 내 컴퓨터에 CD롬이 없어서
그거 살 돈 모으느라 두달 정도인가 점심, 저녁을 굶었던 것 같다.
그 뒤엔 iOS나 엑박, 플스3로 나온 거 또 샀고...
얼마 전에 알았는데 스위치로 트릴로지가 나온 모양이더라. 또 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