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는 자신의 한 고객이 다른 업체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소송에 연루되었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디자인에는 운명처럼 결정된 틀이란 있을 수 없다는 실감니는 사례를보여준다. 로이에 따르면 그것은 "명백한 사건"이었다. 로이가 디자인한 제품의 외양을 경쟁업체가 슬쩍 도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이 디자인 특허는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기능하는 물건을 만들려면 부득이 이런 디자인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변이었다. 재판은 몇 주를 질질 끌었고 마침내 로이도 원고측 증인으로 불려나가게 되었다. 변호사는 로이에게 문제의 상품이 "다른 식드로 디자인되더라 도 여전히 그 실용성과 기능을 잃지 않겠는지." 또 본인이 직접 증명할 수 있겠는지를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변호사는 다른 디자인의 예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 로이는 스케치로 얼마든지 그려줄 용의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로이의 술회는 이어진다.
나는 이젤을펴고 그 위에 제도판을 얹었다. 그리고 뒤에 앉은 사람한테도 잘 보이도록 큼직한 스케치를 재빨리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십 분 만에 스물다섯 가지의 디자인을 그려냈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그럴듯하고 실용적이었으며, 그러면서도 각각 달랐다.
그러한 형태가 자의적일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성공을 강조한 것은 로이가 자부심에 넘쳐 있었고 사업 감각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된 디자인도 디자이너와 고객을 모두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절충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내놓을 수 있는 답이 여러 가지라는 사실 - 그러므로 결함은 있기 마련이라는 사실 - 은 디자인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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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는 왜 네 갈퀴를 달게되었나(p271~272), 헨리 페트로스카
“제대로 기능하는 물건을 만들려면 부득이 이런 디자인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요즘은 뜸하지만 참 자주 듣던 말이죠...